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한 지 3개월 되었다는 모텔이 너무도 깨끗하고 시설도 호텔급이어서 아주~ 기분 좋은 밤을 보냈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이제 중부지방으로 올라왔는 지, 계속 올 분위기였다.
" 자기야, 이 주변에 낚시할데 없어? 그냥 가면 섭섭하잖아."
" 비오는데 뭘..."
" 비오는 날 낚시 더 잘되는 거 아냐?"
남편의 얼굴에서 화색이 돌았다.
경부 고속도로를 달려서 천안에서 빠져서 아산쪽으로 가다가 음봉에 있는 대동지로 갔다.
"이서방 현장이 여기 근처야. 나랑 같이 여기에 오는거야."
시누남편에게 신이나서 전화를 했다.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쳤다.
" 나보고 미쳤다고 하겠지? 이렇게 비오는데 낚시하러 왔다구~"
" 아니~ 혼자 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랑 같이 와서 데이트 온 줄 알거야. 방갈로도 있
는데 어때."
다행히 저수지에 도착하니, 비가 그쳤다.
남편은 방갈로에 들어가지 않고, 그냥 저수지 가의 한 좌대에 자리를 잡았다.
낚시대를 펼치고...열심히 낚시밥을 요리하기 시작했다.
" 히히...당신 요리사같네."
" 야~정말 낚시밥에 신경쓰는 사람은 아주 목숨걸어."
" 어떻게? 저울로...계량스푼으로 막~재면서 해?"
" 응. 진짜~저울로 재면서 한다니까~ "
푸하하하......
그의 옆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산으로 포옥 둘러쌓여 있는 것이 너무도 평화로워 보였다.
무주 리조트의 그 화려함과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에서 빨리 나오고 싶어하는...
낚시를 갔다온 날은 밤을 새고도 쌩쌩하게 돌아와서 비디오도 한 두편쯤 보는....
그런 그이를 잠깐동안 이었지만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다.
하늘, 물, 나....
그것만이 있을 뿐이라는 남편의 말이 ....
오로지 낚시대에 몰입하고 있다가 불현듯 낚시찌가 쑤~욱하고 올라올 때.....그 자체가 예술이라고했던...
신기하게도 정말 아무 이유없이 그렇게 느껴졌다.
맘이 한없이 평화로웠다.
어쩌면 남편의 그 순진무구한 평화로운 모습때문이었는 지도 몰랐다.
"자기야, 이게 뭐야?"
" 소금쟁이"
좌대 주변으로 수많은 소금쟁이들이 떠다니며, 지네들끼리 부딪히고 쫓아가고...난리를 피웠다.
제네들, 지금 뭐하고 있는걸까? 싸우고 있는걸까? 장난치고 있는걸까?
아님 사랑하고 있는 걸까?
아주 미물인 제네들 삶의 모습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들 삶의 모습을 잠시 겹쳐보았다.
" 자기야, 저건 뭐야?"
" 왜가리."
" 와~자기야. 저건 뭐야?"
" 백로"
" 와~~자기는 어떻게 이런걸 다알아?"
순간 뭉크그림을 고호가 그린거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나왔다.
그래... 뭉크그림이든 고호그림이든 무슨 상관이야. 중요한건 '관심'이지....
질문에 끝없이 대답해 주는것...
사랑한다는 것은 관심을 가져주는 일이다.
관심....
사랑....
두 단어가 한동안 가슴속에서 메아리쳐 퍼졌다.
촉촉히 젖은 푸르른 숲....
벌레, 오리, 나뭇잎, 백로, 왜가리, 나룻배, 바람, 던지는 낚시바늘.....
이 모든것들이 저수지를 가만 놔두질 않았다.
수많은 파문을 만들어 퍼뜨리고, 너무나 아름다운 물결을 일으켰다.
멀리서 한마리의 오리가 둥둥 떠다니는게 보였다.
"어머~ 오리가 어찌 혼자일까? "
동물의 특성상 한마리만 보이는게 안타깝게 느껴졌다.
" 아냐~ 저기 많이 있잖아. 물속에 들어가서 그래."
그러고 보니 여기 저기서 오리가 튀어 나오고 있었다.
"어머~ 난 오리는 떠다니면서 고개만 집어넣고 먹이를 먹는 줄 알았더니....
물속에 저렇게 오래 들어가 있네~~아유~~귀여워라!."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저수지 안에 하늘과 산들이....지나가는 자동차 불빛까지 그대로 담겨졌다.
낚시찌에도 초록색의 야광빛이 달려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얼마전 진부의 하늘을 보고, 남편이 저수지를 , 낚시를 말했던 것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다.
하늘빛, 구름들, 반짝이는 별빛, 저수지 가를 둘러치고 있는 검은 빛의 산들...
저수지는 그대로 하늘이었다.
멍석에 누워 별과 달이 어우러져 훤히 비치는 밝은 하늘을 보고 저수지가 생각나는 것은 낚시꾼에게 너무나 당연한것 처럼 생각들었다.
하나서 부터 열까지 남편의 그 행동과 마음이 그대로 내게 전해져 오는 느낌이었다.
흐린 날씨탓에 달빛이 없다고...이런날 낚시가 잘된다고... 남편은 흥이 나있었다.
거기다 낚시의 단짝인 셋째 시누 남편까지 합세를 했으니....
메시지로 이것 저것 사오라고 여우, 엄포...를 떨었더니...
한보따리를 사가지고 와서는,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메시지를 받은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과자를 많이 사 보기도 처음이라고 했다. 히히히...
낚시터 식당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시누이 남편은 연신 닭고기를 내 그릇에 떠 넣어주며, 잘먹어서 좋다구....
낚시터에서도 편안한 의자를 내게 내주고 자긴 조그만 간이 의자에 앉아서 했다.
그 자상함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낚시꾼들이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다이를 타느라 나룻배가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주변의 경치와 어우러져서 너무나 낭만적으로 보였다.
" 와~ 저 배좀 봐~ 자기야, 나 저 배 타고 싶다. 저 배 타고 왔다 갔다 하면 낚시꾼들한테 쫓겨나?"
" 아저씨한테 가서 태워 달라고 해." ㅋㅋㅋ
" 나... 저 배타고 다이에 배달이나 다닐까?"
갑자기 두 남자가 박장대소를 했다.
" 너무 잘 어울린다~~" 낄낄낄...
내가 말해놓고도 너무 웃겨서 배가 다닐 때마다 말장난은 이어졌다.
남편은 이것 저것 자꾸 심부름을 시켰다.
" 싫어~~"
" 흐흠~~빨리 가서 가져와."
" 싫다니까~아! 그럼 되겠다. 저~기~ 내 생일선물 해주는거 있잖아~ 그거 100%를 채우면
꼭 해주는 거야. 알았지? 10 % ?"
" 알았어....알았어..."
퍼센트는 계속 쌓아졌다.
남편은 어이가 없어하며 껄껄 웃었다.
신바람이 나서 열심히 퍼센트를 올리고 있는 내가 너무 웃겨서 키득 키득 코미디를 했지만..
그런데 정말 우습게도 이렇게 하면 모든게 다 이뤄질것만 같았다.
삶이란 별게 아냐....
아주 작은 말장난으로도 이렇듯 재밌고 부자가 될 수 있잖아?
후후후...
밤이 깊어졌다.
하늘의 구름이 산을 뒤덮으면서 그 모습이 그대로 저수지에 비춰지니...어느것이 하늘이고 산이고 물인지...분간을 할수 없었다.
순간 순간 저수지와 산 사이에 마치 수평선이 생기듯 하얀 실금이 생겼다 없어졌다가....그러다가 또 하얗게 퍼져 나오기도 했다.
정말 꿈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모습에 반해서 나는 한동안을 그것에 몰두했다.
시누 남편은 다음날 회사에 가야하니까 밤늦게 대전...집으로 갔다.
모기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는 차에 올라와서 책을 읽으려다...차안이 훤히 보이기때문에 그냥 의자를 뒤로 재끼고 음악을 들었다. 차창을 통해 느껴오는 밤하늘이 신비로울 지경이었다.
'아!~이게 꿈결같다고 하는 거구나!'
잠깐동안 잠이 들었다가 깼다.
비가 와서 인지...아침이 붉게 터오르는 것이 아니라, 정말이지 새하얗게 다가오고 있었다.
커피를 두잔을 뽑아서 좌대로 내려갔다.
" 많이 잡았어?"
망을 쑤욱 끄집어 내어 잡은 물고기를 보여주었다.
" 아침 안개 보려고 내려왔어."
" 이런날은 안개 안껴. 낮에 더워야 기온차때문에 생기는 거야."
나는 다시 차에 올라와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너무나 아름다운 포구의 모습을, 삶의 모습을..... 시인의 글로 읽는 다는 것은 그 자체가 행복이었다.
욕심이...정말이지 내 가슴속 저 밑바닥에 있는 욕심까지도 모두 없어져 버린듯...맘이 너무나 평화로워졌다.
몇날 며칠이고 이렇게 음악 들으며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나이 들어서 시골에 가서의 삶의 모습이 꿈결처럼 스쳐 지나며 행복한 맘을 일구어 내었다.
'마음이 가난해진다는 것'
이런 마음이 가난해진 걸까? 그래서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신 걸까?
빗줄기가 세차지고 있었다.
그래도 바람이 불지 않아서 낚시하는데는 지장이 없다고 했다.
남편이,,,' 왜 집에 갈 생각을 안 하냐'고 오히려 나한테 묻고 있었다.
후후후...
" 어떻할까?"
우린 잡은 물고기를 정성스레 다시 놓아주었다.
" 자기야, 나 이제부터 당신따라 낚시 올까봐."
휴가 마지막을....
이렇듯 책읽고,낚시하며 보낸것이 이번 휴가의 하이라이트 처럼 느껴졌다.
행복하고, 한없이 편안해 하는 남편의 모습이......
그대로 내게 전염되고 있었다.
2003. 8. 18~19 여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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