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디토씨의 음악여행수첩⑨ 알레산드로 마르첼로 <오보에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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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묘함, 두려움과 외로움, 쓸쓸한 고혹을 자아내는 베네치아의 밤 풍경) |
그래서일까. 베네치아의 작곡가들이 남긴 음악은 어딘가 모르게 쓸쓸한 퇴폐미를 지녔다. 리하르트 바그너가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2막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도 사실은 이 도시 베네치아의 밤바다 풍경이었다. 안개가 자욱히 올라온 좁디 좁은 수로를 뚫고 무슨 비밀스런 사연을 담아가듯 천천히 노를 젓는 곤돌라 뱃사공들의 콧노래 소리가 독일의 노대가를 한없이 뒤흔들어 놓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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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산드로 마르첼로 <오보에 협주곡>, 오보에 파비앙 튀앙 Fabien Thouand, 카메리스티 델라 스칼라 I Cameristi della Scala) |
알레산드로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은 참으로 ‘베네치아적인 음악’이다. 낮보다는 철저히 밤의 정서를 지향하고 있으며, 가장 맑디 맑은 오보에로 노래하나 사실 그 속에 숨은 정서는 실로 복잡하다. 이건 피렌체나 로마, 나폴리인들이 결코 느낄 수 없고 노래할 수 없는 오직 베네치아만의 정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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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구불거리는 베네치아 특유의 골목길) |
오늘도 그처럼 짙게 내려앉은, 불안정하지만 실로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베네치아의 바다를 앞에 두고, 수백년의 역사를 지닌 고색창연한 카페의 발코니에 앉아, 마치 작은 잔 속으로 훅하고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짙은 에스프레소 한 잔과 작은 초콜릿을 받아든다. 마르첼로의 음악은 18세기의 것인데, 이 카페는 그보다 더 나이가 들었다. 베네치아의 대운하 카날 그란데의 건물들은 대개 밤이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피어난다. 사람은 살지 않지만 일부러 건물 저 깊은 곳에 조명을 하나씩 띄워 마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속에 마치 옛 베네치아의 대귀족이 우아한 걸음걸이로 자신의 서재 한켠을 걸어다니는 듯 하다. 이렇듯, 베네치아에 가면 마르첼로를 들어야한다. 깊고 쓰디쓴 에스프레소와 함께 베네치아의 화려하고도 예민한 고독이 우리의 밤을 한없이 쓸쓸하고 또 아름답게 어루만져주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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