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발원지 투어(2016.4·18~4·25)

4.환상의 녠바오위저산(年宝玉则,과락산) ... 바위위샹(백옥향)에서 만난 티벳사람들....

나베가 2016. 7. 21. 20:14






너무나 매혹적이었던 바람과 타르초 안에 한동안을 갇혔다가 차에 올라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얼마 가지않아 우리 앞에 나타난 풍광이라니.....

조금은 안타까웠던 녠바오위저산의 파노라마가 믿을 수 없는 자태로 눈앞을 메워온 것이다.


 





차가 딱히 서기가 어려웠는 지, 우리의 탄성에도 차는 그냥 계속 달리고 있었다.


아!

다 그냥 지나가 버리면 어쩌나~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경이 눈앞을 스치며 휙 휙 지나치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목젖까지 오른다.








차는 이내 섰고, 우리는 그냥 쏟아져 내리붓듯 달려 나갔다.


아!

더 이상 아무소리도 낼수 없을 정도로 탄성이 목에 메여 잦아든다.

녠바오위저산의 본모습이 이랬구나~

 






하얀 설산은 끝도 모르게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그 위로 파아란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이 향연을 펼쳐내고....

그리고 설산 아래로 뻗어내린 저 광할한 황금빛 초원이라니....

4,400m에서 불어재끼는 날아갈 듯한 바람까지...























시선을 끝까지 던져보니, 얼마나 기인 꼬불거리는 오르막을 달려 올랐는 지....

그 길이 아득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 오르는 동안 시야에 펼쳐졌던 녠바오위저산의 아찔한 모습은 얼마나 애간장을 녹였는가~

그냥 한 순간 휘익 지나쳐 버릴까봐 안깐힘 썼던 안타까움과 감동까지 더해  가슴이 더 벅차오르게 한다.








해발고도 4,398m...

이제는 또 하염없는 내리막 길로 내려 꽂나보다.

환상의 내리막 길이 창밖을 메운다.

이 길 끝까지 내려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다르현(达日县)이 나올까??







다르현에 가기 전 우리 앞에 나타난 마을은 매혹적인 바위위샹(백옥향) 이었다.

춘향오빠가 가끔 우리에게 주는 특별상이 주어졌다.

차에서 내려 일정 구간을 걷는것....


세상에~

이 보다 더 좋은 포상이 있을까...


마을을 걸으며 돌아볼 수 있다니...가슴이 다 콩딱 거린다.

차창밖으로 휙휙 지나쳐 버리는 풍광속을 잠시 내려 사진만 찍고 다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내려서 한 시간여를 걸어간다는 것....

자동차 여행에서 이보다 더 매력적이고 후한 포상은 없을것이다.








바위위샹도 '캉샤이사' 사원이 있던 마을 못지않게 마을 전체가 화려한 불교사원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마을이다.

내가 걷고 있는 이 곳이 사원인 지, 마을인 지 헷갈릴 정도다.

하긴 이들의 삶이 곧 불교인것은 척박한 곳에서 살기위해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곳은 1800년대까지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금단의 땅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알렉산드라 다비드 넬' 이라는 영국 여자가 이곳을 최초로 방문해  1927년 '영혼의 도시 라싸로 가는 길(원제-'Voyage d'une Parisienne Lhassa'파리지엔느의 라싸 기행)' 이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서양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1923년 티벳의 수도 라싸로 들어가는데 성공한 다비드 넬은 중국 운남성에서 출발하여 라싸에 이르는 여정과 라싸에서 두 달 동안 체류한 뒤 영국 통상부가 있던 '강체'로 향하는 여덟 달 동안의 모험담을 이 책에 생생하게 담아냈다.

그때까지 티벳은 외부세계와의 교류가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지배국인 영국이 철저한 쇄국 정책을 펼치고 있었던 터라, 10여 년에 걸친 다섯 번의 시도 끝에 티벳을 여행하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당시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철저한 경계를 뚫고 이 여행에 성공하기 위해

다비드 넬은 탁발 순례 중인 티벳의 무식한 시골 노파 행세를 하며 3천 킬로미터나 되는 멀고 먼 길을 걸어서 여행했다하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지에 대해 알고자 하는 열망이 얼마나 큰 지...

세상은 이렇게 간절한 열망을 가진 용기있는 자에 의해서 알려지고 변화하게 되는 지도 모른다.


다비드 넬은 티벳뿐만이 아니라

1917년 조선을 방문해 합천 해인사와 금강산 유점사 등지를 여행하기도 했다 한다.


1917년 이란 조선시대를 떠올리니

그녀의 열망과 탐험정신이 경악에 달할 정도다.






















티벳에 가면 늘 그렇듯 거리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님들을 볼 수 있고, 사찰에서 보는 스님이 아닌 그냥 일상인 듯 자연스럽게 보인다.

여행자들을 대하는  티벳탄(장족)들은 후덕하기가 또 이루 말할 수 없다.

거리에서 스냅 사진 찍기를 즐기는 나로서는 이보다 더 황홀할 수가 없다.















거리에서 장기를 두고 있는 이들은 티벳탄이라기 보다는 또 영락없는 중국인이다.




  






거리의 한 귀퉁이에서 쪄내고 있는 만두는 지나는 이를 유혹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럼에도 만두를 사먹을 여지도 없어 그냥 카메라만 들이민 내게 쑥스러운듯 환한 미소까지 지어주는 이들....







차안에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아낙도 쾌히 카메라 셔터를 허락한다.










   






흥분속에서 거리를 걷다가 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빼꼼히 들여다 본 골목....

그 골목엔 마치 보물창고 처럼 작은 시장이 서고 있었는데, 시장구경 보다는 시장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에 매료되어

빠듯한 시간에 그만 발걸음이 그리 빠져들고 말았다.









삶은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것 같았지만, 이들의 손엔 최첨단 핸드폰이 다 들려있는 걸 보면서

이들도 똑같이 21세기 현대를 살고 있다는걸 깨닫는다.

단지 삶이 종교인 이들의 욕심없는 삶의 모습과 여유가 다를뿐이다.















꽤재재한 동네 꼬마녀석...

얼굴 가득한 주름진 얼굴...

얼마나 추운 지, 눈만 빼고 얼굴 전체를 감쌀 정도로 척박한 곳에서의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표정에선 조금의 그늘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얼마나 행복한 모습들인가~

어쩌면 이 어른들의 표정이 이리도 순박한 미소로 가득할 수 있을까....

낯선 이방인의 카메라 앞에서 어쩌면 이렇게도 자연스런 모습이 나올까...

이들의 소박한 행복이 내게도 그대로 전해들어오는 느낌에 가슴이 마구 부풀어 오른다.




















   



















광활한 고원을 뒤덮고 살짝 떠 있는 듯 있던 신기한 초원의 풀이 이곳에 와보니, 그대로 뗏장이 되어 담장을 이루고 있다.

흙벽돌을 따로 만들 필요도 없이 저대로 집을 지어도 아주 따듯하고 훌륭할것만 같다.




















이렇게 늦장을 부렸으니 일행중 가장 늦게 차에 도착했음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나마 나혼자가 아니었으니 미안함이 좀 덜어졌을라나~

흥분된 우리의 모습에서 춘향오빠도 너그러이 용서해 주리라~

아니, 어쩌면 우리의 행복한 모습에 되려 춘향오빠의 기분도 업되지 않았을까??



도로의 이정표를 보니, 오늘의 목적지인 다르까지 가는 길은 이제 얼마남지 않은것 같다.

그러나 이게 왠일인가~

다 내려왔다고 생각했던 길이 다시 오르막으로 치닫는다.

그러고 보니, 아까 끝없이 내리막으로 꽂히던 고불 고불길 너머로 하얀 설산이 보였음이 생각난다.

다시 그 고개를 넘어야만이 오늘 우리의 여정이 닿을 다르인가 보다.

역시 황하발원지로 가는 길은 끝없이 하늘 길을 달려야 하나보다.




다시 시작된 환상의 오르막을 달리는 중에 갑자기 또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 햇볕이 강렬하게 내려 쬐이더만 이젠 또 우박이라니...

아침부터 오늘 하루 동안 맑음-눈-강렬한 태양빛-우박...그야말로 변화무쌍한 날씨가 아닐 수 없다.

아니, 그런데 저쪽 하늘을 보니 파아란 하늘 그대로다.

날씨가 변화무쌍한게 아니라 그만큼 우리가 멀고도 머언 곳을 달려 지나온 것이리라.


4,453m까지 다시 올랐다.

얕은 고산증세인 지 졸음이 정신없이 쏟아진다.

건조해서인 지 눈도 너무나 아프다.

이럴땐 몸이 시키는 대로 맡기는게 최고다.


어둠이 깔려들때서야 다르에 도착했다.

새로 오픈한 숙소를 찾아 헤맸지만, 놀랍게도 쓸만한 숙소는 이미 방이 다 찼다.

아니, 비수기에 이 큰 호텔들에  방이 없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관광객이 아닌 이곳을 지나는 많은 트럭들을 생각하면 그리 또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할수없이 허름하지만 빈방을 찾아 한 숙소에 들어섰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관출입문(좌측 사진)으로 들어서니 넓고도 화려한 로비(우측사진)가 눈을 잡는다.

'세상에~이런 일이...'란 프로에 나와야할 법한 숙소가 아닐 수 없다.

로비뿐만이 아니라 방도 최신식 시설의 넓직한 방이었다.

빠른 속도의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건 당연한 일이었고....

연일 행운이 함께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쯤되면 오지 여행이라기 보다는 왠지 럭셔리 여행에 가까운 느낌이다.

행복한 비명이다.







Oliver Shanti & Friends(1999. Tibetiya) - eM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