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링후를 떠나 쇠뿔상이 있는 우두비를 향해 가파르게 오른다.
그래~ 그랬지.
황하발원지를 찾아가는 길은 왠지 하늘에 닿을 듯 끝없는 길을 오를것만 같았어.
문명의 발상지의 근원을 찾아가는 건데 당연한 거 아니겠어?
오르는 내내 여지없이 타르초가 휘날리고 있었다.
바람은 얼마나 세찬 지, 저러다가 타르초의 줄이 끊어져 나갈것만 같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우린 쇠뿔상이 있는 우두비까지 걸어 올랐다.
고도가 4610m나 되니 모두들 숨이 차오르나 보다.
하지만 나는 이제서야 그동안 고산 트래킹을 다니며 고도 순응된 내 몸이 반응을 하는 지...빠른 걸음에도 컨디션이 날아갈것만 같다. ㅋ~
단지 내 몸을 강타하는 엄청난 추위가 힘들다.
패딩을 입고 그 위에 방풍 보온 쟈켓을 입고 또 그 위에 구스 다운 조끼를 입었는데도 춥다.
그뿐아니라 털모자를 쓰고 그 위에 캐시미어 목도리를 두르고 또 쟈켓 모자까지 썼는데...
이럴줄 모르고 장갑을 챙기지 않은게 실수다.
이젠 손이 시렵다.
어링후(顎陵湖)와 자링후(札陵湖)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우두비(牛頭碑):
해발 4,610m
드디어 어링후와 자링후 사이 그 두 호수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소의 뿔 형상을 하고 있는
황하원류의 기념상-우두비(牛頭碑) 에 닿았다.
아~~
아무리 보고 있어도 저 푸르디 푸른 맑은 물빛이 황하의 원류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어찌 저토록 매혹적인 푸른 물빛이 그처럼 황톳빛이 되어버린 걸까....
장대한 중국의 온 나라를 거쳐 흘러가며 황토 땅들이 침식되고 퇴적되어 물색이 황토빛으로 변한것이리라.
그래서 예로부터 황하는 범람이 심해 치수가 필요해 정치적 개입이 커 역사가들의 중심 연구과제가 되다보니 황하는 '역사의 강'이 되어 흐르고....
장강은 산수가 수려하고 물색이 이뻐서 술 한 잔이 절로 생각나게 해 시인과 예술가들이 모여 풍류를 읊으니 '시인들의 강'이 되어 흘러왔다고 한다.
오옷~
이렇게 멋진 왕초님의 해설이라니....
우린 '역사의 강'이라는 황하와 '시인들의 강' 이라는 장강의 두 강의 원류를 보며 감탄과 감동 백배가 되어 또 흥분했다.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오늘의 모든 여정이....
우두비에서 바라다 보이는 주체하기 힘든 환상풍광과 광활함을 어케 말로 표현할까....
이럴땐 그냥 멍~때리고 있는게 수다.
머리가 아닌 가슴에 꾸역 꾸역 눈에 보이는 벅참을 담아볼까나~~
그럼 쬐끔이나마 담아질까....
바람에 얼굴이 이그러질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불어재낀다.
추워 죽겠다기 보다는 뭔지 모를...그 무엇이 세찬 바람에 실려 가슴속에 파고 드는것 같아 황하원류에 닿은 실감이 난다.
비단 어링후와 자링후에서뿐만 아니라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아무것도 없는 광활함이....
문명의 발상지 같은 그런 태초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하늘 가득 흩날리는 하얀 구름 마저도 엄청난 대기를 가지고 스멀 스멀 내게로 달려드는것만 같다.
일반인들에게 황하발원지라고 하면 이 두 개의 호수를 말하며 이곳 우두비가 있는 전망대를 말하지만,
전문가들의 탐사로서의 황하발원지라고 하면 더 위로 거슬러 올라야 한단다.
어링후의 물은 자링후에서 흘러들고 자링후의 물은 상류 200km쯤 위치한 싱쑤하이(星宿海)라는
수 많은 작은 호수로부터 흘러든단다.
그러니까 이 곳이 황하발원지라고 하는것이 지리학적으로는 옳지 않으나
상류에는 너무나 작은 물줄기와 작은 호수들이 밀집해 있어서 딱히 '황하발원지가 여기다'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이 곳 어링후와 자링후를 통칭해서 황하발원지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두비에서 조금 내려와 한참을 더 거슬러 오르면 또 다른 기막힌 전망대가 나온다.
역시나 이곳도 타르초가 쌓아놓은 바윗돌을 칭칭 휘감고 있다.
신령한 곳인 것이다.
광활한 고원과 세찬 바람, 추위, 그리고 자링후의 기막힌 풍광에 한참을 넋을 빼고보니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이는 나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발을 딛고 있는 이라면 모두가 그러하리라.
성호씬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을 수없이 토해낸다.
아니, 모두가 하나같이 춘향오빠와 왕초님께 폭풍 감사 인사로 감동을 대신한다.
나는 늘 그렇듯이 마지막 최후의 순간까지 버티다가 그곳에서 발길을 떼었다.
그리고도 일행과 한참을 뒤쳐져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
푸르른 창공을....
푸르른 자링후를....
누우런 평원을....
온몸으로 느끼며 만끽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끝없는 대지를 바라본다.
지평선 끝자락을 둘러치고 있는 저 설산이 있는 곳까지 닿으려면 몇날 며칠을 가야만 할까....
바로 눈앞에 보여도 몇날을 가야하는데, 이렇듯 까마득하게 보이니......
사방을 둘러보아도 어디 한 곳 영험한 기가 흐르지 않는 곳이 없어 보인다.
아~
이곳에서 부터 인류 문명의 시작인 황하의 원류가 흐르기 시작했구나~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점심 먹을 시간이 지난 지 꽤 된것 같다.
아침도 전투 식량으로 때웠는데....이제서야 배가 슬슬 고파온다.
그러나 지금은 여행 비수기라서 식당을 연 곳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 한 건물의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것이다.
무조건 그 집으로 들어섰다.
식당이라기 보다는 상점에 가까운 이곳에 잠시 머물면서 끓인 물을 얻어 또 전투식량으로 점심을 대신할 수 있었다.
사실 이 곳에 들어서자 마자 점심보다 화려한 티벳 전통의상을 입은 이 주인아낙에게 반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사진을 찍고싶다고 하자 손사레를 치며 만류한다.
ㅠㅠ
안타까웠지만 우린 아낙이 끓여주는 예쁜 찻잔의 차를 튀김과 먹으며 상황을 살폈다.
주변을 보니, 정말 어디서 구했는 지, 너무나 예쁘고 귀한 찻잔들이 가지런히 장식이 되어 있다.
우린 찻잔이 너무 예쁘다고 말하며 함께 아낙도 너무나 예쁘다고....사진 딱 한 컷만 찍자고....계속 추긍댔다.
이 아낙으로 인해 사실 배고픔도 사라진 지 오래다.
각자 고른 종류별 비빔밥에 끓는 물을 부어 전투 식량이 다 되어 갔지만 먹는 둥 마는 둥 먹어 치우고는
연신 아낙에게 사진 찍고싶음을 표현했다.
결국 스냅사진 전문 작가인 일행분의 성공으로 나도 덤으로 합류.....
본격적 사진 찍기에 들어갔다.
처음 만류했던것과는 달리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했는 지 거침없이 모델이 되어 준다.
와우~~
황하 발원지에 발을 딛은 그 주체할 수 없었던 감동은 저만치로 가버리고 지금 이 순간은 온전히 이 아낙에게 매료됨....ㅎㅎ
아낙이 쓴 모자가 갑자기 갖고 싶어졌다.
등산하면서...아님 아주 추운 날 목도리 대신 버프로 써도 되고, 모자로 써도 그만이다.
색깔도 이쁘고, 속의 털도 따듯해 보인다.
아~ 한개만 샀으면 좋겠는데....
얼마나 오랫동안 이 아낙에게 집중하고 있었을까....
이젠 이 아낙의 의상뿐만 아니라 모자, 장신구까지 시선이 닿는다.
조선시대 암행어사의 마패같아 보이는 커다란 장신구와 함께 매단 장신구와 그녀의 손에서 한시도 멈춤없이 돌아가는
염주, 반지와 귀걸이...
처음엔 쑥스러워 하더니, 어느새 이토록 편해진걸까....
더없이 활짝 웃는 모습이 아름답다.
부의 상징일까..
이들의 금이빨.....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절이 있었나 싶다.
금이 최고의 보석이고 최고의 부의 상징인.....
사진을 찍으며 정이 들었는 지....
우리가 나오는데 차앞까지 나와서 배웅을 한다.
아니, 우리들 모든것이 궁금해졌나 보다.
신기한 듯 차안을 들여다 보는데...그 순간이 너무 재밌다.
青藏高原(特别纪念版-索朗旺姆).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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