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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강원도 시찰?? /2007.9.29~30

나베가 2007. 10. 3. 19:30

 

가끔씩.... 느닷없이 떠나는 여행을 즐기곤 한다.

진부에 간 지도 오래되었고 해서 그곳에서 하루 자고 발길닿는 대로 한바퀴 돌자고 ....우리는 그렇게 또 떠났다.

 

어느길로 갈까??

아무래도 고속도로는 가을날 토요일이라 막히겠지??

우린 합의하에 예전에 한번 갔던 코스로 다시 돌기로 했다.

자유로를 통과해 북쪽으로 해서 산정호수쪽으로....

그곳 정상 장터에 가서 장도 보고....

 

이렇듯 가는 그 자체를 즐기려고 떠난다면 ....세상 길이 다 탁 트인게 마치 우리를 위해서 터 놓은 길인 양 차 한대도 없는 길이 허다하다.

여유롭게 음악을 들으면서 ...집에선 TV한테 몽땅 빼앗겨 버린 대화를 마냥 지껄여 대면서....

그리고 머무르고 싶은 집이 있으면 차도 마시고....밥도 먹고...

더없이 여유로운 마음으로 가득해진다.

 

무엇을 먹을까....

이 대화만으로도 너무나 풍요로와졌다.ㅋㅋ

그도 그럴것이 시골구석 구석  너무도 풍부한 먹을거리가  길목마다 즐비하게 우리를 반겼기 때문이다.

그 순간 딱 필이 꽂히는 먹을거리...황태구이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겉과는 달리 안에 들어가니 꽤 넓은 공간에,창가에 앉으니 아래로 계곡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다.

와아~ 기대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경치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음식이 나오면서 이러한 선택의 흡족함은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행복함을 더해주었다.

우리 앞자리...외박을 나왔는지 군복입은 아들과 함께하고 있는 가족으로 인해 군에 가 있는 아들녀석의 보고픔이 순간 간절해지긴 했어도...

 

 가는 길목에 나타난 이 38선을 알리는 표지판이 갑자기 새로워져서 한방!! ㅎㅎ

까마득한 어린시절 그렇게도 무섭게 배웠던 38선이...이렇듯 편안한 자태로 서있다니...

정치적 이데올로기속에  얼마나 우리가 잘못 배웠는지....그 학습이 또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새삼스럽게 되뇌어졌다. 

 

 

 

아무래도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설악산으로 행선지를 잡았다.

수도없이 갔었던 설악산!!

갑자기 예전의 기억들이 엊그제 일처럼 떠올라 우리의 화제거리가 되었다.

그때의 회상을 더듬으니 갑자기 그 길-미시령으로 가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늘상 한계령을 넘었지, 참으로  미시령을 넘기는 오랫만이었다. 

헉!! 근데 이게 왠일~~

고속도로 처럼 뻥 뚫린 도로가 심상치 않았다.

'아무래도 터널을 뚫어놓은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뻥뚫린 터널을 통과하니, 바로 코앞이 속초인 것이었다.

이런~~굽이 굽이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경치를 보려고 선택했던 우리의 코스는 정말 어이가 없는 선택이 되어버렸다.ㅠㅠ

하지만 뭐~~ㅎㅎ

잠깐 내려서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설악의 경치를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다.

 

 

 설악의 단풍을 보고 싶었지만,이렇게 설악산은 먼발치서 본것으로 하고,

허접한 마음으로 속초 대포항으로 발길을 옮겼다.

 

토요일 오후라서인 지 대포항은 사람으로 북적 북적댔다.

워낙에 우린 어시장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서 길을 따라 끝까지 내려갔다.

사방에서 아줌마들이 손짓하며 우리를 불러댔다.

그렇잖아도 뭔가를 사가려던 참이었는데, 아무래도 쭈삣거림이 냄새가 나는 모양이다. ㅋㅋ

북어도 한축사고, 젖깔도 이것 저것 사고, 멸치도 사고....

가면서 먹으라고 아줌마는 오징어와 문어 말린것을 챙겨주셨다.

우린 한 보따리 장을 봐가지고  우리가 늘 가는 주문진항을 향해 또 달렸다.

 

 

 

 

매번 가도 늘 그곳....

주문진항은 대포항보다 훨씬 규모도 크고 더 활기가 찼다.

사방에서 신선한 횟감들과 생선, 조개류들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격도  얼마나 싼지 정말 환상적인 가격이었다.

이것 저것 다 사가고 싶었지만, 내일의 여행이 또 있기에 자반만 사고, 배가 불렀지만 진부에 가서 먹으려고 회를 떠가지고 갔다.

 

진부 형님네에 가면 항상 먹을거리가 풍성하기에 그냥 갈까 하다가, 그래도 하도 오랫만에 가니 혹시나 해서 라면과 마실것을 사가지고 들어갔다.

오옷~~ 그런데 이게 왠일이란 말인가!!

형님이 와서 싸악 치고 가셨는 지, 아예 냉장고 문이 화악 열려있는것이 아닌가~ 10년이 넘도록 다녔어도 처음 있는 일...흑 ㅠ

관리인이 미리 연락하셨으면 난방을 켜놨을텐데...했지만, 이렇게까지 찬기가 돌을줄이야~~ㅠㅠ

얼른 난방을 켜고 이부자리를 두툼하게 깐위로 앉아서 우린 회를 먹었다.

그것도 재밌었다는...ㅋㅋ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서 매운탕에 라면사리를 넣어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주변도 한바퀴 돌아보고, 형님이 따서 널어놓으신 고추도 좀 챙겨넣고,형님이 담그신 묵은 간장도 챙기고, 냉동실에 넣어 얼린 자반도 잘챙기고....다시 동강을 향해 떠났다.

그런데 이게 또 왠인일가!

사방 천지가 도로공사중이었다.

벌써 1년이 지났는데....가도 가도 도로는 온통 공사중이었고, 패어나가고 떨어져 나간 도로폭이 얼마나 큰지...

작년 강원도 수해가 TV에서 보고 주변에서 말로만 들을때도...심지어 그때 마침 놀러가셨던 형님네가 심상잖아 서둘러 내려오다가 빗물에 휩쓸려 차는 떠내려갔고

가까스로 산등성이 집으로 대피해 헬기를 타고 구조되어 나왔다고...그랬어도 또 그때뿐으로 까마득하게 잊어먹었는데,,,정선, 영월쪽으로 내려오다 보니, 그곳 물난리는

오히려 약과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정말 홍수가 무섭구나!!

정말 대단했었구나!!

그 드넓은 강바닥이 온통 물로 가득차고 도로까지 허물어졌을 당시를 생각하니 끔찍하여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가고 싶었다.

 

"뭐여~~ 우리 강원도 피해복구 시찰 나온거여??^^""

"이건 여행을 온것이 아니라 동해에서 시장봐오고, 피해복구 시찰 나온거 같구먼~~ 에이~~ 미시령 경치부터 어긋나더니만~~

아무래도 이번 여행은 아름다운 가을 경치를 보기는 틀린거 같으요~~~ㅋㅋ"

이렇게 말하고는 웃겨서 우린 또 웃고 웃었다.

 

 가까스로 공사현장을 벗어났는데, 아름다운 폭포가 힘차게 내리뻗고 있었다.

오랫만에 보는 이 장관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구경했다.

 

정선 화엄동굴에 들렸다.

굴입구까지 걸어 올라가도 되었지만, 또 내가 이런 타는것들을 엄청 좋아하니 그냥 지나칠수가 없지않은가!!ㅋㅋ

마치 놀이동산의 기차처럼 자그마한 객차가 여러개 연결된 꼬마기차를 타고 동굴입구까지 올랐다.

길섶으로 들국화가 어찌나 이쁘게 피었는 지....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움직이는 기차안에서 유리창때문에 반사되어 찍을 수가 없었다.

 

 

 

 

 

동굴은 한참동안을 그냥 직선으로 파있었고 그들이 금광을 캐던 모습을 재연해 놓았고, 아직도 남아있는 금맥들을 확대경을 통해서 볼수 있도록 해놓기도 했다.

중앙통로를 기점으로 양쪽  위 아래로 파고 들어간 곳이...정말 사람이 금맥을 따라 이정도로 목숨을 걸고 위험한 굴을 파고 들어갔나...싶어 아찔하기도 하였다.

 

여기부터는 -아마 우리가 들어간 입구는 거의 산 꼭대기이지 않나 싶다- 아래도 아래로 산 바닥까지 파 내려간 곳이다.

이 굴을 따라 끝도 없이 내려가다 보면 그냥 나가는 출입구가 보이니까 말이다.

내려가는 길이 정말 아찔~~~

 

 

 

 

  

어린이들을 위해서 갖가지 조명등아래 인형동산을 만들어 놓았다.

목숨걸고 금을 캐내던 금광 한켠에 이런 어린이 동산이라~~  ㅎㅎ

    

 

  내려가는 길목 가로수옆에 돌의자가 있길래....ㅋㅋ

 

 

 

 

 

 동굴출구쪽에는 정선과 영월의 관광코스를 소개하면서 그림같은 사진들을 전시해 놓았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확 사로잡는 것이 있었으니 < 민둥산 억새>였다.

때마침 지금 민둥산 억새축제를 하고 있으니 억새를 보기에는 더없이 좋은 찬스였다.

우린 흥분해서 차를 빨리 몰았다.

아침에 올때와는 달리 이곳은 수해피해가 없었는 지 도로도 말끔하고 예전의 모습 그대로 아름다웠다.

더우기 차들도 없는 한적한 이 아름다운곳을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 한다는 것은 천국이 따로 없는것 처럼 느껴졌다. ㅋ

 

 

 

 

 

드디어 <민둥산>입구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도대체 입구가 어디인지 ...표지판은 없고, 깊섶에 차들이 빼곡하고 사람들만이 삼삼오오 주욱 좁은길을 따라 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물으니 높지는 않지만 40여분을 정상까지 올라야 한다고 했다.

그때서야 우린 '아뿔사~~ 산꼭대기에~~~^^ㅠㅠ'

남편은 먼발치서 한번 쳐다보더니 '가자!' 했다.

세상에~~ ㅠㅠ

 

그렇게 우린 오늘도 또 입구에서 빈대떡만을 먹고는 발길을 돌렸다.

어이가 없어서 나는 또 웃고 웃었다.

남편도 어이가 없긴 한 지 웃는다.

 

 

 

 

영월 어라연계곡을 향해 가는길이다.

아~~ 그곳을 언제 가봤던가!!

10년이란 세월이 어느새 훌쩍 넘어갔는 지....

그렇게도 한적하고 좋았던 곳이 댐으로 뭍히게 된다고...언론에 소개되면서 관광객이 밀물처럼 들이닥쳐 한번 더 갔다가 그후론 다시는 발걸음을 하지 않았었다.

그후 댐은 취소되었고, 그 동네는 도대채 몇차선으로 길이 뚫린것인 지...뻥뻥 뚫려 있었다.

어라연으로 들어가는 길은 예전 그대로였지만....

 

여름휴가철이 아니라서 인 지...길엔 그야말로 우리밖에는 없는것 처럼 한산하고 조용했다.

참으로 오랫만에 10년전 그때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이 생각외로 주변은 훼손되지 않았고  어라연으로 넘어가는 다리입구에만 몇개의 예쁜 팬션만이 더 들어섰을 뿐이었다.

 

 

 혹시나 어라연으로 들어가는 길이 뚫렸을까 싶어서 다리를 넘어 들어갔지만, 그곳도 여전히 걸어서 밖에 들어갈수가 없다고 했다.

승용차가 들어갈 수 없음이 섭섭하긴 했지만...너무나 다행스럽게 여겨졌다면 아이러니인가??

내맘 같아선 차를 두고 걸어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남편이 걷는걸 싫어하는 고로... ㅠㅠ

 

10년전 늦은 밤에 도착해 트럭을 대절해서 타고 들어가며 손을 꼬옥 움켜쥐고 오직 기도만을 하고 들어갔던 생각이 ...

깍아지른 절벽옆을 위험하기 짝이 없게 곡예운전 하는 트럭뒤에 타고 들어가는데, 아이들 옆에 꼬옥 끼고 정말 주모경만 외고 갔었다.

그렇게 도착한 그곳!!

아무것도 없고 오직 가게 하나...

우리 텐트와 옆에 텐트 하나 더.....

칠흙같이 까만 밤에 돌 사이 사이 촛불 켜서 가로등불 만들고, 지금은 군인 아저씨가 된 초등 3학년 아들녀석과 아빤 어항 낚시를 하며 놀았던

그때가 정말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상기되었다.

 

안쪽 깊숙이까지 들어갔다가 다시 차를 돌려나오다 포도 과수원에 들려 포도를 한박스 샀다.

벌써 10월인데, 아직도 수확하지 않은 포도가 이렇게 많다는 것에 놀라웠고, 그 맛에 또한번 놀랐다.

아무래도 내년엔 포도를 사러라도 또한번 들르고 싶을만큼 맛이 좋았다.

 

  어라연계곡은 아닐지라도 잠시 내려 돌도 던져보고 강둑을 걸었다.

얼마전에 비가와서인 지 얼마나 돌들이 깨끗하고 이쁜 지, 내눈엔 보석처럼 빛나보였다.

음식할때 눌러놓기 위해 납작한 돌 몇개를 들고 왔다. ㅎㅎ

 

  

 

 

  옛날에 이곳앞에다 우리가 텐트를 치고 놀았던 곳이다. ㅎㅎ

정말 텐트치고 온 가족이 옹기 종기 누어서 자면서 깔깔거리고 웃고 떠들던 시절이 그립다.

맛있는 요리도 해먹고, 낚시해서 잡은 피라미로 충청도 명물 <도리 뱅뱅이>도 해먹고... 쩝~

 

 

 

 

  어라연계곡 입구를 빠져나오면서 정상에서 강줄기를 내려다 보며 찍은 사진이다.

정경이 정말 기가 막히다.

 

생각외로 고속도로에 차가 없어 빨리 집에 도착을 했다.

도저히 여행을 갔다왔다고 상상할 수 없을만큼 우린 차에서 한없이 장봐온 것들을 꺼내고 또 꺼냈다.

산정호수 장터에서 장본것, 형님네서 가져온것-고추, 간장, 어라연에서 산것-포도 한박스, 대포항에서 산것-북어 한축, 각종 젖갈류, 주문진항서 산것 -자반,

그리고 돌까지...ㅋㅋㅋ

 

"이번 여행은.... 이게 뭐여~~~"

 


<라 트라비아타>

♬ 조안 서덜랜드, 카를로 베르곤지
존 프리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