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무용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 차이코프스키. 2006. 6.2. LG아트

나베가 2006. 6. 5. 08:35

 

 

 


*** '차이코프스키 - 미스터리한 삶과 죽음' (6.1~6.2)


2001년 내한공연시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감동과 오랜 여운을 남기며 LG아트센터 설문조사 결과 가장 다시보고 싶은 작품 1위로 뽑힌 걸작.
러시아의 천재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창작의 압박과 고뇌, 그리고 남들에게 밝힐 수 없는 동성 연애자로서의 욕망… 그의 내면적 갈등이 그와 그의 분신간의 대립을 통해 긴장감 넘치게 표출된다. 러시아 최고 권위의 예술상인 ‘골든 마스크’ 수상작이자, 에이프만의 작품세계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그의 대표작이다.


"에이프만은 소설적인 드라마와 시적인 환상이 어우러진,
그만의 작품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발레라기보다'잘 만든 연극 한 편을 봤다'는 느낌이 드는것도 이 때문이다.
무대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차이코프스키와 분신의 2인무는
무중력상태의 부유(浮遊)와도 같았다."
-중앙일보(2001.6.1)

 
시놉시스...1막.
 
위대한 작곡가가그의 삶을 끝내려 하고 있다. 마지막 힘이 다하면서 살아오는 내내 그를 괴롭게 했던 많은 이미지들을 떠올리며 자신과의 대화를 계속한다. 그의 곁에 있는 친구와  친척들은 그의 생명을 조금 더 연장하려고 그를 격려하지만, 그 어떤 것도 운명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상트 페테르부르그의 비 속에서 쓸쓸하게 서있는 고독한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에게 바로니스 폰 멕 남작부인이 다가와 걱정과 염려에 가득한 시선으로 우산을 씌워준다. 그녀의 친절함은 그에게 있어 유일한 안식처이다. 환각 속에서 살고 있는 그의 삶은 고통으로 가득차 있다. 현실로 돌아왔을 때 그는 '밀유코바'라는 여인을 알게 된다.
차이코프스키는 극도의 집중이 계속되자 신경쇠약에 가까운 증세를 나타낸다. '흑조'로 상징되는 검은 상념은 그의 마음을 황폐화시킨다. 오로지 [백조의 호수] 같은 창조적인 음악작업만이 평화와  조화를 찾고자 갈망하는 차이코프스키의 영혼에 영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신비한 감정, 즉 동성애의 사랑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현실 속에서 밀유코바는 그를 다시 한 번 음악작업의 세계로 무자비하게 밀어 넣는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언제나 그의 곁에 '어떤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의 운명이자 분신. 다면적인 특성을 가진 그 사람은 잔인하게 그의 내적 고통을 폭로 한다. 천사이기도 하고 악마이기도 한 이 분신은 작곡가의 영혼에 고통과 행복 모두를 보여준다. 환각 속에서 열정이 회오리 치는 가운데 '흑조'가 '백조' 를 몰아낸다. 쥐처럼 생긴 얼굴들이 가깝게 지내던 여성들과 겹쳐 나타난다.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 되었다. 그러나 혼란 속에서도 작곡가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창조물인 왕자를 지켜낸다.
 
 

 

 

 

그는 동성애적인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곡가의 열정으로 만들어 낸 왕자도 자신의 인생을 가지고 자신만의 길을 향해 떠나고 작곡가는 또다시 독백과 함께 현실 속에 남겨진다. 미치기 바로 직전에 있는 그를 구한 것은 폰 멕 남작부인의 편지이다.

편지는 그를 다시 일에 몰두하게 만든다. 현실에서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그의 재능은 찬사를  받는다.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타인과의 조화로움을 느끼는 순간은 짧고 덧없다. 밀유코바의 불만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당시 금기시되고 경멸받는 동성애의 유혹에서 등을 돌려야만 한다는 고통은 점점 더 견디기 어려워진다.

 

 

 

자아를 버리고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 그리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그에게 있어 고문과도 같은 것이며 오직 죽음만이 그를 해방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구원받고자 하는 의지력조차 없었다. 그를 구해낸 것이 폰멕 남작부인의 손길이었는 지, 그 자신의 작품 창작에의 의지였는 지 모르나, 그는 다시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결심하게 되고, 이러한 선택으로 인해 그는 더욱 가혹한 나날로 접어들게  된다. 그는 결국 밀류코바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그러나 혼례식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그의 육체를 옭아메고 마음을 억압하는 것이었다.

 

 

 

시놉시스 2막...

 

다시 음악은 연주된다. 남녀 한쌍이 춤을 춘다. 만남과 이별, 정욕과 열정, 사람들에게는 제 각각의 인생과 운명이 있다. 폰 멕 남작부인은 차이코프스키를 신처럼 받들며 그를 후원하고. 이렇게 천재 예술가� 창작에 도움을 주는것이 그녀에게 있어 행복이다. 하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고독으로 괴로워한다. 또한 부인의 그러한 숭배는 차이코프스키에게 있어 지옥과 같은 괴로움이 되기도 한다. 인생과 창작과의 영원한 대립. 창작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그이지만, 현실에서는 도저히 융합할 수 없다. 아름다운 남자에게 끌리는 그의 동성애적인 욕망은 시대의 도덕과 대치하고, 그러한 욕망을 느낀다는 것 그리고 욕망이 발각되는 것 모두를 그는 참을 수가 없다. 그는 [백조의 호수] 의 왕자와 같이 여성의 품으로 돌아간다.

 

 

 

고독이야말로 그의 운명...폰 멕 남작부인의 정신적, 물질적 지원은 차이코프스키에게 현실적인 삶을 영유할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한다. 그러나 부자의 변덕에 의존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굴욕적인가.

시혜에는 항상 대가가 주어지는 법! 사랑에 �주린 불행한 부인 밀유코바는 이제 거의 미쳐서 비열한 욕망의 노예가 된다. 차이코프스키를 환각과도 같은 세상으로 인도할 매력 넘치느 도박판. 도박은 부를 낳기도 하지만, 인간를 한 순간에 파멸시키기도 한다. 세상은 도박판의 크기로 축소된다. 모든것을 잊는 순간. 그러나 승리의 바퀴는 회전해 갈뿐. 그리고 승리는 언제나 스페이드의 여왕이다. 편지를 통한 대화도 끊어졌다. 폰 멕 남작부인에게 보내는 고백의 편지. 그의 영혼이 산산이 부서져 한 팩의 카드들처럼 낱낱이 떨어진다.

 

구원은 곧 죽음이다!

영원을 향한 전진!

 

 

 

공연 후기....

 

LG아트 센터 설문조사에서 가장 다시 보고 싶은 작품 1위로 뽑힌 걸작이라더니...

홀에 들어가니, 아무리 매진이라고 하더라도 몇 자리쯤은 빈좌석이 있기 마련인데,  단 한자리도 빈좌석이 없다.

첫번째 작품 [돈주앙과 몰리에르] 도 기가 턱 하고 막힐지경이었는데....

설레임이 증폭되었다.

 

막이 오르고 무대에 불이 밝혀졌다.

침대에 고뇌하는 그...차이콥스키가 누워있고 주변에 사람들로 둘러싸여있다.

그리고 뒤에서 위로 치솟듯 여인이 나타났다.

연기같은것이 피어 오르고, 베일에 쌓인 듯 마스크를 쓴... 보라색 의상을 입은 이 여인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환상이었다.

시작부터가 가슴에 전율이 인다.

 

위대한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고뇌는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침대에서 어느 한 순간...

그의 분신이 솟아 올랐다.

아~~이 장면.....

나는 숨이 턱 하고 막힘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아니, 자신과의 내면의 갈등 묘사가 어찌나 아름답고 처절하게 묘사되는 지.....

지난번 돈주앙으로 나왔던 Alexe Turko 의 깍아놓은 듯한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연기와 그의 춤은 또한번...아니, 지난번 보다 더욱 내가슴에서 요동을 치게 만들었다.

 

그의 고뇌가 얼마나 처절한 지....

그 고뇌를 표현하는 그들의 몸짓이 차라리 너무나 아름다워 전율했고,

때론 마치 동성애에 휘둘린 듯 서로에게 몰입되어 사랑하는 모습에 또한 전율했다.

어쩌면 남자의 육체로 표현되는 이 사랑의 모습이 이다지도 전율케 할수 있을까....

여자와 남자가 함께 표현하는 그것보다 훨씬 더 깊고 깊어서 차라리 아팠다.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 말유코바의 연기와 춤도 대단했다.

 

나는 고통이....

차이콥스키로 하여금 이렇듯 위대한 음악을 만들게 했고, 그 아름다움과 위대함은 거기서 머물지 않고 또다른 천재로 하여금 또다른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낳게 만들었음에 감동했다.

 

어느 장면 하나 놓칠 수 없었다.

특히 솔로나 2인무에선 한순간도 망원경에서 시선을 뗄수가 없었다.

그들의 표정연기를 놓쳐서는 안되었기 때문이다.

 

역시 재공연이 될만큼....아니, 재공연에 사람들이 목말라 할만큼...정말 대단한 무대였다.

그들의 천부적 연기, 타고난 육체의 아름다움, 화려하고 너무나 아름답고 세련된 의상...

그들의 몸과 의상으로 만들어 내는 또 다른 형상의 아름다움...

환상적 조명,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무대�트- 반볼록 거울처럼 원형거울을 무대 천정까지 닿게 액자처럼 해서 무대위에서 춤추는 장면이 또 다른 모습으로 비추이게 만든 -

 

나는 그들의 춤도 기가 막혔지만 그들의 몸이 너무나 기가 막히게 아름다워서 우리나라의 꿈나무들이 아예 좌절할까봐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지난번 [돈주앙과 몰리에르] 보다도 작품성이나 예술성에 더 완성도가 있게 느껴졌다.

 

사람들은 커튼콜을 연신해대고 환호했다.

보리스 에이프만이 나왔을때 사람들은 거의 대다수가 기립하여 답례했다.

 

나는 생각했다.

고통이 수반되어야만 아름다움이 탄생할 수 있다는것을...

세상에 수많은 아름다움과 감동을 남기고 간 수많은 천재들의 삶이 대부분 고통과 좌절속에서 살았음을....

그들의 보석같은 작품들이 그들의 천재성만으로 쉽게 이루어 낸것이 아니란것을....

얼마나 많은것을 포기하고...

얼마나 힘든 자기와의 고뇌속에서 탄생된것들임을...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음악가들의 삶의 무게와 그들의 피나는 노력을 읽었기에 더욱 이작품이 가슴을 에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에밀레 종이 어린 생명의 죽음속에서 아름다운 종소리를 내었던 것 처럼...

세상에 남아 우리들의 영혼을 맑게 해주고 아름다움이 뭔가를 깨닫게 해주는 것들은

어쩌면 그들의 생명을 담보로 태어난것인 지도 모를일이다.

 

 


 

 

01. Andante - Allegro Con Anima

 

02. Andante Cantabile, Con Alcuna Licenza

 

03. Valse. Allegro Moderato

 

  

04. Finale. Andante Maestoso - Allegro Vivace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