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33.주트말(Jutmal)에서 비탄말(Bitanmal)까지..빙하에서의 마지막 서바이벌...광란의파티...

나베가 2016. 4. 15. 00:30

2015.7.31.금요일....


3시 기상,4시 아침식사, 4시반 출발....







연일 지옥같은 여정의 반복이었으므로 오늘 여정도 마찬가지일거라 추측....

서둘러 준비를 마쳐 5시 출발예정이었던 시간을 어제보다도 빠른 4시반에 출발했다.

해가 나면 순식간에 빙하가 녹아 뚝뚝 떨어져 내려서 1분이라도 빨리 출발하는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가 출발하려는 순간에  먼동이 서서히 트기 시작했다.

어둠을 뚫고 온전히 드러낸 하얀 설산의 위용이 더 당당해 보인다.


후세인이 정신없이 서두는 기색이 보여 얼른 몸을 추스리고 후세인을 따른다.

오늘의 일정은 어제의 목적지까지였으므로 시간적 여유는 있었지만 이리 서두는 이유는 한가지다.

빙하와 빙하계곡이 끝없이 이어지는 이 여정에서 만나는 흙돌벽 낙석지역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고,

빙하가 녹기전에 건너야 빙하도 빙하계곡도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니 좋을때 무조건 서두르는 것이 맞다.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을 쳤다.

꼭대기에 올라서 우리의 캠프지를 보니, 한 점으로도 찾기가 힘들다.

포터들이 올라오는 모습이 실처럼 가는 줄위에 점 점으로 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돌려 하얀 설산과 거대한 빙하가 있는 곳을 바라다 본다.

유리 파편처럼 갈라져 있는 시커먼 빙하의 흐름이 더욱 더 장대해 보이는 것이 어마 무시하면서도 한편으론 장관이다.


아! 그나 저나 저토록 어마 어마한 빙하 그 어디에서도 그렇게도 탄성을 자아냈던 설빙하는 찾아볼 수가 없다.

혹시 오늘의 여정도 저곳 어딘가를 또 건너야 하나??
















<아래사진/일행였던 워크딕님 블로그에서 퍼온 사진임>

이것 저것 상념에 젖는것도 잠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바라보니 '헉'하고 숨이 멎는다.

그야말로 경사도 80도...

거의 수직 처럼 보이는  흙돌사면길이다.


아예 시작부터 후세인은 내 배낭을 자신의 배낭위에 얹어 매고 간다.

이건 빙하의 크레바스 건너기와 거의 맞먹는 아찔한 곡예길....

나도 나려니와 저 커다란 짐을 진 포터들은 어찌 균형을 잃지않고 내려올까...ㅠㅠ


겨우 발 하나 디딜 여유만이 있을까...그 마저도 자칫 잘못 디디면 까마득한 저 끝까지 단박에 무너져 내릴판이다.

그러니 절대 벽은 짚어도 돌을 짚으면 안된다. 자칫 돌이 빠져나오면서 무너져 내릴 수가 있기때문이다.




그야말로 오늘의 생과 사를 가르는 서바이벌은

무너져 내린 빙하와 크레바스를 건너는 일이 아니라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것만 같은 수직 절벽 흙돌사면길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흙돌사면길과 사투를 벌이며 걸었다.

오늘도 여지없는 서바이벌의 연속이다.

한 고비를 넘기고 내려오니 거대한 암산 사이로 기막힌 설산이 보인다.








어느새 저리 하늘색이 파래지도록 날이 새 버렸는 지.....

파아란 하늘색과 시커먼 암산과 하얀 설산이 서로 완벽한 대비를 이루며 더욱 더 자태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설산 위에 살포시 앉은 듯 닿아있는 하얀 뭉게구름은 또 어쩌면 저리도 앙증맞은 지...

호오~ 불면 훌짝 날아갈것만 같다.








고개를 돌려 반대쪽을 바라보니 또 다른 풍광이 사로잡는다.

마치 K2의 거봉처럼 피라밋 모양을 하고 우뚝 솟은 설산을 중심으로 새털구름이라고 해야하나~

좌악~ 뻗어나간 구름의 향연이 판타스틱하다.







마치도 폭죽을 쏘아서 흩어져 나가는것 같은 구름쇼가 사방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언제 그렇게도 끔찍한 수직 흙돌벽길을 내려왔는 지는 벌써 저만치 날아가버리고....

온통 하늘에 매료되어 내 마음도 새털처럼 날아다닌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도 단순하니 그리 험란한 역경을 딛고도 편안하게 잠을 자고

또 새날을 맞을 수 있는거겠지??







우리는 잠시 쉬며 매혹적인 하늘을 담고, 오랫만에 단체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사진을 찍는 사이 뒤따라 오던 포터들이 어느새 우리 앞을 지나쳤다.

까마득한 오르막을 치고 오르고, 또 아찔한 수직흙벽길을 그리도 오랜 시간동안 내려왔건만  쉬지도 않고 그냥 내달린다.






하늘에 매료되고 설산에 매료되어 한바탕 사진을 찍으며 또 흥분을 했건만,

우리가 갈길앞에 서서 보니 또 아찔함의 연속이다.

엄청난 허연 빙하의 속살이 거대한 모습으로 앞을 막고 있고, 그  밑으로 흐르고 있는 모레인 돌덩이 빙하의 흐름이

만만찮은 내리막길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래~

또 가는거지.

카메라를 배낭에 집어넣기 전에 또 한번 파아란 하늘과 솜사탕 처럼 설산위에 얹혀져 있는 구름을 카메라에 담는다.














V자 모양의 거대한 빙하계곡의 절벽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또 엄청난 모레인 빙하가 펼쳐져 있다.

바로 눈앞의 풍광이건만 코앞에 닥치면 왜 또 그리도 달리 보이는 지....

잔잔하게 보였던 모레인 빙하더미는 엄청나게 크고 거칠은 모습으로 나뒹굴고 있고.

짧아 보이던 거리는 왜 또 그리도 광활한 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찍 서둘러 아직 빙하가 크게 녹아 흐르지 않아

굴러떨어진듯 계곡을 막고있는 커다란 빙하를 다리삼아 물에 빠지지 않고 그냥 건널 수 있었다는 거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곳에서도 어제, 그제 못지않은 바윗덩이와 함께 흘러내리는 빙하 물과의 사투를 한 판 벌였을 곳이다.


안도의 한숨도 잠깐....

우리 눈앞엔 거대한 높이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돌덩이 모레인 빙하가 또 딱 버티고 있었다.

까마득하게 보이는 돌더미 오르막을 또 치고 오른다.


새벽 4시반....

캠프지를 떠나자 마자부터 시작된 수직 흙돌벽 사면길....

몇번이나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했을까....

벌써 시간은 7시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무려 3시간 동안이나 수직벽을 오르 내리고를 반복한 것이다.





아찔한 순간들을 수없이 맞닥뜨리며 끝에 올랐다.

모두가 털푸덕이 앉아 쉬는 모드다.

그러나 아직도 시간이 이르니 한 순간도 긴장감을 풀기는 이르다.

오늘도 어쩌면 이건 시작에 불과하고 어제와 같은 끔찍한 빙하더미를 건너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만치 앉아있는 후세인의 표정이 밝다.






알고보니, 이걸로서 오늘의 험란한 여정은 끝이라고 한다.


오오~~

세상에~~~

진짜야??






칸데 익발하우스에서 벌인 파티에서 초청가수로 초대되어 구성진 노랫가락 울리던 후세인의 모습이....

아민블럭BC에서 모델놀이를 펼치며 2시간여를 놀았던 올람의 모습이 이제서야 나온다.








쿡 올람의 모습에서도 오랫만에 편안함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하도 고생을 해서 입가의 주름이 두배는 깊게 패인것 같다.ㅠㅠ



초록숲을 머금은 멋진 설산을 배경으로 앉아있는 포터들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는다.

그러고 보니, 처음으로 사다르의 표정에서 미소가 보인다.


왜 아닐까!

이 험란한 여정에서 포터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안전한 루트를 찾아 리드를 해야하는 입장에서

그가 가졌던 절망감과 긴박감을 감히 우리가 얼마나 느낄 수 있을까....

이제는 걱정없다는 들뜸에서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 온다.






고개를 들어  히스파 빙하를 쳐다본다.


고도가 내려와서 일까...

왼쪽으로 펼쳐졌던 산맥에서 하얀 설산 밑으로 초록을 가득 품고 있는 모습이 이제껏 풍광과는 또 사뭇 다른 풍광이다.

양 산맥 사이를 가득 메우고 있는 저 구겨진 신문조각 같은 빙하더미....

우리가....

온 세상이 하얀 스노우 레이크와 히스파 라, 그리고 하얗게 뻗어있을 끝없는 설빙하와 모레인 빙하외에

이런 끔찍한 빙하를 보고 저 위를 걸을것이라고 과연 상상이나 했나....

아니 상상은 커녕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딱뜨린 풍광이니 당연히 상상도 못한거지~


한동안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한참 후 고개를 돌려 우리가 내려온 수직 흙돌벽 길을 바라다 보았다.

구겨진 빙하더미 못지않은 보기에도 아찔한 절벽이다.

저기를 그냥 걸어 내려왔다는 것이 빙하를 건너왔듯 믿기지 않는다.

그와 꼭 같은 모양의 반대편 절벽을 또 올라왔다는 것도.....







파아란 하늘에 설산으로부터 뻗어나간 듯한 구름의 향연은

우리의 오늘 이 험란한 트래킹을 무사히 끝냈음을 환영이라도 하듯 폭죽을 터트린것만 같다.







그동안의 여정이 영화의 예고편 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난다.

가슴 한 켠에서 이는 벅차오름을 주체하기 힘들다.











벅찬 마음를 가득 안은 채 한 동안 쉬며 반대편을 배경으로 모델놀이를 펼쳤다.

그러니까 아까 맞은 편 절벽에서 보았던 그 보드라운 뭉게구름을 얹은 설산과

가운데 거대한 빙하계곡을 끼고 그 앞으로 보였던 수직 빙하절벽 끝에 올라있는 것이다.

맞은편 히스파 빙하 앞으로 펼쳐진 풍광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어제부터 보이기 시작한 로즈마리로  이 드넓은 공간이 가득 메워지고

그 향기로움은 코끝에만 닿는게 아니라 온몸으로 가득 배어든다.


이곳이 어디메뇨~~

한가락 노랫가락이라도 절로 나올 천상의 공간....

쉬이 발걸음을 뗄 수 없는 이유중 한가지이기도 하다.



















아직 갈 길은 멀었다.

하지만 오늘은 더이상  빙하에서 벌일 서바이벌은 없다는것이다.


판타스틱한 운무쇼를 펼치고 있는 파아란 하늘과 시커먼 빙하더미만 빼어버린 매혹의 설산을 바라보며 걷는다.

그것도 온통 로즈마리 향이 가득한 길을....


 




이것이야 말로 진정 천상의 길이 아니고 무엇이랴~

로즈마리 향이 가득한 세상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니....















에공~

이제부턴 천상낙원만 걸을 줄 알았더니, 다시 눈앞에 수직으로 솟아있는 흙절벽을 만났다.

어디 이런 절벽 한 두번 올라 보나~

까짓것 또 오르는 거지.







흙절벽을 오르고 나서부터는 진짜 초록숲의 향연이 펼쳐졌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나무들이 숲을 가득 메우고 그 너머로 하얀 만년설을 이고 있는 거대한 암산이 보인다.




















고도가 4000m대로 낮아져서 걷기도 한없이 쉽다.

언제 그런 끔찍한 모레인 빙하와 흙돌 절벽길을 오르내렸는 지 ....

언제 힘이 부쳤었는 지 기억도 없이 보폭도 성큼 성큼 커졌다.







와아~~

그러고 보니 우리의 여정이 진짜 끝나간다는 것을 느끼겠다.

저 만치 훈자에서 보이는 '라카포시'가 훤히 보인다.


갑자기 그때의 여정이 눈앞을 가려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라카포시....

작년 K2여정 시작전에 갔던 곳....

얼마나 매혹적이고 판타스틱한 자태를 보여주었던 곳인가~

라카포시와 디란bc, 루팔벽,라토보bc를 보고나서 그 흥분으로 K2bc 여정은 안하고 그냥 귀국해도 여한이 없다고 ...

감히 말했던 곳...


갑자기 그때의 여정이 눈앞을 가려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참고/라카포시는 '눈이 덮여있는 설산''안개의 어머니' 라는 뜻으로 카라코람 산맥에 위치한 산으로 7.788m 에 달하는 높은 봉우리이다

파키스탄내에서는  칸주트 사르에 이어 13번째로 높으며  세계에서는 인근의  칸주트 사르에 이어 27번째로 높다.

위치는 훈자 강이 크게 굴곡하는 부분에 솟아있으며, 카라코람 산맥의 고산들중 K2 에 이어 잘 알려져 있는 산이지만

위치특성상 너무 험준하여 접근하기 까다롭다.

라카포시는 훈자 강 계곡 사이에 솟아 상대높이가 계곡 에서 부터 6.000m 가량 되며 비공식적으로는 알래스카의 데날리 보다 더 높을수도 있다.








발걸음이 훨씬 더 가벼워 졌다.

여전히 만년설을 이고 있는 암산이 지척에 있지만 빙하계곡이 아닌 발이라도 담그고 싶은 개울을 만나니

마치 길고 긴 터널을 빠져나와 무릉도원에 들어선 느낌마저 든다. 







아민블럭bc에서 펼쳤던 올람 특유의 바위 위에서의 포즈도 나온다.

그러고 보니, 올람이 얼마나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지, 어린아이 처럼 춤을 추며 모델놀이를 펼쳤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런 포즈를 이제서야 맞다니....























아!!

드디어 저 멀리 포터들이 서있는 우리의 캠프지가 보인다.

그야말로 돌멩이 하나없이 초록 잔디로 가득 메워진 천상의 캠프장이다.








아까부터 포터들이 나뭇가지를 주어 모아 한 다발씩 묶어 짐위에 지고 가는 걸 보니,

아무래도 오늘 밤 캠프파이어를 겸한 파티를 열려고 하는것 같다.


당연히 그래야지.

이게 보통의 여정이었어?

생과 사를 넘나들던 역경의 순간들을 매번 기적을 일으키며 해낸거잖아~













다른때와는 달리 아직 캠프사이트가 구축되지 않았다.

우리와 거의 비슷한 속도로 걸어서이기도 하지만, 마냥 초원위에 털푸덕이 앉아 있는 모습이

이제서야 이들의 온 몸을 감싸고 돌았던 긴장감이 풀어져 되려 팔조차 들을 기운이 없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들었다.







가이드 후세인의 말과는 달리 야생화 천국일거라고 했는데, 야생화는 없고 오로지 그린 필드다.

아마 이곳은 고도가 낮아져 이미 꽃이 피는 시기는 지났는 지도 모른다.

노오란 민들레가 곳곳에 피어 있었지만 흐린 날씨에 잔뜩 움츠러들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이제껏 만났던 야생화 천국의 그곳과는 사뭇 다른 풍광이라 또 좋다.







캠프장 한 켠에는 여름 동안 이곳 주변에서 방목을 하며 머무는 목동들의 거처가 있었다.

오늘밤은 아마 이곳에서 우리들의 포터들도 머물것 같다.







아직 텐트가 쳐지지 않아 우리들 앉으라고 펼쳐놓았는 지, 어느사이 의자가 초원위에 펼쳐놓아져 있다.

드 넓은 초원의 한 가운데에 놓아져 있는 의자라니..

파키스탄의 빙하 트래킹을 마친 뒤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아프리카 평원에서 맞는 풍광같다.


한 차례 소들이 이곳에 머물다 갔는 지, 보기엔 티끌하나 없는 푸르른 초원인데 사방이 소똥이다.

소똥을 대충 발로 차서 정리를 한 다음 텐트를 쳤다.

처음으로 곁에서 텐트를 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얼마나 꼼꼼하게 텐트를 치는 지,

흙먼지가 쌓인 카고백의 먼지도 탈탈 털어 텐트안 한켠에 가지런히 놓아주는 모습까지....

어느 한 순간도 고맙지 않은게 없고 감동적이지 않은게 없다.


날씨가 꾸물거리더니, 급기야 비가 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텐트를 다 친 다음에 와서 다행이다.







텐트에 들어가 밖을 내다보니 탄성이 절로 터진다. 

시야 가득 채워진 만년설산의 위용과 빗속의 푸르른 초원이라니...

가랑비도 오는데다가 조막만하게 보이는 키친텐트와 주방 텐트때문에  만년설산과 푸르른 초원이 더 거대하고 광활하게 보인다.


아!!

세상에 이렇게 좋을 수가....

이러한 천국에서 잠을 잔다니....특급 호텔과 비교할 바가 아니네~.






새벽 4시반부터 서둘러 와서인 지, 12시가 채 안되서 도착했다.

점심으로 파키스탄 라면을 끓였는데, 더우기 잘 부는 파키라면을 다른 음식을 하며 다 끓여놓고 불렀으니...

라면이 불어서 한 가득이다.

이들은 우리네 처럼 라면을 끓이자 마자 쫄깃한 맛으로 먹지를 않는 지, 매번 얘기를 하고 실연을 보여줘도 마찬가지다.ㅠㅠ

마침 밥도 해놔서 우리가 가져간 천연 조미 재료들과 고추장,깨소금,새우젖, 김가루 등을 넣고 비벼서 먹었다..

맛있다.

후식으로 내놓은 뻥튀기 같이 튀겨낸 튀김이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나서 우리도 이 대여정의 고비를 넘긴 축하 파티를 하기로 했다.

다름아닌 빙하 얼음으로 만든 칵테일 파티....

워크딕님이 이 세레모니를 위하여  한국에서부터 위스키를 응급약 처럼 병에 담아 오셨기에 

올람이 캐서 물주머니에 담아온 빙하 얼음을 깨서 축하 세레모니를 펼친 것이다.


혀와 코끝에 싸아~ 하고 닿는 그윽한 위스키의 향...

모두들 기막히다고 한바탕 또 흥분에 겨워했다.

역경을 딛고 이뤄낸 성공 세레모니로서 충분히 멋진...흥분된 순간이었다.


남은 위스키에 빙하얼음을 더 깨어넣고 커피를 타서 냉커피를 해서 또 마시니 기막히다.

여기에 더해 또 두 사람이 달라붙어 커피를 갈아 뜨거운 드립커피를 해서 마셨다.

아~이 독특한 커피맛을... 

이 험란한 여정에 매일같이 두 사람이 달라붙어 힘들게 커피를 갈아 내려마셨던 .... 

이 모든 순간들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비가 내리더니 어느 순간 또 해가 났다.

올람이 길어온 물로 정수를 해서 내일의 트래킹 준비를 또 해놓고, 모두 헤어졌다.



저녁때가 되어 주방으로 갔다.

이미 초반에 쉬어버렸지만 그래도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온 양배추 김치로 부침개를 만들어 보았다.

오오~

생각외로 맛있었다는...


저녁때는 사골 우거지 인스턴트에 준비해간 건조 우거지와 버섯에 남은 당면을 넣고 사골우거지국을 끓였다.

맛있었다.







멈췄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4000m대로 내려오니 날씨가 따듯하다.

더우기 빙하위가 아닌 초원에 텐트를 쳐서 바닥이 푹신거리기까지 하니 얼마나 좋은 지...

처음으로 에어매트를 불지않고 그냥 침낭만 편채로 누웠다.


그런데 후세인이 와서 파티를 하는데 같이 참여를 해달라는 거다.

작년에도 수없이 파티를 함께 했었기에 당연히 우리가 참여할 거라고 생각한것 같다.


근데 포근함에 막 잠이 오려 하던 참에 일어나 나가려니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든다. 

비도 오고....

그러나 이내 우린 모두 파티에 참석했다..

우리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사투를 벌여준 저들인데, 당연히 저들이 벌이는 파티에 참여을 해야하는게 맞는 말이었다. 









<아래사진/일행이었던 워크딕님 블로그에서 가지고 온 사진임>

야속하게도 비가 와서 무거운 짐위에 하나 둘씩 모아 지고 온 나무로 캠프파이어는 할 수가 없었다.


별들이 쏟아져내리고...

고개를 들면 하얀 설산이 달빛에 빛이나고...

푸르른 초원에서의 캠프파이어...

그것만으로도 환상의 파티가 되었을텐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깐뿐.

파티장은 흥에 겨움을 넘어에너지로 넘쳐 흘렀다.


인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의 원천은 과연 무엇일까....





적어도 이 순간은 정신적인것에 있다고 생각했다.

기인 여정동안 오직 짜이 한잔과 짜파티만을 먹고 이 역경을 헤쳐낸 사람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이들에게선 땅이 울릴 만큼의 저력이 흘러넘쳤다.


우리를 비롯해 모두가 한 사람씩, 아니면 커플로 나와 돌아가면서 춤을 춘다.그러면 나머지는 마치 엑스터시에 빠진 양 무의식속에서 하는 듯 손뼉으로 장단을 마추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시간이 흘러갈 수록 점 점 무의식 속으로 빨려들어가 춤과 노래를 불렀다. 


참으로 엄청난 열기였다.





특히 식자재 통을 맨손으로 두두리는 핫산의 파워는 로마시대 전장에 나선 장군같았다.

2시간 동안 저 둔탁한 통을 맨손으로 두두리다니...우리 같으면 몇분만 쳐도 손가락의 관절이 나갈판이다.

그뿐만아 아니라 그가 춤을 추면 땅이 울렸다.


놀라운 원초적인 힘...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권력이라고 할까...??

힘이 지배하던 고대시대의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우리 몸을 완전히 감싸고 돌았다.


그것은 평생을 두고도 다시는 볼수 없는 광경...공연..광란의 파티였다.


술 한방울 안마시고

저리 흥에 겨워 엑스터시에까지 빠져들수가 있는걸까...

과연 그것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놀라운 것은 정확히 10시를 가리키자  그 순간 파티를 멈췄다는 것이다.

저리 무아지경이 될 지경까지 극으로 치달았는데...10시가 되었다고 그 순간 딱 끝내다니....

우리나라 같으면 2차 3차 날이 새도록 파티는 이어져 갔을것만 같은데...







함께 미쳐서 몰랐는데, 어느새 비는 그쳤고, 밖은 달빛에 대낮같이 밝았다.

초록의 초원도 그대로 보여졌고,울트라마린 빛으로 하늘은 물들었고, 그 환한 달빛속에서도 별빛은 보석처럼 빛났다.

아니, 한 밤중인데도 비가 온 뒤라서인 지, 달빛 때문인 지 몰라도 LCD화면처럼 모든게 선명하고 맑았다.


삼각대도 없이 이 밤에 사진이 찍히지 않을거란걸 알지만...

기억이라도 남기려고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장시간 셔터를 눌러본다.







달아올랐던 열기도 식힐겸 한동안 밤하늘을 만끽하다가 텐트로 들어왔다.

이것 저것 벅참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일기를 쓰고 카메라를 꺼내 그동안 배터리를 아끼느라 보지 못했던 사진을 보았다.

갑자기 울컥한 맘이 일어 눈물을 또 흘리고야 말았다.


그나저나 부르튼 입술에 포진까지 생기고, 임시 방편으로 있는 약을 써 보지만 점점 얼굴로 퍼져 나가

흉물스럽게 변해가고 있다.

스노우 레이크를 지나 히스파라에 오르던 날 입은 화상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아픈데,

입술도 부르트고 포진까지 번져나니 얼굴 전체가 아파온다.


모든 약을 이동 진료소 처럼 철저히 준비해 왔건만 정작 입술 포진약인 항바이러스약은 없다니....

훈자에 들어설때까지는 참아내야 할텐데....




A Love Idea.....Last Exit to Brookly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