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현악4중주 16번 F장조,op.135
1악장 (Allegro Vivace assei)
앵콜곡/모짤트 현악4중주 14번,사장조 '봄' K387
[공연 후기 ]
주말이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빨리 도착해 40분이나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어젯밤 all night 파티를 하느라 오전중에 잠을 잤지만 좀체로 피곤이 풀리지 않아,
마침 여유도 있고 해서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한잔 사들고 나왔다.
항상 여유가 없어 무심코 지나치던 미술관의 전시가 오늘따라 눈에 띄어 보니
이화여대 서양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마침 30분의 여유도 있고 해서 오랫만에 전시회 관람을 했다.
시작전에 프로그램을 들여다 보니, 이번 연주회의 곡들은 의도한 건지는 몰라도
베토벤도, 브리튼도, 드볼작도 모두 연주자들의 마지막 곡으로만 편성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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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르고....호흡을 고르느라 잠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일제히 그어댄 활시위....선율...
그들의 호흡과 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특히 비올리스트는 시작부터 완전히 감정에 몰입된 모습이다.
2악장에 들어서자 연주는 더욱 격정적으로 연주되었다.
그러다 3악장에 들어서서는 바이올린의 화려한 독주가 나머지 악기들의 극도의 절제속에서
연주되었다.
그 긴장감과 소리의 절제는 점점 고조되고,
연주자들의 감정의 몰입에서 나온 거친 숨소리는 객석에까지 흘러들었다.
그들의 가슴 깊숙이서 뿜어져 올라오는 숨소리에 우리는 되려 숨이 멎을것만 같았다.
아!! 근데 이때 박수 소리가 왠말이란 말인가~~
첫 악장부터 박수를 쳐 대던 관객들은 이 소름끼치도록 절제됨 속에서도 박수를 쳤다.
안타까움에 신음소리가 나왔다.
4악장에 가서는 서로 대화를 하듯 피치카토의 아름다운 선율을 보이며
다시 밝고 경쾌함을 연주했다.
그들 모두는 하나같이 곡을 흐름을 타고 마치 연기를 하는것만 같았다.
두번째 브리튼곡에서도
3악장이 기가 막힐정도로 긴장감을 유도하며 가슴을 파고 들었다.
다른 악기들의 극도의 절제됨속에서 바이올린의 독주가 펼쳐졌는데,
그 절제된 긴장감이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우리들을 몰입의 경지까지 빠져들게 만들었다.
4악장에서는 모든 악기가 서로 대화를 하듯 화려한 독주를 했는데, 완벽한 호흡과 고도의
테크닉이 전율을 일으킬 만큼 느껴졌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유난히도 감정의 몰입이 대단한 비올라의 연주가 활발했는데,
연주자의 온몸으로 연주하는 모습이 정말 압권이었다.
그녀의 연주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과연 누가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아니, 비단 비올라 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연주한 선율속에 빠져버려,
자신들이 무대위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잊은것만 같은...
격정적으로
때론 한없는 아름다움 속으로 빠져들어 언제까지나 헤어나올것 같지 않았다.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들의 완벽한 호흡이.... 감동이 되어 나를 휘감았다.
2부가 시작되어 사람들이 들어와 자리를 찾아들고 있었다.
나는 그냥 자리에 앉아 1부의 감동에 젖어 있느라 사람들이 들어서는걸 잠시 깜빡했다.
누군가가 내앞에 있는듯 하여 얼른 다리를 좁히고 있는데, 낯이 너무 익어....
헉!!
금난새 지휘자님이 부인과 함께 서있는 것이었다.
나는 놀라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아!!! 금난새 선생님도 오셨구나!!
그래, 이렇게도 완벽한 연주를 하는 보로메오 현악4중주단인데....
감정이 더욱 복받쳐왔다.
2부 ..드볼작의 만년의 걸작이라는 현악4중주 14번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고국으로 귀국했을때의 기쁨과 처제를 잃은 슬픔이 함께 녹아 있다는 이 작품..
슬픔이 베어 있는 듯 1악장은 어둡고 통렬하게 시작되었다.
그리곤 이내 너무나 아름다운 2악장의 멜로디가 흘러 넘쳤다.
바이올리니스트의 표정에서 마치 그 자신도 함께 행복속에 빠져 있다는 걸 느낄수 있었다.
행복과 즐거움에 겨워 춤을 추듯...
연주자들 모두는 마치 하나인듯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다.
그러다가 또 이내 3악장에선 한없는 슬픔이 엄습해 왔다.
그들의 표정에서도 슬픔과 비탄이 배어져 나왔다.
다시 첼로와 비올라의 피치카토가 연주되기 시작하며 밝고 경쾌함으로 ....
그리고 마침내 현이 끊어질듯 고도의 테트닉으로 숨죽이며 3악장이 끝났다.
두어명이 살짝 또 박수를 치려하다 잠잠해졌다.
그들이 이 맥의 흐름을 끊어 버릴까봐 잠시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었다.
이제 4악장까지 끝나고 객석은 함성으로 가득찼다.
앵콜로 모짤트의 현악 4중주 387번을 연주하였다.
객석은 한동안...그들이 나오지 않아도 박수를 치며 좋은 연주에 대한 답례를 했다.
정말 체임버홀에서 연주자들의 숨소리와 눈 깜빡임까지 느끼면서 연주를 듣다보니
문득 오늘의 이 감동이 혹시 ...홀이 좋아선가??? 자리가 좋아선가???
하는 느낌도 잠깐 들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줄끝에 서서 금난새 지휘자님이 나오실때까지 기다리다가
프로그램북에다 싸인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는 홀 로비에서 기다리다가 나오시는 지휘자님을 또 사진찍었다.
홀이 워낙 작다보니, 누가 왔는 지도 사실 다 알게 된다.
이렇게 금난새 지휘자님과 나란히 같은 줄에서 공연을 봤다는 것이
그분의 싸인을 받았다는 것이..
좋은 공연을 봤다는 것과 함께 마냥 어린아이 처럼 가슴이 벅찼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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