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내렸나 보다.
아직 그 흐림은 계속되어 아침을 먹으러 나가는 다르의 새벽 풍광이 기막히다.
더구나 하얀 눈을 소복이 이고 가는 야크떼라니....
도심 한 복판을 자동차가 아닌 야크떼가 차지하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이곳이 지상 천국이 아닌가...생각이 들 정도다.
동물과 인간이 자연스럽게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그래서였을까...
보기만 해도 공포심을 줄만한 저 어마 무시한 뿔들이 내 앞을 향해 돌진해 오는데도 카메라를 들이밀 수 있었다는게...
흥분을 가라앉히고
야크떼를 떠나 식당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앞에서는 주인장이 막 나와서
갓 익은 만두판을 꺼내고 있다.
연기가 하얗게 솟아오르는 모습이
식욕을 자극한다.
아!!
오늘 아침은 만두나 사달라고 해야지~
우리가 가져간 누룽지를 끓여달라고 해서 끓인 누룽지탕과
구운 계란, 그리고 만두를 시켜서 아침을 먹었다.
폴폴 뿜어 올리던 연기에 사로잡혔던 만두가 역시 맛있다.
한 판을 더 시켜 달래서 나누어 먹고는
다시 호텔로 들어왔다.
이른 새벽이었는데도 야크떼를 몰고 가는 모습하며,
벌써 가게를 연 곳도 많았고, 집앞의 눈을 열심히 치우고 있는 모습들이
척박한 곳에서의 삶에의 부지런함이 보인다.
날씨가 너무 추워 길이 얼어붙어 있어서
서둘렀던 출발 시간을 9시로 늦추었다.
방에 들어가 드립커피를 마시며
잠시 여유 시간을 보낸 뒤 오늘의 여정을 시작했다.
숙소를 조금 떠나오자 이내 하얀 설경이 우리를 맞는다.
도로끝을 차지하고 있는 구릉위의 사원은
설원 위를 노니는 검은 야크떼와 어우러져 그림같다.
우린 차에서 내려 한참을 걸었다.
야크떼들이 노니는 설원 한 가운데는
티벳을 통일한 가장 강력한 왕-송챈감포의 제2왕비인
문성공주(623년경~680년)의 동상이 우뚝 세워져 있다.
칭하이성으로 들어오는 관문에서도 문성공주의 동상을 보았는데,
이것만으로도 티벳탄들에게 문성공주가 얼마나 존경을 받고 있는 지
알 수 있을것 같다.
문성공주는 당나라의 공주로 640년 토번으로 시집가 40여년간 그곳에서 살면서 두 나라의 우호와 장족의 문화 발전에 기여했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송첸감포의 제1왕비 '브리쿠티 데비'와 함께 티벳에 불교를 소개했다고 전한다
649년 송챈감포가 병사한 뒤에도 공주는 당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토번에 남았다.
680년 문성공주가 세상을 떠나자 토번은 성대하게 장례를 치르고 그녀를 송챈감포의 묘에 합장시켰으며 이를 역사에 기록했다.
문성공주는 한족과 티베트족의 우의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여전히 그녀에 관한 민가, 회곡 등이 남아 있다.
현대로는 문성공주를 타라의 화신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조금 더 걸어가니 다리가 나오고, 그 아래로는 황하의 본류가 흘러가고 있었다.
드디어 황하의 지류가 아닌 본류가 나타난 것이다.
평소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강이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지이자 하일라이트이니 본류라는 말에
강물을 바라보는 감회가 다르다.
황하 문명의 역사가 저 강물에 실려 오랜 세월 흘러 이루어졌음이....
고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하자 시야에 닿은 풍광은 온통 새햐얗다.
하늘마저도 하얀 구름이 가득해 온 천지가 다 하얀....
그야말로 눈부신 백색의 향연이 아닐 수 없다.
4월말이라고...아무리 하늘길을 달린다고 해도 이렇듯 하얀 세상을 만날 줄은 몰랐었기에 우리의 흥분은 더욱 치달았다.
이제는 고도가 내려갔나~
하얀 설원대신 노오란 평원이 끊임없이 펼쳐졌다.
춘향오빠의 원래 팀이 이곳에 7월에 지난다는데, 그때는 온세상이 또 초록으로 뒤덮겠지?
아니지, 수백가지 야생화가 가득 메우고 있을 지도 몰라~
아!! 7월의 풍광도 기가 막히겠군~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어제부터 초원을 뒤덮고 있는 누우런 풀밭이 뗏장을 떼어다 놓은 것처럼 땅에 들떠서 있다.
무슨 이유로 저리 분리가 되어 있는 건 지....
지금은 해발고도가 얼마쯤 되는 곳을 지나는 걸까....
타르초가 여지없이 휘날리는 것으로 보아선 4000m대가 넘었을것 같다.
그 규모가 또 너무나 엄청나서 우린 또 차에서 내렸다.
왠지 꼭 내려서 신께 알현하는 맘으로 저곳에 갔다가 가야할것만 같았다고 할까....
가까이 다가가니 멀리서 본것과는 또 다른 엄청남이 압도해 온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내려 타르초를 매달고 갔는 지....
수없이 겹쳐지고 또 겹쳐져서 두께조차도 알길이 없을 만큼 타르초가 산을 이루고 있다.
고개를 넘으니 신기하게도 같은 평원인데도 어느 부분은 눈이 쌓여있고, 어느 부분은 눈이 없다.
그러고 보니, 같은 평원이 아니다.
하얗게 눈이 쌓여있는 곳은 황하의 본류가 흐르고 있는 강인 것이다.
날씨가 흐리다.
저만치엔 구름이 흘러내리는 것이 뭔가 쏟아지고 있는것 같기도 하고....
헐~이런~
허허벌판 도로 한 복판에서 난감한 일을 당하고야 말았다.
타이어에 빵구가 난것이다.
차를 세우고...짐을 내려놓은 뒤
타이어 교체작업 들어갔다.
한 사람은 먼발치까지 나가 오는 차량에
수신호를 하고, 춘향 오빠와 꿈청님과 성호씬
타이어 교체작업에 전력을 다한다.
우리 여자 둘은 별 도움도 주지 못하고 얼마나 추운 지
바람을 피해 차량 앞편에 숨어 있었다.
먼발치서 몰려오는 구름과 칼날같은 찬바람이
심상치가 않다.
눈비가 몰려오기 전에 빨리 교체작업이 끝나야 할텐데...
다행히 눈비가 여기까지 몰려오기 전에 타이어 교체작업은 끝이 났다.
그나 저나 해발고도 4,000m 추위에서 저리 힘을 쓰며 애를 썼으니 혹시라도 고산증세가 나타날까 걱정이 앞선다.
타이어 빵구난 것도 수리할겸 점심을 먹기위해 가까운 마을에서 내렸다.
화려한 장신구가 유난히 돋보이는 티벳탄 여인이 나타나자, 사진을 찍기 위해 나만 달려간 것이 아니라
꿈청님과 성호씨까지 달려들었다.
이참에 기념촬영 들어갔다.
조금은 쑥쓰러운듯 ...그러나 이 두 남정네와의 사진 촬영에 티벳아낙 신바람이 났다.
우리네 속어 처럼 혹시 이 아낙에게도 '가문의 영광' 이려나~~ ㅋㅋ
타이어 수리점으로 들어섰다.
열심히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 문으로 들이치는 햇살에 닿아 느낌이 좋다.
식당으로 찾아가는 길에 만난 이 여인네의 손에도 여지없이 핸드폰이 들려있다.
이 해발고도 4,000m가 넘는 첩첩산중에서도 핸드폰이라니....
이들의 삶의 모습과 더불어 황하의 발원지를 찾아간다는 느낌때문에 왠지 오랜 역사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것 같은 그런 느낌이지만,
역시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이다.
식당안에 들어서자 마자 눈을 또 호강시키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위해 손님으로 있는 티벳탄 들이다.
순박한 모습들도 모습이지만, 나는 이들의 독특한 전통 의상이 너무나 맘에 든다.
안에 양털이 들어있는 독특하고 예쁜 자수가 놓여져 있는 모자들이 따듯해 보이기도 하고 특이해서 맘에 든다.
모자도 그렇고, 옷 안에도 모두 양털이 달려있는 것으로 보아서 이곳의 날씨가 얼마나 추운 지 알수 있다.
지금이 4월말인데....
한겨울에는 얼마나 추울까....
그야말로 혹독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것만 같다.
점심으로 쌀국수를 먹고 이내 출발했다.
가는 도중에 놀랍게도 '오체투지五體投地 '를 하는 순례자 일가족을 만났다.
나이가 많으신 노모는 이들 곁을 지키며 걸어가고 있고, 아들과 젊은 며느리는 오체투지를 하며 갔다.
두 젊은 부부도 대단하지만, 이 두 사람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도 이 멀고도 먼 순례길에 올라 걸어가고 있음도 대단해 보였다.
손과 무릎엔 나무 각목을 대어 보호를 하고, 바닥에 닿는 배 부분과 신발바닥은 가죽을 대었다.
그리고 엄청난 바람과 흙먼지를 피해 마스크를 하고.....
오체투지(五體投地)란 불교의 큰 절 예법이다. 무릎을 꿇고 두 팔꿈치를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하는 것으로 투지례(投地禮)라고도 한다.
오체(五體)는 인체의 다섯 부분을 뜻하는 말로 절할 때 땅에 닿는 머리와 두 팔, 두 다리를 지칭한다.
투지(投地)의 투(投)는 ‘던지다, 뛰어든다’는 뜻이다. 즉 오체투지는 부처에게 온몸을 던져 절한다는 의미가 있다.
오체투지의 목적은 수행자가 자신의 교만이나 거만, 어리석음 등을 떨치고 참회하는 것이다.
삼보(三寶)에 대한 최대한의 경배를 표현하는 한편, 부처에게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절대 항복을 나타낸다.
오체투지 상태에서 팔꿈치를 들지 않고 머리와 어깨를 들어 합장한 다음 다시 두 손과 이마를 땅에 대면 고두례(叩頭禮)가 된다.
부처 앞에서 삼업(三業)을 정화하기 위해 세 번 절하는 것으로 고두(叩頭) 또는 고두배(叩頭拜)라고도 한다.
고두례는 오체투지와 같이 삼보에 대한 공경심을 담은 예법으로, 백팔배나 삼천배 등의 마지막에 한다.
티베트의 오체투지는 절 밖에서 주로 행하며 몇 년에 걸쳐 오체투지로 성지순례를 하기도 한다.
기가 막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TV에서 많이 봐와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티벳에 와서 이들의 엄청난 순례를 실지로 보고 있자니
가슴이 얼마나 먹먹해져 오는 지.....
이슬람권에 가서도....
티벳에 와서도 나의 신앙을 항상 돌아보게 만든다.
한 순간이라도 저들 처럼 절대 복종이라는 맘을 가져본 적이 있는 지,
나의 온 몸을 저리 완벽하게 던져본 적이 있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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