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31.박타르백(Bhaktarbek)에서 주트말{Jutmal,유트마루 빙하(Yutmaru Glacier)}까지 최악의 빙하와의 사투

나베가 2016. 4. 13. 00:54

2015.7.30.목...


3시 기상, 4시 식사, 4시40분 출발....






어제 거의 11시반쯤 자서 걱정을 했는데, 새벽 3시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깼다.

트래킹 내내 정확하게 4시간만 자면 절로 눈이 떠졌지만, 특히 길다는 오늘의 여정에 긴장이 되었는 지 깊은 잠을 자지 못한것 같다.






긴장감은 나만 가진것이 아니었는 지, 스텝이나 우리들 모두 일찍 준비를 마쳐서 5시 출발 예정이었지만

4시 반 조금 지나 출발을 했다.

이렇게 출발을 서두르는 것은 일정이 길어서라기 보다는 빙하가 녹기 전에 건너야 하기때문이고,

오늘도 어제와 연속석상의 빙하이므로 어떤 상황이 또 펼쳐질 지 모르기 때문이다. 


얼만큼 걸었을까...

어두움이 가시고 하얀 설산위에 빛이 닿는다.

잠시 서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보니, 눈앞에 펼쳐진 어마 무시한 빙하의 모습이 어둠속에서 어슴프레하게 드러내고 있다. 


 





아!

저곳으로 또 들어가야 한단 말인가~


오늘도

어제와 꼭 같은 모습이라

저 빙하더미로 가는 길 조차 만만찮다.

자칫 균형을 잃으면

그냥 돌흙더미와 함께

바닥까지 그대로 추락할것 같은 흙사면길을 내려간다.


죽 죽 미끄러지는 사면 길에 차라리 몸을 내 맡기듯 미끄러지며 내려갔다.


흙먼지가 순식간에

온 몸을 뒤짚어 씌운다.








아!!

이게 왠일이란 말인가!!


온 힘을 다하며 바닥까지 내려왔건만....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잔인할 정도로 처참했다.


어디를 봐도 이건 정말 아니었다.

넋을 잃고 있는 우리들을 두고 가이드 후세인은 말도 안되는 저 곳으로 또 길을 찾겠다고 나섰다.

그러던 중 후세인이 그만 한 쪽 발이 빙하 물속으로 빠지는 사고가 터졌다.

순간  모두가 경악을 했지만, 잽싸게 후세인은 몸의 균형을 잡고 물속에서 빠져나왔다.

자칫 다 빠졌으면....생각만으로도 온 몸에 식은 땀이 난다. 

 








모두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스텝진들의 탈출구 찾는것을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었다.

해가 나기전에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는데....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탈출로 찾기는 시작부터 대난관에 부딪혔다.


히스파 라에 들어서면서 부터 매일이 지옥의 길이었고 생애 최고의 난관이라 했거늘....

그 강도가 매일 매일 더해지니 과연 우리가 이 여정을 제대로 마칠 수 있을 지....

이곳은 시커먼 빙하더미만 끔찍한게 아니라 그 빙하더미가 온통 물속에 잠겨있는 유빙더미니 더욱 아찔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이들이 늘 외치던 'No Probrem'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내려다 보기만 해도 끔찍했던 돌과 흙사면길을 내려오기 전 배낭에 집어넣었던 카메라를 꺼내 얼른  이 끔찍한 장면 몇 컷을 찍었다.

그러던 중 기적같이 진로를 찾아냈다.

정신없이 카메라를 배낭에 집어넣고 스텝진들의 뒤를 따른다.







곡예사의 난이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듯 우리가 빙하더미를 곡예를 하듯 건너는 난이도도 점 점 더 심해졌다.

한시도 맘을 놓지 못하는 후세인은 나를 자신의 분신처럼 끌고 다녔다.

날쌘돌이 후세인을 따라가자니 긴장감도 긴장감이었지만 체력의 한계점에 닿았다고나 할까....


모두가 초긴장 상태에서 얼마나 오랜시간 험하디 험한 빙하를 건넜는 지.....

그래도 여유가 생겨 그제서야 찍은 일행이 보내준 사진을 보니,

나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사람처럼 녹초가 되어있고...

긴장감에 한시도 맘을 놓을 수 없는 가이드 후세인은 눈알이 튀어 나갈것만 같다.


 




불가능해 보였던 끔찍한 빙하더미를 건넜지만, 여전히 우리가 건너야 할 빙하더미는 박살난 채 태산처럼 있었다. 

모두가 이 상황에서 카메라를 꺼내 든다는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특히 후세인에게 끌려 다니던 나로선 더욱 그랬다.

처음 빙하에 들어서면서 망연자실 길을 찾을때 카메라를 배낭에서 꺼내 몇 컷 찍은것 외엔 단 한장의 사진도 찍을 수 없었다.







긴 긴 지옥의 터널을 겨우 빠져나와 안전지대로 보이는 모레인 빙하언덕에 닿았다.

이제껏 끔찍해 보이기만 했던 저 모레인 빙하가 이제는 비단 길...안전지대로 보이니....






가이드 후세인과 쿡 올람이 이제서야 한 숨을 놓았는 지, 얼굴에 화기를 띄며 담배 한 개비를 물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저 담배맛이 어떨까....

담배 연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 드는 깊은 숨을 이제서야 오늘 처음으로 쉬는 것은 아닐까....







우리도 안전지대에 올라 그제서야 배낭을 풀고 물도 마시고 파워 에너지 겔을 찾아 먹으며 기운을 차려본다.

겨우 어둠속에서 동이 움트려할 때 출발했건만 어느새 해가 이리도 떠 올랐는 지, 돌더미들이 빛을 받아 반짝인다.












카메라를 배낭에서 꺼내 이제서야 주변을 담아본다.

퍼어런 속살을 드러낸 빙하들이 사방으로 솟아있고, 아직도 갈 길이 구만리 처럼 빙하더미들이 구비 구비 눈앞에 펼쳐져 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우리가 건너온 빙하더미들을 본다.

포터들에게 안전 발판을 만들어 주느라 내내 피켈을 들고 온 힘을 썼던 키친보이 올람이 포터들을 뒤로 하고 올라오고 있다.

엊그제 험로를 만나면서 부터 키친보이로서가 아니라 제2의 가이드로서 온 힘을 다 쏟아내고 있는 올람....

작년 칸데 아민블럭BC에서 모신이랑 함께 화보촬영하며 띵까 띵까 놀던 올람이 아니다.

이건 뭐 기운이 얼마나 장산지 여지없는 헤라클레스다.

거기다 우리와 모든 포터들을 위해서 얼마나 애를 쓰는 지...그 성실함에 찬사가 절로 나온다.


 





포터들이 그 뒤를 따라 기막히게 저 험한 빙하를 건너오고 있다.

30kg이 넘는 저 커다란 짐을 진 채 균형을 잃지 않고 미끄럽고 험한 빙하길을 건너다니....

저들이 건너오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저들에겐 짐의 하중이 전혀 몸에 실리지 않는 양 걷고 있었다.

마치도 고양이 같은 몸짓으로 자신의 몸무게 조차도 하중을 실리지 않고 사알짝 폴짝 폴짝 걷고들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무장한 등산화도 밑창이 나가고 앞코가 다 벗겨나가는 우리들과는 달리 고무 운동화로 견뎌내는 지도 모른다.



어디 이게 체력만으로 될법한 일일까...

우리들과는 근본적으로 뭔가 다른게 확실한 거야~


 그저 측은지심으로만 보였던 포터들이 인간 그 이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안전지대에 오른 키친보이 올람에게서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탈출로를 찾느라 긴장감을 가지고 동분서주 했던 후세인이나 쿡 올람보다는

피켈로 저 수많은 빙하더미에 포터들의 발판을 만들어 내느라 너무 많은 힘을 쏟아냈던 터일것이다.




















하나 둘 포터들이 무사히 모두 안전지대에 오르고 있다.














드디어 포터들 18명이 모두 안전지대에 올랐다.

우리들은 오늘 하루 분량의 배낭에 싸가지고 나온 간식들을 걷어서 포터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래봤자 겨우 초콜릿이나 건빵, 사탕...등등이 한개씩 돌아갈 뿐이다.

그래도 이 순간 그 사탕 한개가 저들에겐 얼마나 큰 에너지원이 될터인가~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저들도 알테니까....우리가 이 순간 가진것 다 준거란걸~


아!!

이 작지만 너무나 큰 행복을 이곳이 아니라면 지구 어디에서 맛볼 수 있을 까....

그래서 저들도 우리도 맘이 한없이 흐믓한 것이다.










꼭두새벽부터 너무나 오랜 시간 고생을 했기에 꽤 오랜 시간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렇다고 하염없이 앉아 있을 수는 없다.

해가 중천으로 가기 전에 빨리 이 빙하를 건너야 하니 다시 몸을 추스려 일어난다.






아!!

입이 방정이지.

누가 이곳을 안전지대라고 했을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또 다시 절망감으로 다가왔다.

보기에도 끔찍한 박살난 빙하더미는 아니지만 사방이 엄청난 깊이와 넓이로 크레바스가 나 있어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것이다.






우리들과 포터들은 망연자실 앉아있고....










우리의 헤라클레스인 키친보이 올람과 가이드 후세인, 사다르....

기타 힘세고 젊은 포터들이 나서서 탈출로를 찾는다.
















사다르와 포터가 실낫같은 가능성에 바윗돌을 주워다가 열심히 크레바스 사이로 던져보지만

당췌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이제 모두가 나서서 탈출구를 찾아 동분서주 한다.










글쎄~ 저건 가능성이 있을까??

거대한 바윗돌을 크레바스 구멍에 밀어 넣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우리의 헤라클레스는 피켈로 앞의 빙하를 깨고, 나머지 힘센 포터들은 힘을 합쳐 지렛대를 바쳐 밀어보지만...

저 거대한 바윗덩이가 움쩍할 리가 없다.ㅠㅠ











잠시 가졌던 희망은 사라지고...

다시 좌절모드....


이젠 모두가 흩어져서 여기 저기서 탈출구를 찾느라 난리다.









이 와중에도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어보이면 여지없이 후세인은 못미더운 나를 불러재꼈고 나를 끌고 다녔다.

이러다 보니 수없이 헤메며 후세인과 꼭같이 알바를 했다.

여기까지 오기 전에도 이미 탈진해서 쓰러질것만 같았던 나의 체력이 이젠 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연일 과로와 긴장감에다 더우기 어젯밤엔 잠도 4시간을 채 못자고 이 난리통을 헤메고 있으니....


 




결국은 후세인이 아닌 키친보이 올람쪽에서 탈출로를 만들어 냈다.

매순간 놀라움과 감동을 넘어 기적이 아닐수 없다.


이들이 믿는 알라신의 존재는 이들에게 과연 얼마 만큼일까.....

눈알이 팽~ 들어갈 만큼 아파도 약도 먹지않으며 라마단을 절대적으로 지키고,

기도 시간이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메카를 향하여 기도를 올리는 이들...

어쩌면 그래서 이들에겐 삶 전체가 인샬라~~ 일 지도 모른다.


'모든건 하늘에 맡기고...

나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라는....


어쩌면 그래서 쉬이 좌절도 안하고....

쉬이 포기도 안하고 걱정하는 대신 최선을 다하는....

그래서 기적이 일어나는....






올람 루트에서 한 참 떨어진 곳에서 탈출로를 찾던 후세인과 나와 몇몇의 포터들은 다시 올람 루트로 찾아가느라

애를 태우며 또 생고생을 하였다.


어젯밤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감기 기운이 온 몸으로 퍼져가는 느낌이 든다.

입술도 툭툭 부르트기 시작하는게 여지껏 좋았던 컨디션에 빠알간 비상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상상하기도 힘들 만큼 사방이 지옥같았던 유트마루 빙하....

시간이 흐를수록 갇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공포감 마저도 막막하기만 했던 ....

그 절망의 늪에서 우린 또 모두 기적같은 곡예를 펼치며 무사하게 건넜다.


숨쉴틈도 없이 우리 눈앞을 메우고 있는 것은 또 수직 절벽 낙석 위험의 돌사면길....

낙석때문에 매우 위험하고 수직 절벽이라 그 힘겨움이 몇배가 되지만,

러나 이건 아무리 그렇다해도 공포심을 주진 않으니 그저 오르면 되는 일이다.

크레바스 구렁을 바라보며 가진 절망이 아닌 저 곳만 오르면 된다는 ...온 몸이 희망으로 무장되어 있는 길이다.






저리 커다랗고 무거운 짐을 매고도 그 험한 빙하구렁을 건너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수직 돌사면 길을 올라온 이들....

담배 한 대 문 저들의 표정에선 신기하게도 고통조차도 보이지 않는듯 하다.























핫산이 진 저 짐의 무게는 과연 얼마나 될까....

짐을 얹기 위한 쇠 지게라고 할까?? 그 받침대의 무게만도 만만찮은데 식당텐트의 쇠파이프와 그무거운 천...

거기다 자루속 가득한 짐까지....


핫산은 마치 포터들의 아버지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가장 무거운 짐을 진것뿐만 아니라 어려운 난관에 처했을때 마다 두발 벗고 앞장서서  궂은 일을 다해냈다.







몇살이나 될까....

젊다기 보다는 어리고 경험이 많지않아 힘듦이 역력하게 보인다.

무게는 어떨 지 모르지만 의자를 메고 균형잡기가 어려워 어젠 정말 큰일 날뻔 하였다.

빙하위에서 잠시 미끄러져 넘어졌는데 다행히 의자 한개의 모퉁이만 깨지고 다치지는 않았다.

오늘도 자기 소임을 잘 해내고 있는걸 보니 정말 다치지 않은것 같아 참으로 다행이다.







어??

핫산이 여유롭게 음악을 듣고 있네~

여정중에는 몸과 마음, 머리까지 온 몸을 다하며 위기를 극복해내느라 음악을 들을 새도 없지만,

이렇듯 짧은 여유시간에라도 음악을 듣는 모습들이 참 다행스럽다.






다시 고개를 돌려 올라오는 포터를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들 포터중 연령대가 비교적 높은 이 포터는 여정 내내 가장 힘들어 한 포터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포터들이 형제인 양, 부모님인 양 도와주며 건너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던 지....

심지어 위험한 곳에서는 대신 짐을 메어 날라다 주고, 또 포터가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끝까지 배려해주는 모습이

그 어떤 감동못지 않은 감동을 주었다.








아!

마지막으로 올라온 이 포터는 지난 다른 여정에서 다리를 다쳐 허벅지까지 가래톳이 서서 초반에 하산하려던 포터다.

그런데 내가 아침, 저녁으로 처방해주고 있는 소염 진통제를 먹고 여기까지 해내고 있는 것이다.

아마 이렇게 힘겨운 날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리라곤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여기까지 무탈하게 자신의 임무를 해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약의 기운도 있지만 정말 대단한 정신력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오늘의 힘든 여정은 더 이상 없는 것일까?

끔찍한 빙하를 뒤로 이름없는 설산의 파노라마가 또 판타스틱하다.

이제는 히스파 라의 모습도 저 설산 파노라마 끝으로 살짝 보일 뿐이다.

그리고 탄성을 내며 걸었던 하얀 설빙하의 모습은 흔적도 없어 보인다.



 





지리산 (Jirisan) / 한태주 작곡, Ocar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