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후기....]
2006.4.30 부터 2006.5.7 폐막공연까지....
이번 2006년 서울 스프링 페스티발엔 큰맘 먹고 시간이 허락하는데로 동참하기로 맘을 먹었었다.
4월 30일.- 세대차를 넘어서 1- 을 필두로 나의 이 화려한 외출은 시작되었다.
떠오르는 별로 벌써부터 기대를 주었던 손열음의 연주를 보았고, 더불어 김선욱군도 알게 된 설레는 공연이었다.
더없이 평온하고 드넓은 대평원의 느낌을 갖게한 로망귀요의 클라리넷 연주속에 흠뻑 젖었던 날이기도 했다.
두번째....5월 4일 -Latin Flavour...라틴 그 열정 속으로.-
정신없이 바쁜 일상속에서 4일 이란 날짜는 어느덧 성큼 와 있었다.
프로그램을 접하고 가장 눈길을 먼저 끌었던 것이
'열정' 이라는 단어때문 이었으리라.
단어만으로도 호기심과 충동을 일으키는...
스페인, 그라나도스, 사라사테 ,남미, 정열, 이탈리아 칸초네, ...
이날의 공연은 기대이상으로 흥분과 열정을 안겨준 날이었다.
특히 그 열정적이고 섬세한 '알바로 피에리'의 연주는 기타연주회를 처음 접한 나로서는 가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특히나 보케리니의 '기타 5중주 '판당고' D장조' 를 들으면서는 어찌나 기타선율이 다른 클래식 악기들과 그렇게도 잘 어울리는 지....내심 탄성을 자아낸 새로운 경험이었다.
세번째...5월 6일 낮공연...Juillard in Seoul -줄리어드 현악 4중주단.
네번째...5월 6일 저녁공연....프랑스의 밤.
이틀사이로 페스티발이 막바지에 다달았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유난히도 할일이 겹쳐서, 비도 오는데 아침부터 총총 뛰어 다니느라 정신 없었던 날이기도 했다.
그래도 봄날의 들뜬기분을 한풀 가라 앉히기도 할겸 이런 날 커피 한잔에 실내악을 연거푸 두번이나 접할수 있다는 것은 더없이 흥분되는 일이기도 했다.
60년 전통의 세계적 실내악단...
그들을 이 작은 공간에서 눈앞 가까이서 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니, 그 이름만으로도 시작부터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냥... 내 몸은 그 아름다운 선율에 실려져서 한마리 나비 처럼 날아 다녔다.
낮 공연이 끝나고 이어지는 저녁 공연..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으로만 프로그램이 구성되어서 이름 부쳐진 '프랑스의 밤'
로비엔 벌써 사람들로 가득했고 나처럼 낮 공연에 연 이어서 보려는 사람들도 꽤 되는것 처럼 보였다.
시간의 틈이 꽤 여유로울거라는 생각과은 달리 크로와상과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니, 저녁 공연을 알리는 시작 종이 울렸다.
여늬때 보다도 유난히 더 정갈하게 느껴지는 김대진씨의 오늘 연주의 해설이 이어졌다.
다른 연주회와는 달리 시작 전에 프로그램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왠지 더 푸근하고 정감있게 느껴졌던것도 사실이었다.
쉽게 연주를 접할 수 없는 '오보에 소나타'를 들을 수 있었고 , 김대진씨의 해설에서 들은 바와 같이 더불베이스와 트럼펫이 함께한 '생상의 7중주 Eb장조 작품 65'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아주 귀한 시간이었다.
플푸티스트 이혜경씨가 몸이 아퍼서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대신 김대진씨와 김선욱군의 스승과 제자간의 사랑스런 듀오 연주를 들을수 있어서 느낌이 참 좋았다.
이제 드디어 5월 7일, 폐막공연..
제목도 특이한 100, 150, & 250 - 모짤트,슈만, 쇼스타코비치& 안익태.
휴일이라서 평소보단 교통이 잘 뚫려 빨리 갈것이라고 생각해 여유를 가진것이...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의 축제때문에 도로가 꽉 막혀 평생에 버스 기사 아저씨한테 중간에서 내려달라는 부탁을 하는 이변을 속출하면서 달려갔던 공연...
이번 공연 내내 유난히 평온함을 주었던 로망귀요의 클라리넷 소리가 모짤트의 곡으로 헐떡였던 내 맘을 가라앉혀 주며 공연은 시작되었다.
수준급 모차르트 연주를 들려준
그러다가 두번째 곡인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5중주 g단조 작품 57' 에서는 폭풍과도 같은 질주를 느끼게 했다.
일제히 움직이는 연주자들의 현란한 활의 속도가...
우~~그 소리의 웅장함까지 가슴속 깊이 들어와 전율을 일으켰다.
안익태의 '한송이 백합화' 의 첼로 연주를 듣고 있노라니 우리나라의 애끓는 애환이 느껴지기도 했다.
‘의미있는 선택’
마지막으로 슈만의 아름다운 피아노 5중주 Eb장조 작품 44 를 들으며 연주자들의 모습에 빠져있다가 문득 피아니스트 한동일씨에 시선이 고정 되자 과거로의 여행은 시작됐다.
탁월한 연주효과가 돋보인 페스티벌의 피날레,
슈만 피아노 5중주
피아니스트 '한동일'
1976년이니까 정말 까마득한 30년 전의 일이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 지방엔 공연장 이라는게 거의 없었던거 같다.
대전의 내가 다니던 학교 강당에서 한동일씨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렸었으니까.
그것도 우리학교에서 리사이틀이 개최된 이유가 우리학교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었기 때문인걸로 알고있다.
그때가 고 3이라서 수업이 끝나고 야간 자습을 할 시간이었는데, 친구와 난 공연을 보기위해 줄을 쭈욱 서 있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친구와 둘이서 작심을 하고 선생님 몰래 빠져나가 줄을 섰지만, 티켓이 없으니 당연히 입장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강당문 밖으로 울려 퍼지는 그 선율에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공연이 끝날때까지 그렇게 연주를 들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자 마자 제일 먼저 연주자에게 달려가 싸인을 받아왔다. 외국인인 그 부인에게까지도 -
다음날 담임 선생님께 불려나가 된통 혼나고 벌을 섰던 ...아프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아름다운 추억이... 뜬금없이 묻어났다. 후후후^^
불과 30년전 일인데....최근들어 부쩍 지방에도 공연장들이 많이 들어서고 연주자들도 순회공연을 많이 다니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겐 보고 싶은 공연을 본다는게 꿈같은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딴생각에 젖은 사이 드디어 본 공연은 끝이 났다.
우뢰와 같은 환호 소리와 함께 일제히 무대에 나와 선 연주자들은 서로 얼싸안기도 하고, 어깨에 팔을 둘른 채 서로 격려하고 환호하며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그들의 행복한 모습은 관객에게로 금방 전이되어 우리 모두는 행복에 겨워했다.
그래도 폐막식인데....앵콜이 없을리 없다.
피아노가 한대 더 드리워지고....그날의 출연진 모두는 무대앞에 섰다.
앵콜곡이....
모짩트, 슈만, 쇼스타코비치 100, 150, 250 주년 생일 축하곡이라고.
엄청나지 않은가??
흥겨운 앙코르 ‘해피 버스
데이’
우리 모두는 웃었다.
너무나 경쾌하고 아름다운 생일 축하곡.
김대진씨 곁에 서서 다정한 모습으로 리듬을 타던 한동일씨...급기야 서로 정신없이 자리를 바꾸어 가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땜에 우리 모두는 또 웃었다.
이어진 탱고리듬에 조영창씨가 첼로를 앞뒤로 움직이며 탱고 스텝을 밟아, 이제 모두는 웃음 보따리를 풀어놔야 했다.
"아~~이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순간 떠올랐다.
이번 페스티발의 주제는
'우정' 과 '행복' 이었어.
그들의 우정으로 이번 페스티발을 일구워냈고, 이곳에 참여한 우리 모두는 행복할수 있었다.
이런 좋은 무대가 일년 내내 계속될 수는 없을까…
커피 한잔과 케잌 한조각 값으로 이렇게 풍성한 페스티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흥분했고, 마음의 부자가 된 느낌이었는데...이처럼 큰 행복까지 가지고 가다니.....
비온뒤의 호암아트홀 주변의 청명함 만큼이나 내 마음도 더러움이 말끔히 씻겨나간 그런 맑디 맑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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