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35.혜성처럼 나타난 아름다운 히스파마을...산사태로 인한 로드블럭으로 새로운 고비를 맞다.

나베가 2016. 4. 16. 00:30






끊어진 다리를 건너고 그앞에서 대망의 여정을 끝낸 세레모니를 한바탕 펼쳤건만.....

우리의 여정이 진정 끝나는 히스파 마을은 당췌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엄청나게 솟아 오른 거벽 암산과 흙돌벽이 흘러내리는 산들 사이로 세차게 흐르는 계곡이 흡사 아스꼴리 가는 길 같기도 하다.

하긴 파키스탄 북부 카라코람 산맥을 주축으로 이루는 곳은 어디나 다 이같은 풍광을 가지고 있겠지~










가파른 오르막 길로 접어들었다.

그렇고 보니, 히스파 마을이 거벽 중간에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리하고 있었음이 생각난다.

아찔한 산사태 낙석지역을 하염없이 내리쳤던 기억...

그 바닥에 닿았을때 히스파 마을은 너무 높아 이미 우리시야에선 사라졌었다는 거...


영화에서 학습된 상상속 혹성의 모습에 반해서 다른 건 또 다 잊었었던 터라 다시 나타난 이 가파른 오르막이

잔인할 정도로 힘에 부친다.

생각하니 아찔하다.

수직으로 솟아 오른 히스파 마을의 절벽이 떠올라서....


이제 10시즈음인데, 벌써 내리쬐는 태양빛은 뜨겁다.

이 뜨거운 열기속에 가파른 오르막을 쳐 올라야 하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배낭조차 스텝들이 매고 가서 빈몸으로 걷는 우리도 이럴진데, 포터들이야 얼마나 더 힘이 들까....

차라리 온몸에 한기가 들었던 빙하위를 걷는게 더 낫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새벽 4시반에 출발해서 벌써 5시간 반이 지났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이후 아무것도 먹지않고 5시간 반을 걸었으니,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지치고 남을 여정이다.







아!

드디어 우리가 그 깍아지른 수직 절벽을 다 올랐단 말인가~

이젠 진짜 고생 끝난겨??


파아란 하늘과 노오랗게 익어가고 있는 밀밭...

그리고 보라빛 꽃을 활짝 피워내고 있는 감자꽃들이 또 다른 천상의 세계를 펼쳐내고 있었다.






와아~

그러고 보니, 이곳이 아까 계곡 건너기 전 바라보았던 그 SF영화 처럼 믿을 수 없는 풍광이었던 그곳이란 말이지??


거벽 중간에 너무나도 선명한 구획으로 농경지가 만들어지고 마을이 들어차서

마치 현실이 아닌 판타지 같아 보이기까지 했던....


 




파키스탄에 처음으로 발을 딛으면서 가장 믿을 수 없었던 풍광중의 하나다.

풀 한 포기도 자랄 수 없을것 같은 암산과 사막지형에 저리 마을이 형성되고 농경지가 있다는 거...

주변은 온통 사막과 암산뿐인데 이리 밀이 노오랗게 자라고 있다니...

SF영화가 따로 없다.































마을이 가까워지니 쭉 쭉 솟아오른 미류나무가 멋지다.


 








드디어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 꼬마녀석들이 대 부대로 들어서는 이 낯선 손님들을 맞으러 길섶으로 달려나온다.

다른곳 같으면 사탕을 달라고 졸 졸 쫓아올텐데, 이곳은 워낙 외져서 트래킹 손님도 많지 않아 그런것에 익숙지 않은것 같다.

줄것도 없는데...다행이다.



 
















이곳에서도 유채가 자라고 있었다.

지금 8월로 막 접어들었는데, 워낙 고산지대라서 8월에 유채가 피나보다.

우리나라 제주에선 몇월에 피지?

지난 겨울에 갔을때도 막 유채가 봉우리를 터트리고 있었는데...














엄청난 바람이 한바탕 휩쓸고 갔나보다.

밀이 사방으로 쓰러져 있는걸 보니...

이곳 사람들은 워낙에 낙석구역이 많아서 바람만 불어도 걱정스러울것 같다.

설마 별일 없었겠지?














마을 읍사무소 같은데라고 할까??

암튼 우리는 10시 15분에 도착해 모두 이곳에 여장을 풀었다.

그런데 아까 그 끊어진 다리 통행료를 내라는 거다.

예상치 못한 비싼 통행료 청구에 후세인을 비롯 우리 모두 짐짓 놀랐지만, 그래도 깍아서 2200루피(1$=100루피)로 해결을 보았다.

하긴 저 열악한 다리를 이 마을 주민들이 놓았을 텐데 이 대부대들이 저 무거운 짐을 지고 건넌다면

마을 사람들이 건널때 보다 훨씬 더 다리가 받는 하중이 클텐데, 통행료를 내는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낯선 외지인들이 왔다고...모두들 구경을 나왔는지, 우리 포터들에 마을 어른과 꼬마들로 사무소 앞 마당이 가득하다.







우리 포터들은 건물 처마밑 그늘에 앉아 파김치가 된 모습들로 있다.

왜 아닐까....

새벽 4시반부터 시작한 여정에 거의 6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돌더미와 흙 절벽을 곡예를 하듯 오르내리고,

예상치 못했던 세찬 빙하계곡을 건너고 또 이 요새와도 같은 히스파 마을에 오르기까지....

빙하가 그리울 만큼 뜨거운 뙤약볕 속을 걸었으니...







아니나 다를까....

몇명의 포터들이 두통을 호소해왔고, 핫산의 다리 통증이 심해서 당장 치료가 급한 상태였다.

마당 한 켠에 꽁꽁 싸매여있는 카고백을 풀고 약상자를 꺼내 들었다.

일단 두통약을 포터들에게 주고, 핫산은 사무실로 불러서 드래싱을 해주었다.

무릎부터 발목까지 여간 많이 다친게 아니었다.

저 다리로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그 통증이 얼마나 심했을까를 생각하니 애틋한 마음에 더 정성껏 드래싱을 해주게 된다.

소독을 하고 상처 치료제(후시딘)를 바른 다음 멸균거즈를 대고 정성껏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다쳤을때 먹는 항생제를 주었다.







시간은 흘러 벌써 12시 반을 넘기고 있었다.

탈진이 될만큼 배도 고프고 갈증도 난다.

음료수를 사다주어 벌컥 벌컥 마시니 한결 낫다.


피곤함에 휩쌓여 사무소 의자에 앉은 채 잠깐 졸았다.

그 사이 이곳에서 닭을 사서 만든 백숙이 점심으로 나왔다.

파키스탄에 도착하면서 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먹는게 치킨이라서 치킨이란 말만 들어도 지겨웠었는데,배도 고팠었지만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난 절대 채식주의자는 될 수 없다.


그러나 저러나 청천벽력같은 bad news다.

산사태가 7군데나 나있어서 짚이 들어올 수가 없다는 거다.

그래서 이곳에서 오늘 자던 지, 일단 시간이 있으니 출발해서 중간에서 캠프를 치던 지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히스파 마을에만 들어서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짚을 타고 훌쩍 훈자로 들어갈것에 대비된 우리 몸은

이 새로운 뉴스에 적응이 안돼는 것이다.

포터들이나 우리나 긴장감을 풀어헤쳐 무방비 상태였던 지라  파김치 상태이긴 했지만, 그래도 일정상 이곳에서 마냥 지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 출발을 해서 갈 수있는 곳까지 가고, 중간에 캠프를 치기로 했다.







이 결정에 누구도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야 백숙을 먹고 기운을 좀 차렸지만, 지칠대로 지쳐 두통약까지 먹은 포터들이 이 뙤약볕속을 또 어찌 걸어야하나~







12시 40분...

우리는 또다시 시작된  예측할 수 없는 기인 트래킹에 접어들었다.






히스파 마을에 올라서기 까지의 그 깍아지른 절벽을 이제는 또 반대로 걸어 내려가야 했다.

만년 설산보다는 암산으로 둘러쌓여 있는 히스파 마을의 깊은 계곡에는 그러나 놀랍게도 빙하가 메우고 있었다.

모레인 돌더미 빙하밑으로 허연 얼음구덩이의 속살을 내 비치며 그 밑으로 세찬 물살을 흘러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곳엔 비교적 튼튼한 다리가 계곡을 잇고 있었다.

하긴 저 다리로 짚이 들어와야 하니까....

우리가 히스파 빙하를 빠져나오면서 건넜던 다리와는 차별이 되는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았을때와는 달리 마을의 규모는 제법 컸다.










살포시 익어가는 밀밭과 보라빛 감자꽃으로 뒤덮은 마을 길을 걷자니,

새로운 기분에 또 젖어들어 피곤한 줄을 모르겠다.










아름답기도 하고...

암산과 사막 지형 한 가운데로 앙증스러울 만큼 피워내고 있는 이 요새의 생경한 풍광에 카메라 셔터 누르느라고

힘이 드는 지,

앞으로 얼마나 오랜동안 걸어야 할 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다.

난관에 부딪혔다기 보다는 그저 지금 이 순간 눈앞에 펼쳐진 풍광에 흥분할 뿐이다.



 
















계곡이 얼마나 깊은 지 하염없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자동차로 휘익 지나쳤으면 느끼지 못할 엄청난 풍광속으로 또 빨려들어가는것 같다.

지그재그로 나 있는 실같은 길도 멋드러지고....

눈앞을 메우고 있는 암산의 위용도 대단하다.

아직은 내리막 길이니,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대 자연의 광활함에 흥분됨이 우선한다.

























이제 거의 계곡 바닥까지 내려왔다.

아까도 다리를 건넜는데, 저 아래로 또 다리가 있다.

하긴 굽이 굽이  뻗어있는 산맥 사이로 얼마나 많은 빙하 계곡이 흐르고 있을까...

그런데 저기 흐르는 것은 빙하계곡이 아닌 강이 맞는것 같다.






다리를 건넜다.

이제부터는 저 강을 따라 로드블럭이 끝나는 곳까지 걸어야 한다.

7군데 정도 났다고 들었는데....

오늘 그 곳을 다 건너 짚을 만나 훈자로 들어가는 행운을 얻었으면 참으로 좋겠다.








Brian Crain[A Change Of Seasons] - 06. Waterf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