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25.매혹의 히스파라 (Hispar-La,5,151m)를 넘다...1

나베가 2016. 4. 6. 00:30

2015.7.28.화...


4시 기상,5시 아침식사,6시출발.....







오늘도 날씨는 아주 좋은것 같다.

저 멀리에는 운무가 기막히게  꼈지마는 여전히 우리가 있는 쪽은 구름 한 점 없다.

모두가 이른 출발 준비로 정신이 없다.





날씨가 너무나 추운데다 출발시간도 일러 간단한 아침식탁이 차려졌다.

따듯하게 데워진 우유에 씨리얼과 율무차, 그리고 치킨스프가 차려졌다.

차라리 오늘같이 추운날 야외식탁에서 먹는 아침으로는 밥보다 낳은 아침상 차림이다.






모두가 늦지않고 서둘렀는데도 너무 추워서 포터들의 짐꾸리기가 힘들었는 지, 출발시간이 30분이나 늦어졌다.

오늘도 매우 위험한 숨은 눈 크레바스를 건너야 해서 해가 내리쬐기 전에 건너기 위해 5시반 출발이었는데,

30분이나 늦춰져서 조금은 걱정이 되었지만...

암튼 화창한 날씨에 기분좋은 출발이다.



 




오늘도 안자일렌을 어제와 같은 순서로 묶고, 크렘폰을 신고 출발이다.

우리가 최 정점에서 묵었으므로 오늘은 전체적으로 내리막을 걷는다.


그 정점에서 내리막으로 접어들은 걸까....

뒤를 돌아다 본 풍광이 기막히다.






하늘은 파아랗고 날카로운 암산 꼭대기에만 구름이 걸쳐있어 현실이 아닌 마치 동화책 속에 나오는 풍광같아 보이기도 한다.







아!!

세상에~

이 기막힌 풍광이라니....


파아란 하늘과....

새하얀 눈...

그리고 바람의 흔적....







그중에서도 보이지 않는 바람이 이 광활한 설원에 남기고 간 흔적들은 입을 닫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사방에서 유혹의 손길이 뻗쳐왔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같은 보폭으로 이탈하지 말고 걸어야 하는데, 좌우 사방에서 나를 정신 못차리게 만드는 거다.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은 이 광활한 대 설원에 내리 쏘며 지구 밖 풍광을 만들어냈고 ...

도대체 무슨 바람결이 저리 눈 사태를 일으키는 지....

시폰 케잌에 얹혀져 있는 생크림처럼 부드러울것 같은 눈은 떨어지며 하얀 구름을 만들어 낸다.

 






아!!

이 드넓은 광야....어디를 봐도 시선이 닿은 곳은 바람이 남기고 간 흔적외엔 아무것도 없다










그저 세상이 정지된것도 같은 그런 느낌이다.










이 소름이 돋을 만큼 아찔한 풍광을 어찌 그냥 앞만 보고 걸어갈 수가 있으랴~

절로 발이 멈춰져서 무아지경속에 빠져들 수 밖에....















케잌위에 얹어진 크림처럼 부드러울것만 같은 설원....

그러나 저 만치 들여다 보니 온 천지가 크레바스다.


















매혹적인 풍광에 사로잡혀 얼음 땡이 되어있을 때....

저 만치 고개 끝에서 포터들의 행렬이 쏘옥 나타났다.








이 대 자연속에

그것도 오직 존재하는 것은 새하얀 색....설원....바람뿐인 이곳에 또 저들의 행렬이 나타난 것이다.


뭐랄까....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시고 그 안의 피조물들을 다 만드신 다음 마지막에 흙으로 사람을 빚어 숨을 불어넣으신 창조의 역사가...

그 아름답고 더 없이 풍요로운 에덴동산이 아닌....

오로지 하얀 설원만이 있는 이곳에서 저들의 출현을 보고 문득 하느님의 창조역사가 떠올려지다니...







저들이 아득히 먼곳에서 우리 앞으로 지나칠때까지 우리는 한 발자욱도 나아가지를 못했다.

이 세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지구의 태동을 보는 듯한 감동에 사로잡혀서....






이 장엄함에 벅찬 가슴을 주체할 수 없는 중  내 앞을 지나는 헬로키티 수면바지를 입은 핫산을 보고는 순간 또 빵~ 터졌다.

잠옷이라는 생각때문에 ...그것도 사자도 아닌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귀여운 바지가 이 험란한 여정에 너무나도 쌩뚱맞아 보여서....

하긴 잠옷이라는 생각이 가두어놔서 그렇지 다른 포터들이 입고 있는 평상복의 면바지보다 훨씬 따듯할 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저 허술한 차림으로 이 지구밖 설원을 걷고 있다니....

가슴이 짜안해진다. 

누군가 한국인이 분명 주고 간 바지일텐데, 수면바지인거 알라나?? ㅎㅎ







18명의 포터들의 연이은 행렬이 이어졌다.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 아래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설산과 설원속에서의 오늘 우리들의 포터 행렬은 그 어느때 보다도 멋져보였다.


이곳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진정한 사람들....

어쩌면 우리는 가짜일 지 모른다.

저들이 없으면 우린 단 한 발자욱도 이곳에 발을 디딜 수 없으므로...



























포터들도 짐을 풀고 온전히 쉬고....

우리들도 안자일렌을 풀고서 인증화보를 찍으면서 쉬었다.











아!

이 적막한 광야에 우렁찬 외침이 울려퍼졌다.

위험에서 안전을 비는 알라신께 바치는 기도문 같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부여하는 구호인것 같기도 하고....


후세인이 선창을 하면 포터들이 일제히 두 주먹을 불끈 치켜 세우며 후렴구를 외쳐댔다.

그런데 이 외침이...

이 하얀 설원에 울려 퍼짐이 얼마나 힘차고 박력이 넘치던 지....

보이지 않는 강력한 주술의 힘에 휩쌓이는것도 같았다고 할까.....












이제 본격적인 내리막 길로 접어들었다.

아래로 펼쳐지는 히스파 빙하의 스펙타클한 광경에 또 입이 다물어 지지가 않는다.

저 휘돌아 치는 끝까지 가려면 몇날 며칠을 걸어야 할까....






급경사의 내리막길로 접어들은 포터들의 행렬이 눈앞에서 점 점 멀어져 간다.

아득하게 하얀 설원속에서 코발트빛 빙하 호수가 눈에 많이 띈다.







시간이 흘러도 날씨는 여전히 추웠다.

트래킹을 하면서 히말라야 롤왈링의 타시랍차 라(5,755m)를 넘을때 이후 처음으로 발이 시려옴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후세인의 장갑이 변변찮다. 만약 손이 시려울것을 대비해 추가로 챙겨넣었던 구스다운 벙어리 장갑을 후세인에게 주었다.

그러고 보니, 또 키친보이 올람이 버프도 없이 맨얼굴이다.

아이구~~ㅠㅠ


카메라가 추위에 얼어 작동을 안할까봐 싸맸던 캐시미어 머플러를 풀어 올람에게 씌워 주었다.

덩치는 커가지고...얼마나 좋아하는 지...

오후가 되어 날씨가 따듯해졌는데도 계속 머플러를 성냥팔이 소녀처럼 내가 씌워준 그대로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얼마나 우습고 귀여운 지....ㅋㅋ


























우리 보다 먼저 떠난 포터들의 행렬이 또 까마득하다.

보기엔 지척인것 같은데....히스파 라를 넘는 길이 한없이 멀기만 한것 같다.



























히스파 라를 넘는 길이 너무나 판타스틱해서 감동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이제껏 본것 중 최고라고....수없이 감탄하고....

히스파 라를 예찬하는 수많은 말들을 날리며...

내 의지대로 멈춰설 수도 없는 안자일렌을 하고  나란히 걸으면서  카메라 샷을 날려댔다.







내 앞에 펼쳐진 광경이 이 위에서 보기엔 저리 평온해 보이기까지 한데....

크레바스가 심한 지, 포터들의 행렬이 지그 재그로 가고 있다.

힘든 지 자주 앉아서 쉬는 모습도 보이고....


왠지 판타스틱한 아름다움 속엔 늘 치명적 위험이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말이 씨가 된다고....

생각이 씨가 된건 지...

예감이 적중한 건 지....


히스파 라의 중간쯤 부터 닥친 아찔한 위험구간이라니....

저 곱디 고운 히스파라의 어디에 이리도 험준한 크레바스가 숨어있었단 말인가~

눈앞에 펼쳐진 치명적인 지구밖 풍광에 한 편으로는 탄성을 내지르면서도 안전한 탈출로를 찾기가 만만찮아 헤메일때는 또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한다.

더우기  눈 크레바스라서 어디가 발을 디뎌도 안전한 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숨은 크레바스라 긴장감이 말할 수 없이 크다.






아!!

끝없이 펼쳐진 이 어마어마한 설원...어디까지가 이렇듯 눈 크레바스인걸까....

이제 진정 숨은 크레바스와의 서바이벌이 시작되나보다.









 

알비노니 - 아다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