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34.비탄말에서 히스파빌리지까지 멀고도 험한 길.. 길..길...

나베가 2016. 4. 15. 14:00

2015.8.1.토요일...


3시기상,4시 아침식사, 4시40분 출발...






밤새 비가 또 왔는 지 텐트를 열으니 잔디가 축축하다.

달이 환하다며  날씨가 좋다하여 어젯밤 그에 맞춰 패킹을 했는데....

어슴프레함 속에서 보니 비가 더 올것 같기도 하고...








식당으로 가니, 벌써 워크딕님과 버럭이는 식사를 마친 상태다.

오늘도 모두가 일찍 서둘러 준비를 마친걸 보니, 연일 5시 출발예정 시간 보다 오늘도 출발이 빠를것 같다.


5시 예정시간 보다 20분 당겨져 4시 40분에 출발을 했다.


어제... 이제는 더 이상의 서바이벌 게임같은 것은 없을거라고....

포터들도 우리들도 멋진 세레모니에 광란의 파티를 벌였건만...

눈앞에 펼쳐져 있는 저 빙하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기대와는 달리 오늘도 빙하를 건너야 했다.

제발 서바이벌 게임같은 것은 이제 펼치지 않도록....

힘은 들어도 쉬이 건너갈 수 있는 빙하이기를 빌며 발걸음을 내딛는다.








여전히 우리 눈앞의 빙하는 돌더미 가득한 모레인 빙하였다.

수도 없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양 산맥 사이로 먼 발치의 하얀 만년 설산이 보이면 여지없이 그 앞으로는 거대한 또 다른 빙하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전히 깊게 패인 크레바스도 보이고, 힘겨운 돌더미 모레인 빙하 오르막을 올랐지만,...

이른 출발이라 아직 빙하가 녹지않아서인 지 물에 빠지지 않고 계곡도 건너고

며칠 동안 절망속에 건넜던 박살난 듯 빙하더미도 아니고,

사방이 막힌 절망의 크레바스도 없었다.









며칠 동안 평생 동안 경험할 위기의 순간을 모두 겪어낸듯

우리는 어느새 정신적 육체적으로 탄탄히 단련이 되어 초반 두렵고 힘들어 했던 정도의 오늘의 빙하는

단숨에 걸어 올랐다.








고산 트래킹에서는 체력이 문제가 아니라

고산에 내 몸이 적응될 때까지의 느림과 기다림인 것처럼

그렇게 내 몸이 적응이 되고 서서히 단련이 되면 쉬이 오를 수 있는것 처럼

우리의 이 험란한 역경마저도 그리 적응될때까지의 느린 속도와 기다림, 경험...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여정은 바람대로 서바이벌 게임은 아니었다.

단지 쉼없이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다.

이제는 까마득한 돌더미 오르막을 만나도 지침없이 올랐고,

아찔한 흙 돌사면 길을 만나도 담대히 올랐다.








아무리 힘듦이 반복이 되어도 우리의 발걸음이 쉽다.

고도가 낮아져서다.

아스꼴리에서 남라로 갈때 비아포 빙하로 처음 들어서는 시작점에서 보았던 핑크빛 꽃나무도 만났다.

그러니 여기의 고도가 3000~3400m쯤 되는 것이다.

히스파라의 5,151m에서 거의 2000m 가까이 내려왔으니 고산에서 받는 압박감에서는 완전히 해방이 된것이다.






하얀 만년설을 뒤짚어 쓴 거대한 암산과 빙하를 배경으로 피어있는 이 핑크색 꽃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지친 트래커에게 기운을 북돋아주는 천상의 꽃인 지도 모르겠다.







이때 마침 어젯밤 우리의 혼을 쏘옥 빼버린 핫산이 우리 뒤를 따라 올라왔다.

마침 꽃을 찍는다고 멈춰서 있던 터라  연예인을 만난것 처럼 핫산을 보고 열광했다.








정신없이 핫산을 향해 연신 카메라 샷을 날렸다.








글쎄~

핫산이 어젯밤 내가 자기한테 반했다는걸 알라나??

ㅋㅋ


















저 무거운 짐을 지는 포스도 남달라 보인다.

진정한 헤라클레스는 키친보이 올람이 아니라  우리의 핫산이 아닐까....ㅋㅋ












여전히 포터들에게는 험준하기 이를데없는 바윗돌 길의 연속이다.

언제나 이 여정이 끝나고 무릉도원이 나타날까....







한참을 서서 포터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우리의 키친보이 올람이 피켈을 들고 나타났다.


에구~~

그려~ 너도 진정한 헤라클레스여~

맘 변했던거 미안혀~







다시 어제와 같은 아름다운 천상의 길로 접어들었다.

온 천지가 로즈마리로 가득한 곳....

그 천상의 향기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왼쪽으로는 어제와 똑같은 모습으로 나무 숲이 있고, 그 뒤로 모레인 빙하 언덕배기, 또 그 너머로는 만년설을 뒤짚어 쓴 거대한 암산들이

피라밋 모양처럼 수없이 서 있다.








이제서야 온전히 나의 안전에 대해 맘이 놓였는 지, 후세인이 저 만치 앞서 홀로 걸어간다.

그의 앞에 놓인 길이 여기서 보기엔 그야말로 완벽한 안전지대 처럼 보인다.











지구상의 거대한 암산은 다 이곳 파키스탄 카라코람에 쌓아둔것 같은 느낌이 문득 든다.

삼각뿔 모양의 높다란 암산들을 번쩍 들어다가 이곳에 수북히 쌓아둔것 같은 모양새.....

그 사이로 여지없이 흐르고 있는 작은 빙하들도 매혹적이긴 하지만 위압적이긴 또 마찬가지다.










와아~

기막힌 풍광이닷~

저 일렬로 자라고 있는 로즈마리좀 봐~

향기는 또 어떻고....







이제는 진정 포터들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가득 배어나온다.

힘든 여정이 끝나감을 알기때문일것 같다.







눈앞으로 펼쳐진 저 끝없는 로즈마리 평원...

기가 막히다.







오늘도 시야엔 라카포시가 들어온다..





암산 꼭대기에서부터 폭포처럼 떨어져 거대한 물줄기로 흘러내리는 듯한 빙하...

그 하얀 빙하가 수백년 동안 흘러내리면서 주변에서 떨어지고 무너져 내린 돌과 흙더미로 덮쳐

아래로 내려올 수록 시커멓게 색깔이 변하고...

더 오랜 세월이 지나 바닥까지 내려오면 돌더미 모레인 빙하가 되는 것이다.

그 오랜 수백, 수천년 역사의 흐름이 저 빙하계곡에 그대로 쌓여있는 듯 하다.
















이젠 모래 흙길이 나왔다.

주변은 온통 나무군락지다.

그 나무 사이로 숨바꼭질 하듯 부드러운 모랫길을 걸어 빠져나오자니,이제껏 우리가 맞딱뜨렸던 험란했던 그 모든 여정들이

마치 꿈을 꾼것 처럼 비현실이 된다.


 




나무 군락지를 빠져나오니  개울물이 앙증스럽게 흐르고 있다.

개울을 따라 모래톱을 걷는다.

멀리 시야의 끝엔 파아란 하늘 아래 매혹적인 라카포시가 우리의 눈을 맑게 한다.


 








물에 빠져서 걸어야 할 제법 넓다란 개울물을 만났다.

여전히 난 또 물에 빠지지 않고 업혀서 건넜다.

이번엔 내 곁에서 함께 걸었던 사다르다.

그러고 보니, 벌써 몇 번째 사다르 등에 업힌것일까....








오늘의 여정에서도 모레인 빙하의 돌더미 오르막을 올라치고...

자칫 돌 하나만 빠져도 황천 길로 나 뒹굴것 같은 흙사면 내리막 길을 걷고...

빙하 계곡도 만나고...

개울도 만나고...

돌더미 길, 모랫 길도 걷고...

그런가 하면 거대한 암산을 배경으로 피어있는 천상의 핑크빛 꽃도 만나고...

푸른 숲길에 로즈마리 향이 가득한 천상에 들어서 걷기도 하고....


지구의 모든 곳을 경험하며 한 바퀴를 돌듯 걷지만....

그 어느곳에서도 절망을 맞거나 역경을 딪는 다는 느낌은 한 치도 없었다.

이제까지 몸과 마음이 단련되어

어느 곳에 내가 있든

그곳은 능히 내가 감당해 낼 수 있는 천상의 곳이었다.







내가 걷고 있는 저 앞길이...

내 시야앞으로 라카포시가 버티고 서 있는 저곳까지 펼쳐져 있는 모든 풍광들이 그저 판타스틱한 풍광으로만 느껴졌다.


그것은 흠짓 앞으로 내 삶이...

내게 맞닥뜨릴 삶의 모습을 맞는것과도 같게 느껴졌다.


가까이 다가서면 이렇게 보기와는 달리 수많은 모습들이 당황스럽게도 만들겠지만

어떠한 역경도 내가 감당해낼 수 없는 것은 없다는 것....

그 역경을 딛고 나면 천상이 늘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자유롭게 노닐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말들과

파아란 하늘을 보며 걷자니, 끝없이  뻗어나 있는 풍광들이 인생의 탄탄대로 처럼 보여 내 마음도 한없이 자유로워 지는것 같다.












우리가 어제 묵었던 곳처럼 판타스틱한 목초지를 또 만났다.

주변엔 목동들이 여름 한 철 가축들을 돌보며 묵는 움막들이 많이 보인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가축들도 한 철 이와 같은 천상의 초지에 와서 자랄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개울이 흐르고...

푸르른 수풀림과 초지가 있어도 여전히 고개만 들면 거대한 한 덩어리로 된 카라코람의 암산들이 눈을 메운다.














이제 끝이났나...싶다가도 또 나타난 돌더미 오르막길이다.

이러니 카라코람의 어디를 걸어도 왠만한 등산화가 견뎌내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는 것이다.

아마 지치고 힘들어서 발걸음이 가볍지 않고 툭툭 부딪히듯 걸어서 일지도 모른다.

마치 동물처럼 자신의 체중 조차도 하중에 실리지 않는 듯 슬리퍼나 고무 운동화를 신고 저 돌더미와 빙하를 건너는 포터들을 보면 그렇다.







아!!

드디어 다 왔나보다.

저 멀리 암산 중턱에 그림처럼 올라앉아 있는 농경지와 마을 모습이 보인다.

이젠 진짜 길고 험란했던 비아포 히스파 빙하 트래킹이 끝나나 보다.







입이 방정이지.

그 생각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엄청난 복병을 또 만났다.

이젠 진짜 없을 줄 알았던 수직 절벽 낙석구간의 빙하계곡....






앞선 일행들이 건넜던 루트로 다가가 카메라를 배낭에 집어넣고 막 내려가는 순간

내 앞으로 초를 다투며 절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야말로 '악' 소리도 지를 수 없었던 숨막히는 순간이었다.


위기의 순간을 모면한 우리는 다른 루트를 찾아 수직 절벽 길을 내려갔다.

오늘도 여지없이 우리의 두 헤라클레스인 핫산과 올람B, 그리고 늘 함께하는 젊은 포터들이 계곡에 빠져들어 모두를 건네주었다.


아!

그런데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물살에 휩쓸려 내려오던 바윗돌이 그만 핫산의 다리를 쳐서 무릎부터 발목까지 다 벗겨져 내려가는 큰 사고를 당한것이다.


 



끝난것 같은 위기가 끊임없이 나타난다.

계곡을 건너 보기에도 아찔한 흙돌 절벽 길을 또 오른다.

 

코앞으로 보였던 히스파 마을 가는 길이 어찌 이리 멀고도 험란하단 말인가~










이제 히스파 마을이 좀더 가까이 보인다.

거대한 암산 중간에 동화책속 그림같이 보이는 히스파 마을이 또 한편으론 정확하게 구획을 그어 만든 SF의 계획도시 같아도 보인다.

그리 한번 보이니 그 모습이  판타지 같아 발걸음을 멈추고 줌을 까지끝 당겨 카메라에 담아본다.















지척일것 같이 보였던 히스파 마을이 어째 갈수록 더 멀어지기만 한다.

가는 길 몫의 풍광은 불과 얼마 전에 무너져 내린것 같은 흘러내린 돌더미로 가득하고

옆으로 솟아 오른 흙절벽은 금새 또 내리쳐버릴것 같은 모습이다.

혹시 저거 환타지 아냐??














우리 시야에 수평으로 닿았던 히스파 마을이 자꾸 천상으로 올라간다.

우리의 발걸음은 한없는 계곡 아래로 내리 꽂으며 걷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기막힌 풍광에 수없이 발걸음을 멈추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자꾸만 멀어져 갔던 히스파 마을이...그래서 혹시 현실이 아니고 판타지가 아닐까...착각 마저 일으켰던 히스파 마을은

점 점 더 매혹적인 모습으로 윤곽을 드러냈다.

여전히 파아란 하늘아래 라카포시는 매혹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초록으로 가득한 히스파 마을 맞은 편은 혹여 혹성 탈출에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 처럼 절박한 낙석 구간이었다.

이 극적인 대비를 어떻게 한 가슴에 담을까....

이곳은 언제나 중간은 없고, 모든게 극과 극으로만 통하는 곳인것 같다. 










일행들 옆으로 수직으로 솟아있는 흙 절벽을 보고 있자니 헉 하고 숨이 막혀온다.

시멘트 벽도 아니고...저 흙벽이 저리 높이 솟아  있을 수 있단 거지??

세찬 폭우가 내리치면 얼만큼씩 떨어져 내릴까...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 전 계곡에서 처럼 느닷없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단 거잖아~

악마의 빙하는 아닐지라도 몇 단계의 낙석 위험지구로 정해야 할까...





















엄청난 깊이의 계곡 끝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이젠 암산 중턱에 판타지 마을처럼 자리잡고 있는 히스파 마을은 너무 높아 우리 시야에서 벗어났다.















지척으로 보여 금새 닿을것 같았던 히스파 마을은 끝모를줄 모르고 널부러져 있는 또 다른 지구의 행성의 모습으로

거대한 낙석 지구의 터널로 빠져들게 만들고는 사라져 버렸다.


사진을 찍느라 너무 뒤쳐졌던 나는 막판에 스퍼트를 가해 뛰듯이 내려갔다.

뽀얀 흙 먼지가 날아올라 코끝에 닿는다.


아!!

그런데 저건 또 뭐지??

거친 빙하물이 흐르고 있는 계곡의 저 다리에 모두들 모여있는 모습이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주변 풍광이 너무 장대해서 작게만 보였던 계곡이 가까이 다가서니 그 물소리만으로도 가위가 눌릴 지경이다.

계곡 밑에 가득 쌓여있을 돌 더미에 부딪힌 물살이 미친듯 뿜어 올려지며 분노하듯 흐르고 있었다.






아!!

이곳도 다리가 끊겼던거야~

그래도 다행히 다리는 아스꼴리를 나갈때 무너져 내린 다리를 가까스로 통나무를 이어붙여 건너갈 수 있었던 것 처럼 이어져 있었다. 






막상 다리앞에 서니 통나무 하나를 버팀삼아 건너가야 하는데...심장이 툭 하고 떨어져 내릴것만 같다.

밑을 보니,폭약을 터트린 듯 물살을 뿜어 올리며 흘러가는 빙하 계곡에 그 소리는 얼마나 더 무시무시한 지 흠짓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휩쓸려  떠내려가 뼈도 추스리지 못할것만 같다.


그러나 못할게 뭐가 있을까...

모두들 다 건너갔잖아.

작년 K2BC 여정때 아스꼴리의 끊어진 다리를 통나무 하나 이어진 곳으로 건넜던 것처럼

이곳 역시 그리 담대한 마음으로 건너면 되는거지.

생각보다는 우리의 스텝진들이 도와주니 쉬이 건널 수 있었다.







어쩌면 ...

우리가 이제껏 겪어냈던 역경과 고난이 아니었더라면 이 다리에서 맞닥뜨린 위험에도 두려움과 공포심을 가졌을 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우린 비아포 히스파 빙하를 건너면서 얼마나 많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담대히 맞섰는가!!

내 맘속에서 이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못해낼게 없는 것이다.




























우리는 끊어진 다리를 건너 단체 인증사진을 찍었다.

이제서야 진정 험란했던 비아포 히스파 빙하트래킹을 마쳤다는 기념으로.....





그리고 모두 흥분에 겨워

마치 지옥의 여정 마지막을 건넜다는 다리인증인 양 독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우리의 여정에 또 다른 복병이 숨어 있을거란걸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히스파 마을에만 올라서면 여정은 끝나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짚차에 올라타서

훈자로 단박에 이동을 하면 됐으므로....




  















Gale Revilla[album Whispering Winds on the Red Road] - Canyon Sun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