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발원지 투어(2016.4·18~4·25)

2..황하발원지..여행 시작-청두Ch'eng-tu , 成都 )에서 웬촨- 리시엔-홍위엔 (월량만)-탕커-아바현까지...

나베가 2016. 7. 12. 00:04


2016.4.18

인천-청두-리시엔




여행의 즐거움중 반은 준비를 하면서 기다리는 '들뜸'에 있는데...

사실 지난 '비아포 히스파 빙하 트래킹'기를 블로그에 업데이트 하느라 밤잠을 설치며 정신없이 보내느라  이번 여행 준비는 전혀 하지 못햇다.


 1분도 지체없이 선택을 하고는 그 순간은 또 야심찬 맘으로 책까지 구입했었지만

외출중 전철에서 들여다 본게 다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인더스 문명과 함께 인류 4대 문명의 발상지인 황하문명의 발원지를 찾아간다.....

늙으막히 이 얼마나 매혹적인 여행인가~

갑자기 학창시절 열공모드에 빠져드는것 같은 흥분됨으로 공부 좀 하고 가려던 야심찬 맘이었는데 ...

늘상 그렇지만 터엉 빈 공간으로의 출발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중국 인문학의 정통-왕초님과 함께하는 여행인데...

왕초님이 쓴 저서도 좀 들여다 보고, 황하문명에 대한 얄팍한 지식이나마도 좀  예습을 하고 가야 예의일텐데...

이처럼 지식 백지장 불량학생으로 짐을 꾸려 떠나자니 부끄러운 맘과 함께 미안한 맘 마저 든다.


에잇~

걍 훌훌 털어 버리고 가는 거지 뭐~

왕초님과 춘향오빠...그리고 자동차가 있잖아~

온전히 다 맡기는 거지.

들어도 금방 다 잊어먹는 지우개가 머릿속에 터억 자리하고 있으니...

그 핑계삼아 차라리 오래 남는.... 가슴과 몸으로 하는 여행을 하고 올테야~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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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반 출발 비행기에 6시반으로 약속 시간을 잡았지만, 밤 버스로 울산에서 올라오신 꿈청님이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해 있음을

아는 지라 마치 약속 시간을 바꾼 듯 모두 6시에 도착해 일찌감치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늘 그런건 아니라는데 운이 좋게도 이번  뱅기는 짐은 우리의 목적지인 청두까지 가고, 사람만 청도(Qingdao , 靑島 )에서 내려서 환승이다.

모든 시작이 왠지 이번 여정에도 전생에 지구를 구한 듯한 운빨이 작용하는것 같아 설렘이 더해진다.







늘 멀고도 기인 여행을 즐긴 지라 이번 여정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목적지인 청두에 도착한 거 같다.

짐을 찾아 밖으로 나가니, 왕초님과 뜻밖에도 반가운 얼굴-성호씨가 우리를 맞는다.


헐~

성호씨....


전혀 뜻밖인 성호씨와의 만남에 한바탕 호들갑을 떤다.

성호씨는 작년 '라오스 태국북부, 그리고 운남'의 여정을 마치고 쿤밍의 춘향오빠 집에 잠시 머물면서 만난 분으로

4명의 팀원중 사정상 생긴 빈자리에 합류하게 된 분이다.


공항 밖으로 나가니, 우리를 싣고 대 장정을 떠날 차량이 춘향오빠와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의 짐을 잘 싣기 위해 기존 짐을 풀어 헤쳐놓은 것...

스펙타클한 우리의 여정이 눈에 훤히 보이는 듯해 흥분됨이 배가 된다.








재빨리 짐을 정리해서 싣고는 지체없이 출발이다.

오늘 빡세게 달려 리시엔까지 간다하니....

리시엔이 어디쯔멘 지 전혀 알길 없지만,' 빡세게'란 단어가 주는 느낌이 꽤 머언 여정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더우기 조금있으면 도로 정체가 심해져서 빠져 나가기가 지옥이라니,  다른 생각할 여지도 없이 우리 맘도 급해진다.


그러나 급한 마음도 순간....

생각외로 도로 사정은 좋아 술술 빠져 나가고....

날씨도 좋아 하늘 빛이 보인다고....히히 낙낙이다.


'모르시겠지만 청두에서 이런 날씨를 맞기는 하늘의 별따기' 라면서.... 서두를 꺼낸다.

분지라서 맑은 날이 거의 없어 햇빛이 없고 습기가 많아 미인이 많다고까지 하니....

첫 시작은 왠지 우울 모드였다가 이어 나온 '미인이 많다'란 말에 귀가 쫑긋 세워진다.

청두에서 살면 나두  피부 미인이 될까해서리~~ㅋㅋ






그렇게 재미지게 시작된 강의....

청두는 중국에서 두번째로 큰 성인-사천성(쓰촨 성)의 수도로 인구가 무려 1억이나 된다 한다.

옛날 중경을 포함했을때는 1억이 훨씬 넘었다하니, 도대체 이 나라의 규모는 얼마나 큰 건 지...사실 감도 잡히지 않는다.

3개의 자치구와 23개의 성을 가지고 있는 땅덩어리중 한개의 성 인구가 1억이라니..지도를 보니 그제서야 중국의 어마 어마한 땅덩이가 그려진다.


청두는 중요한 교통 중심지이며, 진나라때 청두현이 세워져 한,촉,당을 지나면서 중국에서 가장 큰 상업도시의 하나가 되었고.

8세기 말에는 제 2의 수도가 되었다.

1952년 이후 남동부 전역에서 으뜸가는 철도 중심지가 되었고, 화력발전소,라디오 공장과 전자 공장이 세워졌으며

알루미늄, 비료, 화공약품등 화학공업이 발전했다.

그뿐아니라 중요한 문화 중심지로 2개의 대학교와 각종 연구소, 박물관과 다양한 전문 기술학교 등도 세워졌다.

성공적인 관개 시설이 갖추어진 비옥한 청두 평원 덕에 쌀농사를 많이 짓고, 물고기가 많아 물고기 요리가 발전했다 한다.


도시가 분지로 포옥 파묻혀 있어 제갈량이 유비에게 이곳에 머물며 상황 파악을 하도록 시킨 곳이기도 하단다.


암튼 오늘날 청두의 경제속도는 매우 빨라서  도로 상황이 엉망징창이라고....

이런 이유로 청두에선 1분도 지체할것 없이 빨리 탈출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나~





그래~

황하발원지를 찾아가는 여행....시작부터 뭔가 달랐다.

이곳의 역사와 날씨, 문화까지 간을 보듯 맛깔스럽게 덧붙여지는 짤막 짤막한 강의는

우리로 하여금 여늬 여행과는 사뭇 다른 맘가짐을 갖게 한다.


복잡한 성두 도심을 벗어나니 이내 우리 시야에 닿는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도로 양옆으로 우뚝 솟아있는 산들이 눈을 시원하게 하고,

때론 산 꼭대기부터 거친 흙모래가 흘러내려 자못 파키스탄의 한 풍광같게도 보인다.

더우기 선루프를 열고 축복받은 오늘의 파아란 하늘과 옆의 높다란 산봉우리들을 바라보며 달리자니...

그야말로 신바람 나는 환상의 드라이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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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이라 그랬을까....??

이미 청두에 도착하자 마자 여행은 시작되었는데 왜 카메라는 꺼내지  않고 있었을까...

그저 온 몸을 창밖 풍광에 던진 채 그 어떤 행동도 하고 싶지 않았던걸까??

지난 비아포...여정에서 매순간 느닷없이 당한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나온 후유증일 지도 모르겠고...

암튼...

난 온 몸을 터엉 비운 채, 춘향오빠가 데려다 주는대로, 왕초님이 이야기 해 주는 대로....

출발 전 고쳐먹은 맘대로 보고 듣기만 했다.

그야말로 이 또한 너무나 매력적인 여행이 아닐 수 없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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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 탈출부터 모든 도로 여건이 좋아 예상시간 보다 빨라 웬찬에서 묵으려던 것을 리시엔(리현)까지  올 수 있었다.

대충 씻고 여유로운 맘으로 저녁을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갔다.

한가로운 분위기가 마치  머언 타국에 여행온 듯한 느낌이 아니고 왠지 동네 중국 식당을 찾아가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춘향오빠와 함께 한 그 동안의 여정때문인 지, 처음 함께 하는 일행들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낯설지가 않으니 더 그런 느낌이 들었는 지도 모르겠다.


빠이주를 한 잔씩 들고 건배를 하며 나름 근사하고 맛있는 저녁 식사 시간을 가졌다.

부푼 마음이 더욱 더 커져만 간다.


<4/18일 사진: by 왕초>





2016.4.19

리시엔-홍위엔-탕커





첫날 밤을 비교적 따듯하게 잘 보냈다.

호텔 시설은 미비하였지만, 침대 위에 깔려있는 전기 장판 덕분에 자고 일어난 몸이 얼마나 개운 하던 지....

이젠 어디를 가나 나이 먹은 티를 낸다.









집에서 준비해간 반찬등을 꺼내 춘향오빠 진행 짐에 꾸려 넣으니 한결 가방이 널널하다.

벌써 해발고도가 3000m에 달하는 높이인 지라 피부에 닿는 바람이 쌀쌀해

옷을 따듯하게 갖춰입고 오늘도 어제나 별 다름없이 또 길을 달린다.


역시 고도가 높으니 먼발치로 하얀 설산이 보인다.








그리고 이내 나타난 정겨운 마을....

드높은 산 아래 포옥 파묻혀 있어 마을이라기 보다는 너무나 이쁜 인형의 집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더우기 정갈하게 매어져 있는 밭고랑들과 유럽에서나 봄직한 주황색 지붕의 가옥 형태가 도저히 티벳 마을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글쎄~ 좀 더 가까이 가서 본다면 독특한 유리창의 모습에서 티벳임이 확연히 나타날까....








여행이란것이 원래 길을 달리는 것이지만...

이번 여행은 특히나 더 길을 달리는 컨셉이다.

바로 자동차 여행....


황하 문명의 근원인 '황하 발원지'를 찾아서 달려가는....

왠지 끝도 없이 하늘 끝까지 달려가야만 할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한없는 길을 달리며 우린 무엇을 보게될까....

우리 눈앞에 어떤 세상...어떤 풍광들이 펼쳐질까....

엄지 손톱만한 나라에 사는 나로선 아무리 세상을 돌아다녀도 예측할 수 조차 없다.


어쩌면 그 예측할 수 없음....

그것에 끌려서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이런 특별한 오지여행을 늘 선택하는 지도 모르겠다.









겨울이 지나 봄도 지나가는 마당에 느닷없이 단풍이 흐드러진 곳이 있다하여 궁금증을 유발하였는데,

알고 보니,가짜로 만든 인조 단풍나무 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좋은 산하에 왜 인조 단풍나무를 세웠는 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암튼 재밌어서 차에서 내려 마을을 한바퀴 돌았다.


당나라 공주인 문성공주가 티벳의 손챈캄포의 제 2의 왕비로 시집오는 동상도 보이고...

다리위의 멋진 누각도 보이고...

거기에 영락없이 특별한 장소에 있는 타르초가 날리고....

뭔가 특별한 곳이긴 한것같다.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마을이 크고 깨끗하다.





















춘향오빠가 세워주는 대로, 때로는 우리의 요청으로 수시로 차에서 내려 경치를 감상하기도 하고...

잠시 마을도 둘러 보기도 하고...

때론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차에서 내리기도 하며 우린 계속 길을 달렸다.













어느사이 이렇게 올랐는 지....

황하 수계와 창강 수계가 갈라지는 분수령에 닿았다.

해발고도 4345m 의 고지다.


이곳에 오르는 동안 장엄한 설산의 파노라마가 그야말로 우리입에서 탄성을 내뱉게 만들었는데,

정작 차가 선곳에서는 뷰도 빛도 그다지 좋지 않다.







암튼.....

이곳에서부터 황하의 지류가 갈라진다하니, 멋진 뷰보다도 그 의미가 더 크다.

아래 사진은 황하방향이고...

설산의 파노라마가 보이는 곳은 창강 방향이다.







차에서 내려 한 동안의 여유 시간을 가졌다.

좀 더 높은 구릉에 올라 황하와 창강이 갈라지는...너무나 상반된 풍광....

시원하게 펼쳐진 광활한 대지와 설산의 파노라마도 보고....

해발고도 4345m의 높은 고갯마루엔 여지없이 휘날리는 타르초에 내 소망도 함께 날려보내곤

다시 차에 올라 황하방향으로 계속 길을 달린다.









세상에~

이렇게나 오지인 곳에 검문소 비슷한 곳이 있었다.

사진 속 버스 지붕에 달린것이 바로 이동 감시 카메라....


과속에 그만 걸려버린 것이다.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인걸까...

과속에 걸린 차들이 많은걸까....

꽤나 오랜 시간을 보낸 뒤에 딱지를 뗀 채 진행팀이 우리 차로 돌아온다.


여기서의 규정속도가 얼마인 지는 모르겠다.

암튼,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 대부분이 다 딱지를 떼는것으로 보아선

뻥뚫린 고속도로의 무한 질주가 가능한 도로에서 기막힌 규정속도가 아닐까....ㅠㅠ








딱지 뗀 우울모드는 날려 버리고...

우린 또 길을 달린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탄성에 차가 섰다.

일순간에 우르르~ 차에서 내려 사방으로 흩어진다.








4월의 누우런 고원의 풍광....

하얀 뭉게구름이 춤추듯 떠도는 파아란 하늘이 대비가 되어 고원의 풍광이 더 환상적이다.

그 한 가운데를 가로 질러 흐르는 강줄기하며...

헤아릴 수도 없는 까만 콩처럼 보이는 검은 소들의 향연까지.....






















한 동안 넋을 잃고 사방에 대고 셔터를 눌렀다.

우리나라에선 절대 볼 수 없는 광활한 풍광에 사로잡혀......












차에 올라 좀 더 달리니 유명한 홍위엔(월량만,月亮灣)이다.

광야를 흐르고 있는 강줄기의 모양이 마치 달 모양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차를 주차하고는 우리 모두는 흥분속에 걸었다.

무작정 춘향오빠를 따라 걷자니 꽤나 높은 언덕배기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곳까지 걸어 오르기가 왜 이리도 먼 지....

눈앞에 펼쳐진 탁 트인 비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거다. 



 









수도 없이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다 문득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어리석지??

가장 높은데 올라 바라보면 가장 멋지고 탁 트인 전경을 한방에 찍을 수 있을텐데...








나의 삶에서도 이런 면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지는 않은 지....

고지를 향해 오르기 보다 너무 자주 멈춰버리는 건 아닌 지....

정작 중요한건 잊고 사소한 것에 늘 머무르는건 아닌 지....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들다가 이내 또 다른 생각이 채워 버린다.


아냐~

아무리 정상에서가 가장 잘 보인다고 해도 그 사이 사이의 다른 시각에서 뵈는 풍광이 멋지잖아~

자주 멈출 수록 더 많이 볼 수 있는 거야.











그냥 지나치려는데

버들강아지가 띈다.


우리나라에선 흔히 냇가에서 많이 피는데,

저 아래로 강줄기가 휘돌아 치기는 하지만

이리 한참 멀리 길섶에 버들강아지가 피어있다니....

신기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피어있는 모습이 귀여워

한 컷 담아본다.
























가까스로 전망대에 올랐다.

가슴이 뻐엉 뚫리는 쾌감속에 잠시 마음이 먹먹해진다.

세상 모든 것들이 다 저 만치 끝으로 밀려가  내 눈앞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것만 같다.

한없이 가벼운 자태로 동동 떠있는 하늘의 구름이 차라리 내 곁 가까이서 나를 잡아 당기는것 같다고 할까.....












월량만의  굽이 굽이 흐르는 사행천은 황하 상류에 흘러드는 지류로서

흡사 여러 줄기의 강줄기 같지만 하나의 지류로 이처럼 굽이 굽이 휘돌아쳐서 북류해 황하로 이어진다.


















그런데 차에 타면서 저~ 쪽편을 문득 보니

하늘의 구름이 예사롭지 않다.

구름이 솜털처럼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는것만 같다.

저건 뭐지??

구름이 어떻게 아래로 쏟아내리고 있는 거지??








나의 이 의아함과 신기함은 금새 깨져 버렸다.

지금  저 쪽 마을에선 비가 내리고 있다는 거다.


세상에~

비 내리는 모습이 이 만큼 멀리서는 구름이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는것 처럼 보이다니....


아주 오래 전 동티벳 투어때도 이런 모습을 보았었지.

그 모습이 너무나 신기해서 호들갑을 떨었는데, 그게  비내리는 모습이었다니....


암튼...

저 멀리 비가 저리 내리고 있으니 우리의 내일 일정이 왠지 희소식을 줄것만 같단다.

다름아닌 눈....

내일...끝도 보이지 않는 4000m 대 고원의  환타스틱한 설원 속을 달리지 않을까 하는....

부푼 기대감에 차안은 벌써부터 히히낙낙이다.








고즈넋한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을 나서 천천히 걷고 있는데, 건축공사 현장이 눈에 띈다.


이게 도대체 언제적 건축 모습이야~

건물 외벽에 나무 안전망을 치고 물동이에 건축 자재를 담아 올려 짓 집는 모습....

근래는 거대한 기계로 짓는 아파트 공사 현장만을 본 터라 마치 어릴적 우리 집 짓던 추억에 시간여행을 온것만 같다.








흙먼지가 가득 앉은 차창에 비친 거리속 나의 모습.... 

질감이 재밌어 한 컷 담아본다.












길을 또 달린다.

저 다리는 무슨 영험한 기운을 담고 있길래 저리도 불경에 소망을 담은 타르초들이 빈틈 없이 매달아 있는 걸까...

저리도 간절한 믿음이 삶의 근간에 깔려 있어 이들의 삶에선 오만함이란 찾아보기 힘들은 걸까....

나약함 보다는 겸손함이 더 느껴지는 모습이다.









월량만 북쪽으로 와체라는 마을에 있는 와치타린 (瓦切塔林. 와체탑림,3416m)에 닿았다.

백색의 탑이 백개의 탑군을 이루고 있다는 와체탑림....








입장료가 있었는데, 지금은 비수기라서 그냥 통과 시켜 준다.

큰 돈은 아니었지만 공짜라는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즐거움 아닌가~








히히낙낙하며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0개의 하얀 탑군을 이루고 있다는 와체탑림이 놀라워서가 아니라

그 앞을 가득 메우고 있는 어마 어마한 타르초 때문이었다.













헤아릴 수도 없는 불경을 담은 타르쵸들이 오랜 세월을 견뎌내며 이리 저리 휩쓸리다 바닥에 깔려 버리고....

날아가 버리고, 또 끊임없이 새로 매달았을....

그 세월의 흔적들이 파아란 하늘아래 펼쳐져 있음이 장관이다.








긴 줄에 정사각형의 깃 폭을 줄줄이 이어달은 만국기 같은 형태의 타르초에는 옴마니 파드메훔 같은 만트라, 경문이 가득 씌어져 있다.

그리고 타르초의 형형색깔들은 우주 5원소를 가리킨다고 한다.

파란색은 하늘, 노란색은 땅, 빨간색은 불, 흰색은 구름, 초록은 바다를 의미한다.

이것은 우주의 모든 것을 상징하며 모든 생명의 근원과 신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타르초가 휘날리는 고갯마루에 오르면 향을 피우거나,

라체에 하닥(흰색 천)을 걸며 소망과 무사태평과 환생을 빌곤 한다.

그러고 보니, 높은 고지를 지나는 고갯마루엔 영락없이 타르초가 휘날리고 있었음이 떠오른다.

불경에 실어담은 소망들이 하늘과 좀 더 가까워 쉬이 전해질것을 바란게 아닐까....ㅎㅎ












와체탐림을 나와 달리던 중 이번엔 엄청난 야크떼를 만났다.

이들은 질서있게 강을 건너고 길 위를 달렸다.







우리 앞을 질러 가던 야크떼들이 우리의 진입을 눈치 챈건 지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 힘이 얼마나 좋은 지, 땅이 울리는 듯 했다.

아니, 눈앞을 지나는 엄청난 힘과 뽀얗게 일으키는 흙먼지때문에 더 그리 느꼈을까....


다시 보기 힘든 한편의 멋진 군무를 본 듯

잠시 흥분을 멈출 수 없었다.













자동차 여행의 가장 매력적인 것은...

가만히 앉아서 수없이 변화 무쌍한 풍광을 접한다는 것이다.

아니, 그냥 스쳐 지난다기 보다는 그 알 수 없는 풍광속으로 한없이 빨려 들어간다는 것....

때론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다신 헤어 나올 수 없을것 같은 순간에 맞닥뜨리기도 하고....

때론 눈을 의심할 정도로 쌩뚱맞은 풍광을 접하기도 한다.








엄청난 야크떼의 군무를 보고나서 이내 나타난 풍광은

또 평온하기 그지없는 마을 풍광이다.

조금 있으면 푸른 초원이 될 ...그러나 지금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다운 연두빛 머금은 노오란 초원위에 그림처럼

마을을 이루고 있는 풍광은 아름다운 알프스 자락 같은 느낌 마저 풍긴다.








빠르게 질주하는 자동차의 속도로 풍광은 바뀌었다.

아까 월량만에서 출발하면서 본 비가 벌써 이곳에서 눈밭을 만나게 하다니....

그렇다면 아까 구름아래로 쏟아붓던 것이 비가 아니라 눈이었단 말인가??









잠시 소강상태였던 눈발이 다시 쏟아붓기 시작했다.

차안은 전혀 예기치 못했던 오늘의 이 상황에 흥분으로 가득찼다.


세상에~~

다들 제 정신이 아닌게야~

이 고지대에서 눈이 오는데, 혹여라도 길이 통제되면 어쩌려구...

이리들 좋아서 난리굿일까....


하긴 모...

그때 일은 그때 닥쳐서 생각할 일이고....

4월의 설원속을 끝없이 달릴 수 있다는건 충분히 흥분할 만한 일이야~

'까르페 디엠'

ㅋ~~





헨델-목가적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