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36.히스파빌리지에서 후루(Huru or Horo)까지의 최악의 산사태구역을 빠져나가다...

나베가 2016. 4. 16. 23:00





다리를 건너 얼마 지나지 않아 첫번째 로드블럭이 나타났다.

어짜피 7개가 났다고 했으니까 이왕이면 빨리 빨리 나타나주는게 도와주는거라 생각하니

로드블럭 만남이 언짢지가 않다.

더구나 다행스럽게도 차량은 들어올 수 없지만 우리가 지나가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은 구역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번째 로드블럭 구역이 또 나타났다.

이번에는 그 정도가 아주 심해서 도로가 완전히 유실이 되어버렸다.

제법 기인 구간의 도로를 완전히 삼켜버리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강물은 세찬 물살을 가르며 흐르고 있었다.

산 언덕배기로 올라 걸어가자니 여전히 산사태는 진행형처럼 보인다. 







벌써 세번째 로드블럭 구역이다.

대체 얼마나 큰 비가 왔길래 이리 몇십 미터를 두고 산사태를 일으킨 걸까....

이런식으로 간다면 순식간에 7개의 로드블럭을 지날텐데....왜 중간에 캠프를 친다는 건 지 약간 의구심이 든다.

이번에도 역시 쉬이 건너갈 수 있는 구간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겪어냈던 수많은 낙석지역과 돌과 흙사면길의 단련으로  이 정도의 로드블럭 구역은

겁없이 잘들 건넜다.






오늘 중간에 캠프를 할 수도 있다고 했던 말에 새로 시작된 이 여정이 쉬이 끝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차라리 일어난 일이라면 즐기는게 낫다고 스스로에게 위로하며

이곳에서만 볼 수있는 놀라운 풍광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걷는다.




























우리보다 늘 앞서 걷는 포터들이 저만치에 앉아서 쉬고 있다.

우리도 잠시 그들곁에서 쉬었다가 간다.







이제 네번째 로드블럭 구간이다.

사실, 우리가 걷는 길 모두가 낙석 위험지구라서 어디에서 특별히 더 조심해야 할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로드블럭이 된곳인 만큼 언제 다시 또 무너져 내릴 지 모르니 조금도 긴장감을 풀어서는 안되었다.








아닌게 아니라 건너와서 보니 언제 또 무너져 버릴 지 모를 기세로 갈라진 모습이 보인다.






한 참을 다른 행성인 양 주변을 구경하며 걸었다.

희귀한 모양의 흙벽들의 향연...

그 아래로는 미끄러지듯 모래와 자갈이 엄청난 모습으로 흘러내리고 있으니

모든 구역이 언제 산사태를 일으킬 지 모르는 시한 폭탄 같다.



 













길섶으로 빈틈없이 나뒹굴고 있는 이 돌덩이들은 도대체 언제 흘러내린 것일까....

하긴 주변을 바라보니, 작은 바람결에도 매일 스르르 흘러내릴것만 같다.







아!!

위를 바라보니 마치 성벽을 쌓은것 같이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여전히 흘러내리고 있는 흙과 자갈과 바윗덩이들은 위압적이면서도 장관을 연출한다.











다섯번째 로드블럭을 만났다.

이젠 두번만 만나면 로드블럭이 끝이라는 생각에 위험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살짝 흥분감 마저 인다.

무너져 내리고 있는 길 가장자리로 조심스럽게 건너간다.






아!!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어지는 구간은 너무 아찔해서 넋이 나갈 지경이다.

길은 완전히 사라졌고, 산의 일부도 무너져 내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아무래도 위로 치달아 올라 멀찌감치로 돌아야 할것 같다.

그러나 마구 흘러내리고 있는 낙석이 지금도 진행형 처럼 보이니 그게 여간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벌써 여섯번째 로드블럭 구간을 만났다.

길은 다 무너져 내렸어도 우리가 지나기에는 걱정없다.

아~ 이제 한구간 남았다.


지금 시간 2시 반...

이런 속도로 무너져 내렸다면 조만간 일곱번째 구간이 나타날것이고, 짚으로 갈아탄다면 오늘 충분히 훈자로 들어갈 수가 있다.






10여분만에 일곱번째 로드블럭 구간이 나타났다.

이곳 역시 길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 길로 걸어가기는 불가능하고 또 산으로 올라가서 건너가야 했다.

그런데 저 만치 보이는 길에 차량이 없다.

출발 전에 들은 얘기가 맞다면 저만치에 지금 짚이 대기를 하고 있어야 할텐데....















올람이 앉아서 담배 한 개비를 피고 있다.

뒤이어 오는 포터들도 잠시 앉아 쉬고...


일곱개의 로드블럭을 다 지났는데....왠지 로드블럭이 끝난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암튼 나도 잠시 쉬며 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헐!!

또 로드블럭이야?

짚차가 대기하기는 커녕 20여분만에 또 로드블럭을 만난것이다.

벌써 여덟번째다.




















15분만에 또 로드블럭이다.

아홉번째다.














몇십분을 상간으로 나타난 로드블럭으로 빨리 끝날것 같은 기대감에 열심히 인증사진을 찍으며 숫자를 헤아렸지만,

산사태 구역은 그 시간 차를 두고 계속 나타났다.






열번째...열한번째...열두번.....결국 나는 21번째까지 헤아리다가 그만 포기를 하고 마냥 걸었다.

이젠 인증사진을 남기려고 애도 쓰지 않았다.







짚차가 곧 나타날거라는 기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젠 점 점 더 험해지기만 하는 로드블럭 구간에 집중해야만 했다.






이제는 거의 모든 로드블럭 구간에 길은 없었다.

완전히 쓸려 내려가 그저 산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우리가 히스파 빙하를 건너며 맞은 역경 못지 않은 시련...

몇십분을 상간으로 무너져 내리는 흙돌사면길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그야말로 빙하의 크레바스를 건널때 못지않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여정이다.








지금 시각 3시반...

이제는 포터들의 체력이 슬슬 바닥이 나는듯한 느낌이 온다.


새벽 4시반에 출발하여 11시간이 지나고 있다.

우리는 히스파 마을에서 점심을 든든하게나 먹었지만, 포터들은 밥을 먹었는 지 모르겠다.

유난히 초반부터 심한 오르 내리막을 걸었던 터라 지친데다 히스파 마을 어귀에 닿았을때 부터 내리쬐는 뙤약볕을 걷느라

두통까지 호소했었는데....







그래도 무조건 가야만 했다.

여기 어디에도 캠프를 칠 자리도 없거니와 물이 없기때문이다.










스물한번째 이후 벌써 몇번째 로드블럭 구간을 지났는 지 모르겠다.

대체 2015년 파키스탄에 뭔일이 있었던 걸까...


우리가 스카르두로 들어갈때 만났던 인더스 강물의 성난 물흐름을 보고는 예감을 하긴 했었지~

어째 인더스 강이 ...파키스탄이 예사롭지 않다고.... 










30구간이 넘는 로드블럭 구간을 지난것 같다.

벌써 4시가 넘었다.







그러나 우리는 어쨋든 계속 가야만 했다.

보이는 곳 모두가 낙석 위험지구고 캠프를 칠만한 장소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 갈수록 험악한 구간이 우리의 시야에 닿는다.

마치 모래 스키라도 타야될것 같은 모래 슬로프가 미끄러지듯 사방에 포진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모양새가 더 위압적이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더 이상 나갈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 길이 끝이었다.

높이 솟은 흙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고, 흙벽 바로 밑으로 세찬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포터들이 짐을 풀어놓고 모두 망연자실 앉아 있다.

길도 막혀있을뿐더러 더이상 갈 수 없다는 저항하는 몸짓이었다고 할까...

아니, 돌아보니 돌로 쌓여진 움막도 있고, 포터들이 잠자기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그리고 어디서 물길을 찾았는 지 물도 한 병 받아왔다.

위험천만의 낙석지구이지만 캠프를 치기엔 더이상 좋은 곳이 없을것 같다.





오후 4시반,,,

히스파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결정을 내리느라 2시간쯤 지체한걸 감안해도

점심도 제대로 먹었는 지도 모를 포터들이 이 험로를 10시간을 걸었다는 거다.

오늘은 이곳에서 캠프를 하기로 했다.

평상시 같으면 도착하기가 무섭게 텐트를 칠텐데 모든 포터들이 죽기 직전인 지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후세인 혼자서 애간장을 태우며 텐트를 쳐 보겠다고 동분서주할 뿐이다.

그것도 온통 돌더미 바닥이라 텐트칠 자리마저 여의치 않은데서...







가까스로 텐트도 쳤고, 자리가 없어 식당텐트는 치지 못하고 키친텐트만 겨우 쳤다.

불가능해 보였던 이 상황에서 모든게 감지덕지다 .


평소와는 달리 굉장한 속보로 걸었기에 더욱 지치고 갈증마저 났다.

마침 근처에 물이 있어 정수를 해서 비타민 C를 타서 1리터를 단숨에 다 마셔버렸다.

모래바닥이라 에어매트도 불것없이 그냥 매트위에 침낭깔고 누웠다.

온 몸이 녹아든다.


잠이 오락가락 하는데 저녁호출이 왔다.

히스파 마을에서 산 닭으로 백숙을 하고 푸딩을 만드어 내었다.

어찌 이 열악함속에서 푸딩을 만들었는 지, 맛있다.


그나저나 핫산도 심하게 다리를 다쳤는데, 사다르가 많이 아프다.

식중독에 걸린것 같아 약을 처방해주고는 달빛에 앉아 담소를 나누다가 텐트로 들어왔다.





내일을 위해 빨리 자야지.

그나 저나 내일 대체 어디로 빠져 나간다는 거지?

아무리 둘러봐도 저 깍아지른 모래 슬로프로 올라서 넘어가야 할것 같은데...그게 당췌 가능할까??

아~ 어찌 되겠지.

인샬라~ 다.


침낭속에 누워있자니 덥다.

지퍼를 끝까지 내리고 옷도 가볍게 입고 다시 누웠다.

강물 흐르는 소리가 해일이 인듯 금방이라도 덮쳐올것 처럼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