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국내여행

아들면회,통영나들이-1 /2008.4.12~13

나베가 2008. 4. 14. 17:27

아직은 꽃이 만발한 5월은 아니지만 잔인한 달이라는 4월이 나는 너무 좋다.

왜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

아주 아주 오래....학창시절에 편지쓰면서 엄청 써먹었던 구절같은데...ㅋㅋ

하긴 따듯한 햇살에 속아서 옷 얇게 입고 나갔다가는 몰아치는 바람때문에 피부 깊숙이까지 한기가 스며들어 고생을 하기도 하지~

일교차는 또 얼마나 심하고~

봄이라는 느낌때문에 두껍게 옷 입고 나가지도 못하고, 유행에도 가장 민감하고, 또 나른하기까지?? ㅋㅋ

아유~ 그래도 나는 하루가 다르게 움이 터오르고 계절이 가장 변화무쌍한 4월이 너무 좋아~

그래서 울아들 면회를 빌미삼아 남해로의 봄나들이 여행을 또 계획했다.

이번엔 아들녀석도 외박으로 부대를 나와서 함께 동행하기도 했으니 더욱 즐겁기만.....

다 큰 녀석 끼는데 뭐가 그리 즐거운건 지 나도 모르겠다. 푸훗~ 

 

아들녀석이 피처럼 아끼는 외박시간에 우리도 동참코자 8시에 창원에 도착코자 출발한 시간...

새벽 4시...

사실 전날 LG아트에서 있었던 피아니스트 <안젤라 휴이트> <바흐 평균율>공연시간이 너무 길어서 늦게 끝나는 바람에 집에 도착한 시간이 거의 새벽 1시...

그제서 짐을 챙기고 씻고 하다보니 새벽 2시가 훌쩍 넘어서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3시에 일어나 준비했으니 잠을 1시간밖에는 자지를 못했다.

하긴 이번엔 그래도 1시간이라도 잤으니까...

다른때는 늘상 밤을 꼬박 새고 갔었다. 고속버스에서 자면서 가니까 그리 피곤하진 않지만, 되려 남편이랑 차를 가지고 움직일때는 옆에서 쿨쿨 잘수가 없으니까

피곤하기는 하다.

암튼....그 어느때 보다도 고대하던 여행길에 우린 새벽 4시에 올랐다.

 

 외곽순환로를 타고 의정부쪽으로 가서 중부고속도로- 내륙고속 국도를 타고 가면 창원에 가기가 한결 수월하다.

도로에 차도 없고...

한가방 챙겨간 CD를 들으며 아스라이 새벽이 트이는 모습을 보며 가노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저수지를 끼고 있는 휴계소에 들러서 커피한잔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새벽이 이처럼 멋지다니....ㅎㅎ

 

수월하게 창원에 도착을 해서 아들녀석을 부대에서 데리고 나와 합류시켰다.

늘상 부대안에서 먹을것 잔뜩 준비해가 면회를 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ㅋㅋ 

몇번이나 들렀던 마산의 어느 바다끝 포구를 향해 달리는 중이다.

그곳에 가면 정말 싼값으로 자연산 회를 먹을 수 있기때문에...

직접 키운 갖가지 야채와 쌈장이 얼마나 맛있는 지..

이번이 벌써 3번째 가는곳이다.ㅎㅎ

 

어느듯 후드러졌을 벚꽃잎은 다 떨어지고 그래도 군데 군데는 이렇듯 꽃잎이 남아 우리에게 봄기운을 느끼게끔 해주었다.

여늬 동백하고는 모양새도 꽃도 좀 다르긴 했어도 앙증맞은 모양새의 동백꽃 가로수가 벚꽃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움을 주는 지...

차를 멈추고 사진 한컷 제대로 찍고 싶었지만,.. 배고픔에 헐떡대고 있는 두 남자때문에 멈추게 할 방도가 없어서리 그냥 냅따 셔터를....

 

 점심이라기 보단 이른아침을 우린 건아하게 자연산 회를 시켜서 한상 차려 먹었다.

술도 한잔 마시고....

아들녀석과 함께하는 술자리가 기분이 좋아선 지, 남편은 술맛이 너무나 좋다고...

단숨에 소주 두병을 비우고 우린 바닷가를 걸었다.

포구라기 보단 낚시를 하는 바닷가가 더 맞는 곳이었기에 남편과 아들녀석은 낚시대를 폈다.

나는 잠시 바다를 둘러보다가 여늬때 처럼 차안에서 음악을 들었다.

사실은....좀 있다가 쿨쿨 꿈나라를 여행했다. ㅎㅎ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오늘의 실적은 남편은 작은고기 한마리, 아들녀석은 불가사리만 두마리....

남편이 잡은 물고기는 하도 작아서 회를 칠것도 없이 그자리서 회로 어그적 어그적 먹었단다. ㅎㅎ

 

술도 깻고 우린 차를 몰아 남해 끝길로 통영을 향해 갔다.

아무리 봐도 너무나 아름다운 남해였다.

마치 하롱베이처럼 굽이 굽이 섬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길가엔 아직 덜 떨구어낸 벚꽃과 동백꽃들이 앙증스럽게 우리를 맞았고, 길을 끼고 있는 낮은 산에는 움이 터오르는 것부터 벌써 푸른 잎을 뻗어낸것까지

온갖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정말 너무나 이쁜 풍광이었다.

 

한참을 가다가 너무나 아름다운 바닷가에 공원을 조성해 놓은 곳에 멈춰섰다.

지난번에도 이곳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간적이 있었던 곳이었다.

이번엔 가파른 길을 내려서 바닷가 바위로 내려갔다.

경치도 아름다울 뿐만아니라 낚시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그곳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남편과 아들녀석은 또 낚시대를 펼쳤다.

 

 

 바위 밑가에는 자연산 굴이 다닥 다닥 붙어있었다.

아들 녀석은 굴을 따는데 재미를 붙인 아이 처럼 연신 굴을 따내어 자기도 먹고 내게도  주었다.

아~~ 신선함이 가득 풍기는 그 굴맛이 어찌나 향긋하고 맛있는 지....

 

 

 

 

 

 낚시대를 펼치고 둘이서 고즈넉하게 풍광을 즐기고 있는 부자의 모습이 어찌나 듬직하고 사랑스러운 지.....

갑자기 더 이상 바랄게 없다는 풍요로움과 벅참이 가슴속을 밀고 깊이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나도 잠시 옆에가서 여우를 떨며 사진 한컷 찍었다.

 물고기는 한마리도 낚지 못한 채 연신 낚시밥을 엮고 힘껏 내던진다.

어쩌면 늘상 말하는 남편의 말따나 물고기를 잡는데 온신경을 쓴다기 보다는 , 그냥 이 순간....여유로움을 느끼고 즐기는 것인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전혀 낚시를 하지 않고도 즐겁고 그저 좋기만 하듯이.....

 나는 부자가 함께 낚시하고 잇는 모습이 좋아서 그 주위를 빙빙 돌면서 연신 사진을 찍었다.

그저 어디를 배경으로 보아도 한편의 그림같기만 하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아서 그렇지, 주변에 떠있는 낚시배와 양식을 하는 하얀 부래가 파아란 바닷물에 두둥실 대는 모습이...

그저 아름다워 시선을 뗄수없게 만드는 남해 바닷가의 한곳이다.

 

그 주변 모텔에서 잘까 하다가 우린 통영으로 차를 몰았다.

지난번엔 길을 잘못 찾아 가장 복잡한 시간대에 시내로 들어가서 그 복잡함에 남편의 짜증을 들어야만 했었다.

이번엔 입구 안내소에 가서 지도를 찾아 해안도로를 찾아 달렸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로 깍아지른듯 절벽에 외길인 위험한 길로 들어서서 오도 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차도 새로 바뀐 터라서 익숙지도 않은데다가 남편의 긴장하는 모습을 보니, 그만 나도 겁이 바짝나서 언뜻 언뜻 보이는 절경들에도 숨을 죽이고 있어야만 했다.

남편이 선택한 길이었지만, 마치 내가 이곳으로 오자고 한것처럼 그만 기가 잔뜩 죽어 있었던 터였기에.....

 

그러던 차에 기막힌 곳에 팬션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을것 같았던 곳에 팬션이 있고 차들이 많은걸 보니,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차를 그리로 몰고 내려가니 와아~ 절경에 절경....어찌 그런곳에 집을 지었는 지....

그러나 예약을 안했다는 말에 방이 없단다. ㅠㅠ

하는 수 없이 차를 빼서 다시 가던 길을 달렸다.

다행스럽게도 곧 2차선 도로가 나왔다.

살았다~~ 휴우~~

 

어느새 시간은 흘러 어둠이 뉘엇 뉘엇 주변을 뒤덮고 있었다.

멋진 곳을 찾아 식사도 하고 잠도 자려했는데....모든게 여의치가 않았다.

이럴땐 묻는것이 최고....

주변 가게에 가서 물으니 우리가 가는 곳으로 계속 가면 해안도로가 또 이어지고, 멋진 숙소도 있다했다.

아닌게 아니라 이곳이 같은 도시 통영이 맞나싶을 만큼 너무나도 한적한 해안풍경이 시야를 행복하게 했다.

낮에 회도 먹었고....이번엔 고기를 먹고싶었는데, 마침 고깃집이 보였다.

주인 아주머니도 너무나 좋았고....우린 아주 맛있게 저녁을 먹고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아들에게 주려고 술을 시켰더니, 위험해서 안된다고 했던 아주머니 말따나 해안도로는 위험할 정도로 꼬불거렸다.

그 아주머니의 배려가 새삼 고맙고 정겹게 느껴졌다.

드디어 아주머니가 소개한 초 현대식 모텔에 도착했다.

새로 생긴 모텔이었는데 입구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바닷가가 보이는 특실을 얻었는데, 의외로 창이 작아서 좀 실망을....

그러나 내부시설은 하얀 대리석 바닥에, 셋이서 씨름을 해도 될 커다란 침대, 커다란 벽걸이 PDP TV, DVD플레이어 초고속 인터넷, 냉장고, 정수기에 컵살균기까지...

욕실은 그야말로 웬만한 안방만한 크기에 여섯군데서 뿜어내는 물마사지 월풀시설까지 있는 욕조....ㅎㅎ

아들녀석은 한맺힌  컴터에 밤을 지새고.....

그렇게 아침을 맞았다.

 

새벽에 창으로 들어오는 바닷가 풍경이 넘 멋있어서 창틀에 올라앉아 한참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가까이 보이는 높은 언덕위의 집이 무엇인 지 궁금해서 우린 숙소를 나와 그리로 향했다.

 

 숙소앞 바닷가 풍경...

 

언덕위의 집이 무엇인 지 .....잠시 포구에 서서 사진 한방 찍고는 재빨리 올랐다.

그곳은 과학박물관(?)이었다.

와아~ 올라가는 길에서부터 아래로 보이는 바다풍경이 장관이었는데, 끝까지 올라가니 정말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디를 향해도 한폭의 동양화같았다.

이른시간 이었는데....아름다운 음악까지 흐르고.....

더없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