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글들.../클럽발코니....

[친절한 디토씨의 음악여행수첩] 그대를 사랑합니다.

나베가 2014. 10. 10. 00:30

 

 

 

 

 

(드보르작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메조소프라노 막달레나 코제나)

안토닌 드보르작은 체코의 작은 마을 넬라호제베스 태생입니다. 프라하로 ‘상경’한 뒤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수도 빈에서 입신양명합니다. 런던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미국 뉴욕까지 날아가 음악원장을 지냅니다. 그가 살았던 맨해튼 남쪽의 집터에는 지금 큰 병원이 들어서 있는데요, 그는 신대륙 미국에서 인디언 음악, 흑인영가, 아메리칸 노동요들을 접하며 새로운 음악적 영감을 얻게 됩니다. 대서양 건너 그 머나먼 땅 - 비행기로 열 몇시간만 날아가면 되는 지금과 달리 그때는 몇 달씩 배를 타야 갈 수 있는 그야말로 ‘신천지’인 미국에서 그는 사무친 향수(Nostalgia)에 젖게 됩니다. 하긴 드보르작의 거의 모든 음악이 사실은 고향 땅 체코 보헤미아에 대한 향수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같은 정겨운 정서들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는 가곡집 <집시의 노래> 중 네 번 째 곡입니다. 가사는 이렇습니다.

늙으신 어머니 나에게 그 노래 가르쳐주실 때
어머니 눈에 눈물이 곱게 맺혔었네
이제 내 어린 딸에게 그 노래 들려주노니
내 그을린 두 뺨 위로 한없이 눈물 흘러내리네


아련한 그리움과 따뜻함이 넘쳐흘러, 무엇보다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음악입니다. 이 마음을 살려 한 곡 더 들어볼까요. ‘유모레스크’입니다.

 

(드보르작 ‘유모레스크’, 바이올린 막심 벤게로프)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또한 체코의 보헤미아 태생입니다. 그는 교향곡에 자신이 유년시절 겪었던 상처와 아픔, 좌절된 꿈 등을 담아내곤 했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동요를 단조로 바꿔 넣기도 했고, 길거리의 민요가락이나 군악대 나팔소리도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초연 당시에는 점잖치 못하고 기괴한 음악으로 구설수에 올랐으나, 20세기 중반을 넘어서자 그의 음악은 재조명되기 시작합니다.

그가 그려내는 천상의 세계는 아슬아슬한 불안을 품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뒤섞인 이 ‘불안한 희망’이야말로 우리 현대인들의 마음을 적시는 말러 음악의 메시지일지도 모릅니다.

 

(말러 <교향곡 제4번> 3악장 일부, 정명훈 지휘,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말러 또한 누구의 아버지였고, 어린 딸을 가슴 아프게 떠나보낸 죄많은 심정의 부모였습니다. 그가 그려낸, 저 쟂빛 하늘 속에 살짝 비치는 서광과도 같은 아름다움의 천국이 우리를 더욱 가슴 아리게 합니다.

 

 

(푸치니 <쟈니 스키키> 중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O mio babbino caro'. 제목부터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음악을 들어보면 더 감동적입니다. 마치 토스카나의 저 아름다운 5월의 대지를 쓰다듬듯 진행시켜나가는 푸치니의 선율이라니...

그런데 가사를 읽어보면 좀 황당해집니다.

“아빠, 저 결혼시켜줘요. 포르타 로사 거리로 가서 반지도 살래요. 안 들어주면 아르노 강에 확 뛰어들어 죽어버릴래.”

여주인공 라우레타는 빈털터리 총각 리누치오와 결혼하고 싶어합니다. 아예 자기들끼리 날도 받아 놨습니다. 5월 1일 - 흐드러진 꽃들이 온 피렌체 시내를 감싸는 그 아름다운 봄날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버지 쟈니 스키키의 등을 떠밉니다. 어느 부잣집 유언조작 사건에 열심히 개입해 돈 좀 벌어 오시라는 내용입니다. 딸의 속 뻔히 보이는 ‘협박’(?)에도 아빠는 속아줍니다. 하긴, 우리네 아버지들도 다 저렇게 자식을 위하는 마음으로 거친 세상 속에서 힘겹게 투쟁해오셨을 겁니다. 그 생각으로 노래를 들으니 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파블로 피카소 <솔레르씨 가족 La Famille Soler>)

 

 

 

(드보르작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소프라노 조안 셔덜랜드)

오늘의 마지막 음악입니다. 다시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입니다. 전설적인 소프라노 조안 셔덜랜드의 공연 실황입니다. 그런데 1978년 서울이라고 합니다. 화면을 보니 아마도 옛 세종문화회관 같습니다. 희뿌연 그 화면이 추억처럼 다가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다시 한번 부모님의 한없는 사랑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