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24..비아포 히스파빙하의 최정점에 서다...환상의 히스파라 (Hispar-La, 5,151m)

나베가 2016. 4. 5. 00:30

2015.7.27.월...







어떻게 이렇게 한 순간에 날씨가 좋아질 수가 있는거지??

우리가 캠프지에 도착한 순간 정말이지 믿을 수 없을 만큼 날씨가 좋아졌다.

아니, 모든게 찬란하게 빛이 났다.

아니, 아니...하늘이 뚫리기 시작하니, 정신없이 구름 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내려 하얀 설원을 보석으로 만들어 놓았다.







안자일렌을 풀지도 않은 채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을 터트린다.






포터들은 우리의 텐트와 주방, 키친텐트를 다 친다음 자신들의 거처를 나즈막하게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보통의 캠프지는 포터들이 잠을 잘 수 있도록 나즈막한 돌담이 쌓여있어 그 위에 비닐을 덮고 자는데, 대신 이곳에선 나즈막하게 타프를 치고

그 아래를 비잉 둘러치며 눈으로 축대를 쌓는것이다. 이글루의 눈집처럼.....

이런거 보면 불가능이란 없는것도 같다.










이제 모든 캠프가 완성이 되었다.

오늘은 제대로 된 캠프지가 아니어서 포터들이 바람을 피해 잘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아

나즈막한 거처를 만들었어도 부족해 우리의 주방텐트를 이들의 잠자리로 쓰기로 했다.

대신 날씨가 화창해 우리의 식탁은 야외에 펼쳐놓았다.

구름을 뚫고 그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식사를 한다니 이보다 더 환상적인 곳이 어디있으랴~





일을 끝낸 포터들이 이제사 식사를 한다.

아까 히스파bc에서 뭘 좀 먹었나했더니, 아무것도 먹지 않았었나부다.

제법 큰 남비에 풍족한 먹거리라도 요리를 해서 먹는다면 좋을텐데, 그저 짜이를 끓이는 냄비다.

여정 내내 이렇듯 이들의 식탁은 따끈한 짜이와 짜파티가 다다.

짜파티도 아마 어제 저녁에 구운것일게다.














시간이 흐를수록 날씨는 찬란해졌다.

우린 모두 펄펄 살아나서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아니,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어제 저녁부터 밤새 비가 내리고, 출발해서도 한동안 가랑비와 진눈개비가 내리고....

스노우 레이크에서도 완전히 운무가 바닥까지 내려앉았었는데....

그래서 이번 여정의 최정점인 5,151m의 히스파라에 오르면서 그리도 걱정과 긴장감을 안겨주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이렇게 찬란한 히스파 라에 우리를 묵게 하다니.....

입에선 주를 찬양하는 노랫말이 절로 쏟아져 나왔다.







버럭이에게 카메라를 주고 나는 개구장이 처럼 사방을 뛰고, 걷고, 딩굴었다.


















하늘은 점 점 더 파아랗게 뚫리고 있었다.

그에 따른 햇살도 점점 더 강렬해졌다.

그제서야 오늘 우리가 새벽에 세수도 않고 출발하면서 썬크림을 바르지 않았다는 걸 상기했다.

중간 중간 자주 쉬었는데도 날씨가 좋지 않으니 썬크림을 바를 생각을 하지 못한거다.






그 결과는 아주 참담했다.

얼굴에 화상을 입어 썬크림을 바를 수 없을 만큼 통증을 일으켰다.


헐!! 이를 어쩌면 좋아~~

해발 5,000m 설원에서 뿜어올리는 복사열은 설맹을 일으킬 정도인데, 오늘 종일 눈밭을 걸으면서 썬크림도 안바른데다

이곳에 도착해서도 흥분에 휩쌓여 썬크림 바를 생각을 이제서야 했으니...화상을 입는건 너무나 당연하다.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축축해진 침낭을 햇볕에 널어 말리고, 쏠라 충전지도 햇살아래 내다놓으며 짐정리를 했다.






한 바탕 히스파 라 정점에서의 모델놀이를 끝내고 따끈한 짜이를 마셨다.

아마도 이제까지 마신 짜이중에서 가장 맛있는 짜이...

아니 가장 감동의 짜이로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근데 아까부터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우리가 걸어온 저 길 까마득한 끝까지 갔다가들 오곤 하는데

뭔일인 지를 몰랐었다.

그저 홀로 하염없이 걸어가고 있는 그 모습이..... 너무나 판타스틱해서 카메라에 연신 잡곤 했다.

근데 나중에 우리에게도 그 일이 닥쳐서야 알게 되었다는....ㅋㅋ

다름아닌 저 스노우레이크를 감싸고 있는 산군 끝까지 가는것은 화장실 볼일을 보러 갔다오는 것이었다는....


그럼 왜 사방 천지 이렇게 드넓은 곳을 놔두고 저 끝까지 가는걸까....

그건 숨은 크레바스의 위험때문이다.

그래서 반드시 발자욱을 따라 저 끝... 안보일때까지 걸어가 볼일을 보고 오는 것이다.

이 소릴 들으니 우습기도 했지만 순간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했다.







간식 타임을 가지며 한바탕 수다를 끝내고 또다시 이벤트를 벌였다.

여정의 최정점에 올라 가족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다.


이 나이에 좀 쑥스럽기는 했지만, 천국에서 이런 짓 못해보면 어디서 해보겠나~

그래도 온갖 산악회 플랫카드까지 만들어 벌인 K2 이벤트 보다는 훨씬 얌전하다. ㅋㅋ 


















세상에~

사비르좀 보게나~

여기 해발 5,151m에서 담배를 피우다니....

해마다 이렇듯 높은 고도를 오르고 내리니 고도순응이 되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











이제 우리가 서 있는 히스파 라 정점엔  햇빛이 쏟아붓고 있다.

특히 우리 머리 위는 하늘이 완전히 새파랗다.


우리의 흥분은 점 점 더 상승곡선을 타고 올랐다.

피곤하기는 커녕 온 몸이 살아나 이제까지 중 가장 많은 수다를 떨은것 같다.







암산을 덮고 있는 눈의 결은 가슴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웠고,

흔적 하나 없이 곱디 고운 모습으로 눈을 덮고 있는 곳은 또 슈크림 같아 한 수저 푹~ 떠 먹고 싶을 정도다.
















오늘도 혹시라도 아픈 포터들이 있나 그들 캠프사이트를 들러보았다.

후세인을 비롯하여 모든 스텝과 포터들이 오늘 그들이 묵을 이 식당텐트에서 짜이를 마시고 있다.

벌써 저녁준비를 하는 지, 짜파티도 만들고....























그러고 보니, 후세인이 이 눈밭에서 슬리퍼를 신고 있다.

아무래도 후세인 신발도 물이 새어들어와 양말등 다 젖은것이 아닌가 생각든다.ㅉㅉ

어디 후세인뿐만이겠는가~

거의 대부분 포터들 신발에도 물이 새들어가지 않았을까....














오후가 되니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다.

두꺼운 패딩을 입고, 뒤늦게 버프로 얼굴을 가리고 우리의 환영 플랫카드를 들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젠 정말 하늘이 파아랄 정도로 날씨가 찬란하다.

우리 주변엔 말할것도 없고, 저 히스파라 끝쪽 스노우레이크쪽 하늘도 파랗다.

되려 남은 운무가 더 환상의 풍광을 보여준다.

























잠시 텐트에 누워있다가 나오니,어느새 해가 뉘엿 뉘엿 넘어간다.






저녁을 먹고나서 일찌감치 짐을 챙기고 잠자리에 들었다.

고도가 높은데다가 사방이 뻥~ 뚫려서 인 지 이제까지 중에서 오늘이 가장 춥다.

에이전시에서 준비한 매트에 방수 타프를 깔고 , 에어매트위에 이머전시 비비쌕을 또 깔고 침낭을 폈다.

그리고 침낭 위에는 고어텍스 쟈켓에 패딩을 끼워서 2개를 고리에 옷핀을 끼워 가방에 연결해서 덮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가장 완벽한 결로를 방지하며 따듯함을 더해주는 방법이다.

그리고 침낭속에 들어가서는 핫팩을 등과 배에 붙이고,뜨거운 물을 담은 물병을 가슴에 앉고  누워있으면 그야말로 그 따듯함과 포근함이 환상이다.

극한 내의에 패딩바지, 털 양말, 털 목도리에 털모자까지 쓰고 ....ㅎㅎ


내일의 히스파 라를 넘는 코스가 과연 어떨 지 약간의 두려움도 일지만 기대감도 크다.

제발, 오늘의 날씨가 계속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Chopin
Les Sylphides
공기의 요정



1. Prelude, valse, mazurka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