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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디토씨의 문화여행노트] 드레스덴②-영원한 독일의 고도

나베가 2014. 10. 11. 00:30

 

 

 

독일은 꽤나 큰 나라여서, 고속철인 이체에(ICE)를 타고 다녀도 남북으로 예닐곱 시간이 넘게 걸리곤 한다. 그러나 여행객의 입장에서, 그것도 클래식과 오페라, 문학과 역사, 철학을 사랑하는 문화여행자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독일의 도시들을 꼽아보라면 답은 벌써 나와 있다.

우선 수도(首都) 베를린(Berlin)이 빠질 수 없겠다. 명실상부 세계최고인 베를린 필하모닉을 위시한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들과 3개의 서로 다른 오페라하우스가 포진하고 있는 이곳은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 발레, 연극 등의 다채로운 최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며, 한 나라의 수도답게 그 곳에 쌓인 영광과 상처, 아픔의 기억 또한 만만치 않다. 게다가 동베를린 지역에 위치한 수많은 박물관들은 심오한 정신성으로 우리를 강렬하게 유혹한다.

다음은 남북 양끝에 위치한 도시로, 뮌헨과 함부르크이다. 뮌헨(München)은 독일 최고의 문화도시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州)를 대표하는 도시이며, 우아하면서도 심오한 정서적 분위기와 함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바이에른 왕조의 위대한 전통이 아직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역사도시이기도 하다. 독일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바이에른 주립(국립)가극장, 뮌헨필하모닉,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등의 존재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남독일 사람 특유의 푸근한 성격 위에 도도한 세련미가 합쳐져서 묘한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곳이기도 하다.


 

(남독일 최고의 도시 뮌헨)
함부르크(Hamburg)는 한마디로 ‘kalt(cool)’하다. 즉, 차갑다. 2차 대전 당시 대폭격을 맞아 도시 전체가 파괴되었는데, 이를 부지런히 재건하면서 - 항구도시답지 않게 - 순백의 새하얀 건물을 질서정연하게 올렸다. 흰 건물이 주는 느낌은 매우 차갑다. 북해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차갑고, 기품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쌀쌀맞은 그곳 사람들도 확실히 차가운 느낌을 준다. 브람스는 이 서늘한 부르주아들이 사는 도시에서 북해의 찬 바람을 맞아가며 그렇게 고독을 느꼈나 보다. 예로부터 부유한 무역도시였던 함부르크에는 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그리고 세계에 자랑할만한 전통의 문화예술유산들이 여럿 있다. 유럽 연극계를 주도하는 탈리아 테아터(Thalia Theater), 그리고 지휘자 귄터 반트로 대표되는, 무뚝뚝하면서도 옹골찬 사운드의 북독일방송관현악단(NDR) 등이 함부르크를 홈그라운드로 하고 있다. 또한 함부르크 발레단에는 유럽 최고의 안무가로 평가 받는 존 노이마이어가 지금도 전설적인 발레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북독일의 기품 있는 도시 함부르크)

우리 귀에 익숙한 독일 도시들이 몇몇 더 있기는 하다.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슈투트가르트, 쾰른, 본 등이다. 다들 질서정연하고, 깨끗하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전형적인 서독의 도시들이다. 그들 모두 제 나름의 역사가 있고, 심오한 문화를 간직하고 있고, 또 특유의 매력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보다 심원한, “보다 독일적인” 곳을 찾아 나서고 싶다. 그것은 사실 동쪽, 과거의 동독 지역에 있다. 독일의 보석, 독일 문화의 신비가 살아 숨쉬는 찬란한 문화의 보고(寶庫)는 아마도 작센(Sachsen) 주일 것이다.

작센에는 두 개의 매우 중요한 도시가 있다. 작센 왕국의 수도였던 왕의 도시(쾨니히슈타트, Königstadt)이자 지금도 작센 주정부 소재지인 드레스덴(Dresden), 그리고 예부터 자유무역 도시로 발전하면서 창의와 개방적 사고로 놀라운 시민문화를 꽃피운 라이프치히(Leipzig)가 바로 그곳이다.

클래식 음악팬의 입장에서도 두 도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드레스덴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인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이 있는 곳이고, 그곳의 오페라하우스인 젬퍼 오퍼(Semperoper)는 가볍게 독일 3대 가극장 안에 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가극장이다. 칼 마리아 폰 베버, 리하르트 바그너가 드레스덴에서 음악감독(카펠마이스터)을 지냈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이곳에서 그의 수많은 걸작 오페라를 초연했다. 이처럼 독일 근현대 음악의 위대한 영웅들이 모두 이 도시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칼 마리아 폰 베버 <마탄의 사수> 서곡,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특히나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은 1548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의 오케스트라로 드레스덴의 음악 유산을 대표하는 단체이다. 1617년 독일 바로크 시대의 대작곡가 하인리히 쉬츠가 악장인 호프카펠마이스터(Hofkapellmeister)로 취임한 이후 55년간에 걸쳐 이 악단의 발전에 많은 공을 쏟았다. 이후 요한 아돌프 하세가 1733년부터 1763년까지 악장직을 역임하면서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양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도모했다. (쉬츠가 살았던 저택은 드레스덴 츠빙어 궁전 인근에 있는데, 지금은 호텔로 사용되고 있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홈그라운드인 젬퍼오퍼 극장의 로비)
1817년부터 1826년까지 칼 마리아 폰 베버가 카펠마이스터로 취임하여 궁정극장의 조직이나 기구를 과감히 개혁하였으며 독일 오페라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이후 1840년대에는 리하르트 바그너가 이 자리를 이어 받았는데, 그는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놀라운 음색에 매혹되어 이 악단을 “황금하프”라고 극찬하였다. 다행히, 우리는 이 황금하프의 현존하는 모습을 지금도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은 확실히 21세기에도 여전히 세계 최고(最古)이자, 세계 최고(最高)였다.

 

 

(리하르트 바그너가 <탄호이저> 서곡. 드레스덴 시절 완성한 <탄호이저>는 바그너 청년기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이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