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 에크의 안무는 유머와 추진력으로 가득차 있으며, 고전의 창조적인 각색을 통해 작품에 역동적인 생기를 더하고 있다." - The Time 2001/6/8
대머리 백조와 나약한 왕자, 사랑에 배신당하고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바보 지젤, 요염한 십대의 마약중독자 오로라 공주, 담배를 물고 있는 자유분방한 카르멘. 이 모두는 마츠 에크가 새롭게 탄생시킨 고전의 주인공들이다.
‘고전에 대한 공격인가, 도전적인 창조인가’라는 작품에 대한 극명한 찬반 속에서도 쿨베리 발레단을 세계적인 무용단으로 성장시킨 현대무용의 이단아 마츠 에크(Mats Ek). 그는 40년 동안 총 30여 작품을 창작하며 연극적인 풍자와 해학을 혼합한 안무로 ‘지젤(1982)’, ‘백조의 호수(1987)’, ‘카르멘(1992)’, ‘잠자는 숲속의 미녀(1996)’ 등 수많은 대표적인 고전 발레를 그 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하여 관객들에게 충격과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그러나 그의 급진적인 해석은 ‘소름끼치는 백조의 호수, 징그러운 잠자는 숲속의 미녀, 외설적인 카르멘(파이낸셜 타임즈, 1992)’이라는 악평과 함께, ‘백조의 호수’ 초연당시에는 평론가들이 공연중에 극장을 뜨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마츠 에크식의 재해석은 추함속에 아름다움을 보며 과장을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고전에 자신의 개인적인 신념을 적용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그의 예술가적 철학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원작의 균형을 깨뜨리고, 흑과 백, 선과 악, 추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바꿈으로써 고전을 재해석 하는 방식을 통해 그는 진정한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인간의 모든 동작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고전을 일컬어 ‘너무 유명해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가두는 것’이라고 하며 고전을 언제나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할 무엇’, ‘고전의 새로운 해석은 오늘날의 관객들과 무용계에서 작품을 신선하게 남겨두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는 동화적인 이야기에 숨겨진 것이 아주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 자체가 너무 유명할 경우 우리는 더 이상 다른 해석을 못하게 되지요. 이 작품을 마치 처음 본다고 생각한다면 아주 신나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고전을 전통적인 방법만으로 지켜나간다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그 보다는 저와 작품간의 의사소통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문화적 유산이란 제가 깨부수고, 다시 만들어 저만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아주 큰 그릇이라고 봅니다. 제가 탐구해 보고 싶은 것은, ‘백조의 호수’나 ‘지젤’이나 ‘카르멘’의 ‘개념’입니다.” - 마츠 에크
1976년 쿨베리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이래 쿨베리 발레단에서만 스무개의 작품을 창작하였는데 고전 대작을 재해석한 작품들로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1987년작 ‘백조의 호수’는 현재 전세계적인 명성과 인기를 얻으며 세계 각국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She was Black’과 ‘Solo for Two’는 마츠 에크의 서사적 발레를 대표하는 두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연극적인 동작과 무용수들의 뛰어난 연기력은 마츠 에크 안무의 특징이 되었는데, 이는 그의 혈통적, 학문적 배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배우인 아버지와 쿨베리 발레단의 창시자인 무용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무용과 연극을 모두 전공한 그의 특수한 이력은, 연극 배우를 무용 작품에 기용하는가 하면, 무용수들에게 연기를 지도하는 독특한 방식을 만들어 냈다.
“배우와 무용수와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은 안무적으로 도전적인 일입니다. 배우들은 무용수들보다 감정을 더 잘 표현하고 그들의 제한적인 몸동작과 육체적 허약함은 때로는 긍정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제게 굉장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훈련된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의 혼합은 뭔가 특별한 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 배우와 무용수들은 서로의 미지의 세계에 맞닥뜨리게 되지만 무용수들에게 연기란 기술적으로 배우고 또 이해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 마츠 에크
1993년 쿨베리 발레단을 떠난 후, 그는 프리랜서 안무가로서 세계 각국의 무용단과 작업을 해오고 있다. 함부르크 발레(Sleeping Beauty, 1996), 네델란드 댄스 시어터(A Sort of, 1997) 그리고 파리 오페라(Appartement, 2000)에서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였는데 후에 ‘Sleeping Beauty’ 와 ‘A Sort of’ 는 쿨베리 발레단의 레퍼토리가 되었다. 1999년과 2002년에는 스톡홀롬의 로열드라마틱 시어터에서 ‘Don Juan’ 과 ‘Andromaque’ 를 창작하였다. 2002년 가을, 마츠 에크는 ‘FLUKE’ 라는 작품을 쿨베리 발레를 위해 창작하여 스톡홀롬에서 초연을 가진 바 있다.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이 진정 고전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가에 의문을 던지는 마츠 에크는 ‘완전히 고전적이지 않을 바에야 완벽히 재창조하라.’는 혁신적인 태도로 관능과 유머가 가득한 ‘백조의 호수’로 한국 관객들에게 무용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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