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 1.
파리.....길리야드 호텔
브뤼셀에서 파리 국경까지 오는 고속 도로옆 가로수는 마침 내린 눈때문에 그대로 크리스 마스 트리가 되어 있었다. 하얀 눈꽃으로 피어난 이 끝모르게 이어지는 거대한 트리는 하얗다기 보단 차라리 흑진주빛을 띠며 반짝이고 있었다.
세상의 그 어떤 트리가 이보다 더 황홀할 수 있을까....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상념과, 추억이 ....
한꺼번에 정신없이 달려들어 행복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그랬다.
파리 국경을 넘었다.
이곳부터는 그 흑진주 빛의 눈꽃은 끝이 나고, 그저 흰눈이 수북 수북 쌓였을 뿐이었다.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아마 유럽 전역에서 눈이 내렸나보다.
휴계소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잠시 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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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씨 친구가 파리에 있다고, 오늘밤 파리시내에 나가자고 했었기에 벌써부터 유미씨와 지은씨도 들떠있었다.
시내에서 한식으로 저녁을 먹은 뒤....한참을 버스를 타고 브뤼셀처럼 약간 헤메다가 이 한적한 곳의 호텔로 왔다.
벌써 와 있을거라던 현우씨는 아직 와 있질 않았다.
중요한 거라면서 계속 버스안까지 싣고 다녔던 베낭에서 현우씨에게 줄 물건들을 두런 두런 꺼내놓기 시작했다. 컴퓨터 칩과 책, 그리고 라면....등 먹을것이 한가방 쏟아져 나왔다.
나는 이 어이없는 먹을것들을 보고 순간 황당함마저 들었다.
아니, 아이들을 하나도 아니고 4명씩이나 데리고 온것도 모자라서 이 먹을것들을 전해준다고.....
필요한것만 딱 한가방 챙겨들고 온 나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 우와~ 이수씨, 정말 넘 착하다~ 내 짐하나도 줄이느라 안간힘 쓰는데~ 남에게 전해줄 물건을.."
이수씨가 호텔이 너무 변두리인것 같다고,,,, 현우씨가 잘 찾아올 수 있을 지 걱정하는 터에
우리들도 이 야밤의 외출이 무산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한켠에선 조바심까지 났다.
가까스로 연결이 되었고, 현우씬 택시를 타고 이 변두리를 잘 찾아왔다.
우리 일행이 가이드까지 일곱명이나 되었기에 택시를 한대 더 콜해서 나가기로 했다.
택시비는 35유로가 나왔다.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거의 5만원이 넘으니까 꽤 많이 나온편이었지만 까짓 ~
우린 에펠탑앞에서 내렸다.
탑주변에는 무슨 여름밤 처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지난번과는 또 다르게 조명이 트리 불빛처럼 탑 전체에서 반짝거리며 화려함을 더하고 있었다.
크리스 마스를 갖 지나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10분마다 그런다고 했다.
사실 나는 두번째라서 인 지 처음 에펠탑의 야경을 대했을때 보다 그 거대함과 웅장함의 감동이 훨씬 덜했다.
유미와 지은이는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에펠탑에서 조금 걸어가니, 화려한 야경의 '샤이어 궁전'이 마치 황금덩어리인양 자리하고 있었다. 밤인데도 궁전 앞으론 커다란 규모의 분수대가 일렬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 화려한 조명들때문이었을까....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분수대를 바라보니 시원함마저 느껴졌다.
궁전 가운데를 가로질러 넘어가면 바로 지하철역 입구가 나오는데, 우린 그곳에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해서 사진을 찍고 노틀담 성당으로 해서 뽕네프다리로 해서 소르본 대학가로 가기로 하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연말 연시를 한꺼번에 맞은 뒤라서 일까.... 지하철역은 할렘가를 방불케 했다.
너무나 더럽고, 냄새나고, 좁고, 허술해 보이는......
중국에 갔다온 딸이 너무나 거대하고 커서 그저 '와아~ 크다'소리만 하고 다녔다더니...
너무나 걷는데 지치고 규모에 질려버려서 , '삼천리 금수강산 우리나라 좋은나라' 라고 노랠 부르고 다녔다더니.....순간 환하고 반들 반들 깨끗한 우리네 지하철역과 비교되어 정말 우리나라 살기 좋은 나라라고 노래 부르고 싶어졌다.
뉴욕의 지하철은 위험해서 함부로 못탄다 소리는 들었는데, 이곳 파리도 그런가 하는... 정말 가난한 이들만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하철을 탔는데, 마치 무슨 놀이 동산의 기차를 탄것 마냥 앞뒤로 의자가 붙어있어 서로 마주보고 앉게끔 되어 있는 우리 전철보다 훨씬 작은 것이었다.
어쨋든 우리는 이 파리의 지하철을 탔다는 그 자체가 신이 났다.
밤에 본 노틀담 성당은 바닥의 하얀 눈과 성전을 비추고 있는 조명이 어우러져서 또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너무 어둡다는 느낌이 들었지마는....
관광지인데도 불구하고 그토록 어두침침한 주위의 분위기가 마치 중세시대의 암울했던 분위기마저 느껴지게 했었는데....지난번 여행때 유람선을 타면서도.
그 화려한 노틀담의 조각작품들을 세세히 감상할 순 없었지만, 한번 왔었던 나로선 조명이 주는 그 환상같은 것까지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으니....복이 많다고 해야겠다.
성당안에 들어갈 수 없었으므로 내부의 그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또한 볼 수 없었지만,앞으로 이태리에 가면 몽땅 성당만 볼테니까....아마 그래서 이번 여행엔 노틀담 사원이 투어에서 빠져 있는게 아닌가 싶다.
세느강 가까이 내려가서 강변을 따라 걸어 퐁네프다리까지 갔다.
다리 근처에 있는 붉은 빛이 번쩍이는 ....백화점을 배경으로 영화 '퐁네프의 다리'에서 처럼 사진을 찍은 다음, 다리를 건너서 소르본 대학가로 갔다.
우리네 문화와는 달리 그들은 밤문화가 전혀 없어 밤거리가 그렇게 어둡다는걸 뒤늦게야 알았지만........그래도 그곳은 대학가라고....거리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꽤 늦은 시각이었으므로 까페나 레스토랑은 역시나 안에 사람은 있지만 더 이상 손님을 들여 보내진 않았다.
이들은 이미 들어온 손님은 갈때까지 내버려 두지만, 절대 더 이상 손님은 안받는단다.
할수없이 BAR를 찾아 들어갔다.
우리네 대학가 처럼 그렇게 화려하게 내부장식을 해놓은데는 없는거 같았다.
대부분 식당이나 술집을 막론하고 규모가 매우 작고, 내부장식 또한 소탈했다.
우리는 프랑스산 맥주와 피자, 스테이크....(많이 걸어서 모두들 무척 배가 고팠었다.) 등을 시켜서 먹으며 새해답게 서로의 소망을 얘기했다.
"어~~ 나는 우리 남편이 가장 편한한 맘으로 집에 들어오길 바래. 환하게 웃는 모습을 늘 보고싶어. 글구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흔들림없이 그대로 그 꿈을 실현해 나갔음 해."
우린 모두 모두 소박한 꿈들을 풀어놓으며 크게 웃었다.
맥주도 음식도 연거푸 더 시켰다.
우린 서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주었다.
이런 우리들의 모습에 주방 아저씨까지 신이 났는 지 합세해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뜻밖에도 거기엔 백만불짜리 미소를 가지고 있는 유미만이 찍혀 있었다.
카메라 폰에 담긴 유미의 미소가 백만불짜리란 말에 아무도 이의를 달 사람이 없을 만큼 예뻤다.
우린 오늘의 이 음식값은 모두 유미가 내라고 난리쳤다.
하지만 음식값은 두 가이드가 냈다.
택시를 타기위해 대학가를 빠져나와 세느강변으로 나왔다.
근사한 까페들이 아직껏 문을 연채로 사람들로 가득하였다.
"와~ 우리도 여기서 먹을걸 그랬나보다. 넘 근사하다~~"
나올때처럼 2파트로 나누어서 택시를 탔다.
우리 가이드가 내놓은 약도를 보고 흑인 기사는 OK하고 출발을 했다.
유미와 지은이는 벌써 잠에 떨어졌다.
근데 한참을 가도 호텔은 나오지 않고 기사는 헤메고 있는것이 아닌가...
우리 가이드는 약간의 불어실력을 가지고 연신 기사와 대화를 나누었지만, 어째 호텔을 찾아갈 일이 점점 더 묘연해 지는것만 같았다.
순식간에 우리들의 들떠있던 그 모든 느낌들은 찬바람을 맞은듯 가라앉았다.
"그냥 근처 경찰서를 가는게 어때요?"
"경찰서까지 가는것도 문제예요. 여기 어디께가 확실하니까 좀더 헤메보죠."
아닌게 아니라 막연하게 밖을 내다봤지마는 익숙한 간판하며, 트리들, 건물들이 ....근처까지 온게 확실하긴 했다.
아~!! 다행히 길리야드 호텔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우린 일제히 안도의 환호를 질렀다.
택시비는 정말 거금이 나왔다. 다시 돈을 추스려서 내려했더니, 기사는 한참을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35유로만 달라고 했다.
와~~ 이게 선진국 시민의식인가!
혹시나 일부러 우리를 끌고 다니는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며 잔뜩 겁을 집어먹었던 우린 탄복했고 감동까지 했다.
호텔철문앞에서 일행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겁을 잔뜩먹고 맘고생을 했던 우리와는 달리 그 팀들은 여전히 들뜬 기분 그대로로 우리의 이 맘고생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듯 했다.
늦은 시각이었으므로 우리방을 현우씨에게 비워주고, 나와 이수씬 우리 가이드 방 -마침 3인실이었으므로 그곳에서 피곤에 떨어져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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