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녀석에게 면회를 가는 날은 언제나 설레임에 밤을 꼬박 세게 되는거같다.
그럴수 밖에 없는것이 워낙 멀다보니까 녀석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싶음에 대중교통을 이용할라쳐도 집에서 새벽 4시반에 나가야하고, 차를 가져간다고 해도
여전히 그시간에 나가야 하기때문이다. 그렇지않으면 심야고속을 타고 가거나....
그러다 보니 워낙 늦게 자는 버릇이 있는 터라 혹시라도 늦잠을 자버리게 될까봐 그냥 밤을 세는것이다. ㅎㅎ
사실 아들에게 면회만 하고 올라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훨 수월하다.
하지만 이번엔 늦가을의 정취도 맘껏 느껴보고자 남편이 휴가를 낸 터라 차를 가지고 출발을 했다.
사실 아들녀석도 같이 하루 외박을 받아 함께 여행을 할 계획이었지만 녀석이 아까운 휴가....집에 올때 쓴다고...
집에와서 함께 보내는거 보다 함께 여행하며 보내는게 더 낳을듯도 싶었지만, 그저 집에 오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한듯 보였다.
군에 가기전엔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집에 붙어 있을 사이도 없더니만...이게 사람의 마음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는 녀석을 보자니 맘이 짜안 하기도 하고....
한달에 한번은 면회를 가는데도 매번 조금이라도 빨리가서 녀석을 보고싶음이 간절하다.
무엇보다 아침도 대충먹고 엄마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아들녀석을 생각하면 더없이 간절해지는 것이다.
도착할 시간 즈음, 아들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그렇게 '다 왔다' 통화해놓고 그만 길을 잘못들어서 헤메기 시작,,, 무려 1시간이나 예상시간 보다 더 걸려 도착을 했다.
애타는 마음에 정신없이 이것 저것 사다보니, 준비해간것과 함께 마치 대형수퍼에서 시장을 본것만 같았다. ㅎㅎ
면회실에 자리를 잡고, 밖에 나가 아들녀석을 기다렸다.
먼발치서 아들녀석이 늠름하게 걸어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ㅎㅎ
매번...이렇게 이쁘고 반가울 수가 있을까!!
녀석 탁자위에 펼쳐진것과 보따리들을 보더니만....
'아~~ 이게 뭐여요~~' 했다.
'낼도 있잖냐~~'
그랬지만 우리도 넘 웃겨서 함께 박장대소 하며 웃었다.
군대에 가면 인간의 삶중에서 가장 단순한 삶속으로 함께 빠져드는것 같다.
아직은 까마득한 졸병......
집에 대한 그리움, 먹고 싶은것....
오직 맛있게 잘 먹으면 이쁘기만 하다. 세상에~~~ 평생에 이런시기란 오직 이때 뿐이지 않을까 싶다.ㅎㅎ
그리고 무려 5시간 동안 폐쇄된 공간에서 오직 아들 얘기에 몰두한다는 것도 평상시를 생각하면 거의 기적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5시간이 한순간에 지나간다는 것....
평소보다 1시간정도 일찍 나서려 했더니 아들녀석의 표정이 일순간에 굳어버렸다.
그도 그럴것이 항상 5시 가까이까지 있는데, 4시도 안되서 아빠가 나서려 했으니...너무나 뜻밖이라 생각했는 지, 그 표정이....
우린 그런 녀석때문에 바로 나올수가 없었다. 4시쯤에 나와 마산의 바닷가...수정을 지나 끝을 찾아갔다.
너무나 조용하고 깨끗한 바다풍경이 ....주변의 얕으막한 산의 풍성한 가을정취와 함께 너무나 아름다웠다.
갑자기 또다른 감동이 가슴 깊이 파고들며 행복속으로 빠뜨렸다.
바닷가에 이처럼 풍요로운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었다.
해안가를 따라 한참을 달렸다.
가다가 숲길이 있으면 따라 들어도 가봤다.
깊은 골짜기까지 들어가면 반대편 바다가 시야에 들어와 또 한번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산등성이에서 내려다 뵈는 쓸쓸하고 조용한 해질녁 남해는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아름다웠다.
그렇게 탄성을 짓는 순간도 잠시...산에서 내려오자 마자 벌써 어둠이 모든 경계를 뒤엎고 그저 자동차 불빛만큼만 앞이 뵈었다.
아!!! 안타깝다!!
조금만 더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뻔 했는데...잠깐 맘이 그랬지만, 이내 아들녀석의 외로움이 우릴 그늘지게 만들었다.
"녀석...힘든가 보네~"
조그마한 횟집에 들어가서 낚시배에서 건진 '자연산 돔'과 함께 소주한잔을 했다.
같은 자연산이라 해도 대형 횟집에서 파는 회하고는 정말 그 신선한 맛이 완전히 달랐다.
입에 쫙쫙 달라붙는 기막힌 맛에 아들녀석과 집에 있는 딸이 또 그렇게도 맘에 걸렸다.
오직 먹고 싶은것만 생각하는 군에 있는 아들녀석만큼은 아니어도 먹는 즐거움이 정말 인생의 반은 차지한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멀리 갈것도 없이 근처의 숙소에 자리를 잡고 하루를 묵었다.
요즘은 바닷가, 강가, 계곡...이런곳을 끼고 너무도 깨끗하고 조용하고 이쁜 집들이 많아서 그런 곳에서 하루를 묵는 즐거움도 꽤 크다.
일요일 아침에 아들녀석이 근무가 있다고 12시쯤 오라고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근무 시간을 바꾸어도 됐지만 엄마, 아빠 주변 구경도 하고 천천히 오시라고...배려하느라 그랬다고 했다. 녀석.....
아침일찍 숙소를 나와 주변을 돌았다.
어제 저녁 해질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지만 이른 아침 바다풍경도 잔잔하고 조용한것이 너무나 좋았다.
몇척 안되는 어선이 주변 풍경과 어울려 고즈넉한 분위기다.
해안선을 따라 돌다보면 포장마차 찻집이 있는곳은 어디나 전망이 좋다.
언덕아래 해안 풍경이 아름답다!
혹시 이른 아침을 먹을 수 있을까 해서 들른 집인데....
어찌나 주변을 이쁘게 가꾸어 놓았는 지...그냥 바닷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데.....
해안도로에는 바로 옆이 바닷가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갈대숲이 무성한 얕으막한 산으로 둘러쌓여 있다.
그냥 지나치기만 하다가 아까워서 한컷!!
지난번 강원도 여행길에 <민둥산 억새축제>에 들렀는데, 울 남편 40분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말에 단 한발자욱도 걷지 않고 밑에서 빈대떡만 먹고 왔었는데....
그거 대신 실컷 보라고....세상에나~ ㅋㅋ
아침햇살에 갈대숲이 눈이 부시다.
조금 더 바닷가 숲속을 돌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어제처럼 또 늦을세라 일찍 차를 돌렸더니, 그만 너무 일찍 도착을 해버렸다.
전망좋은 까페에서 커피한잔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는....
별걸 다 찍는다고 구박을 받으며 찍은 사진! ㅋㅋ
매번 갈때마다 '오늘은 무얼 사갈까...' 궁리를 하다 보니 이젠 시야가 점점 넓어져 가는것 같다.
오늘은 한식으로....20년 전통집이라는 곳에서 <도가니 곰탕과 수육> 그리고<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추가해서 가져갔다.
녀석...어찌나 잘먹는 지...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나~~ ㅎㅎ
너무 늦게 가서 면회실은 다 찼고, 다행히 날씨가 기막히게 좋아서 등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은것이 훨씬 더 좋았던거 같다.
그동안 다섯번이나 면회를 갔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면회를 많이 와서 밖의 자리도 그나마 간신히 잡은것이다. 그 후에 온 사람들은 자리를 못잡아 이곳 저곳을 헤메고 다니는것 같았다.
또...유난히 여친들이 많이 와서....에고~~ 울아들이 몹시 안되 보였다는...ㅋㅋ
다음엔 지 누나라도 꼭 데리고 가야지...
아무리 자주가고 오래있어도 떠날때는 항상 마음이 짜~안하다.
이번에는 연이틀이나 갔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마음이 그러한 것은 아들녀석에게서 심한 외로움을 느꼈기때문일 것이다.
아빠 손을 꼬옥 잡더라고....아빠 마음도 내맘과 똑같은거 같았다.
다시 바닷가로 가느니, 서울로 올라가면서 중턱-무주리조트에서 묵자고 결론을 짓고는 길을 떠났다.
어느사이 깔려오는 코발트빛 어둠과....가로등불들...
쫘악 뻗은 도로앞으로 수십겹의 아득한 먼산들이 굽이 굽이.....또 이렇게 근사할 수가 없다.
너무나 환상이었는데...카메라가 너무 원경으로 잡히는데다 시속 120키로로 달리던 중이라....사진이..ㅠㅠ
해는 순식간에 져버리고....
일요일 늦은시각...무주리조트를 향한 칠흙같이 까만 도로엔 오직 우리 차만이 있었다.
가도 가도 한대의 차도 보이지 않는...그만....한적함을 즐기던 우리도 무서움이 느껴져왔다.
"자기야, 이런길 혼자서 운전하면서 가면 정말 무섭겠다~"
리조트 입구에 다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스키시즌이 아니므로 동네는 싸늘함이 감돌을 정도로 조용하고 불이 아예 꺼져 있는-영업을 안하는 집이 대다수 처럼 느껴졌다. 가을시즌이라 북적댈것을 예상했던 우리는 이 느닷없는 풍경에 당황스럽기 조차 했다.
일욜 저녁이라 그런가???
무주 리조트 <티롤 호텔 전경>
<무주리조트 티롤호텔 까페>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손님이 몇없는 텅빈 까페가 우리를 맞이했다. 커다란 원형 벽난로옆에 앉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있어 다른 자리를 찾아 앉았다.
놀랍게도 몇 안되는 사람들을 위해서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었다.
필리핀 가수들인거 같았는데, 여자보다는 피아노를 치는 남자 가수가 훨씬 노래를 더 잘 불렀다. ㅎㅎ
박수를 쳐주면서 반응을 해주었더니, 너무나 좋아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오랫만에 이런 분위기에 젖어보는거 같았다.
늘상 클래식 공연장만 누비다가 갑작스런 팝을 듣고 있자니, 좀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고...ㅎㅎ
남편과 오래 떨어져 있었다는게 갑자기 실감이 났다.
영롱한 <스타인 웨이> 피아노 소리에 익숙해 나름 그랜드 피아노 임에도 불구하고 그 둔탁한 소리란~~ㅋㅋ
울 남편은 맥주를, 난 애플 마티니 를 시켰다.
안주로 준 과자 스틱이 맛있었다는.... ㅎㅎ
내가 울남편을 찍으려 하자 웨이터가 친절하게도 우리를 찍어준 사진이다. 후레쉬를 안써서 어둡게 나왔지만 분위기는 ....ㅎ
시간이 흐르자 하나 둘씩...홀안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메웠다.
라이브는 잠깐씩 휴식시간을 가지며 계속 이어졌다.
내가 들어가 앉아있어도 될만한 커다란 새장.
멋있었다.
티롤호텔 입구 계단....전체가 원목으로 장식된 너무나 멋진 티롤호텔이다.
사진이 ...ㅠㅠ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담날 설청봉에 올라가 하얗게 피어있는<상고대>를 발견하곤 얼마안되는 메모리카드를 가져가서 그만 다 지워버렸다.ㅠㅠ
아침 일찍 설청봉으로 오르는 곤도라를 타러 갔지만 평일엔 10시부터 운행한다는 안내문을 보고는 구천동으로 발길을 옮겼다.
굽이굽이 너무나 아름답게 물들은 단풍이 시야를 한눈에 잡아맨건 두말할것도 없다....
그보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이른아침 숲길을 남편과 함께 걷는 그 즐거움이야말로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벅참이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계곡물 소리가 여전히 힘참을 느끼게 했다.
쭉쭉 뻗은 나뭇가지들이 오랜 역사의 흐름을 보여준다.
너무나 아름답다. 그 가지사이로 가득한 먼발치 아름다운 오색의 물결도...
길가 쭉쭉 뻗은 나무등걸... 밑으로 수북이 쌓인 낙엽들...밑으론 힘차게 계곡물이 흐르고....
붉게 물든 단풍이 자칫 일출을 보는것만 같다.
이곳은 꼬옥 한번 걸어가서 계곡을 내려다 봐야 하는곳!!
늦가을의 쓸쓸함을 맘껏 누려봐야 하는 곳!ㅎㅎ
죽어도 걷기 싫어하는 울 남편이 너무나 씩씩하게 걸어서 ....역시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구나~ 하는순간,
'그만 내려가자' ㅋㅋ
뒤에 계속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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