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무너진다는것...아니, 조금은 예견했던, 그리고 훌훌 털어내면 될것도 같은 ....
그러나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더 힘을 모은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일인것 같다.
8월....
이겨내기가 힘든가보다.
직접적으론 한번도 힘들다 소리를 한적이 없었는데....
안타까움을 지나 문득 안될것 같은 불안함이 엄습했다.
우린 금요일 밤에 딸에게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그이가 새 일을 맡아서 일이 많아졌기때문에 퇴근이 늦어지고 말았다.
진부에도 사람들이 있고..... 또 새벽같이 학교에 데려다 줘야하고.....
차라리 동해로 가서 일출을 보고 오기로 했다.
휴가철인데도 의외로 고속도로에 차가 없었다.
새벽 2시에 도착할 양으로 출발을 했는데, 12시 반에 도착을 할수 있을것 같았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기숙사 문이 12시에 잠겨버린 것이다.
딸의 목소리에서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우린 무슨 영화에서 처럼 다시는 못볼사람 마냥 손바닥 유리창에 맞대고 유리창을 통해서라도 딸을 볼 양으로 기숙사로 올라갔다.
아!!~~
근데 이게 웬일인가! 무슨 운명인 냥... 선생님께서 마악 나오시고 계셔셔 문이 열리게 된것이다.
안타까운 표정으로 문틈에 신발을 끼워놓고 우린 얘기를 하는척 하다가 ,선생님께서 차를 몰고 내려가신 뒤 그냥 잽싸게 도망을 쳤다. 마치도 대탈출을 시도하는 양...쾌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유난히도 밝은 달빛에 하늘의 구름들은 마치도 인상파의 작품을 보고있는 듯 했다.
정말 하늘까지도 우리를 흥분되게 만들고 있었다.
진부에 가면 기막힌 별들을 볼수 있을것 같았지만....우린 동해로 가기위해 오대산 고개를 넘었다.
드디어 주문진밑, 영진항에 도착..새벽 3시.
5시에 핸드폰 알람을 해놓고 잠을 청했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우리가 곤히 자고 있다고....구름이 잔뜩 끼었다고.... 우리 서방님...자기만 바다를 보고 차는 다시 진고개를 넘고 있는게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이건 말이 안돼는 거야.
일출을 보기위해 밤새 달려왔는데...
분명 우리 서방님 잠이 안깬거야.
일출을 못본게 기막힌게 아니라, 이젠 잠이 안깬 서방님 차를 타고 가고 있다는게 걱정을 해야할 수준이었다.
그때...기막힌 일출인양~ 주황색도 아닌, 분홍색도 아닌...형용할 수 없는...그림에서나 본 그런색깔의 구름이 산너머 저쪽 하늘에 쫘악 퍼져 올라오고 있는게 아닌가!!
속상함이 가슴까지 차 올랐지만...그냥 웃어버렸다.
그래도 우린 밤새워 바다에 갔다 왔으니까...^^
진한 소머리 국밥이 다시 기운을 돋구워주었다.
"아빠, 저거 봐!"
고속도로 옆 세워놓은 광고판 그림을 보고 딸이 손짓을 했다.
"저건 고호 그림이야."
아니~ 세상에,,,,뭉크 그림을 보고...고호라니...
"까르르~~아니~저게 무슨 고호그림이야. 뭉크잖아. 세상에 고호가 얼마나 아름답고 서정적인 그림을 그렸는데...뭉크도 몰라? 교과서에 나왔잖아."
"나는 학교 다닐때 미술을 '미'이상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야.
그림도 꼭 지 이름처럼 그렸네."
으~악!
나는 순간 배꼽이 빠져 나갈것만 같았다.
내일 새벽 일출을 기대하며 딸을 그렇게 학교에 다시 데려다 주고....우린 하루 휴가를 떠났다.
이미 예견된 일...
낚시터를 찾아 가다가. 흐르는 물에 세수를 하고...어린아이 마냥...발을 담그고 잠시 물장구를 쳤다.
찾기도 힘들게 그렇게 산속 높은 곳에 숨듯 있는 낚시터는 초록 물빛을 가득 안은 한가로움 그자체 였다.
"와~~기막히네."
햇살이 너무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딱 한시간만 하고 올께."
나무그늘 밑에 차를 대고...
의자를 뒤로 화~악 재껴놓고...발을 쭈욱 뻗어 차 유리창까지 닿게 한뒤..
mp3로 100여곡을 이어폰을 통해 들으며 책을 읽고 있노라니...
창문을 통해 살살 이는 바람하며, 하늘 풍경이 그대로 내안에 와 닿는 풍요로움까지...
와~~
내 맘속은 벌써 천국이 되었다.
잠깐 졸았나...그이가 고기가 한마리도 안 잡힌다고 어린아이 마냥 서 있었다.
우린 속사로 빠져 '이승복기념관' 근처 유명한 송어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힘찬 물소리가 햇빛에 지친 몸을 말끔히 씻어 준듯 기분이 좋았다.
진부로 갔다.
자그마한 나무에 살구며 야생 자두가 잔뜩 열려 있었다.
우린 피곤함도 잊은 채 어린아이 마냥, 흔들기도 하고, 사알짝 올라가기도 하고 해서 한 바구니를 땄다.
씻고 나니, 피곤이 온몸을 휘몰아 가두었다.
한잠을 자고 나니, 어느듯 어스름이 찾아들고 있었다.
TV앞에만 앉아있을 분위기...
때를 써서 밖으로 나와 모닥불을 피우고 멍석을 깔고, 이불과 베게까지 들고 나와 불옆에 누웠다.
정말 하늘의 달빛과 주위 산등성이들이 너무 예뻤다.
달빛이 너무 밝아서 일까, 열개가 넘는 외등을 켜놔서 일까...별빛이 아득하게만 보였다.
모닥불이 타닥거리며 너무도 포근하게 우리를 감싸왔다.
"와아~~불빛이 보라빛이네. 어쩜 이렇게 예쁜 불빛을 낼까?
이런 불빛은 정말 처음 보는것 같아.
우리 여기와서 살게 되면 자긴 열심히 나무 해와야 할것 같다.
매일 이렇게 모닥불 피워야 할테니까....
그리고 자기말따나 감자 농사져서 감자만 먹고도 충분히 살 수도 있겠네.
아침엔 감자즙 짜서 먹고, 점심엔 감자전 부쳐서 먹고, 저녁엔 여기다 감자 구워서 먹고
............낄낄낄....
너무 좋아서... 행복지수 무한대로...장난끼 섞인 메시지를 보냈더니, 아들녀석 문자메시지...
"뭐 누나가 힘들어 한다는 둥... 그러시더니, 엄마 아빠 휴가 가신것 아녜요? ....."
히히...
그런데...그때...
"오늘같이 밝은 날은 낚시가 안돼."
으~윽!
"자기...저 하늘이 지금 낚시터로 보이지? 저 별빛들은 전부 물고기 튀는걸로 보이는거 아냐?
맞지?"
"아~냐, 하늘로 보여. 정말 밝은 날은 낚시가 안된다니까...깜깜한 그믐 날 잘돼."
아!~~ 무~드 안잡혀. 웃기기만 해서 어째.
10시50분쯤.. 딸을 데리러 학교로 갔다.
오늘은 기숙사 문이 닫히기 전에 나와야 했으므로 자습실에서 조금 일찍 도망나왔다.
어제만큼 짜릿함은 없었지만....
"야, 너 이러다 걸려서 회초리 맞는거 아니냐? 하긴 회초리도 맞고 해야지. 그래야 추억도 있도 멋진거야."
"오~옷, 안돼요. 졸업때 공부로 안되니, 모범상이라도 타야죠. "
"응? 모범상? 상품이 뭔데?"
"회초리요."
푸하하하....
다시 장작불을 지피고 감자도 호일에 싸서 굽고...무슨 꽃술이라고 ...
혀끝을 감도는 막걸리 맛이 일품이었다.
"와~ 정말 맛있다!"
"학교 들어갈때 아빠가 사줄까?"
"그러실래요? 히히히..."
막걸리를 마시며 도란 도란 얘기를 하다보니 금새 2시...
그인 자러갔고 딸과 난 장작불이 다 타 꺼질때까지 불조각들을 휘적이다가 거의 3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일출을 보려면 늦어도 4시반에는 출발을 해야하는데...
기대를 안했는데...조금 늦은 감은 있었지만, 일출을 볼 수 있었다.
기분좋을 만큼의 바람결이었는데도 파도는 거칠게 검은빛을 띄며 휘감듯 달려들었다.
이내 하얀 거품을... 10여미터나 퍼트리는 그 흰빛은 마치도 레이스를 늘여뜨려 놓은듯 했다.
쉴새없이 다섯, 여섯, 일곱...개의 파도가 달려나왔다.
잠을 못잔탓일까...어지럼증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언뜻 언뜻 파도가 나를 실어갔다.
두렵기도 했지만, 그냥 파도에 실린 나를 그대로 두었다.
해가 구름사이를 다 뚫고 강렬하게 내비칠때까지 그렇게 그 검푸른 색깔, 바다냄새, 그 파도소리에 묻혀있었다.
모래전체에 파라솔이 펴지고 시끌벅적 사람들이 뒤덮기 전에 우린 그곳을 떠났다.
대포항에 가서 반찬거리도 사고, 오징어도 사고...회도 먹었다.
그리고 정말 오랫만에 설악산에 가기로 했다.
산새가 정말 달랐다.
기암괴석이 날카롭게 쭉쭉 솟아있는 정말 오랫만에 보는 산새...
하지만 멀리 보이는 산새와는 다르게 입구들은 온통 공사판을 연상케했다.
들어가는곳마다 주차비를 달라고 하고...햇빛은 강렬하고...
신흥사에만 잠깐들렸다가 계곡에 발을 담그고 놀다가 발길을 돌렸다.
케이블카가 수리중이어서 못탄게 아쉬웠지만...
산에 오르고 싶다.
언제 저 아름다운 산에 올라가 보나.
산을 탈수나 있을까?
나이탓일까?
그렇게 운전하길 즐겨하더니만...
시간에 상관없이 ...아니, 주로 새벽 한시에서 서너시에 ...평균시속 140으로 달리더니만...이제는 잘 안보인다고 밤운전은 잘 안하려하고...
한계령을 안넘겠다고, 운두령을 안넘겠다고,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 보고 택한길...
양양에서 갈라져서 홍천쪽으로 가다가 56번도로로, 19번도로로 해서 횡성으로 가는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산등성이들이 겹쳐져서 장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와~ 저 산등성이좀 봐! 경치가 기막히다!"
"설마 저 산들을 넘는건 아니겠지."
으~윽...이를 어쩌랴. 가도 가도 산등성이는 내려갈줄을 모르고 계속해서 오르막 길만이 이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이름하여 '구룡령'
길이 너무 험해서 일까? 그 기인 코스에 산정상에 휴계소하나만 있을뿐 카페하나 없고 주유소하나 없다. 아니, 근사한 침목으로 지은 까페가 하나 있긴했었는데 사람이 없어서 였는지 문을 닫은채로 유리창까지 깨져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알고는 이길은 넘을것 같지는 않았다.
정상에서 차를 마시고 까마득한 산아래를 ...내려다 보는 스릴과 기막힌 경치를 감상했다.
내리막길도 무척 가파러서 위험해보였다.
겨울엔 비록 날씨가 좋더라도 한번 쌓인 눈이 쉽게 녹을것 같지않아 절대 못다닐것 같았다.
한참을 내려왔는데...우린 그이의 이 한마디 때문에 까무러칠듯 박장대소를 할수밖에 없었다.
"어?? 이건 또~ 웬 일만이천봉 휴계소야 ~~"
정말 이름그대로 산 봉우리들은 끝없이 또 이어졌다.
근사한 까페에서 점심을 먹으려던 우리는 횡성에 올때까지 끝없이 산을 넘고 또 넘었다.
이왕 산하고 인연을 맺은 터...결국 까페는 치악산까지 가서...
늦은 점심겸 저녁으로 먹고, 우린 헤어졌다.
딸아이...밝은 모습으로 제방 창가에서 손을 흔들었다.
그래. 몸도 마음도 아프지만 말고 밝고 환하게 웃는 모습만 볼수 있다면...
"자기 너무 힘들겠다. 정말 대단해."
"나는 운전하는거 그리 힘들지 않아. 괜찮아."
"저~기~ 우리 가을에 이길 다시 한번 오면 안될까?"
"No."
"내 생일 선물로~응? 너무 근사할것 같아~."
"절대 안와."
오면서 지도를 다시 보니, 한계령이나 그밖의 다른 길들은 태백산맥을 수평으로 넘어서 오는데, 이 길은 태백산맥을 수직으로 끼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아홉개의 령에 일만이천봉이 정말 딱 맞는 말이었다.
정작 남편이 힘든데...나는 옆에서 또 잠이 들었다.
한시간쯤 지났나~ 남편이 깨웠다.
아직 차는 그대로 문막을 지나 겨우 여주까지 밖에 못와 있었다.
"엉? 왜?"
"으응. 비온다구. 비 좋아하잖아!"
2003. 8. 8~10 여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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