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26.악마의 숨은 크레바스...히스파 라(Hispar-La,5,151m)를 넘으면서 벌인 서바이벌...

나베가 2016. 4. 7. 00:30






아찔한 크레바스를 건너고 나서 모두 지친 모습으로 앉아있다.

아니,  지쳤다기 보다는  이제 시작된 끊임없이 이어질 크레바스와의 사투에 대한 다짐이랄까....

글쎄~당장 눈앞에 펼쳐진 건너야 할 엄청난 크레바스에 대한 좌절과 두려움이었을까...??

이 엄청난 난관을 어찌 헤쳐나가야 할 지....망연자실 서 서 바라보고 있는 포터들의 대장-사다르가

왠지 내겐  더 안타까워 보인다.



 




잠시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여기 저기 뚫린 엄청난 크레바스가 이 지역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것만 같다.


 








오직 하얀색뿐인 광할한 설원에 여기 저기 칼로 후벼 파놓은 듯한 구멍들이...

그리고 그 위에 색을 입히며 저리 아찔하게 앉아있는 우리 포터들의 모습이

차라리 너무나 판타스틱하다는 막연한 느낌 마저 드는것이다.


그러다가 이내 현실을 직시해본다.

스노우 레이크(Snow Lake) 의 빙하 깊이가 1.5km라고 했으니 이곳 히스파 라의 빙하 깊이도 그와 별반 다를것 같지 않다.

저 벌어진 크레바스들의 깊이가 1.5km....

감도 오지 않는다.

차라리 100m 부터 머릿속에 그려본다.

아니, 아파트 층수로 계산을 해본다.

으악~ 430층??








더 이상의 계산은 차라리 무모했다.

430층의 깊이보다 차라리 체감으로 느껴지는 30층의 깊이가 더 확실한 두려움과 공포심으로 다가왔으니까...











정신을 바짝 가다듬고 후세인의 뒤를 따라 걷는다.










숨은 크레바스를 피해 우리 모두가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크레바스의 폭을 찾아 지그 재그로 헤멘다.






잠시 멈춰서서 고개를 들고 아래를 내려다 보니 곱디 고운 설원에 가로줄이 쫙 쫙 나있는 것이 보인다.

저 정도라면 저 가로줄 무늬의 크레바스들은 상당히 커다란 구멍일 터였다.

순간 아찔함에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더우기 나는 키가 작아 보폭이 좁으니, 다리가 기인 알쏭이나 남자들에 비해 크레바스를 건너뛰는 압박감이 훨씬 더 컸다.

거기다 순서도 5번째....

같은 곳을 딛고 건너 뛰어야 해서 뒤로 올수록 바닥도 무너지고, 크레바스 끝에 서서 겨우 끝이 닿을 바틋한 구간에서는 공포심 마저 드는 것이다. 






그렇게 한 발 한 발을 죽음과의 공포심을 가지고 걷고 있자니 어제 5,151m를 오를때도 멀쩡하던 두통이 와서

내 머리를 조여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순간의 공포심은 비단 우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저 30kg이 넘는 짐이 체중에 실려 눈 크레바스를 압박할 테니, 처음 안전한 곳을 찾았다 하더라고

모든 포터가 다 그곳으로 안전하게 건널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리고 몸의 균형을 잡는 일도 그렇고....

그러다 보니, 우리보다 앞서가던 포터들의 행렬이 훨씬 늦어진다.

물론 우리가 먼저 안전한 루트를 찾아내려 선두로 나서기도 한거지만....











그렇게 우린 수시로 뒤를 돌아보며 포터들이 안전하게 건너오는 지를  체크를 하며 걸었다.

그것은 잔인할 정도로 가슴을 졸이는 일이었다.






















이제 드디어 1차 관문은 통과를 했다.

위에서 내려다 보이던 히스파 라의 끝지점 코발트빛 빙하호수에 다달은 것이다.


우린 모두 이곳까지 무사히 건너온 것을 자축하듯 사진을 찍었다.






















잠시 짐을 내려놓고 안도의 쉼을 가진 포터들과도 단체 사진도 찍고....

배낭에 들고 나온 우리들의 간식거리들도 나누어 먹으며 서로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때 후세인을 비롯한 몇 명의 포터들이 빙하호수에 가서 물을 떠 마시는게 눈에 띈다.

오호~

혹시 저 빙하호수물 마시면 10년쯤 젊어지는 거 아닐까??

예전에 뉴질랜드에 갔을때 그랬었던 거 같은데....

그래서 진탕 마시고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줄 알았다니...ㅋㅋ















한바탕 쉼이 끝났으니 또 크레바스와의 사투를 벌여야한다.

히스파 라는 다 내려온것 같으나 아직 숨은 눈 크레바스 길은 계속 이어졌다.














되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고, 햇살까지 내리쬐니 눈 상태가 새벽보다 많이 물러져서 크레바스 건너기가

더 위험해졌다.























이제 크레바스 건너뛰는 공포심은 내겐 훨씬 더 심해졌다.

확실히 쉽게 건너 뛸 수 있었던 크레바스도 이젠 내 순서가 되면 많이 무너져버려서 그 끝에서 끝까지 간신히 뛰어넘으려면

자칫 몸이 뒤로 자빠질 수가 있었다.

더욱 위험했던건 우리를 잇고 있는 자일이 너무 짧아서 겨우 2m도 채 안되는 폭으로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뒤로 올수록 그 끈의 폭은 짧았다.

그러다 보니, 약간의 도움닫기의 힘을 싣기는 커녕 심한곳은 자일의 길이때문에도 크레바스의 끝에 서야만 했다.







그래서 터득한 것이 건너 뛰면서 무조건 앞으로 엎어지는 것이었다.

그것이 최소한 뒤로 자빠지는 최악의 경우는 모면할 수가 있기때문이었다.


이렇게 히스파라를 내려와 히스파 빙하를 건너면서는 매 순간을 앞으로 엎어지면서 크레바스를 건넜다.

이젠 이렇게 하면 된다는 안도감이 생겨 공포심에선 벗어날 수가 있었으나 다른 일행들보다 DSLR 카메라의 중압감까지 더해

체력 소모가 훨씬 더 컸다.











우리를 뒤이은 포터들의 고함소리가 하얀 설원을 울렸다.

언제부턴가 그들은 크레바스를 건너는 매순간 마다 마치 알라신의 도움을 간청하듯 구호를 외쳤다.

그들 자신의 안전만이 아니라 우리들 이름까지 일일이 대며 외쳤다.

가이드인 후세인의 원래 직업이 칸데의 명가수인 지라 그의 목청이 얼마나 좋은 지

그의 선창에 후렴을 단 포터들의 외침은 그 어떤 기도와 합창보다도 감동으로 가슴을 울렸다. 







포터들이 아찔한 크레바스를 모두 안전하게 건너오는걸 지켜보다가 다 건너고 나면 우리 모두는 박수로 환호했다.

매 순간이 요단강을 건너는 기분이다.






우리는 크렘폰을 신고 완전 무장을 하고 걸어도 힘든데, 포터들은 고무 운동화를 신은 저 열악한 차림으로

30kg이 넘는 무게를 지고 이 공포의 크레바스를 건너고 있다니.....

날이 갈수록 저들이 사람같아 보이지 않는다.

아니, 힘듦을 넘머 목숨을 건 삶의 투쟁에서  저들이 받는 임금을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메여 울컥해진다.

그래서 더  크레바스 지천인 이곳을 걷는 저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바라보며 애간장이 녹는 것이다.



















아~~

이제 악마의 숨은 크레바스의  설원이 끝났나 보다.

스노우 레이크로 들어서기 전의 암산과 설빙하의 모습이 저만치 보인다.







뒤를 돌아보니, 이제 마지막 남은 구간을 넘기 위해 숨을 돌리고 있는 후미 포터들이 보인다.


이제 끝났어~


매일이 극과 극의 모습을 보며 우리를 힘들게도 했고, 환호하게도 했지만...

오늘 히스파라를 넘으면서 보여준 그 극과 극의 모습은 그 양면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히스파라는 지구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치명적인 마력을 가진 매혹적인 곳이지만, 그를  온 몸에 담기에 감당해내야 하는 역경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컸다.


우리가 살면서 목숨을 걸 만큼 절실한 순간을 과연 얼마나 맞닥뜨리게 될까...

그 공포심 마저 느끼는 순간에도 한 마음으로 맘을 합치고 신에 대한 완벽한 믿음으로 두려움을 극복한다면

무엇이든 지 능히 해 낼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 단순한 도전이 삶에 있어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두려움을 극복한 삶...

그제서야 진정 삶의 고뇌에서 자유로와 질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Symphony No.5 in C sharp minor - 4. Adagiet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