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클라마칸사막일주(2016.4·25~5·14)

12.차이다무 사막의 여러 모습들..해발 3648미터 당진산/ 쑤간호/ 렁호 석유기지 유지/숨막히게 펼쳐지는 아단(雅丹) 지형과 사구...사막의 모래폭풍

나베가 2017. 2. 19. 05:02

2016.4.30




카자흐스탄 자치지구인 감숙성의 아커싸이에서 하룻 밤을 묵고는 바로 아얼진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늘의 여정은 망야(茫崖)까지 5백 킬로미터가 훨씬 넘는 여정이란다.

나야 뭐...멀리 갈 수록 신바람이 나는 사람이니....

오늘 여정도 그저 기대 만땅이다.


새벽 안개가 자욱한 풍광은 굽이 굽이 겹쳐진 산 능선을 휘감으며 한 폭의 산수화를 보여준다.

휙 휙 지나치는 속도에 카메라에 담을 생각은 아예 포기하고 그저 감탄사만 연발이다.






계속해서 오르막 길을 달렸는 지, 이내 가장 높은 지점인 해발 3,648m의 당진산 입구를 지나친다.

그리고는 끝도 없는 내리막 길을 달린다.

그 길의 끝이 얼마나 먼 지...운무속에 사막의 끝점까지 닿아 있는 가느다란 구불 길이 환상이다.





한 시간 정도 달렸을까.....

가는 길목에 샛길이 나 있어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일까?

가뭄이 이토록 심했었던건 지, 호수인 듯 보이는 바닥이 마르다 못해 쫙 쫙 갈라져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안타까움이 일었지만 그것도 그 순간뿐....

먼 발치로 가득한 양떼와 일행이 들어선 자리는 이내 작품으로 카메라 렌즈에 잡히니 흥분을 감출 수 없다.






















예상치 못했던 이색 풍광에 한바탕 출사 놀이에 점프샷까지....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우린 또 달린다.


얼마 달리지 않아 쑤간호촌이란 표지판을 따라 들어갔다.

표지판과는 달리 광활한 습지가 우릴 먼저 맞는다.






그리고 이내 우리 시야에 닿는건 마을이라기 보다는 호수 주변으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갈대 숲이다.

글쎄....저 멀리 아득하게 몇 채의 집이 보이긴 하는데....








쑤간호촌이란 지명이 무색할 정도로 쑤간호 주변은 적막했다.

마치 터엉 비어있던  지구 끝에 우리가 불쑥 나타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너무 광활해서 일까...































우리는 그냥 쑤욱 들어왔는데... 입장료까지 있는 거 보니 제대로 된 관광지인가 보다.


터엉 빈 듯한 느낌이 드는건 지금이 비수기이라서....ㅎㅎ

호수를 제대로 느끼고 즐기기엔 이만한 철이 없는것 같은데 비수기라니....ㅎㅎ

안으로 한참을 들어오니 반듯한 데크가 호수 끝자락까지 나 있다.

데크를 따라 그 끝에 서니, 오로지 시야에 닿는 건 하늘과의 경계 조차 모호한 출렁이는 바다....

호수가 아닌 진정 바다처럼 느껴진다.




























쑤간호를 나와 1시간쯤 달려 사막의 폐허 도시를 찾았다.

다름 아닌 '렁호 석유기지 유지' 로 1950년대 이 지역의 유전 개발을 위해 만들어졌던 인공 도시다.

신중국(모택동 이후)에서 유전을 찾았다고 선언할 수 있는 초기 유전 지역으로 한때는 전국 4대 석유기지의 하나였으며

감숙성, 청해성, 티벳의 경제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석유량이 줄어 80년대 새로운 유전 개발의 중심이 돈황으로 이동하면서

이 곳은 철거되어 도시의 잔재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곳 렁호 유전의 폐허에서 오랫만에 점심을 지어 먹기로 했다.

폐허도시이긴 했어도

벽채들이 그대로 있어

사막의 바람을 막아주기엔

이만한 장소도 없다.


춘향오빠가 열심히 밥과 국을 끓이는 동안 우린 야영 캠프의 환상적 밥상으로 오봉을 펼쳐두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열명이 넘는 밥을 지으려면 시간이 한참은 걸릴것 같아 그 짬에 주변을 돌아보며 모델 놀이에 또 빠져본다.

































한 바탕 모델놀이를 펼치고 오니 기대 만땅인 밥이 다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은 라면이나 전투 식량이 아닌 제대로 된 압력밥솥의 윤기 나는 밥이기 때문이다.

기대에 200% 부합되는 윤기 좔좔 흐르는 쌀밥에 북어국과 우리 모두가 몇 가지씩 가져온 밑반찬에 김치까지.....

이보다 더 화려한 야외 만찬이 있을 수 없다. 2공기씩 뚝딱....








렁호 석유기지 유지를 나와 우린 또 차이다무 사막의 끝없는 길을 달린다.

사막과 하늘의 중간쯤이랄까...우리 시야엔 사막이외에도 하얀 만년설을 이고 있는 쿤룬산맥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이 기막힌 풍광에 우린 연신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 남북한을 합한것의 2배나 되는 타클라마칸 사막의 둘레를 달리고 있으니

그 광활함과 황량함이야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각양 각색의 사막 지형의 모습들과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맥이라니....

 













열수도 없는 차창 밖으로 진기 명기하게 생긴 사막의 모습들이 휙 휙 지나친다.

고운 모래의 사막에 익숙해진 우리로선 이 솟아 오른 듯한 아단 지형의 사막의 모습에 그저 탄성을 내 뱉을 뿐이다.



아!!

어디 이뿐이랴~

우리의 심장을 두두리는 것이....

어쩌면 진기 명기한 모습보다도 우리나라에선 절대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광활함과 황량함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급기야 우리 차는 또 멈춰섰고...

우리는 지평선에 닿고 있는 끝없는 터엉 빈 길에서 온갖 포즈로 모델놀이 펼치며 놀았다.

그래 그랬지~

멋진 풍광앞에서 사진을 찍은것이 아니라 흥분을 주체할 수 없어 차들이 달리는 길이란것도 잊은 채 한 바탕 놀은거야~













































한없이 놀고 싶지만 갈길이 구만리니 또 우린 달렸다.

아니...한없이 멈춰있고 싶음에 또 다른 질주 본능을 함께 하고 있으니 이젠 몸이 자동으로 착 착 알아서 움직이는 듯하다.








하긴 이렇듯 매 순간 다이나믹하게 풍광들이 바뀌어 펼쳐지고 있으니.....




























차창밖으로 매혹적인 풍광은 끝없이 또 이어졌다.

유리창이라도 열을 수 있는 차였으면 막 샷이라도 날릴 수 있으련만.....ㅠㅠ

답답한건 그나마도 창문의 썬텐으로 인한 푸른 유리창 색깔때문에 가까스로 담은 사진 조차도 쓸 수가 없다는 거다.ㅠㅠ 











아놔~~

욕심도 많다.

그렇게 여행을 다녔으면서도 아직도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있다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는 걸~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카메라를 바닥에 아예 내려놓았다.








감히 화성에 도착했다고 말해도 좋을까??

이곳은 분명 내 머릿속에 박힌 지구의 모습은 아니었다.

영화 속에서 보았던 화성의 모습과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저 안으로 좀 더 들어가면 우주 기지국이 나오고, 저 바큇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어디선가 탐사선이 불쑥 튀어 나올것만 같다.

분명 이곳에서 오프로드 짚 경기가 펼쳐졌든것도 같은데....

순간 이 숨막히도록 매혹적인 행성속에서 최 첨단 차량들이 질주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어디까지 달릴까....

오늘 중으로는  나올 수는 있는 걸까....

아니 하염없이 달리다가 그만 길을 잃지는 않을까....


짧은 순간에 별 생각이 다 든다.











아~~

사실은 원래 이곳에서 캠프를 할 생각 이었었다.

그러나 사정이 있어서 아예 캠프 장비 조차 차에 싣고 올 수가 없어 애시당초 출발부터 캠프계획은 사라졌던 거다.ㅠㅠ

그럼에도 안타까움이 극에 달한다.

밤하늘 은하수와 함께 쏟아져 내릴 별들의 향연도 안타까움으로 몰아가고....

가슴 시리도록 닿을 그 고요함과 적막감이 또 너무나 안타깝다.








































이제 오늘의 목적지 망야에 다 달은 모양이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바람이 심상치 않다.

마치 모래 폭풍이라도 일어난 듯한 모습이다.

먼 발치로 하늘로 솟아 오르듯 모래 먼지가 휘날리고...

그 속을 달리고 있는 차량들도 날아가 버릴 듯 휘청이는 것만 같다.





우리 차도 모래 폭풍속으로 진입해 들어온것만 같다.

간간히 보였던 차량들도 모습을 감췄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아니, 바닥을 보니 금새 길이 모래 속에 파묻혀 버릴것만 같다.

장난 아니다.

사막에서의 바람이 얼마나 무서운 지를 이제서야 깨닫는다.


아~~

사막의 바람이여~~


순간 아까 지나온 그곳까지 바람이 닿을것을 생각하니 그곳에서의 캠프가 얼마나 끔찍했을 지...

안타까웠던 마음이 순간 또 다행스러움으로 바뀐다.












모래 폭풍속을 빠져 나오니 대규모 유전이 보인다.

역시 타클라 마칸 사막은 불모의 땅이 아니라 엄청난 자원이 묻혀있는 보물과도 같은 곳이다.














오늘도 드라마틱한 여정속에 목적지인 망야에 도착했다.

오전 7시 즈음 출발해서 오후 7시가 넘어서 숙소에 도착했으니

무려 12시간의 기인 이동이었다.

세상에~ 이동이란 말을 쓰다니....

기인 여행인거지. ㅎㅎ


환상적인 압력밥솥의 한식 점심이었지만  늦은 도착으로 배가 고프다.

짐만 들여놓고 곧바로 식당으로 직행했다.

이왕 럭셔리로 시작했으니 주욱 그렇게 가는겨~ㅋ

럭셔리한 룸에서 매일 밤 맞이하는 만찬은

그날의 행복하고 흥분되었던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글쎄...

오늘 여정의 하이라이트??

바람 ??

평생 처음으로 맞이한 사막의 바람...모래 폭풍....















Franck Pourcel - This is My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