친절한 디토씨의 음악여행수첩⑦ 조르주 비제 <아를의 여인> 모음곡
남프랑스의 프로방스(Provence)하면 생각나는 건 고요한 평화와 풍요가 주는 안온한 감동이다. 태양은 지중해답게 뜨겁게 내려쬐고, 대지는 바싹 말라 있으나 척박하거나 황무지인 건 아니다. 평원에서는 곡물과 포도, 올리브가 지천으로 쏟아지고 경사진 산지에서는 양을 쳐서 고기와 치즈를 얻는다. 느림, 자연스러움, 유기농, 삶에 대한 긍정과 충족감이 모두 이 땅을 규정하는 키워드다. 프랑스의 유명한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도 프로방스산 아니던가.
(프로방스에서 느끼는 고요하고 느린 평화) |
(빈센트 반 고흐 <아를의 붉은 포도밭>) |
도데의 희곡은 이탈리아 작곡가에 의해 오페라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프란체스코 칠레아의 <아를의 여인 L'arlesiana>이 그것이다. 희곡 속의 순박한 시골청년 프레데리는 여기서는 이탈리아식 이름인 페데리코로 등장한다. 오늘날 칠레아의 이 오페라는 더 이상 공연되지 않지만, 대신 그가 남긴 ‘페데리코의 탄식 Il lamento di Federico'이라는 테너 아리아는 너무도 아름다워서 세계적인 명테너들이 앞다투어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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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아 <아를의 여인> 중 페데리코의 탄식, 테너 호세 카레라스) |
비제가 작곡한 모두 27곡의 극부수음악은 이후 10곡으로 재정리되어 모음곡으로 발표된다. 이것이 비제가 직접 정리한 <아를의 여인> 제1 모음곡이다. 이 천재가 30대의 나이로 요절한지 4년 뒤. 비제의 친구이자 파리 음악원의 교수였던 에르네스트 기요가 다시 친구의 음악을 간추리고 보강해 제2 모음곡을 추가로 발표하였다. 요즘은 오히려 제2 모음곡의 인기가 더 좋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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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 <아를의 여인> 제2 모음곡 중 미뉴엣과 파랑돌. 라파엘 프뤼벡 데 부르고스 지휘, 덴마크 방송교향악단) |
에르네스트 기요는 비제의 유작 <카르멘>도 정리하고 다듬어 이 오페라를 불후의 히트작으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비제는 비록 젊은 나이로 요절했지만, 지상에 남은 친구는 그를 잊지 않고 우정어린 음악 선물로 그의 묘비 앞에 영원불멸의 영광을 헌정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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