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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 모타(Carmen Mota)의 푸에고 (Fuego) 국내 첫 내한 공연 스페인 춤꾼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 공연단이 1% 부족해보였던 까닭은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흔히 플라멩코(Flamenco)는 스페인의 민속춤으로 불린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 정착한 집시들이 동굴이나 마당에서 피맺힌 소리와 열정적 몸짓으로 영혼의 슬픔을 달랬던 플라멩코. 그것이 현대적으로 거듭나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를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쩌면 조선시대의 춤을 변형한 공연을 떠올리기 힘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는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노래(칸테)와 춤(바일레), 기타의 반주(토카) 등이 어우러진 플라멩코의 무대는 익숙하지 않다. 기껏해야 캐스터네츠 반주가 있는 몸짓 정도로 여겨질 뿐이다.
뮤지컬과의 접목, 퓨전 플라멩코
플라멩코의 혼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이 지난 1월4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카르멘 모타의 푸에고-사랑, 불꽃처럼 일어서다> 공연장을 찾았다. 스페인의 전설적 플라멩코 춤꾼 카르멘 모타가 2002년에 만든 푸에고는 대중적인 공연으로 세계 각국을 누비고 있다. 지난해 6월 퓨전 플라멩코의 창시자로 불리는 호아킨 코르테스의 무대에서 절정적 도취(두엔데)를 경험한 관객들이라면 플라멩코의 퓨전과 정통을 선보이는 푸에고의 공연을 기다렸을 것이다. 플라멩코가 댄스 뮤지컬로 거듭나 색다른 감흥을 안겨줄 것이라 기대하면서. 현대적인 스타일의 플라멩코를 ‘보여주는’ 푸에고의 공연은 스페인 안달루시아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만남으로 막을 올렸다. 세계 시장을 목표로 공연을 만들었다는 것을 실감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라스베이거스나 브로드웨이를 닮은 화려한 조명과 세련된 의상이 무대를 휘감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붉은 태양을 무대에 옮기려는 의욕이 지나쳐 보였다. 전통음악과 록, 클래식을 넘나드는 음악을 배경으로 18명의 무용수는 감각적인 동작을 1부 내내 연출했다. 아무리 의상이 바뀌어도 몸동작은 이전과 차이를 실감하기 어려웠다. 사실 퓨전 플라멩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집시들의 음악과 춤의 언어를 세계인이 즐기도록 하려면 정통만을 고집할 순 없는 노릇이다. 호아킨 코르테스가 흥미로운 일탈로 뉴욕 무대에서 스타로 등극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르멘 모타 역시 뮤지컬 양식을 플라멩코에 접목하려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에서 예술감독으로 활약한 웨긴 폭스를 영입했다. 그는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색감으로 관객의 탄성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시의 핍박을 상징하는 두엔데가 없는 플라멩코에 빠지기는 쉽지 않았다. 아무리 팔과 다리, 허리 등으로 플라멩코의 동작을 완벽하게 풀어내도 집시들이 토해내는 ‘피의 울림’이 가슴에 파고들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 아닌가. 미국식 공연 문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푸에고의 공연에서 별다른 차별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스페인의 선술집을 연상시키는 2부 무대에서 정통 플라멩코를 만나기는 한다. 하지만 퓨전 플라멩코의 현란한 몸동작에 취한 상태에서 빠져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때론 요란한 환호 소리에 두엔데의 폭발력이 사그라지기도 했다. 역시 플라멩코는 특유의 마성이 발휘되는 두엔데로 빛을 낸다. 푸에고 공연단의 남자가수(칸타오르)가 엘리스마 창법으로 뿜어내는 두엔데는 우리의 판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크고 작은 ‘꺾임’에 한(恨)이 맺혀 있기 때문이리라. 푸에고의 공연에서 어렴풋이 드러난 플라멩코의 현재와 미래는 너무 멀리 떨어져 보였다. 정통 플라멩코가 재즈와 살사, 심지어 블루스까지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테크닉’으로 연출한 미래에 돌을 던질 수는 없다. 다만 우리의 정서에 깊이 파고들 수 있는 두엔데를 실감나게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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