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29.카니바사 (Khanibasa.4,580m)에서 박타르백(Bhaktarbek)으로... 또 다시 악마의 터널에 빠지다.

나베가 2016. 4. 11. 00:30

2015.7.29.수요일....


5시 기상, 5시반 아침식사, 7시반 출발....









이제까지 날씨가 계속 우리를 도와주었는데...

오늘 아침은 예사롭지가 않다.

아침 식사를 하는데도 점점 빗줄기가 세어져만 갔다.

이렇게 계속 비가 쏟아진다면 빙하를 건넌다는게 거의 불가능하다.


출발을 결정짓지 못해 기다리는 동안...

우리 몸은 점점 한기에 휩쌓여져만 가고...

견딜 수 없어 우비까지 입고 물통에 뜨거운 물을 담아

가슴에 끓어안고 있었지만 그래도 춥다.


결국은 배낭에서 패딩을 꺼내입고 뜨거운 물병을 가슴에 껴앉고 있으니 온 몸을 따듯함이 감싸고 돈다.


그제서야 나는 뜨거운 물병을 후세인의 배에 넣어주었다가 좀 지나서는 쿡 올람의 배에 넣어주었다.

따듯하다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다.



그렇게 퍼붓는 비에 출발을 못하고 1시간여가 지났다.

그런데 그 즈음에 정말 거짓말 처럼 비가 잦아들었다.



그제서야 모두가 출발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서둔다.

출발 예상시간 보다 1시간 반이 늦었지만 그래도 오늘 이곳을 떠나게 된것만도 어딘가~

날씨의 여신이 우리와 함께함이 분명하다.







날씨도 궂은데 길이 험란하기가 시작부터 장난이 아니다.

온통 돌더미 오르막길이다.

그러나 그 돌더미 오르막이 차라리 비단길이었다니....


그 끝에 서서 우리가 가야할 길을 내려다 보니 비명을 지르기에도 벅차 숨이 다 멎을 지경이다.

어제 그리도 지옥의 빙하를 건너 이곳에 들어섰더니만 또 나갈 길 역시 지옥의 길이라니....

아니, 그 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은 아찔한 풍광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어마무시한 빙하도 빙하려니와 일단 빙하로 접어들기 직전에 맞닥뜨린 수직 절벽의 돌더미와 흙사면길이 절망스럽게 했다.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마치 산사태를 일으키듯 좌르륵 돌더미들과 함께 저 밑이 보이지도 않는 바닥까지 미끄러져 내려갈 판이다.










숨가쁜 오르막길에 벌써 온 몸엔 땀이 송글 송글 베였다.

본격적인 돌 흙사면 길에 접어들기 전 껴입었던 패딩과 우비를 벗어 배낭에 집어넣고 돌입이다.


그래도 후세인의 손을 잡고 내려가니 불안감도 해소되고 훨씬 수월하다.

그러나 안전하게 착지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눈앞에 펼쳐진 빙하의 험악한 모습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게 만들었다.







가이드 후세인은 진로를 찾느라고 후다닥 홀로 내려가 사방을 휘젖고 다니고,

그 뒤를 잇는 쿡 올람도 초 긴장감을 가지고 후세인의 뒤를 따라 내려간다.







그리고 이들의 손짓하나로 뒤를 잇는 포터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들....







한군데로 일렬로 크레바스가 나 있는 것이 아니라 온 천지가 떨어져 내린 유빙 덩어리들 모습으로 산을 이루듯 가득했다.

그 빙하덩어리 사이들은 빠지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이이자 심한곳은 물까지 고여있어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은 거의 공포수준이었다.

더구나 돌더미 모레인과 서슬 퍼렇게 드리밀고 있는 얼음 빙하들이 함께 뒤섞여 있어 자칫 잘 못 디디면 그대로 미끄러져 내리기 십상이다. 







오늘도 모든 포터들과 스텝들이 곡예를 하듯  서로 도와가며 지옥의 빙하를 건넜다.












한 고비를 넘겼다.

빙하더미들 사이로 신기한 모양을 하고 있는 빙하를 만났다.

언제 그리 험한 빙하구렁을 건너왔냐는 양 그 속에 들어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후세인을 보자니,

앞으로도 건너야 할 구만리 길의 걱정스러움앞에서도 짧은 순간이지만 저리도 환한 모습의 후세인의 여유가 다행스런 일이다.









날씨도 점점 개이고 있다.

우리가 갈 길 저편으로는 파아란 하늘인 것이 날씨는 분명 더 좋아질것 같은 예감이 든다.
















우리가  갈 길의 하늘이 파아랗게 개여서일까....

잠시 앉아서 쉬고있는 포터들의 얼굴이 환하다.























어제 밤새 내린 비때문인 지, 화산구 처럼 패인 곳에는 영락없이 빙하 호수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못에는 여지없이 곁의 하얀 설산을 잠영으로 비추고 있으니 여간 멋진게 아니다.

험로의 길을 걸으면서도 탄성이 여전히 나오는 이유다.





































다시 모레인 빙하 오르막의 험로가 시작되었다.













그 오르막의 끝에 서면 이제 됐다는 안도대신 끝없이 펼쳐진 험한 모레인 빙하의 크레바스 구렁에 다시 절망의 한탄이 터진다.







그래도 모두 한결같이 하나의 뒤처짐도 없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쉬며 가며를 반복하며 걷는다.


























먼저 올라간 포터들이 그 고바위 끝에 앉아 차례 차례 걸어 올라오는 포터들과 우리들을 맞아 박수로 격려와 환영을 한다.

서로에게 의지도 되면서 믿음의 정도 돈독히 쌓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대로 여정의 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잠시 이곳에서 쉬고서는 다시 끝없는 오늘의 험로에 들어선다.

이젠 다시 설빙하로 들어서는 지....

높다란 설빙하가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







모두에게 크램폰과 피켈이 있다면 그래도 쉬이 올라갈 수 있을텐데, 그냥 고무 운동화에 피켈은 커녕 변변찮은 나무 지팡이들만이

몇몇에게만 있을뿐이니 여간 오르기가 힘든게 아니다.

힘센 키친보이 올람이 피켈로 디딤판을 만들어 그래도 포터들이 가까스로 오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그래도 여간 위험한 것이 아니다.

여차하면 그냥 좌악~ 미끄러져 내려갈 판이니...(사진에서 보기보다 상당히 가파르고 높아 힘든 구간이었음)


















설빙하로 오름도 잠깐....

다시 지긋 지긋한 험준한 모레인 빙하 크레바스 지역으로 이어졌다.











사방으로 갈려져 있는 크레바스는 어디를 가도 건너갈 수가 없게 퍼져 있었다.

이제는 가이드 후세인 혼자서 길을 찾기엔 역부족이다.















후세인은 후세인대로, 쿡 올람과 키친보이 올람 둘은 둘대로...

포터들의 대장 사다르는 사다르대로....

모두가 흩어져서 건너갈 수 있는 길을 찾았다.











그렇게 누군가 건너갈 수 있는 실낫같은 길이라도 찾으면 그곳에 모두의 힘과 머리를 동원해 간신히 건너갔다.


주변을 돌아보면 눈에 들어오는 빙하의 모양새는 점 점 거칠어져만 가고....

그 한낫의 실끝을 잡고 무사하게 빙하 크레바스와 구렁텅이를 건너는 것은 

거의 매순간 기적이 일어난 듯한 느낌을 동반했다.



 

















험하디 험한 깍아지른 빙하 오르막을 올라서니, 또 다시 절망감을 안겨주는 풍광이 펼쳐졌다.

이젠 진짜 그 어디에도 탈출구가 없어 보였다.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가까스로 하나 둘 건너보지만 여전히 완벽히 빠져 나갈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수없이 알바를 했다.

나를 못미더워 늘 끌고 다니던 후세인은 급한 마음에 얼마나 이리 저리 동분 서주하며 길을 찾았던 지....

날 다람쥐 같은 체력의 후세인에 끌려 다니던 나는 탈진할 정도로 힘이 부쳐있었다.







한 두 군데를 겨우 건넜지만 결국 탈출로는 막혀있어 포터들과 우리들은 망연자실 앉아 있고....

스텝과 사다르와 힘센 젊은 포터들만이 동분 서주하며 빙하더미를 누비고 다녔다.












시간은 이런 우리의 안깐힘에도 아랑곳없이 흘러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있었다.

이제는 빙하가 순식간에 또 녹아 떨어져 내릴 것이기에

빨리 탈출구를 찾지 못하면 우리의 희망은 점점 더 힘을 잃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옥이란 단어가  터져나왔다.

사방 어디를 봐도 시꺼면 빙하더미가 솟아 올라있고, 그 사이 사이는 온통 패여있어 우리를 옴싹달싹 못하게 막아놓고 있는....

지옥으로 가는 길이 정말 이럴까....

아니지, 지옥으로 가는 길이 이러면 아무도 지옥 안가게??

지옥이 이렇겠지?


지옥의 길몫...

지옥의 모습이 점점 더 강도가 세어진다.







어떻게 ...

누가 탈출로를 찾았는 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이 그저 하얀 백지장이 되었을 즈음 찾은 탈출구로 우린 모두 또 기적을 경험하며 불가능해 보였던 이곳을 빠져나왔다.


해는 뜨겁게 타오르고...

우리가 막바지 피치를 올리며 탈출구를 빠져나오던 그 순간에 ....

곁에서 빙하가 떨어져 빙하물 속으로 뚝 뚝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을때의 아찔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까....


참으로 현실이라고 믿기지 않는 드라마틱한 극적 탈출이 아닐 수 없었다.







빙하 구렁텅이를 빠져나온 뒤 맞은 수직 돌 사면길은 힘듦도 모른 채 단숨에 올랐다.

죽음의 문턱을 빠져나온 뒤에 맞은 그 보다 덜한 역경은 이리도 쉬이 견뎌낸다는 진리....


 





언덕배기에 올라 먼발치를 내다보니, 저만치에 히스파 라(Hispar-La,5,151m)가 보인다.

이틀동안 두 눈을 뜨고 천국과 지옥을 몇번이나 경험하게 만든 저 히스파 라와 히스파 빙하가 저리도 자그마한 모습으로 지척으로 보이다니....









한동안 먹먹한 가슴으로 히스파 라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우린 오늘 이 지옥의 구렁을 무사하게 건넌 기념으로 히스파 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비발디 4계중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