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말할까.... 마치도 나를 옭아맨 삶의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리듯 살았던 10월이었든것 같다.
힘들었다고 말할수는 없다.
몸은 힘들었어도 남편과 함께하고, 딸과 함께하고, 또 오랫만에 어머님을 추모하며 온가족이 함께한 행복한 시간들이었으니까.
성지순례도 죽산, 남양성지로 두군데나 갔다왔고, 성체 신심세미나도 받고 있는....그리고 그 어느때보다도 기도와 미사참례에 간절함이 있었으므로 ....
매주 딸에게 갔었고, 언제나 그렇듯이 그 여정은 근사한 여행으로 이어지니까...
너무나 좋았던 화음쳄버 오케스트라 공연(이번 테마는 사랑이었다. 그 유명한 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의 협연은 덤으로 주어진....) 을 비롯해서 상암 경기장에서 있었던 세기의 테너 '호세 카레라스'와 소름이 돋을 만큼 아름답고 노래를 잘하는 '신영옥' 공연을 기막힌 자리에서 봤다는 것과 70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떨림하나 없이 아름다운 감성의 목소리로 우리를 매혹시킨 테너'페터 슈라이더'의 슈베르트의 '가을연가' 전곡 공연을 봤던.....
그리고 아직 남편의 생일과 내 축일이 남아있고, 다음 주일에는 원주에 있는 '베론성지'에서 하루종일 묵상을 할 계획도 있다.
지난 주엔 그다지 아름다운 단풍은 볼 수 없었다.
오랜시간 남편과 가장 작은 공간에서 함께 할 수 있었음과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에서 오는 한가로운 여유를 덤으로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좋았지만....
그런데 이번에 드디어
'구룡령'을 갔었다는 것이다.
지난번 제사때에 식구들이 모여서 낚시 얘기가 나왔는데 내가 한껏 남편의 그 낚시 예찬에 동조를 해줬다는것!
더우기 남편의 멋짐에 대해서 흰머리까지....
모두들 괴성을 질렀지만. 우리 남편 흡족해서 흐느적거리고~
다음날 밤에 장가 잘들었다는 마누라 예찬을 펼쳤더니....
"그래서~~"
"으~응~ 뭐 구룡령 같은델 가줘야 하는것 아니냐는 거지. 뭐~ㅋㅋㅋ"
당연히 성공했다.
토요일, 지난번 왔던길을 거꾸로 거슬러 가서 설악산으로 해서 구룡령을 거쳐 횡성을 가기로 코스를 잡고 출발을 했다.
산정호수를 지나 정상에 선 장터에서 더덕, 토마토등을 사고 내리막길로 접어드니, 산아래로 단풍이 기막히게 펼쳐졌다.
아직은 중턱까지 단풍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가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서 도저히 설악으로 해서 구룡령을 지나기엔 무리였다.
하는수 없이 다음날 거꾸로 거슬러 가기로 하고 치악산으로 가서 등산로 입구까지만 걸었다.
어느사이에 길한켠에 침목 비슷한 나무로 길을 만들어 사람들이 지나다니기에 아주 운치있게 만들어 놓았다. 우리는 올라갈때는 흙길을 따라 걷고, 내려올땐 그 나무길을 따라 걸어 내려왔다.
남편과 함께 산길을 걷는게 정말 오랫만에 기분좋게 느껴졌다.
내안 깊숙이서 이젠 산에 다니자고 또하나의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저녁시간에 맞추어서 딸에게 갔다,
마악 차에서 내렸는데, 저쪽에서 애들 어드바이저 차가 올라오고 있었다.
동시에 애들이 몇명 쏟아져 나왔다.
남자애들 4명하고 막걸리를 마시러 가려한다고 해서 동석을 하게 되었다.
순대국집이었는데, 정말 진짜 순대로 만든 순대국이었다.
순대도 맛있고, 새하얀 국물의 순대국은 정말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술을 한잔씩 하면서 잠시 토론아닌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아이들과 선생님과 남편의 대화에서 대입 시험이 9일밖에 안남았다는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저 여유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
정말 멋진 녀석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면서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들려 보내고....우린 낮에 보았던 치악산 근처 모텔로 차를 돌렸다.
다음날 아침, 밖으로 나오니 피부에 와닿는 공기의 감촉이 너무나 상쾌했다.
방이 따뜻했던건 지, 추운줄 몰랐는데 차표면이 새 하얗게 얼어있었다.
남편이 열심히 닦아내고 있는데, 갑자기 어린아이 마냥 장난이 치고 싶어져서 나는 사방에 낙서를 하고 다녔다.
후훗~~뒷유리는 열선을 틀어놓으니 허무하게 낙서가 녹아내렸다.
설악산을 경유해서 가려면 일찍 출발을 해야 했으므로 아침겸 점심을 먹기로 하고, 서둘러서 딸에게 갔다.
너무 일러서 몇군데 식당을 들렀으나 식당문을 열지않아 시장통을 쭈욱 걸어 들어갔다.
그저 우리 남편 좋아하는 해장국에 백세주로 해장을 하고, 필요한 것들 몇 가지를 산 다음 다음주 약속을 하고는 차를 돌렸다.
남편은 슬쩍 나를 떠보며 장난을 쳤다.
"집에 가는 거지?"
횡성길로 접어드니, 군대 군대 정겨운 저수지 하며, 나무 사이로 삐집고 들이미는 아침 햇살에 순간 순간 번뜩이는 단풍 빛깔의 현란함이..이쁘기 그지 없었다.
나는 여름의 '구룡령'에 가을 단풍옷을 입힌것을 상상해 내곤 벌써부터 흥분하고 있었다.
으~윽!!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벌써 나무들은 옷을 훌훌 다 벗어버리고 잿빛 나무 줄기만을 드러내놓고 있는것이 아닌가!
특히나 단풍 나무들이 많아서 산이 온통 잿빛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남편한테 미안한 맘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기야, 나 떨고 있어. 보여?" 히히..
산정상 휴계소에서 그래도 아쉬워서 사진을 두어장 찍고는 산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벤치에 앉아 커피를 한잔 마신다음 다시 차를 돌렸다,
와~~
마치도 장난처럼 반대편쪽은 단풍이 절정 그자체였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산허리의 굽이 치는 단풍을 내려다 보며 드라이브하는 것은 참으로 '행복에 겨움' 그 자체였다.
계속해서 팝을 듣다가 분위기를 바꾸려 카운터 테너의'요시카즈메라'음악을 틀었는데 해맑은 그의 목소리가 주변의 경치와 어울려서 신비스러움을 느끼게까지 하고 있었다.
'헨델'의 '울게하소서'가 나오니까 남편은 흥얼거리며 따라하기까지 했다.
'와~~탁월한 선곡이었어.'
중간에 무슨 휴양림이 있었고, 또 이쪽켠엔 '미천골 휴양림'이 있었다.
"와~~ 정말 예쁘다. 자기야, 저기 미천골 휴양림에 들어가면 되게 멋있겠다. 그치?
들어갔다가 가자고 하면 기절할거지?ㅎㅎㅎ"
"다음에 여길 한번 걸어서 넘어가야 하겠어."
으악~~이건 또 무슨 허황된소리~~
내려오다가 몇군데 쉬어서 사진을 찍었다.
내리막길이 굉장히 구불거리고 험한데 지난번엔 이길을 거슬러 올라갔기때문에 힘들었는데 이번엔 내리막길이어서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내려왔다고 했다.
그리곤 이내 한계령으로 접어들었다.
이상하리만큼 한계령 입구는 단풍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한참을 들어가 오색약수터가 나올즈음부터 설악의 절경은 시작되었다.
기암괴석을 한 산등성이가 밑의 오색찬란한 단풍빛깔과 어우러져서 그야말로 설악의 절경을 맘껏 뽐내고 있었다.
나는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우아~~!! 정말 설악은 다르구나!! 역시 설악이야!!"
나는 뒷자리로 옮겨가서 양쪽 창문을 내리고 이쪽 저쪽으로 옮겨 앉으며 고개를 내밀고 산속에 묻혀버렸다.
오랫만에 오르는 한계령은 무척 가파르게 느껴졌지만, 나는 그럴 위험도 느낄새도 없이 어린아이마냥 단풍을 입은 설악을 느꼈다.
어느정도 정상에 가까이 오르니 단풍은 완전히 떨구어버린 채 허연 자태를 드러내 보였다.
한계령 정상을 넘어 '장수대'에 와서 잠시 쉬며 감자전과 황태 해장국을 또 먹고, 사진을 찍었다.
내리막 길은 금새 끝났다.
지도를 보고 원통을 지나 '평화의 댐'을 거쳐 화천으로 해서 사창리로 산정호수로 전곡으로 문산으로 올 계획을 잡고 평화의 댐을 향해 달렸다.
아주 옛날에 한번 왔었던 길인데도 계절이 달라서 인지, 아님 오로지 길에 우리만이 달리고 있어서 인지...끝없이 산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게 이대로 가면 북한이 나올것만 같았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그렇게 북쪽끝인데도 단풍이 그대로 절정에 달한 채 있었다는 것이다.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순수함 그 자체로.....
평화의 댐 주변엔 어마 어마한 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댐을 건설하면서 무슨 공원까지 조성하는것 같았다.
하여튼 공사 규모가 정말 무슨 요새를 건설하고 있는것 마냥 거대하다고 느껴졌다.
정말 어느날 갑자기 통일이 될것만 같았다.
평화의 댐을 지나 화천으로 가는 길은 더욱 생소하게 느껴졌다. 끊임없이 산꼭대기를 이어가는 구불거리는 길에 '구룡령'은 또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느껴질 만큼 험하고 멀고 가파르게 느껴졌다.
그 가파르고, 아무도 없다는 긴박감때문인 지, 아님 어두워지기 전에 이 산길을 빠져나가야 된다는 긴박감때문에 잠시도 쉬지않고 빠르게 달리고 있는 남편의 분위기때문에였는 지, 환호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혼자서 단풍의 절경을 꿀꺽 꿀꺽 삼켰다.
기~인 터널을 빠져나올 즈음이었다.
붉게 물든 주변 노을 한가운데 타는듯 커다란 불덩어리가 시야를 화~악 트이게 만들었다.
가까스론 오색찬란한 단풍에 멀리 산등성이는 보라빛, 그위로 주황색과 붉은 색이 강물 흐르듯 흐르고 빨갛다못해 불덩어리같은 둥근것이 떠있는....
까마득히 내리치는 산아래로 쭈욱 뻗친 굽이 굽이 도로까지.....
이쯤에선 당연히 비명을 질러야 한다,
이 참을 수 없는 환희....행복...
"자기야. 기가 막히다. 정말~~
너무나 고마워!! 이길을 달려줘서~~
당신은 정말 베스트 드라이버야!!!"
남편에게 해줄수 있는 고마움, 칭찬을 모두 동원해서 쏟아부었다.
"이제 이 길이 생각나네. 옛날 2월 말쯤 이었을거야. 이 길 가다가 여기에 눈이 하나도 안녹아서 ..딕도 형님이 죽어난 길아냐~~ 후후.."
"아! 그렇네.^^ 앞으로 당신 따라다니면 성을 간다고 하셨지? 후후...
아~~정말 그때 아찔했어. 스키장 슬로프였잖아. 우욱!! 소름~~"
환호하다가 뒤늦게 사진을 찍으려고 했더니, 어느듯 순식간에 해가 산넘어로 넘어가 버려 찍지못했다.
다행히 화천을 지나 파로호와 춘천댐을 잇는 강줄기를 편안한 맘으로 즐기면서 사창리에 접어들때까지 어둠은 우리를 기다려 주었다.
브라운 아이즈의 노래를 듣다가 ....그리곤 이내 라디오를 틀었다.
이제 어두워져서 산을 조금은 덜 넘으려고 포천으로 해서 전곡으로 가려했는데, 차가 많이 막힌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그냥 산정호수로 코스를 잡고 그쪽도 차들이 꽤 많아 조금은 막힐것을 예상했는데, 지난 주 보다 2시간 정도 늦었더니, 마치도 썰물 빠져나간 듯 도로는 차라리 적막했다.
전곡을 지나 이정표에 '백학'이라는 글자가 보이자 남편이 아쉬움에 젖은 목소리로 한마디하고 차를 돌린다.
"에이구~~ 백학이여, 이제 내년에 보자.!!"
2주전 나랑 같이 갔었을 때만 해도 낚시터에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데(아래 지역이긴 했지만) 어저께 금요일에 아쉬움에 월차내고 백학저수지에 갔었는데 자기 혼자였다고.. 붕어 2마리 잡았다고...
갑자기 시야가 화~악 넓어졌다.
드넓은 임진강이 끝도 없이 까마득히 ... 불빛을 경계로 나타내주고 있었다.
굽이치는 산등성이와 그렇게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산허리들속에 취해있다가, 아주 잠깐동안 아주 짧은 시야였지만 바다로 향하는 그 넓은 강물을 보니, 또다른 편안함이 행복하게 했다.
"무엇을 사가지고 들어갈까?"
롯데리아에 들려서 햄버거를 사고, 기다리는 동안에 우린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었다.
역시나 남편의 발걸음은 비디오 가게로 향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남편이 좋아할 비디오를 열심히 같이 골랐다.
산에서 사온 도토리묵, 감자전, 아침에 마시다 만 백세주, 햄버거를 펼쳐놓고 비디오 테잎을 끼웠다.
순식간에 총소리가 집안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다.
주일 미사참례를 못했기 때문에 피곤하지만 월요일 새벽미사를 가려고 핸드폰 모닝콜을 5시반에 맞춰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남편에게 전신 마사지를 해준다고 여우는 다 떨어놓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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