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무용

피나바우쉬-마주르카 포고. LG아트. 2003.

나베가 2006. 5. 15. 07:34

 

 

피나 바우쉬 무용단
2003. 4. 25(Fri) ~ 4. 28(Mon)
대표적인 우리 시대 현대 무용의 거장. 피나 바우쉬. 망망대해까지 뻗어있는 리스본의 높고 푸른 하늘 아래에서 울려 퍼지는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이 2003년 4월, 드디아 우리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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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현대무용의 대명사, 피나 바우쉬. 지난 2000년 온 무대를 뒤덮은 수천 송이의 카네이션을 통해 21세기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반추해보게 했던 그녀가, 이번에는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배경으로 한 마주르카 포고로 한국 관객들의 가슴 속에 삶의 강렬함을 새겨 넣는다.



< 온 인류가 흠모하는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 >

1973년 독일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이래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탄츠테아터(Tanztheater)라는 혁신적인 장르를 발전시키며 독일의 소도시 부퍼탈의 이름없는 시립 무용단을 세계적인 무용단으로 만들어낸 피나 바우쉬. 그녀는 지난 30여년 동안 한결같이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놀라운 창조력과 열정으로, 그리고 피터 브룩, 하이너 뮐러, 로버트 윌슨과 같은 현대 연극계의 거장들과 함께 세계적인 권위의 유럽연극상(Europe Theater Prize)을 수상한 탁월한 예술성으로, 세계 현대 문화사에 영예롭게 기록되고 있다. 언제나 인간을 주제로 하여 기쁨과 슬픔, 사랑과 고독, 폭력과 파괴와 같은 다양한 감정과 모습들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그녀. 흙과 물, 잔디와 꽃, 동물과 같이 자연에서 가져온 배경과 소품들은 독특한 색과 향기, 그리고 촉감으로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깊은 울림과 벅찬 감동 속에 되돌아보게 한다.


< 리스본의 높고 푸른 하늘 아래 타오르는 삶의 환희 >

<마주르카 포고>는 1998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로부터 위촉받은 작품으로 ‘불타는 마주르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작품 안에서 춤과 동작, 텍스트와 필름 등을 활용하는 그녀 특유의 스타일은 좀더 밝고 희망적인 모습을 띠고 유쾌하게 펼쳐진다. 포르투갈과 브라질의 이국적인 풍광과 함께 흐르는 서정적인 파두와 재즈, 격정과 관능이 넘치는 탱고와 삼바, 그리고 브라질 왈츠… 그 속에서 사랑, 낭만, 기쁨, 희망 등 삶이 품고 있는 미묘한 면면들은 장미빛의 환타지로 아름답게 채색된다. 망망대해까지 뻗은 리스본의 높고 푸른 하늘, 그리고 빛나는 태양, 그 아래 우리의 삶은 환희로 불타오른다.

 

 

피나 바우쉬의 작품테마는 언제나 ‘인간’이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 현대사회와 다양한 모습의
인간들을 그려낸다. 사랑과 욕망, 불안과 공포, 상실과 고독, 슬픔과 고뇌, 폭력과 파괴 등과
같이 인간의 실존에 관한 심오한 주제들은 고정된 체계가 없는 자유로운 형식에 담겨진다.
피나 바우쉬와 그녀의 예술을 이해하는 데에는 거의 준비가 필요치 않다. 그녀의 작품에는
흔히 평가기준이 되는 지속적인 플롯이나 특정한 캐릭터, 일관된 의미가 없다. 어떤 상황이나
소품, 의상을 중심으로 간단한 대화와 행동의 에피소드, 그리고 사운드와 이미지가 변화무쌍하게
조합된 그녀의 작품은 그 자체를 즉각 감성과 영혼 앞에 드러낸다.



기존의 형식을 거부하면서도 강한 어휘의 몸짓을 구축해내는 피나 바우쉬는 자연을 소재로
구성한 획기적인 무대로 관객들의 시선을 잠시도 떼지 못하게 한다. 그녀는 작품에 따라 무대에
새로운 물질을 깔아놓는 것으로 유명한데, 발목까지 찰랑거리는 물이 차고(Arien아리앙),
쓰레기와 흙더미가 쌓이며(Viktor 빅토르), 수천 송이의 카네이션으로 뒤덮히고(Nelken 카네이션), 모래사장 위에 난파선이 등장하고(The piece with the ship 배와 함께), 거대한 바위 절벽이 놓인다(Masurca Fogo마주르카 포고). 그 위에서 사나운 독일 셰퍼드가 짖어대고, 양이 고요히 배회하며, 살아있는 닭이 수박을 쪼아먹고, 무용수들은 뒹굴고, 첨벙대며, 나무에 오르거나, 바위 위를
기어다닌다. 흙과 물, 잔디와 꽃, 동물과 같이 자연에서 가져온 배경과 소품들은 독특한 색과 향기
그리고 촉감으로 무뎌진 감각을 자극하며 삭막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간의 접촉의 어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접촉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모습들을 눈 앞에 펼쳐놓는다.


이러한 피나 바우쉬의 작업방식은 매우 개방적이다. 그녀는 완결된 개념을 가지고 리허설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아이디어나 제안을 가지고 단원들과 함께 그것을 발전시켜 나간다.
피나 바우쉬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무용수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단지 역할을 연기하는데
필요한 표현력 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을 표현해내는 동작이나 발언을 요구한다. 마치 비밀을
이끌어내는 고해신부처럼 그녀는 무용수들에게 그들의 감정과 개인적인 관계에 대해 수백
차례에 걸쳐 질문하고, 그들이 내놓는 느낌과 상상, 경험들을 작품에 불어넣는다. 이에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무용수들은 저마다 확고한 세계관을 갖고 있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세계 15개국에서 모인 30여명의 부퍼탈의 무용수들은 잘 훈련된 신체와 더불어 강렬한 개성을
발휘하며 작품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내는데 공헌하고 있다. 이들의 열정적인 헌신으로 빚어진
완벽한 앙상블은 부퍼탈 탄츠테아터로 하여금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신진 무용단들을
여유롭게 따돌리며 30여년 동안 한결 같이 세계 정상을 지키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