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4.23.토
마뚸(玛多)현에서 화스샤(花石峡) 방향으로 출발....
7시반에 성호님방에서 누룽지 끓인것과 밑반찬, 커피로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마치고 8시반에 오늘의 여정을 시작했다.
요 며칠간 간간히 눈과 비가 와서 전혀 예기치 못한 환상 설원 속을 또 내내 달렸다.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도 미련한 지....
우리가 묵은 마뚸는 고도가 4,300m나 되고 이제껏 4000m대를 큰 변동없이 달렸는데,
그럼 당연히 설원속을 달릴거란 생각이 먼저 들어야 할텐데, 왜 머릿속엔 4월말= 봄 이라는 고정관렴이
꽈악 박혀있는 건 지....
하긴 뭐~
그래서 우린 매 순간 더욱 흥분에 휩쌓였던 거지.
어찌 봄인데 이렇듯 겨울 아닌 겨울 풍광을 보여주느냐고......
진짜 평생 보기 힘든 야릇하고도 매혹적인 봄의 겨울 풍광이었지~
설산의 연봉은 한 순간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고, 살포시 덮은 눈밭이라고 해야하나~
아니지, 하얗게 덮여졌던 설원이 군데 군데 녹아드는 ...그래서 수많은 패턴을 만들어 낸 풍광....
그 안에 펼쳐진 원뿔 모양의 타르초의 행렬은 또 엽서가 되었지.
세상에 내가 또 언제 지구상에서 이런 묘한 풍광을 볼까....
티끌 하나 없는 파아란 하늘과 까만 도로 한 편으로 이렇게 묘한 그림이 그려진 설원을 끝도 없이 달리다니.....
매혹적인 풍광도 풍광이지만 이 끝도 보이지 않는 길에 달랑 차량 한 대 만이 지나치다니....
그 터엉 빔이...
끝도 없는 미지의 길을 달리고 있다는 그 기분이 숨막히도록 판타스틱한 것이다.
기막힌 풍광은 양쪽 창으로 정신없이 들이닥쳤다.
하얀 설산의 연봉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달콤한 슈크림같아 보이기도 하고,
반면 굽이 굽이 세세한 선까지 선명하게 나타나기도 하며
옆으로 획을 그어댄 듯한 가로줄 무늬 패턴을 그려내기도 한 매 순간 달리 보이는 설산....
그 앞으로 완벽한 대비가 되어 펼쳐진 고원의 색감들이...
차창으로만 보고는 휙 휙 지나쳐 버릴 수 밖에 없음에 '오호 통재라' 며 슬픔으로 삭여내야만 했던....
환상 풍광속의 고통이라니....
한동안 내리막 길을 내달렸는 지 또 한 동안 오르막을 쳤다.
드디어 고갯 마루 정상에서 차를 세웠다.
아!!
감탄을 또 멈출 수가 없다.
수많은 산봉우리들의 향연이라니.....
또한 이곳에도 여지없이 그려진 초원 위의 패턴에 또 눈이 간다.
정말 눈앞에 펼쳐진 모든 광경에 정신줄 놓기 딱 안성마춤이다.
거대한 설산과 암산, 그리고 그 앞으로 얕으막하게 있는 구릉 사이로 휘돌아 나간 도로 또한 예술이다.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그 자리서 얼음 땡이 된 채 렌즈와 조리개를 당기고 밀면서 마구 셔터를 눌러댔다.
다시 차는 흥분에 겨운 우리를 싣고 달렸다.
봄의 햇살이 눈을 녹여 만들어 낸 수많은 패턴들은 오늘 여정의 하일라이트다.
단지 안타까운건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는 것.....
가까스로 차창으로 잡아내기도 하지만, 유리창에 짙은 색으로 썬텐이 되어 있어 제 색깔이 나오지 않는다.
황하 발원지 투어는 끝났는데....
우린 지금 제 2의 여정 '타클라 마칸 사막 일주'를 하기 위해 그저 란저우로 가는 중인데....
이거이 지금 점 점 미지의 환상 세계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것 같으니....
입에선 한없는 탄성이 연신 터지는데 가슴 한 켠에선 또 한탄의 한 숨이 차이고 있으니....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주변 풍광이 너무나 광활하여 카메라로 표현이 안되고....
그 마저도 쌩쌩 달리는 차량이고....
차량의 문 마저 열 수 없으니 짙은 썬텐때문에 분위기가 여엉 아니니.....
다 버릴 사진이 될거란 걸 알면서도 차창에 렌즈를 부딪혀가며 그래도 셔터를 눌러댄다.
산 정상에 서서 감탄을 쏟아낸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우리 차는 또 아무것도 없는 하얀 설원의 미지의 땅 속으로 들어선다.
아니, 저 곳으로 들어가면 끝없이 오르 내리기를 반복하며 영영 나오지를 못할것만 같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몇 고개를 넘었을까.... 이제사 맞은 편에서 다른 길로 오르는 거대한 30톤급 트럭들이 줄을 잇는다.
아무것도 없는 망망 설원속을 달리다가 불현듯 나타난 트럭들을 보니, 느닷없이 나타난 첩첩 산중의 사람을 만난것 처럼 흥분이 된다.
한없이 안타까웠지만 어느 한 곳 대단한 풍광이 아닌곳이 없었으므로 매 순간 차를 세워달랄순 없었다.
그러다가 노오란 평원속에 눈이 녹으면서 만들어 낸 아름다운 패턴에 차를 세웠다.
옆으로도 끝없는 설산의 맥을 보며 달렸거늘 앞을 보니, 그대로 달리면 도로 끝을 막고 있는 설산을 뚫고 넘어 하늘에 닿을것만 같은 길이다.
세상에~~
질주의 본능이 꿈틀댄다.
오는 내내 한 순간도 빠짐없이 설원 속을 달리면서....
언제나 우린 이 눈속에서 탈출을 할 수 있으려나....이러면서 행복한 투정을 부렸는데....
이젠 고도가 내려가니 눈앞의 초원의 눈은 녹았어도 대신 야크떼가 합류해 또 다른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정말 미지의 세계로 끝도없이 빨려들어갈것만 같았는데 .... 마을이 나타났다.
칭건허촌(靑根河村)이라는 아주 조그만 노변 마을이다.
마침 배도 고팠는데 식당이 보인다.
메뉴는 달랑 만두국 뿐이다.
그래도 이게 어디랴~
이 첩첩산중에 이런 마을을 만나서 만두국을 먹을 수 있다니....
이들은 모든 음식을 주문을 받은 다음 하나서부터 준비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이참에 식당안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식당 주방에도 들어가 음식 만드는 것과 주변 식자재...등을 구경했다.
머언 나라- 시간 여행을 왔으니 신기한것 투성이다.
드디어 만두국이 나왔다.
양고기로 만든 일종의 '면 물만두국' 같은 교자탕이다.
진한 향신료인 상차이만 안넣으면 나는 무엇이든 잘 먹지만
이 집 만두국은 정말 맛있었다.
인심까지 후해 양은 또 얼마나 많은 지, 4인분으로 6명이 먹었다.
아~
이 산골 마을에 손님이 얼마나 많을까...싶지만
이곳을 지나치는 차량들이 많은걸 봐서 손님이 꽤나 있는거 같다.
거대한 무쇠 가스렌지에 무쇠 솥과 팬이 있는 주방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단숨에 후딱 만두국을 먹어 치운 뒤
식당 안 풍광 담기에 또 몰두했다.
어쩌면 사람들이 이렇게 순수하게 모델이 되어줄까....
고맙기도 하지~
마치 카메라를 가지고 놀이 하듯 마냥 즐겁다.
한 동안 휴식을 취한 뒤 출발을 했는데,
그만 차 보조타이어가 부딪혀 떨어지는 바람에
또 다시 수고롭게 되었다.
덕분에 일이 끝난 뒤 주변에 있는 당번고도(唐蕃古道) 머릿돌을 보고
짤막한 공부를 하고 떠날 수 있었다.
당번고도는 당나라의 '당'과 토번의 '번' 지금 티벳 고도를 함축한 말이며
당나라 시대 시안(장안)에서 시닝을 거처 라싸까지의 관도를 이르는 말로 문성공주가 온 길이기도 하다.
타이어를 재 부착시키는 동안 나는 또 주변의 아름다운 티벳 여인을 담으며 신바람이 난다.
지난번에도 봤지만, 이곳 역시 얼마나 바람이 심한 지, 이들의 복장을 보면 알 수 있다.
눈만 내고 얼굴 전체를 가려버린 이들.....
이 아낙들의 앞 모습에도 반해서 달려갔지만...
사실 더욱 매료된 건 이들의 뒷모습이다.
어찌 저런 머리가 가능할까....
저 길고 긴 머리 기장도 그러할진데, 가닥 가닥 딴 머리라니....
아프리카의 레게 머리는 왔다가 울고갈 판이다.
거기다 허리 벨트에 묶인 저 어마무시한 장식물이란....
머리카락 다음으로 압권이다.
아!!
여기는 또 어드메뇨~~??
세상에 ...
우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탄성 마저 삼킨채 모두들 셔터누르기에 정신줄을 놓았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풍광은 여전히 아찔하다.
먼 발치의 설산은 파아란 하늘과 구름, 이젠 고도가 낮아져 누우런 평원 일색인 초원과 대비를 이루며 또 다른 환상 풍광을 이어갔다.
이젠 마을이 나타났다.
먼 발치로 보이는 인형같은 집들과 밭 고랑,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양떼들이 만들어 내는 풍광에
또 가슴을 쓸어내린다.
파아란 하늘에 황홀할 운무의 향연까지 더해진 양떼들의 향연을 보며
칭하이 후(靑海湖)로 달려간다.
드디어 중국 최대의 내륙 호수인 칭하이 후(靑海湖)에 닿았다.
해발 3300미터에 있는 호수의 크기가 남한의 반이라니....
아무리 상상을 해봐도 이건 말이 안되는 지라 머리를 흔든다.
세상에~ 두 눈을 뜨고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가 않다니....
중국은 땅덩이만 넓은게 아니라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장대하리 만큼 크다.
아니 두 눈을 뜨고 보고 있어도 믿을 수 없는 광경들이고 사실들이다.
우딱하면 우리나라를 들먹이며 크기를 논하니....
장대하고 광활함 뿐만 아니라 뵈는 풍광 또한 기막히니....
호수 주변에 있던 이 많은 양떼들은 어디로 이동을 하는 것일까....
집으로 가는건가??
다시 차를 타고 호수를 달린다.
이젠 사막이 보인다.
하얀 설산에 끝이 안보이는 칭하이 호수...
그리고 잔설의 운치를 더한 사막의 기막힌 풍광....
호수 주변의 사막에서는 쿼드바이크 ...등을 포함한 각종 레포츠 시설들이 있었고,
그에 따른 천막호텔들이 눈에 띈다.
풍광만 기막힌것이 아니라 이곳 칭하이 호의 환상의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칭하이 후(靑海湖)를 떠나 다시 시닝을 향한다.
여전히 들판엔 양떼 천국이다.
오늘 하루 430km의 기인 여정...
시닝을 지나쳐 황위안(湟源) 현까지 가기로 했다.
이제까지 달린 거리가 춘향오빠와 왕초님이 출발한 쿤밍부터 치면
무려 3100km를 달렸다고 한다.
어쩌면 춘향오빠에겐 늘상 있는 일인 지는 모르나 참으로 지독한 일이다.
그래도 힘들다 하지 않고 신난다 말하니, 타고났다.
아니, 대기의 어마 어마한 기를 온 몸으로 받으며 다녀서 인 지도....
오늘은 근사한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그러고 보니, 오늘만 특별히 좋은 식당을 간건 아니지만 그래도 더 좋은 식당으로 ...
역시 메뉴판부터 다르다.
전자북 메뉴판이라니...
식당 입구에서 만난 꼬마 녀석들도 최신 스마트 폰 삼매경에 빠져들어 있다.
그러고 보니, 이제서야 우리가 티벳 고원의 황하발원지 투어를 끝내고 이제 칭하이성의 수도 시닝의 대도시에 왔음이 실감이 난다.
화려한 식당 룸에 들어서 먹는 만찬이니 오랫만에 음식 사진을 찍어 볼까나~~
'황하발원지 투어(2016.4·18~4·25)'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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