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날.....]
생활이 무질서 해졌다고 할까...
아님, 한없이 자유로와졌다고 할까...
학창시절 때로 돌아간 듯, 맘껏 한가지 일에 몰두하며 밤새고, 아침에 자고, 또
밤새고...
한주일...아니, 두주일...그렇게 생활을 하다보니, 드뎌 몸의 기운이 이상하게 감돌기
시작했다. 지난 주는 계속 겨우 해야될 일만 해내고는 쓰러져서 잤는데도 몸이 기운이 회복되지 않았다.
결국 어제는 몰아치는 두통에 약까지 먹었지마는...그래도
여엉~
이번 주 2개의 공연을 취소하고, 오늘 공연에 한주일 만에 예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술의 전당역에 도착할 때까지도 몸의 기력이 회생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글쎄...여태껏 이렇게 남부터미널 역에서 부터 예당까지 길이 막힌 적이
있었던가....
처음으로 셔틀버스를 줄서서 기다리다 탄거 같다.
기사 아저씬 상기된 말투로 서초역에서 부터 1시간이나 걸려서 왔다고...오일 달러로 나라
땅을 다 팔아 먹고도 남을 일이라고...야단을 치시면서 꽉막혀 정처없이 서있는 버스 운전대를 잡고 계속 말씀하셨다. 겨우 코너를 지났는데
옆건물 주차장에서 나와 우리 버스를 밀치고 나가는 BMW 승용차를 보고 또 냅따 소리치셨다.
'저것 봐라! 혼자 탔으면서 사람 가득 태운 버스를 밀치고 나가는
거...'
그러면서 또 저 차 한대면 우리나라 최고 좋은 차 2대는 산다면서....끌탕을
하셨다.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어쨋든 오늘 예당 다닌 이후 이거리를 15분이나 걸려서 간건 처음 있는 일인것
같다.
일숙언니를 만나 겨우 자리를 찾아 들었다.
단원들이 입장을 해 자리를 찾아 앉기 시작했다.
"언니, 나 아펐는데 이제 기력이 나는거 같아~"
"어디? 감기? 몸살? ...."
"아니~ 기력 쇄진.^^
푸하핫~~^^*
곧바로 연주는 시작되었다.
모짜르트의 후궁으로부터의 도피 서곡.
왠지 오케스트라 연주가 흐트러 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곧바로 이어진
모짜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 3번.
협연자가 낯설었지만, 팜플릿에 소개된 바로는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다.
퀸 엘리자 베스,동아 국제 음악 콩쿨,잘즈부르크 모짜르트 콩쿨, 베를린 독일 음악가 콩쿨,
티보 바가 콩쿨....등 수많은 콩쿨을 석권하며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아티스트라고.
1705년산 명기 <지오반니 바티스타 로제리> 로 연주한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바이올린 소리도 너무나 아름 다웠고 연주도 조금도 흔들림 없이 훌륭하였지만,
오케스트라 연주가 오늘은 약간씩 흐트러 진다....
어쨋든 한없이 밝고 경쾌하고 감미로운 곡을 들으면서 잠시 모짜르트의 한없이 밝고
순수했던...너무 순수하게 환하게 웃어서 경박스럽기까지 보였던 그 까르르 웃었던
영화의 한장면... 장면이 떠올랐다..
연주가 끝나고 연주자는 흡족한듯 보였다.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그녀에게 박수를 보냈다.
우리는 그녀의 무반주 앵콜곡을 들을 수 있었다.
인터미션 시간이 되어 피곤하기도 하고 커피 생각도 나서 밖으로 나갔다.
공연중이라 노래하는 분수는 틀어 있지 않아 왠지 적막이 흐르는
듯했지만,
이런 저런 얘기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한참을 웃었다.
시간이 촉박할것 같아서 서둘러 마시면서, 여기 광장에 있는 저 사람들은 놀러 나온
사람들이야~라는 소리까지 하면서 로비로 들어갔다.
분명 로비에도 사람들로 가득한데....모니터를 보니 벌써 단원들과 지휘자까지 올라와
있었다.
"어머~!"
우린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갔지만, 연주가 시작되었다고 들여 보내주지
않았다.
기가 막혔지만...2층에 설치된 모니터로 1악장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1악장이 끝나고 들어가려 하니, 지휘자와 사전에 입장 불가를 원했기에 안된다는
거였다.
'그럼 집에 가야 되는 거네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수백회의 공연을 다녔지만, 단 한번도 늦은 적도 없었는데...
커피 마시다가 2부를 아예 못 들어 가다니....
어이없어 하며 1층으로 내려왔다.
로비엔 사람들로 가득하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뭐야~
여기까지 와서 입장료도 싼데, 공연장에도 안들어가고 로비의 모니터로 공연을 본단말야??
아님, 애들만 들여 보냈나???"
이해할 수 없는 저들땜에 마치 우리가 2부 입장을 못한거 마냥...
<사실 로비를 계속 주시하며 커피를 마시긴 했다>
소희씨를 공연후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때문에 언니와 모처럼 얘기꽃을 피웠다.
그렇게 자주 언니를 만나지만, 거의 공연 직전에 만나고, 끝나면 너무 시간이 늦기때문에 얘기할 시간은 참 없었든
편이었다.
"야~ 세상에 이런일도 있었다는 것...추억이다!"
이러면서 "언니와 얘기하니까 더 재밌다~"이러면서....
어쩌면 반은 진실이고, 반은 어거지이기도 한...
매달 볼수 있는 가벼운 공연이라서 그렇게 속상한 맘은 없었지만....바쁜 언니를 불러놓고 미안한 맘이 ....
중간 중간 모니터에서 웅장함이 우리 시선을 잡을땐, '에이그, 들어가서 보았음 좋았을텐데...'
하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드디어 공연은 끝나고, 소희씨가 우리의 오늘의 현실을 듣고는 같이 웃었지만, 안타까워도 했다.
지난 세종체임버홀 오프닝 공연때 초대를 했더니, 고맙다고 선물을 준비해 가지고 온것이다.
'선물은 고맙게 받는거예요'
하고는 나는 넙죽 받아서 언니에게도 주고, 나도 하나 가졌다.
소희씨의 그 이쁜맘 때문에!
언니랑은 잠시 더 얘기를 하다가 예당을 떴다.
빗방울이 몇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여유를 부리며 커피를 마셔서...여러 가지로 언니에게 미안한 맘이 생겼지만, 27일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또 볼거니까...위로를 했다.
유난히도 오늘은 오는데도 차가 막혀서,평소보다 무려 30분 이상이 더 걸렸다.
양재에서 신사까지 오는데 30분이 더 걸린거 같다. 거의 기어서 엉금 엉금~~
나는 밖을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몇번을 깼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릴 곳을 지나버려 택시를 타고 들어왔다.
오늘은 ....그냥 일진이 좀 ....그런 날이었나 보다.
후훗^^
아쉬워서 2부곡이었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을 집에 와서 찾아 들었다.
그리고 여기 올려 놓는다
3악장이 너무나 아름답다.
2006.8.26.
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