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나탈리 우드가 출연한 영화로 더 유명한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오는 3월 5∼12일 경기도 고양 어울림극장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그동안 라이선스 공연으로 여러차례 선보였지만 오리지널팀의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유럽 투어 공연중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지난 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미리 만났다. 1957년 초연됐기 때문에 다소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것이란 예상은 여전히 아름다운 음악과 격렬한 안무 앞에서 금세 사라졌다.
현대 무용의 거장인 제롬 로빈스의 연출과 안무,뉴욕필의 지휘자겸 작곡가였던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영화 ‘추억’ 등의 원작자인 아더 로렌츠의 각본,미국 뮤지컬계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사 등 1950년대 예술계 스타들이 총출동한 만큼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고전의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이 작품은 1950년대 뉴욕을 무대로 폴란드계 갱단인 제트파와 푸에르토리코계 갱단인 샤크파의 세력 다툼에 말려든 토니와 마리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로미오를 따라서 줄리엣이 죽는 원작과 달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선 마리아가 자살하는 대신 이민자간 무의미한 싸움을 그만둘 것을 호소한다.
막이 열리면 무대 양쪽에 폴란드계와 푸에르토리코계의 지역을 상징하는 철조 세트가 자리잡고 있다. 이민자들의 가난한 아파트부터 토니가 일하는 약국 등 다양하게 변신하는 이 세트는 초연 당시엔 움직일 수 없었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움직이며 극을 더욱 치밀하게 만든다. 그리고 1950년대 뉴욕 풍경을 담은 흑백사진을 뒷 배경으로 사용해 사실감을 높이고 있다.
‘마리아’와 ‘투나잇’ 등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넘버 못지 않게 관객을 사로잡는 것은 역동적인 춤. 제트파와 샤크파의 싸움을 표현한 춤이나 댄스파티에서 펼쳐지는 젊은 남녀커플의 춤 등 36명의 배우가 펼치는 다이내믹한 안무는 인상적이다.
미국 뮤지컬계의 신성들인 조슈 영(토니),커스틴 로시(마리아) 등은 공연 다음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뮤지컬 배우라면 꼭 한번은 하고 싶은 작품”이라며 “최근 이 작품의 음악과 안무가 유명 의류 광고에 사용되는 등 미국에서는 내년 50주년을 앞두고 다시한번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제롬 로빈스의 제자로 브로드웨이에서도 손꼽히는 안무·연출가인 조이 맥닐리는 “최근 프랑스 사태 등에서 볼 수 있듯 우리 사회의 문화적 갈등은 초연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이 작품은 시간이 흘러도 그 생명력이 조금도 줄지 않았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