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28.악마로 돌변한 히스파빙하를 건너 카니바사 (Khanibasa, 4,580m)로....

나베가 2016. 4. 10. 10:13





매혹의 설빙하 끝으로 다가설 수록 왠지 모를 불안감은 더 커져만 갔다.

왜그랬을까....

이제는 인간이 함부로 범접해서는 안될 땅에 들어서 함께 오랜 시간을 견디어 냈기때문일까.....

아님, 인간의 무한한 감각적 능력때문일까....

아니, 아니....이제는 나도 모르는 두려움과 공포가 온 몸에 녹아든 때문일 지도 모르지.








그것은 적중했다.

포터들이 왜 망연자실 하염없이 앉아있었는 지....













모레인 빙하 꼭대기에 올라서니 그곳엔 또 다른 엄청난 바윗덩어리 모레인 빙하의 크레바스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도 저 벌어진 크레바스 끝으로는 숨은 눈 크레바스가 남아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을 찾아 안전하게 우리가 건널 수 있는 길을 찾아 한 발자욱 한 발자욱 걸어 나가야 한다.

그 선두에 선 가이드와 사다르의 역할이 여간 크지 않을 수가 없다.

















한 고비를 넘기고 모두 자리에 앉아 쉬었다.

이제 해가 점 점 떠오르면 우리가 일상에선 경험할 수 없는 강렬한 햇빛으로 빙하가 녹기때문에

더욱 크레바스 건너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니 힘들어도 발길을 서두르지 않을 수가 없다.



 





잠시 앉아서 쉬는 동안 카메라 앵글을 찾아 맞추다 보니,  사방이 그저 '억' 소리 나는 풍광으로 가득하다.

고개를 쳐들어서 보아야 할 정도의 오르막....

멀찌감치서 보아도 공포심을 느낄 만큼 끝이 보이지 않는 무서운 깊이의 크레바스....

몇 미터 간격으로 벌어져 있는 끊임없는 크레바스.... 

















해가 더 나기전에 서둘러 발걸음을 뗐다.

험준한 돌더미 모레인 빙하의 오르막...

어쨋든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야 된다는 긴장감으로 힘겨움도 느낄 새도 없이 한 줄로 나란히 오른다.







생각만큼 크레바스를 건너기가 쉽지않다.

몇 곳을 건너고 나면 진이 쏘옥 빠져 잠시 앉아 쉬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사진으로 보기엔 저기가 지착인것 같지만....

눈앞에선 보이지도 않는다.

빙하의 오르내림이 심해서 눈앞의 오르막만 오르면 이내 끝나버릴것 같아 마지막 피치를 올려보지만

그곳에 오르고 나면 또 다시 끝없이 펼쳐보이는 빙하....















곡예를 하듯 가까스로 안전한 길을 찾은 곳을 뛰어 넘는다.

때론 그곳이 한 발을 겨우 디딜 정도의 아찔한 구간들이다.











잔인할 만큼 오르 내리막이 심하고 험준한 크레바스 구렁을 가까스로 벗어났다.

그곳을 건너면 이내 푸르른 초원의 캠프사이트가 나올줄 알았건만....

다시 설빙하로 들어섰다.







비록 잔인한 바윗돌 모레인 빙하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빙하를 건너기는 만만찮았다.

비아포 빙하와는 달리 히스파 빙하는 그 굴곡이 너무나 심하고 그 만큼 크레바스도 심했다.






포터들에게서 힘겨움이 역력이 보인다.

저 무거운 짐을 지고 크램폰도 없이 이 설빙하위를 걸으니 다리에 실리는 하중의 힘이 얼마나 더 클까....


사실 저들에게 크램폰이라니...무슨 사치스런 말일까,,, 

등산화 하나도 없어 고무로 된 운동화를 신고 걷는데....


그리고 또 길이 너무나 험준한 모레인 더미가 대다수라 크램폰을 신고 건널 수도 없다.


































다시 모레인 빙하로 들어섰다.

끝없이 반복되는 오늘의 이 잔인할 정도로 험하고 기인 여정에 포터들의 앉아있음이 왜그렇게 처연해 보이는 지...


하얀 설원의 스노우 레이크와 그곳으로부터 숨은 크레바스 지역인 해발고도 5,151m의 히스파 라에 오르는 것이

이번 여정의 최고의 하이라이트이자 최고의 역경일것이란 생각을 완전히 깨고 매 순간 순간이 더욱 힘들어 지는것이다.








지척일듯 보이는 모레인 빙하끝으로 또 보이는 하얀 설빙하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 뒤로 보이는 암산 밑으로 감도는 초록빛이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혹시 그곳에 우리의 캠프사이트가 있지 않을까.....









먼저 포터들이 발걸음을 뗐다.

지척일듯 보였던 모레인 빙하는 잔인할 만큼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저 앞을 걷고 있는 포터들의 흔적이 바윗돌 속에 묻혀 보이지도 않는다.











아!!

너무도 광활해 그저 잔잔하게만 보였던 자갈더미 같더니만, 이게 왠일이란 말인가~

눈앞에 펼쳐진 길은 이제까지의 크레바스와는 전혀 다른 길이었다.

아니, 길은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온통 무너져내려 쪼개진 빙하 얼음 구덩이들로만 되어 있는,,,,










포터들이 짐을 진채로 건너간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모두들 짐을 풀어놓고 밧줄을 이용해서 곡예를 한다.







밧줄을 비롯 이용할 수 있는 모든것을 동원해서 짐을 옮기고, 포터들도 곡예를 하며 건넜다.

젊은 포터들은 끝까지 남아 나이든 포터와 어린 포터들을 안전하게 건네 주었다.

모두가 목숨을 걸고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다.
















기적처럼 모든 짐과 포터들이 무사하게 건넜다.

이제는 우리들 차례다.


모든 것을 배낭에 넣고 한 발 한 발....아니, 온 몸에 혼신을 다 불어 넣어 건넌다.

우리 스텝들과 힘센 포터들이 있으니 그나마 마음의 불안감은 없다.

할수 있다는 생각뿐이다!!


그러나 나는 다리가 짧아 결국 막판엔 올람이 업어서 건넸다.

(이후 정말 험준한 곳의 사진은 전혀 없음)










우리는 모두 무사하게 불가능해 보였던 그곳을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그곳을 빠져나와 돌아보니 기가 막히다.


저곳을...저 지옥을 어떻게 건너 왔다는 말인가~

아무리 쳐다봐도 사실처럼 믿기지 않았다.

기적이 일어났다고....생각들었다.


아니, 기적이었지!!















(이후 사진 전혀 못찍음)


생애 기적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온 몸에 전율이 이는 기적을 경험했지만 망연자실 앉아있을 수도 없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온 몸에 힘이 쏘옥 빠졌지만 우리 모두는 기적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하늘이 함께하니 최후의 기를 북돋우며 힘차게 또 걸었다.


아~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목적지까지 가기엔 얼마나 많은 시련들이 남아있단 말인가~

엄청난 바윗덩이 조차 굴어떨어지는 소리까지 동원된 거대한 빙하 계곡을 또 만났다.

힘센 장정조차도 홀로 들어서면 순간에 삼켜버릴 기세다.  


아까 악마의 빙하를 건널때도 온 힘을 기울였던 힘센 포터들과 우리의 키친보이 올람이 빙하계곡에 들어서 서로 의지하며 포터들을 잡아 일일이 건네주고...

워크딕님만을 제외한 우리들도 모두 업어서 건네주었다.

빙하물이니 얼마나 차가울것인가~

몇초만 담그고 있어도 발이 끊어져 나갈듯 아픈 얼음물에서 저리 오랜시간 동안 모두를 건네주고 서로 돕는 모습이 얼마나 감동적인 지....


문득 여왕마마가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 생애 어디서 이같은 극진한 대접을 받아볼까....

조금이라도 험하다 싶으면 여지없이 손잡아 주고, 더 심하면 업어주고...

지쳐보이면 배낭 대신 매어주고....

그러면서도 조금도 힘든 기색 안하고...어느 순간에도 'no probrem'을 외치며 우리보고도 걱정말라 하는 이들....


느닷없이 머릿속에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곱디 곱게 차려입은 메릴 스트립과 그녀 뒤를 잇는 수많은 아프리카 노예들의 모습.....

왜 엉뚱하게도 그 모습이 이 상황에서 떠오른 것일까...


순간 어쩔 수 없는 이 현실에 울컥하는 마음이 인다. 






오후 2시반 조금 넘어 카니바사(Khanibasa, 4,580m) 에 도착했다.

오늘 여정은 이곳에서 끝내기로 했다.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장비를 점검하고 5시반 조금 지나 출발해서 이 험악한 지옥의 여정을 점심도 굶은 채 거의 9시간이나 걸었다.

누구보다도 포터들과 스텝들이 지쳐서 더 이상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도 언제 도착해서 이리도 완벽하게 캠프지를 쳐 놓았는 지....

식당텐트에 들어가 밖을 보니, 금방이라도 덮쳐버릴 기세의 또 다른 곳의 빙하와 돌더미가 눈앞을 메운다.

며칠 상간으로 펼쳐지는 극적인 캠프지 풍광의 연속이다.

우린 오늘 이 드라마틱한 여정에 모두가 무사하게 도착한 기쁨과

포터들의 노고와 그들의 행동에 감동받아 18명 모두에게 200루피씩, 그리고 스텝 3명과 사다르에게는 500루피씩의 특별 팁을 주었다.

사실 오늘 이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너무나 적은 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적은 돈에도 이들은 모여서 알라신께 구호를 외치면서 감사 기도를 올렸다.

이 모습에 또 가슴이 울컥해 눈물이 고인다.





늦은 점심으로 라면 2개에 건조김치를 넣어 끓여서 찬밥을 말아 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모두 감동에 겨워 가슴 떨리는 모습이 비친다.










<캠프지 한 켠 계곡에서 산처럼 거대하게 밀려내려오듯 자리하고 있는 빙하의 모습...사진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거대한 규모이다>




일행들과 헤어지고 난 후 나는 너무나 애쓴 우리 스텝 3명과 사다르에게 500루피씩의 팁을 몰래 더 건네 주었다.

그리고 내 짐을 들어준 포터와 내 텐트를 쳐주는 포터에게도 슬그머니 특별 팁을 주었고, 또 다른 포터에게는 핫팩을 주었다.

이것이 내가 이들에게 표현할 수 있는 감사함의 전부였다. 



 




포터 2명이 머리가 아프다고 내 텐트로 찾아왔다.

아무래도 연일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것이 과로와 열사에서 온 단순 두통이 아닌것 같다.

증세를 물어보니 아무래도 감기인것 같아 두통약 대신 감기약을 3번 먹을 양을 처방해 주었다.







한 숨 자고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차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산책을 하다보니, 아까 우리가 건너온 그 험악했던 빙하계곡 물이 많이 줄어들어 있다.

벌써 기온이 내려가 더 이상 빙하가 녹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험준한데도 꽃이 피어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여정에 야생화가 만발해 있을거라 가이드 후세인이 말했었던 기억이 이제사 난다.

분명 작년에 SBS방송의 박정헌 팀의  마지막으로 건넜다는 4명과 함께 했을 시는 이곳에 오늘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는 걸 알수 있는 대목이다.

야생화가 만발했었다는 카니바사 가는 길...

꿈같은 믿을 수 없는 얘기다.












주변을 한 바퀴 돌고나서 키친텐트로 가니 한참 저녁 준비를 한다.

내가 준비해가지고 간 건조 버섯류와 말린 미역, 건조 우거지등을 넣고 인스탄트 육개장을 넣은 다음

고추가루와 식용류로 고추기름을 만들어 넣어 육개장을 끓였다.

맛이 좋다.






한낮에 그리도 날씨가 뜨겁더니만, 비가 제법 온다.

이곳 날씨는 정말 예측할 수가 없다.

그래도 우리의 오늘 이 지옥의 여정에서 날씨가 좋았으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그러고 보니, 날씨 조차도 매일이 기적같았다.


우리 모두가 교만스럽게도 외쳐댔던 '전생의 지구를 구한 자'들 이었기 때문인 지....

스텝과 포터들이 매일 아침, 그리고 매 순간 간절히 기도를 올렸던 알라신의 가호때문이었는 지....

정말...매 순간 모든게 기적을 일으켜 주었다.







그래~

이 기적의 순간들을 앞으로 남은 내 생애를 살아가면서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거야~

어떤 어려움과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이 순간의 기적들을 상기해내며 용기를 내는 거야~

결코 잊어선 안돼~

신의 가호가 언제나 나와 함께 한다는것을....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 中 9번 님로드
Edward Elgar 1857~1934


9th var. Nimrod - Adag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