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용 국립 오페라 발레단 내한공연.
-안느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 ; 대푸가
-사샤 발츠 ;환상
-마기 마랭 ; 비대한 세상
**덕양 어울림 누리. 3/16. 8시
공연후기...
* 대푸가*************
무대는 온통 black이다.
천정에 환히 드러나 있는 백여개의 조명등과
양 사이드에서 강렬하게 비춰지고 있는 조명등 2개만이 있을뿐이다.
어둠속에 등장한 1명의 여자와 7명의 남자 무용수들조차도 검은 양복을 입고 있다.
그리고는 마치 오선계의 음표들처럼 베토벤의 '푸가'에 맞추어서
종횡무진 춤을 추는 것이었다.
간간히 윗옷을 벗고 춤을 추다가
잠시 서서 와이셔츠까지 벗어 버리고 또 춤을 추었다.
지치듯 정신없이 춤을 추던 무용수들의 온몸에는 쉼없이 땀이 흘러 내렸다.
마치 베토벤의 푸가에 푹 빠져버린
무아지경의 상태를 보는것만 같았다.
베토벤의 푸가를... 악기가 아닌 몸으로도 연주를 할 수 있다는걸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 환상*************
무대 커튼이 걷히고도 어둠뿐이다.
2명의 남자 무용수가 심한 몸짓을 한다.
그러다가 한 남자가 쓰러진다.........
그렇게 쓰러져 있는채로...
한켠 또다른 어둠속에서 여자 무용수가 나즈막히 다가가고 있다
무료하다고 느낄만큼
어둠..... 적막함...이 오래갔다.
그러다가 서서히 어둠이 걷히며 남자 무용수와 여자무용수가
서로 교차하며 마치 인형을 데리고 춤을 추듯한다.
어쩌면 그렇게 완전하게 힘을 빼고 마치 빈 껍데기만 남은 몸짓을 할 수 있을까..
한무리의 무용수들이 등장한다.
서로 뭉치고 떨어지고, 때론 2인무를 추듯하며 아름다운 형상들을
만들어 낸다.
삶의 고뇌도 느껴지고,
그 고뇌를 누군가의 품에 안겨 완전히 풀어내 버리는듯도 하다.
그렇게 삶이란 서로에게 위안을 주며
살아 가는것이라고 외치는듯도 하다.
온전히 힘을 빼어버리고 내 뿜는 온갖 몸짓이
마치 내 삶의 욕심을 다 빼내 버린듯 평온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인간의 몸짓으로 이렇듯 서로 교감할 수 있음이 ...
신비롭기만 했다.
조금도 아름답지도, 화려하지도 않은데...너무나 아름답다는 느낌.
그래.
제목이 '환상' 이었지..
인간에게서 탐욕을 빼내버리면,,,그럴 수 있다면
이처럼 환상속에 빠져서 아름다움만이 가득한 충만함을 느낄수 있는걸까!
슈베르트의 잔잔한 피아노선율.
Fantasy ....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해 낸것만 같다.
첫 작품 '푸가'보다 훨씬 섬세하고 감동적이다.
*비대한 세상*************
마기 마랭은 일반적인 무용의 미적 기준과는 거리가 먼 신체로 변모한 무리의 무용수들을 무대에 올려 기상천외한 위트를 선보였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가볍고 기능적으로 잘짜여진 근육을 가진 무용수들에게 살찐 육체의 옷을 입혀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에 맞춰 춤을 추게 한것이다.
그들은 모두 표정까지 똑같으며 어떤 외부의 시선에도 신경쓰지 않는것처럼 보였다.
비대한 몸둥아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움직임은 매우 민첩하고 경쾌해서 시종일관 보는이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선사했다.
육체의 풍만함을 슬프거나 부끄러운것 것으로 보지 않고
많은 조각가들이 육체의 풍만함을 표현해 낸데서 우리가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느끼듯 그렇게 아름다움과 즐거움으로 표현해 냈다.
현대사회에서 비춰지고 있는 모든 편견들을 오히려 조롱이라도 하듯이..
두명의 남녀가 사랑을 하고 육체를 탐미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폭소를 터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십명의 뚱뚱보 무용수들이 벌거벗은 몸으로 좌우를 내달리며 춤을 추는데도 넘살스러운것이 아니라 즐겁고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한 ....기발한 창작작품이라고 생각되어졌다.
바흐의 브란덴 부르그 협주곡의 기악합주와 솔리스트 악기들의 조화로운 전개와 ...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무용에서 이러한 발상을 해냈다는 것이
내내 유쾌함으로 남았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