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20.빙하의 어메이징 풍광의 마르포고로(Marpogoro, 일명 Napina 4,410m),.가는 길..(2).

나베가 2016. 4. 1. 00:30







비교적 완만하고 평이했던 설빙하길도 이젠 안녕이다.

다시 크레바스를 동반한 험준한 빙하 길이 펼쳐졌다.

암산의 바위끝은 톱니날 처럼 더욱 더 날카로워 졌고, 그 골을 채우고 있는 만년설의 자태는 뒤로 이어지는 7000m급 설산과 어우러져 매혹적이다.




    




그런가 하면 눈 하나도 붙어있지 못하게 한 거대한 암산의 위용은 가까이 다가설 수록 위압적이다.








   




쫙 쫙 벌어진 크레바스에 다가서 보면 까마득한 아래서부터 솟구치는 듯한 에메랄드 빛이 두려움을 너머 탄성을 먼저 내게 한다. 






얼마나 눈이 많이 왔으면 크레바스안으로 저리 하얀 눈이 아직도 붙어있을까나~

자못 그 끝에 서서 건넜다가는 큰일이 날 수가 있다.

크레바스 홀이 수백미터나 되는 일명 숨은 크레바스다.

그래도 이건 아무것도 아닌것이고....내일부터는 크레바스 깊이가 1.2km나 된다니 자칫 빠지면 그냥 황천길이다.







   




우리의 지그재그로 걷는 일은 이제부터 또 시작이다.

잔잔해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서면 그리도 험한 크레바스 길이라니....

거의 한쪽 끝에서부터 시작해서 반대쪽 끝으로  이동하며 갈 지자로 걸으니, 그 이동거리가 몇 배가 늘어나는 셈이다.

직선거리를 생각하면 또 아찔해 지는 것이다.

혹시 오늘 대략 7시간 걸을것이라는 것이 두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겠지?? 
























이제는 끝없는 빙하 길을 걸으며 앞만 보고 지치는게 아니라 옆의 날카로운 산군들을 보고

탄성을 자아낸다.

어찌 저런 모양새를 하고 있을까.....

어찌 저토록 거대하고, 장엄하며, 바늘 끝 처럼 날카로울 수가 있을까....

거기다 그 밑으로는 분노한 듯 금방이라도 무너뜨려 버릴 기새로 쫙 쫙 벌어진 모습이라니.....

두 눈을 뜨고 코앞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한동안 넋을 잃고 있는 사이 어느새 워크 딕님과 사비르는 험준한 빙퇴석 길을 올라 저 엄청난 바위산 밑까지 올라있다.

아니....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길은 없나보네~













험악한 크레바스를 피하고 빙퇴석과 그 사이로 서슬 퍼렇게 드리밀고 있는 푸른 빙하들 사이로 걷기도 힘든데...

저 까마득한 오르막이라니....








순간 가졌던 절망감도 잠시.....

이 놀라운 지구밖 풍광에 또 흥분하여 카메라 샷 날리느라 정신없다.


그랬지~ 그랬어.

순간 순간 아찔할 만큼 공포심과 절망감을 가졌었지만 그 반면 믿을 수 없는 지구밖 풍광에 또 얼마나 많은 탄성을 내질렀는가~

가슴을 수없이 쓸어내리기도 하고...

주체할 수 없는 감동에 심장이 떨어질 듯한 울림도 가졌드랬어.



















그런 가슴의 울림은 그 어떤 역경도 역경으로 보이지 않는거지.

해낼 수 없으리라는 생각은 추호도 가진적이 없는것 같아~

생각은 커녕 순간의 두려움 조차 들어설 자리도 없는거지.

오직 눈앞에 펼쳐진 그 상황에만 집중하는 거야~

놀랍게도 그 곳엔 늘 극과 극이 함께 공존했지.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래서 능히 해낼 수 있는 거였어~







 








점심 시간이 지난 지는 이미 오래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설 빙하 위에서 점심을 먹기도 힘들고, 사방이 크레바스로 벌어진 빙퇴석에서는 더더욱 먹을 장소가 없어서

그냥 행동식으로 때우기로 한것이다.


각자가 알아서 배낭에 하루치의 행동식을 챙겨오지만 초콜릿 한개라도 쪼개 먹는 심정으로 나눈다.

그러다 보니 종류도 다양하다.

캔디나 초콜릿, 건빵, 오징어포, 누룽지,에너지 겔.... 한 컵 분량의 미수가루도 나눠 마신다.








그래도 해가 나니 추위가 좀 덜하다.











아~

저게 뭐야?

우리의 캠프 사이트야?


저 멀리 까마득하게 콩알만한 크기의 빨갛고 노오란  캠프사이트가 보이니 어디서부터 생겼는 지 힘이 불끈 솟는다.






그러나 그도 잠시...

엄청난 빙퇴석 길은 끝없이 이어졌고, 우리의 캠프사이트도 사라져 버렸다.

지옥으로 가는 길의 2탄이다.














 아~ 드디어 빙퇴석 돌산을 넘어 평탄한 길로 들어섰다.

이제는 모레인 빙하 위로 쌓여있는 잔설이 왠지 낯설다.















우측산엔 해가 드는 지, 깊은 골을 빼고는 눈이 거의 없는것과는 반대로 좌측 산군은 눈이 붙어있을 수 없는 바위를 제외하곤

골마다 하얗게 만년설을 뒤짚어 쓰고 있는 모습이 완전히 대비된다.



 







평탄한 길이라고 해도 여전히 모레인 빙하위에 사방에 널부러져 있는 바윗돌 길이다.

하긴 크레바스 없는게 어디야~ 이만함 비단 길이지~







아~

그나 저나 사라진 우리의 캠프사이트은 왜 보이지 않는거지?











비교적 평탄한 잔설이 남아있는 돌길을 걸어 또 한번의 험준한 돌산을 넘으니 드디어 캠프사이트가 나타났다.

오늘은 포터들도 지쳐서 거의 우리와 같은 속도로 걸었기에 아직 우리의 보금자리 구축이 덜 되어 있었다.


나는 햇살이 드는 커다란 바위 위에 그냥 누웠다.

점심도 못먹고....

추위에 떨며 걸어선 지, 지친 몸은 그 짧은 순간에도 그냥 꿈나라로 나를 끌고 들어갔다.







누군가가 깨워서 눈을 떴다.

바위위에 누워서 그만 잠이 들어버렸던 나 자신이 놀라웠다.

텐트에 들어가 배낭을 던져놓고 불지도 않은 에어매트를 그냥 편 채로  누워 다시 잠이 들었다.







얼마나 그렇게 잠이 들어 있었던걸까.....

눈을 떴는데, 닫지도 않고 잠이 들었던 텐트의 문으로 거대한 암봉이 들어왔다.


파아란 하늘에서부터 거꾸로 솟아난것 같은 거대한 암봉이 헉~ 소리가 나게 매혹적이었다.

여기가 어디야~

여긴 또 천국의 어느 종착역인 거지??


거꾸로 보이는 세상...

아무것도 없고...그저 파아란 하늘과 거대한 암봉 하나만이 있음이 기가 막혔다.

너무 좋다!! 란 느낌이 온 몸을 감싸고 돈다.

춥고, 힘들고 지쳤던 몸이 한 순간에 싸악 녹아드는 기분이다.








점심을 먹으라고

호출하는 바람에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텐트속에서 보았던 거대한 암봉이

왠지 익숙하다.


그러고 보니,

14년 K2여정때 보았던

바코르다스봉과 닮았다.

순간 작년 여정이 눈앞을

화악~ 스치고 지난다.


이곳에...

이 험준한 카라코람에

다시 발을 디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감동으로

가슴 벅차게 한다.


아~

그러고 보니,

저 거대한 암봉 밑으로

여전히 돌무더기 속에서

예쁜 야생화를 피워내고 있네~

놀라운 생명력이야~


이곳을 지나는

지친 트래커의 영혼에

아름다움을 심어주는

천상의 꽃....










짧은 시간이었지만 꿀잠을 잔데다가 점심까지 먹고나니

이제서야 기운이 난다.


역시 오늘도 드립커피가 빠지면 안돼지~

또 두사람이 매달려 커피를 분쇄하고 정성껏 내린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힘듦은 또 순간 사라지고 오로지 행복만이 가득한 시간이다.








어제 바인타브락에서 빨은 바지가 덜 말라서 바위 위에 내다 널고는 텐트에 들어가 다시 낮잠을 잤다.

어제 따사로운 햇살에 침낭을 거풍을 해서 그런 지, 침낭속에 들어가 누우니 온 몸이 녹아드는게 곧 사그라들어 벌릴것만 같다.

또다시 꿈잠을 잤다.







한 숨을 자고 나니 벌써 날씨가 쌀쌀하다.

극한용 내의를 입고 구스다운 바지에 털양말, 두꺼운 패딩을 입고 털모자까지 쓰고 밖으로 나왔다.


아까 우리 텐트 앞으로 물줄기가 지나가길래 밤사이에 물이 불어 텐트에 들어오면 어쩌냐고 ....걱정했더니,

시간이 갈수록 기온이 내려가서 빙하가 얼어붙어 괜찮을거라더니, 벌써 물줄기가 확연히 줄었다.







한바탕 인증 사진을 찍고는 주방으로 들어가 저녁을 도와주었다.

저녁으로는 내가 가지고 간 미역을 불려 미역 초무침도 무치고, 미역국도 끓였다.

일회용 장갑을 끼고 무쳤는데 손이 시렵다.ㅠㅠ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추위에 대비를 해야할것 같다.











오늘도 포터 6명이 하산을 했다.

말도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어서 하산을 하고....


바인타 브락 캠프사이트에 도착해서는 모두들 컨디션도 좋고, 날씨며 주변 풍광도 좋아 하산하는 포터들과 단체 사진도 찍고 했거늘....

오늘은 포터들이나 우리나 모두 지쳐서 단체사진을 고사하고 얼굴도 보기 힘들다.

하긴 도착하자 마자  바위에 누워서부터 잠이 들어버렸으니.....ㅠㅠ


그러고 보니,단체 팁이야 당연히 계산해서 주었지만, 바인타브락에서 처럼 내 개인적인 특별팁은 줄 여지도 없었다.







날씨가 추우니 포터들이 이른 시간부터 비닐을 둘러치고 모두 모여있다.

이젠 남은 포터가 사다르 포함 20명....

이들이 저리 함께 붙어있으니 비좁아도 차라리 춥지는 않을거 같아 다행이다.
















이상하다~

낮잠을 잤는데도 계속 졸립다.

고산증인가??

고산증이 이렇듯 졸리운 거로 오면 아주 귀여운거지~

덕분에 푸욱 잘 수도 있으니....ㅎㅎ


일기장도 팽개치고, 시계가 어디있는 지, 몇시인 지도 모른 채...

그냥 다 팽개쳐 놓은 채로 꿈나라로 갔다.

점 점 더 힘든 코스일 것이다.

모두들 힘든 지, 다시는 안오겠단다. ㅎㅎ






바그너 // 탄호이저 제3막 볼프람의 아리아 `저녁 별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