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무용

홍승엽-두개보다 많은 그림자

나베가 2006. 5. 15. 08:27
 
댄스시어터 온`두 개보다 많은 그림자`
2003. 6. 6(Fri), 6. 7(Sat)
무언가 잃어버린 것처럼 모호하기만한 현재 우리의 삶. 우리 시대의 가장 비전있는 안무가 중 한 사람인 홍승엽이 바로 그 실종된 삶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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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그림 찾기 - 모호한 삶의 모습을 춤으로 풀어내다.

이번 신작의 안무는 두 가지의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 첫 번째는 다중인격. 과연 우리의 자아는 무엇을 근거로 정의할 수 있는가?
과거의 신체적, 정신적, 교육에 의한 경험인가? 기억의 누적일까?
그렇다면 기억이 상실된 사람의 자아는 무엇을 바탕으로 하는가?

두번째는 가려진 것, 혹은 숨어 있는 것이다.
과학의 정의에 따르면 불확실성이란 공간의 위치와 운동 속도를 동시에 결정지을수 없다는 것인데, 이것은 마치 현재 상황과 변화의 속도를 동시에 알기 힘든 모호한 삶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홍승엽은 바로 이러한 삶의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숨바꼭질하듯,
숨은 그림 찾듯 춤으로 풀어낸다.



10년 전의 무모한 도전이 세계 무대에서 평가받기까지

1993년 댄스 씨어터 온의 창단은, 국공립 무용단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직업무용단이 없는 우리 무용계의 현실에서는 무모한 모험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러한 홍승엽의 도전은 이제 그 성과를 가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독창적인 움직임과 앙상블의 귀재, 치밀한 동작의 조율사라는 호평을 받으며, 댄스 씨어터 온을 국내에서 가장 진지하고 개성있는 무용단으로 평가하는데 어느 누구도 주저하지 않기에 이른다. 이러한 평가는 비단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이미 1999년 일본 사이타마 국제 안무경연대회에서 특별상 수상, 2000년 프랑스 리옹 댄스 비엔날레 초청 공연에서 받은 호평을 통해 입증된다. 리옹 댄스 비엔날레의 예술감독 기 다르메는 홍승엽을 가리켜 동양에서 온 윌리엄 포사이드라 평가하며 공동 제작을 의뢰하기도 하였다.

홍승엽은 본격적인 세계 무대 진출을 목표로, 2001년 LG아트센터와 함께 신작 <빨간 부처>를 무대에 올린 바 있으며 2003년 다시금 새로운 작품에 도전한다. 기발한 아이디어, 모던하면서도 우리 내면의 독창적인 색깔을 그려내는 댄스 씨어터 온의 작업은 예술성 있는 우리 춤이 대중적 공감대를 획득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무대로 나아가는 토대가 되고 있다.

 

신작 <두 개보다 많은 그림자>에서는 안무가 홍승엽이 지속적으로 탐구해 오고 있는
인간과 실존에 대한 의문부호를 독특한 무대기법과 함께, 정형을 비껴난 특유의 독창적
움직임으로 해석하여 우리 무용계에 새로운 코드를 제시하고 있다.

난해하고 어려운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그의 독창적인 안무력이 한껏 빛을
발하게 될 이번 작품은 특히, 일렁거리는 그림자의 춤으로 인간 내면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며, 고릴라의 유머러스한 움직임이 작품의 연결고리가 되어 전체적 작품 이미지의
흐름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서정적으로 풀어낸다. 또한 시시각각 변화하는 흑백의
모자이크 판 모양의 무대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홍승엽은 우리 관객들이 순수예술을 바라보는 또다른 방식의 즐거움을 발견하기를
희망한다.

<1부>
쉐도우 카페는 한 사람의 영혼의 집이다.
그 영혼의 집에는 여러 영혼이 함께 있다.



<2부>
내가 아직 보지 못한...하지만 분명한 존재.
마치 그림자처럼 아무런 소리도 없이, 나와 꼭 붙어 있다.
어쩌면 그 존재는 하나보다, 둘보다 많을 지도 모른다.
오히려 내가 그 존재의 그림자일까?

이 작품에서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또 다른 정체성을 그림자에 비유하면서
몇 가지 가정과 은유를 토대로 전개해 나간다.

 


1962년 대구에서 출생한 홍승엽은 1981년,
경희대학교 섬유공학과 2학년 때부터 현대무용을 시작했다.
졸업 후 곧바로 동대학원 무용학과에 입학하였고,
1984년 현대무용을 전공한지 2년만에 국내 무용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무용경연대회인 <동아무용콩쿠르>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1986년에는 <대한민국무용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하였으며
92년부터 3년간은 유니버설발레단 단원으로 활동하였다.

10년 전의 무모한 도전이 세계 무대에서 평가받기까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현대무용단체 ‘댄스씨어터 온’은 클래식 발레와
현대무용 기법을 두루 익히고 다양한 안무작업과 무용수 생활을 거친 안무자
홍승엽에 의해 1993 년 창단되었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조화시켜 무용예술을
문화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이 단체의 진지한 노력은 그 동안 발표해온 다양한
작품들이 평론가 및 일반 관객들의 호평을 받는 가운데 프로페셔널 무용단체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홍승엽과 댄스씨어터 온은 ‘문학의 해’를 기념하여 '가장 문학적인 현대무용가상'(96),
일본 사이타마 국제 콩쿠르에서 '특별상'(99), 서울무용제 '안무상'(99), 그리고 2001년에는
'한불 문화상'을 수상하였다.

특히, 우리 인간 내면의 다중적인 갈등구조를 다룬 진지하고도 예술성 넘치는 일련의
작품들은 ‘추상화된 현대적 감각의 세련미’, ‘비논리적인 논리, 안무의 시적 율동언어’
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단체대표인 안무가 홍승엽을 비롯, 남,여 무용수 14명과
함께 각 분야의 전문적인 프리랜서 스탭들이 합세하여 세계무대 진출을 위한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항상 관객의 입장에서 관객의 리듬에 맞춰 안무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무작정 대중의 기호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최고 수준의 경지로 관객을
끌어올리고자 합니다. 그러자면 '재미'가 필수적이지요."

댄스 시어터 온 주요작품

1994년 <김노인의 꿈>, <말하지 않는 말의 세 번째 질문>
1995년 <13아해의 질주>, <파우누스의 추>
1996년 <뒤로 가는 산>, <파란 옷을 입은 원숭이>
1997년 <백설공주>, <절취된 기억>, <그가 또 수를 세고 있다>
1998년 <다섯 번째 배역>, <경로다방>, <가고파>
1999년 <말들의 눈에는 피가>, <달보는 개>
2000년 <데자뷔>, <다섯 번째 배역>
2001년, 2002년 <빨간부처>
2003년 <두 개보다 많은 그림자>

'빨간부처'
춤을 안무하는데 표현의 한계는 없다. 다만 그 표현의
결과를 관객들이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있다.
똥으로 대변되는 진흙이 부처가 되는 발상은 시에 침을
뱉었던 시인 김수영의 알레고리 이후, 춤으로 표현된
기상천외한 알레고리에 값한다.
- 2001. 김영태

그는 한국 춤을 따로 배운 적이 없지만 그의 동작들에선 어디선가 한국의 바람이 흘러나온다. 서양춤 특유의 형식미와 분석적인 틀을 지니면서도 동작과 동작 혹은 동작군 사이의 연결
지점에서 정형을 비껴감으로써 흐름의 변화를 유발하는 것은 그의 큰 매력의 하나이다.
- 2001. 이종호

'말들의 눈에는 피가...'
대중적 기반을 잃지 않으면서 당대의 현대 춤꾼 중에서
뚜렷이 구별되는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유지한다.
인체의 공학적 구조와 마음이 갖는 자연적 리듬을 함께
이해하고 이를 접목시킬 수 있는 노하우를 이미 발견해
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 1999. 6 춤과사람들 / 이근수

'달보는 개'
동체를 앞뒤로 흔들수록 고개가 더욱 힘차게 좌우로
떨리는 군무에서와 같은 리듬의 묘미는 홍승엽이 아니면
만들기 어려운 유머였다. 또한 전반부에 부분 조명만
으로 솔로가 반복되는 장면은 고집스러울 만큼 자신을
주장하는 것이었다.

- 1999.문애령

'파란 옷을 입은 원숭이'
타악기와 음악에까지 세심한 배려를 했고 구성력에서 뛰어난 작품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일상적인 것과 비일상적인 것, 서사적인 요소와 비서사적 요소, 리듬을 탄 활달한 움직임과
조용한 움직임 등을 대비시키면서 통일된 이미지의 세계를 구축해내고 있다.
- 1997.10. 무용예술 / 이시이 다츠야키

'그가 또 수를 세고 있다'
무대공간의 복합적 구성, 탱고의 활용은 춤의 진폭 그리고... 날렵한 움직임과 정지 사이의
매끈한 이음새에서 댄스씨어터 온의 잠재력이 유추된다.
- 1994. 춤 / 김채현

'뒤로 가는 산'
비논리적 논리, 이것이... 곧 홍승엽 안무의 시적,
율동 언어이다.

- 1996.5. 무용한국 / 김제영

프로무용단다운 온갖 실험을 감행한 상반기 문제작.
- 1996.5. 춤 / 김영태

'13아해의 질주'
상업화를 내세우면서도 전혀 대중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주제와 무대방식이 객석에 충분한 재미와 긴장을
전달한 것은 신선하고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1995.7. 객석 / 이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