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두 번째 이야기 : 파리 볼테르가 19번지 (19 Quai Volt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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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가 19번지에는 이 곳에 살았던 위대한 예술가들의 이름이 새겨져있다.) |
리하르트 바그너는 청운의 꿈을 품고 파리에 도착했다. 젊어서부터 약간의 과대망상이 더해진 예민하고 천재적인 기질의 소유자였던 그는, 20대 초반부터 북독일 일대의 소도시에서 지휘자 생활을 했으나 무분별한 소비생활로 큰 빚을 지게 된다. 바그너와 여배우 출신 부인 민나가 택한 건 ‘야반도주’였다. 그들은 배를 타고 험난한 북해를 건너 파리에 도착한다. 바그너는 자신만만해했다. 위대한 천재 작곡가인 자신이 아직도 사람들의 주목을 못 받고 있는 건 그저 자신이 뛰놀던 동네가 독일 소도시여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세계의 수도’ 파리에 도착했으니 그가 유럽 최고의 예술가로 등극하는 건 시간문제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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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탄호이저> 서곡, 크리스티안 틸레만 지휘, 뮌헨필) |
바그너는 다시 한번 좌절한다. 파리 오페라 청중들의 속물 근성과 외국인 배척주의에 분노했다. 그러나 이건 그에게 전화위복이 된다. 독일의 예술가가 프랑스에서 경우 없는 비참한 모욕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독일인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결국 그에게 사면령이 내려지고 십년이 넘게 지속됐던 망명객 생활도 종지부를 찍게 된다. 이때 바그너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끝내 자신을 외면하고 조롱했던 파리지앙들을 원망했을까, 아니면 고국으로 돌아가는 계기를 마련해 준 이 도시에 조금은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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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 거리와 건너편 루브르 박물관의 모습) |
파리를 찾을 때면 세느 강변을 따라난 이 길을 한번씩 걷게 된다. 요즘은 골동품 상점들이 늘어선 ‘안티크 거리’로 변해 더욱 운치 있어졌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파리를 수놓았던 위대한 예술가들의 흔적을 눈으로, 또 마음으로 더듬어본다.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라는 말은 이곳에서도 엄연히, 사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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