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2006년)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음악회

나베가 2006. 8. 24. 23:12

 

 

 

한국에서 만나는 프랑스 음악의

향연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음악회


연주: 서울 시립 교향악단
지휘: 정명훈
협연: 스베틀린 루세브, 바이올린

'글로벌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한국과 프랑스 양국은 공동으로 2006년 한 해 동안 한불수교 12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들을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 에서는 'La Coree au cœur (한국의 중심) ' 이라는 슬로건으로, 또한 한국에서는 ' 아자, 프랑스 !'라는 슬로건으로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양국 간의 관계를 보다 돈독히 다지고, 보다 역동적인 교류를 추진해 왔는데 이렇게 상징적인 해를 기념하기 위해서 수많은 문화, 과학 기술, 스포츠, 대학 간  교류 등의 행사를 비롯한 다양한 공연들이 3월부터 프랑스와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 중에 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이 바로 정명훈과 함께 하는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음악회이다.
한국과 프랑스 음악의 품격있는 교류가 될 이번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 음악회에 처음부터 거론되어 온 사람은 마에스트로 정명훈이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거장이자 특히 한국과 프랑스 음악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기고 있는 지휘자 정명훈은 오랫동안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 감독을 거쳤으며, 현재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 및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는 등 거의 20여 년간 프랑스 및 프랑스 음악과 깊은 인연을 맺어오면서 프랑스 음악에 대한 탁월한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릴 이번 공연에서 정명훈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며 프랑스 근대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 ‘라벨’의 곡만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번 프로그램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가을 연주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가  협연하는 등 가장 프랑스적인 음악을 프랑스를 가지 않고도 서울 한복판에서 들을 수 있는 특권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게 된다.
정명훈의 지휘 스베틀린 루세브협연, 그리고 서울 시향과 함께 하는 이번 공연은   작곡가 라벨의 명곡들을 통해 한불수교 120주년을 더욱 뜻 깊게 빛낼 것이다.

◈ 프로그램

라벨의 밤

Maurice Ravel (1875-1937) 모리스 라벨

La Valse
라 발스

Tzigane, pour violon et orchestre
찌간느,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Svetlin Roussev, violin
스베틀린 루세브, 바이올린

Boléro
볼레로

- Intermission -

Daphnis et Chloé
다프니스와 끌로에

 

Tzigane

라벨 / 찌간느

Joseph Maurice Ravel 1875∼1937

Bolero

라벨 / 볼레로

Joseph Maurice Ravel 1875∼1937


음원출처: http://geige.pe.kr


음원출처: 전남중등음악사랑연구회

◈ 작곡가소개

모리스 라벨 (1875 ~ 1937)
드뷔시 이후 가장 대표적인 프랑스 음악가로 평가되는 작곡가.

음악을 사랑하는 부모를 가진 '라벨'은 어려서부터 여러가지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1889년 14세의 나이로 파리 음악원에 입학한 '라벨'은 베리오로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1893년에 첫 작품 <그로테스크한 세레나데>를 썼다. 한때 음악원을 떠나기도 했던 그는 1897년 돌아와 포레에게 작곡을, 제달즈에게 대위법과 관현악법을 배워 여러가지 편성으로 작품을 쓰게 되었다. '라벨'은 로마대상을 목표로 계속 도전했었으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당시 '라벨'의 로마대상 낙선 사건은 결국 음악원장의 경질로 이어져 큰 파문이 되었다. 이 시기의 작품 중에서 <물의 희롱>은 리스트의 흐름을 계승하는 새로운 피아노 연주법으로 인정받았다. '라벨'은 재즈, 폭스트로트, 찰스톤 등 다양한 대중음악 양식에까지 폭넓게 관심을 보인 사람이었다. 이국정취와 상상력과 유모어가 풍부한 그의 작품들은 독자적인 매력을 풍겼다. 1907년에 발표한 가곡집 <박물지>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자신의 작품을 연주하거나 성악가들의 반주를 할 때만이 피아니스트로 활동하였으나, 암스텔담, 베니스, 스웨덴, 영국, 스코틀랜드, 미국(1928)에서는 자신의 음악을 위해 오케스트라 지휘도 했다. 1929년 옥스포드 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1930년엔 전쟁 중 오른손을 잃은 오스트리아의 파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을 완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1932년 10월에 자동차 사고로 인해 뇌 질환으로 폐인의 생활을 보내다가 1937년 뇌수술 실패로 사망했다.
라벨은 이미 20세에 나중에「스페인 랩소디」의 제3악장으로 쓰이게 되는 「하바네라」를 작곡한다. 전통적 음악기법에 대한 그의 긍정적 수용현상은 그가 제달즈와 포레로부터 수업을 받던 학창시절부터 이미 잘 나타난다. 라벨의 초기작품활동에 영향을 끼친 사람은 쇼팽, 리스트, 샤브리에, 포레, 림스키 코르사코프 등이다.

1890년경에 라벨은 사티의 화성학적 실험들로부터 한동안 큰 영향을 받기도 했다. 드뷔시의 작품 「프렐류드」도 그의 작품활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러시아 5인조그룹 중에서는 특히 보로딘이 라벨에 의해 높이 평가되었다. 드뷔시에서와 마찬가지로 라벨의 상당 작품들에서는 프랑스 로코코의 목가풍이 반영되어 있다(예, 라모에 근접된 양식). 쿠프랭과 라모 이상으로 라벨의 흥미를 끈 것은 스카를랏티의 기교적 측면이었다. 이것은 이미 리스트에 가까운 그의 작품 「물의 희롱」(Jeux d'eau)에서 잘 드러난다. 하지만 리스트의 역동적인 기교주의와는 다르게 라벨의 기교적 작품들은 세밀한 음향구성에도 강하게 집착하는 면을 보여준다.
라벨의 음악에는 유희적인 놀이와 고풍스러운 멋, 감각적인 것과 지적인 것, 자연적인 것과 기계적인 것 등이 잘 조화되어 있다. 라벨의 멜로디는 부드러우면서도 분명한 선을 가진다. 화성에서는 높은 3도 층들이 즐겨 사용된 반면 증3화음이나 온음음계 등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폴리포니적 작곡경향은 현악사중주나 피아노삼중주의 파싸칼리아 등에서 자주 찾을 수 있다. 복조성도 가끔씩 발견된다. 라벨의 작품에서는 또한 오스티나토 기법 등이 곡의 뼈대로 자주 사용된다. 예로써 G장조 피아노 콘체르토의 중간악장은 요한 세바스챤 바하의 오스티나토 기법을 연상시킨다.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당시에 대성공을 거두었던 「볼레로」역시 멜로디와 기본음향은 변하지 않으면서 음색만이 바뀌는 특징을 보인다. 이곳에서는 한개의 오스티나토 리듬과 두개의 오스티나토 선율이 많은 악기들이 점차적으로 참여하면서 도취적인 ff로 상승한다. 라벨은 이 곡에서 단순성을 이용하여 의식적(儀式的) 효과를 거둔다. 즉, 모티브작업도 없고 섬세한 형식도 없으며, 전조조차 하지 않다가 끝에 가서야 마장조로 전조한다. 라벨은 오랫동안 심도있게 숙고를 하는 반면 빠르게 악보를 써내려 가는 작곡방법을 가졌다. 작품을 위해 쓰여진 스케치를 찾을 수 없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 곡목소개

라 발스

모리스 라벨은 민요에 영향을 받은 작품들로 성공을 거두었고, 20세기 후반의 포스트 모더니즘의 선구자적 역할로 많은 칭송을 받았다. 라벨이 그어놓은 음악적 큰 획인 비엔나왈츠는 이미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몇 백 개의 작품들을 통해 절정에 이르러 있었고 그것은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유쾌하고 근심없는 국민성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이는 그 도시의 문화적 우월성- 그들이 자랑하는 몇몇의 작곡가들인 하이든과 모차르트로부터 베토벤과 슈베르트까지, 그리고 브람스와 브루크너의 시대로부터 현대적인 말러와 쇤버그를 포함하는 것이었다.
1911년 라벨의 작품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 (Valses nobles et sentimentales)’ 에는 그의 비엔나 왈츠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데 이는 슈베르트의 왈츠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는 작품 첫 페이지 경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써서 그의 음악 외적 함축에 대한 관심을 확실히 하였다. “쓸모없는 직업의 달콤하고 신선한 쾌감”

1906년부터 라벨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를 위한 헌정음악을 만들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작업은 “비엔나” 라는 타이틀을 정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몇 년 후에도 그의 이 작업은 다른 프로젝트들에 비해 진전이 없었다. 유럽은 1차 세계대전의 전쟁 폭풍을 겪게 되고 공군 파일럿을 지망해서 복무하기 원했던 라벨은 그의 뜻과는 달리 운전병으로 군복무를 하게 된다.
전쟁이 끝난 뒤 라벨은 음악적 장르로서의 왈츠에 대한 관심을 다시 갖고 곡을 쓰게 되지만 음악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낙천적이고 즐거운 삶의 기쁨은 이제 불길함이 담긴 회고로 변했다. 19세기 비엔나 인들의 자족적인 즐거움들은 국가적인 오만함과 국제적인 파국으로 이어진다. 1919-20년 사이에 라벨이 La Valse 를 작곡 했을때, 비엔나식 무도회장의 명랑함은 더 이상 존재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라벨의 교향시가 서서히 죽음의 무도곡과 같은 모습을 드러냈다고 해도 놀라울 일이 아니었다. 역사적으로 악마의 화음이라고 불렸던 불협 화음이 가지고 있는 악마적인 함축성이 La Valse의 멜로디 안에 확연하게 드러나게 되고, 뭔가가 부조화 스러운 상태를 느끼는 음악이 만들어지면서 청중들은 불편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La Valse를 처음으로 접했을 때는 겉으로는 즐거운 듯이 보이지만 내면에서 펼쳐지는 저음으로 인한 불안하고 멍한 분위기를 통해 왈츠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해지는 것을 듣게 된다.  그 뿐 아니라 그 잔인성에 의해 관객들은 놀라게 된다.

“나는 이 작품을 비엔나식 왈츠를 신성시하는 작업으로 생각해왔다” 라벨이 이어서 쓰기를 “내 마음속에서는 환상적이고 치명적인 소용돌이 같은 이미지들이 섞여있었다” 사실은 그는 이 작품을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의 발레작품을 위한 것으로 작곡했었다 그리고 그는 악보의 두가지 부분을 강조하면서 이 막연한 시나리오의 서문에 알맞게 만들었다.;
소용돌이치는 구름의 조각들을 통해, 왈츠를 추는 커플들이 흘끔흘끔 보인다 조금씩 조금씩 그들이 흩어지면서 한 명은 이 막대한 홀을 소용돌이치는 혼돈으로 채운다 무대는 천천히 조명에 물들고 그 빛은 fortissimo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한다. – an Imperial court, about 1855


이 이벤트에서 디아길레프는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 않기로 한다. 라벨과 그의 동료 피아니스트 마르첼라 마이어가 이곡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편곡을 연주했을 때 디아길레프는 “ 라벨, 이것은 위대한 명작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발레가 아니고 발레에 대한 초상화 입니다. 발레의 그림입니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찌간느,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이 곡의 제목은 집시를 뜻하는 유럽지역 언어에서 유래되었으며, 힘있는 집시 멜로디가 음악에 투영되어 그대로 나타난다. 라벨의 시대에 집시 음악은 황홀함을 반영하는 음악으로 여겨졌다. 찌간느는 주로 바이올린 솔로와 오케스트라의 협주로 연주되는데 라벨이 직접 편곡한 곡이다. 라벨의 음악은 인상주의를 따르는 것으로 주로 알려져있지만 찌간느는 라벨의 후기 낭만주의 영향을 받은 성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곡은 바이올린 독주의 기교와 비르투오소적인 성격을 통해 파가니니나 사라사테와 같은 작곡가의 곡에 견주곤 한다. 실제로 이 곡의 음악적 형식이나 구조는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르바이젠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볼레로

“스페인의 어느 조그마한 술집, 한 무리의 손님이 어두침침한 가운데 술을 마시며 담소하고 있다.  한가운데의 탁자 위에서는 한 사람의 무용수가 탭을 밟으며 춤을 추고 있지만 손님들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그 동안에 춤은 똑같은 리듬을 반복하면서 격하게 고조되어 간다.  손님들도 점차 귀를 기울이는데 이윽고 자리를 일어나 탁자로 다가가 무용수와 함께 열광적으로 춤추기 시작한다.”
라벨의「볼레로」는 위와 같은 내용으로 러시아의 여류 무용가 루빈스타인의 의뢰에 의해 작곡되었다.  집요하게 반복되는 주제는 그의 작품 중 가장 토속적인 것인데, 기법적으로 볼 때 뛰어난 독창성을 내포하고 있어 라벨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나타낸 이색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볼레로'란 스페인의 민속 무곡이지만, 이 곡의 경우, 리듬도 템포도 본래의 '볼레로'와는 다르다.  라벨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스페인의 기질을 담은 독특한 곡명이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곡은 같은 멜로디가 여러 가지 악기로써 색채를 변해가면서 극히 대담하게 전개되어 나간다.
즉, 하나의 리듬꼴과 두 개의 주제를 반복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며 가장 작은 소리에서 가장 큰 소리로 변화하는 '크레센도'만을 사용하는 특이한 작품이다. 

다프니스와 끌로에

라벨의 3개 발레곡 가운데 하나인「다프니스와 클로에」는 그의 창작의 절정을 이룬 걸작이다.  1912년 6월 8일 파리에서 초연 되어 작곡가로서 라벨의 지위가 한층 높아졌음은 물론, 니진스키와 칼사비나의 춤으로 된 디아길레프 러시아 무용단의 공연은 일대 혁신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라벨은 그 동안의 모든 작품을 바탕으로 하면서 이전 작품을 초월한 천재적 재능을 구현시켜 예술적 가치를 높임으로써 프랑스의 대표적인 관현악곡으로 꼽히게 되었다.  선이 자유롭고 부드러우며, 리듬의 자유와 탄력을 엿볼 수 있어 라벨 특유의 정묘한 관현악법을 느낄 수 있으며, 지적인 구성에 의해 고대 그리스의 전원시가 갖는 서정과 관능이 잘 다듬어져 있다. 
총 3장으로 구성된 발레의 줄거리는 고대 그리스 신화 중 양치는 다프니스와 그의 연인 클로에와의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연적인 돌콘과 뤼세이온, 해적, 판의 신 등이 등장하는 전원시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라벨은 이 무용곡 중에서 2개의 모음곡을 엮었는데, 제1모음곡은 제1장과 제2장에서 발췌한 3곡, 제2모음곡은 제3장에서 발췌한 3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 제2모음곡은「볼레로」와 더불어 라벨의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연주되는 곡목이 되었다

제1곡 해돋이(Lever du jour)
아직 어두운 새벽, 동굴 입구에는 다프니스가 잠들어 있고, 바위 사이에 맺힌 이슬이 떨어져 졸졸 흐르는 냇가를 묘사한 음악이 들린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며 새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양치는 목자들이 피리를 불며 양떼를 몰고 지나간다.  목자들은 마침내 다프니스를 찾아 일으키고, 얼마 후 클로에가 월계관을 쓰고 나타나자 둘은 기뻐한다.
오케스트라는 힘차게 울리며 태양이 점점 떠올라 그들을 축복한다.

제2곡 판토마임 (Pantomime)
늙은 목자 라몽으로부터 판의 신이 님프 시링크스와의 사랑을 떠올리며 클로에를 구해왔음을 들은 클로에는 플룻의 애수 띤 이국적인 선율에 맞추어 판과 시링크스의 전설을 전아하게 춤춘다.  상쾌한 아침이 찾아온 가운데 다프니스는 님프의 제단을 향해 둘의 사랑을 맹세한다. 그러자 처녀들이 나타나 탬버린을 치며 춤추고, 다시 남자들이 나타나 춤추면서 환희의 난무가 시작된다.

제3곡 일동의 춤 (Dance grandrale)
작은 클라리넷이 주제를 연주하고 독특한 리듬의 곡이 시작되는데, 처음에는 억제되고 있었던 감정도 마침내 도취된 것처럼 고조되어 현이 표현하는 환희의 주제도 섞이면서 곡은 물결치듯 클라이맥스로 향한다.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주제가 둘의 사랑을 확인하듯 높이 노래되고 끓어오르는 듯이 급히 다가오는 리듬의 광란 속에 환희의 절정을 이루면서 곡을 마친다.

◈ 출연자소개

아시아가 배출한 최고의 거장 정명훈

1974년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한국인 최초로 피아노 부문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등단한 정명훈은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출발하여 지휘자로서 거듭난다. 유럽 최정상 오케스트라들과의 정기연주회에 이어 정상급 북미 오케스트라의 객원 지휘자로 활동했고 1986년 <시몬 보카네그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데뷔하여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이탈리아 비평가 선정의 `프레미오 아비아티 (Premio Abbiati)'상과 `아르투로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상'을 받는 등 외국 지휘자로는 전례 없는 뜨거운 사랑과 격찬을 받고 있다.
'89년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 재직 당시의 개관 기념작 <트로이 사람들>이 세계 음악계의 격찬을 받은 데 이어 프랑스 극장 및 비평가 협회의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 '92년에는 그의 공헌을 기리는 프랑스 정부의 `레종 도 뇌르' 훈장을 받았다.

1990년부터 도이치 그라모폰의 전속 아티스트로서 2002년까지 활동하며 세계적인 음반상들을 휩쓸었는데 그 중에는 <투랑갈리라 교향곡> <피안의 빛> <그리스도의 승천> <세헤라자데>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불새 모음곡> <오텔로> 등 수없이 많은 걸작이 있다. '95년 이후 프랑스 음악인들이 선정하는 '클래식 음악 승리상'에서 최고 지휘자상을 포함, 3개 부문을 석권했을 뿐만 아니라 메시앙이 직접 헌정하여 화제를 모은 <4중주를 위한 협주곡>녹음도 주요 업적 중 빼놓을 수 없다.
또한 피아노 연주자로 참여해 바르톨리와 함께 녹음한  <사랑의 노래>가, 바스티유 오케스트라 연주의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과 동시에 모두 르몽드지의 우수 음반에 선정되는 이변을 낳기도 하였다. 최근 들어(2002년)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영적인 지휘자(Chef spirituel)’라고 평하기도 하였다.

일본에서는 '올해 최고의 연주회'로 선정된 '95년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일본 데뷔 공연과 일본 클래식 최고의 공연을 기록한 '96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 그가 특별예술고문을 수락하며 연주한 2001 도쿄필하모닉과의 연주 등으로 정명훈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95년 유네스코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고 음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문화훈장 '금관훈장'을 받았다. '96~’99년과 `00~`03년에는 한국 명예 문화대사로 임명되어 활동하였으며, 2004년 3월부터 2006년 3월까지 문화홍보외교사절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 국내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실시한, 5대 문화예술부문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음악분야 최고의 대표예술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2003년 역대 수상자 중 최초로 권위 있는 프랑스 “클래식 음악 승리상”을 ‘95년에 이어 두 번 째 수상하였다.

정명훈은 최근 해외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2005년 4월에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Dresden Staatskapelle)를 이끌고 베토벤 교향곡 프로그램으로 미국 투어 공연을 가졌다. 7일 Symphony Center에서 정명훈이 연주한 “전원”과 “영웅”교향곡은 “마치 벨벳과 같은 부드러운 깊이와 음색으로 슈타츠카펠레의 뛰어난 음악 전통을 더욱 새롭게 활짝 꽃피웠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정명훈은 또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말러 교향곡 전곡연주를 진행하였는데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에서는 이번 말러 교향곡 연주를 ‘음악계의 일대 사건’으로 다룬바 있으며 세계 음악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997년 1월 아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창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를 맡았고, 2000년 5월부터 프랑스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 및 상임지휘자, 2001년 4월부터 일본의 도쿄필하모닉의 특별 예술고문이며, 그리고 2006년 1월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다.

스베틀린 루세브, 바이올린

1976년 불가리아에서 태어난 스베틀린 루세브는 루세의 음악학교에서 그의 어머니와 음악 공부를 시작했고, 1991년 파리 음악원에 입학해서 제랄드 풀레, 데비 얼리히, 쟝-쟈크 칸토로우를 사사했다.
1994년 심사위원 만장 일치로 바이올린 최우수상과 챔버 음악 일등상을 수상한 뒤, 2000년에는 ADAMI으로부터 “올해의 발굴상”을 수상하고, 2001년에는 나텍시-방퀘 포퓔레어 기업 재단에서 지원을 약속받는다.

스베틀린은 오버녜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거친 후, 현재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베틀린은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쿨(미국), 마거리뜨 롱-쨔크 티보 콩쿨(호주)등의 많은 국제 콩쿨에서 입상했고, 2001년 5월에는 일본에서 열린 센다이 국제 콩쿨에서 특별 관객상과 바흐 콘체르토의 최우수 해석으로 특별상을 수상했다.
스베틀린 루세브는 리온 플라이셔, 예후디 메뉴힌, 유조 토야마, 마렉 야노브스키, 레이몬 레빠드, 존 악셀로드, 아리 반 비크와 프랑소와 자비에 로스등의 여러 위대한 지휘자들 밑에서 연주해 왔고,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뽀와투-샤랑태 오케스트라, 오버녜 오케스트라, 인디애나폴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몽테비데오 필하모닉, 센다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솔로로 연주했다.

또한 라디오-프랑스 몽펠리에, 쉴리-쉬-로와르, 금호(핀란드), 라 로크 단떼론, 렘뻬리, 라 베세르, 오랑제리 드 쇼 등의 많은 페스티발에 참가 했으며 “레 끌라시끄 드 발 디세러” 페스티발을 주관했다.
스베틀린 루세브는 탕귀시모 밴드와 함께 탱고 음악 연주도 하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삼중주의 단원이다.
피아니스트 엘레나 로자노바와 함께 한 판쵸 블라이구에로프 곡들의 성공적인 녹음에 이어 아리 반 비크 지휘로 오버녜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칼 아마데우스 하트만 곡의 “콘체르토 퓌네브레” 녹음이 최근 발매 되었다.

서울 시립 교향 악단 

세계적 교향악단을 목표로 2005년 6월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태어난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마에스트로 정명훈을 예술고문으로 영입하여 오케스트라의 기본과 방향을 새로이 정립하고, 단원 전면 오디션을 통해 최고의 기량을 갖춘 연주자들로 조직을 재구성했다. 또한, 전문 기업경영인 출신의 이팔성 대표이사와 10여명의 국내외 전문 인력으로 사무국을 구성하여 공연 전반에 걸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활동의 기반을 마련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역사는 1945년 계정식, 현제명, 김성태를 중심으로 설립된 고려교향악단에서 연원한다. 1945년 10월 계정식의 지휘로 창단연주회를 가진 고려교향악단은 1948년 10월 제26회 정기공연을 끝으로 중단되었다. 한편, 1948년 1월 김생려를 중심으로 창단된 서울교향악단은 김성태의 지휘로 창단 공연을 가진 후 롤푸 자코비와 김생려가 지휘봉을 들었다. 1949년 <필하모니>라는 음악잡지까지 만들었던 이 교향악단이 사라지게 된 것은 한국전쟁 때문이다. 그러나, 1950년 11월 해군은 해군정훈음악대를 조직하여 이 명맥은 이어졌고 시 공관에서 제1회 연주회를 개최하게 된다. 이 오케스트라는 1954년 해군교향악단으로 개칭되었고, 결국 1957년 8월 1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창단되기에 이른다.

김생려가 초대 상임지휘자로 재직한 1957년부터 1961년까지의 시기의 서울시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당시로서는 실험적인 레퍼토리와 훌륭한 연주를 통해 한국 교향악단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2대 지휘자 김만복(1961-69)은 미국에서 지휘를 전공하고 돌아온 전문 지휘자로서 수많은 작품을 한국 초연하는 한편, 국내 창작곡도 공연하는 등 많은 공로를 남겼다. 3대 지휘자 원경수 이후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정재동은 1974년부터 1990년까지 오랜 기간동안 서울시향과 호흡하면서 안정된 앙상블을 선보였으며, 이후 박은성(1991-92), 원경수(1994-96), 마르크 에름레르(2000-2002) 등의 지휘자가 서울시향과 함께 하였다.
서울시향은 넓은 레퍼토리와 세련된 앙상블을 자랑한 정기연주회 이외에도 많은 공연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사랑받았다. <범세대음악회>를 통해 국내작곡가에게 곡을 위촉, 초연함으로써 국내 창작곡의 기반을 넓히는 한편 세대를 뛰어넘어 호흡할 수 있는 음악을 관객들에게 제공하였고, 서울시향이 한국에 정착시킨 <팝스 콘서트>는 여름의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시원한 청량제를 제공하였다. 56년부터 시작된 <소년소녀 협주회>는 정경화, 백건우, 정명화, 이경숙, 강동석에서 최희연과 양성원, 장한나에 이르기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들 대부분을 배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서울시향은 많은 해외공연을 통해 한국의 교향악 수준을 널리 알렸는데, 특히 1982년과 1986년 미국 순회연주, 1988년 유럽 16개 도시 순회연주 등을 통해 음악의 본고장에서 인정받았다.
세계무대에 우리민족의 예술성과 저력을 확인시키며, 세계적 문화도시 서울의 상징으로, 나아가 대한민국의 자부심으로 자리매김할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최고의 기량과 완벽한 앙상블, 그리고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정성과 마음으로 항상 시민과 함께, 국민과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다.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 대한민국 교향악단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이름이다.

 

 

[공연후기]

 

이제 정명훈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것 같다.

그의 연주가 있는 날은 매번 거의 합창석까지 꽉 차는 걸로 봐서~

그리고 그가 입장할때의 우뢰와 같은 환호 소리로 봐서~

이 모든것이 무엇보다 서울시향의 연주 실력이 두드러졌음을 실감하기 때문일것이다.

 

오늘은 무엇보다 프랑스 수교 120주년을 기념하는...연주가 끝나고 앵콜 연주를 하기 직전에

그가 말했듯이 프랑스에서 지휘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한 그로선 참으로 뜻깊은 날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프로그램도 전곡이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작품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순서가 바뀌어서 1부 첫곡 라발스와 3번째곡 볼레로가 바뀌어서 연주가 될것이라고 방송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1부 휘날레를 장식하기엔, 그리고 첫곡의 서두를 열기에 이 순서가 바뀌는 것이 훨씬 좋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홀에 적막이 찾아들때까지 지휘자는 기다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지휘자도 연주자도 ...아무도 연주하지 않는것 같은데 ....

어디선가 들릴 듯 말듯....작은 북의 리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늬때는 당연히 맨 뒷자리에서 있어야 할 작은 북이 한 가운데서....

볼레로 곡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될 ...그 가장 여린음을 내면서 모든 객석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이내 플룻의 감미로운 선율이 무대를 감싸고,

이어서 클라리넷,오보에,트럼펫,트롬본,호른,피콜로........

유난히도 많이 편성된 관악기들이 돌아가면서 주제를 반복 연주했다.

 

리듬도 주제도 같으면서 조금씩 달라져 가는 음색.....

다른 음악과 판이하게 다른것은 바이올린이 쉬고 있다는것.

비올라와 첼로가 소리없이 피치카토로 받쳐주고 있을 뿐이다.

이 반복되는 리듬은 이렇게 점점 크레센도 되가며 그 무게로 객석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어느순간...웅장함이 느껴져왔다.

콘트라 베이스가 합류를 한것이다.

무게와 속도와 크기는 점점 세어져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활약한 팀파니의 속도와 크기도 세어졌다.

이렇게 작은북과 팀파니가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되는 곡이 또 있을까.....

더이상 ...한계가 느껴질 즈음 심벌즈, 큰북등이 합세해서 곡의 휘날레를 장식했다.

너무나 멋진곡이란 생각이 클라이막스까지 갔을때 연주도 끝나면서 일제히 환호도 터졌다.

 

 

두번째곡....찌간느.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스베들린 드세브>가 지휘자와 함께 나왔다.

유난히 크기가 작은 바이올린을 가지고 있었는데, 곡 자체도 감미롭지만 연주도 소리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현이 끊어질듯한 실낱같은 최고음....

현란한 피치카토...

함께 현란함을 더해주는 하프...

현악기의 흐름속에 혜성같이 등장하는 관악기들....

마치 파가니니의 현란함을 듣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세번째....라발스.

적막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대엔 한명의 발레리나가 춤을 추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내 또 한명...두명...세명....

어느새 무대엔 발레리나로 꽉 찼다...

그들의 춤은 점점 격렬해진다.

이상하게도 멀마전에도 이 <라발스>를 연주했었는데, 그때와는 느낌이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때는 불협화음적인 요소와 타악기의 현란함에 귀가 솔깃했었는데, 오늘은 눈이 즐겁다.

아마 첫곡 <볼레로>의 인상이 너무 강하게 박혔는 지.....

그 느낌 그대로 라발스에서도 쓸쓸함과 함께 감미롭고도 아름다운...그러면서도 사람을 강하게 빨아들이는 마력같은...

1부 휘날레는 강하게 ...모든 타악기가 총 동원되어 끝을 맺었다.

마치 연주가 끝난것처럼 객석은 환호했다.

 

인터미션 시간에 일숙언니와 만나 좌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면서 오늘은....엊그제와 같은 비극아닌 비극이 일어나선 안되지~하며 다시 한번 웃고는 서둘러 홀로 들어갔다.

 

 

 다프니스와 클로에...

찌간느 연주를 했던 바이올리니스트가 악장자리에 앉았다.

역시 발레곡 답게 아름다운 연주는 1부에 이어서 계속되었다.

현악기는 두드러지지 않게 흘렀고, 마치 프리마돈나의 솔로 연기를 보듯.....

플룻의 독주는 계속되었다..

얼마동안 그렇게 프리마돈나의 춤속에 빠졌었을까...

또다른 감미로움이 무대를 메워왔다,

바이올린의 독주....하프 선율....

전반적을 현악기의 두드러짐보다는 목관악기의 두드러짐으로 ....마치 목관악기가  무용수이듯  춤을 추는

모습으로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라 전원이 느껴지고 그속에서 춤을 추는 발레리나가 연상되었다.

유난히 아름답고 감미로운 플룻연주....

며칠전 서울시향 수석주자들로 결성된 앙상블연주에서 저 플루티스트가 감기가 걸려서 무대에서 기침을 심하게 해서 분심을 잔뜩들게 했던 연주자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곡이 점점 끝나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타악기들의 합세... 트라이앵글과 탬버린, 자루가 달린 캐스터네츠가 현란하게 춤추듯 울린다.

내려놨던 망원경을 다시 들여다 보니,

트라이앵글과 캐스터네츠를 함께 연주하는 연주자의 몰입이  장난아니다.

크기가 모두 다른 북채가 여행가방에 한가득 들어있는 팀파니도 작은 북도....

이젠 발레가 아니라, 플라멩코를 춰야 될것만 같은 느낌....^^

 

그렇게 연주는 끝이 났다.

 

앵콜연주도 매번 준비해서 우리에게 더욱 감동과 기쁨을 주는 정명훈....

오늘도 여지없이 감동으로 가득 채워 온 연주회였다.

 

2006.8.27.

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