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18.비아포 히스파빙하 트래킹/천상의 화원-바인타브락(Bainta, 4,020m)

나베가 2016. 3. 30. 00:30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느림보 걸음으로 걷기....

하루 트래킹 코스가 2시간 거리라니....

이게 산책이지...무슨 트래킹일까....

꿈의 천국에 소풍길 나온 거....







그러고 보니...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단어가 소풍 아닐까....


소박한 도시락을 챙겨들고 가까운 곳으로  사랑하는 이와 소풍가는 거....


아!!

그러고 보니, 늙으막히 소풍을 주 삶으로 살면 좋겠는 걸~

생각만으로도 맘이 편해지고 행복해 진다.











아~

진짜 바인타 브락 캠프지가 코앞이네~

벌써 캠프사이트도 다 구축해 놓았어. ㅎㅎ

하긴 우리가 이렇게 느림보 거북이로 걸었으니....







캠프사이트로 들어서기 전 높은 언덕배기에 올라서 또 내일이면 들어서야 할 거친 빙하와 멋진 설산을 바라본다.

이들의 그 잠시의 여유는 늘 내겐 멋진 포커스다.

















버럭이와 알쏭은 먼저 캠프지로 들어가고....

나는 또 소풍나와 있는 포터에게 카메라 포커스를 돌렸다.








늘상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힘겨운 모습만 보다가 이처럼 햇볕 따사로운 날 야생화가 지천인 들판에 나와 있는 모습을 보니

세상에,,,, 이리도 맘이 좋을 수가 없다.






에잇~

너네들이랑 모델놀이나 하고 가야겠다.


내가 작년엔 칸데 낭마밸리에서 모신하고 여기 온 올람B와 반나절을 화보촬영하면서 놀았단다~ ㅋㅋ

너네하고도 오늘 종일 화보촬영하며 놀아줄 수 있는데....ㅎㅎ








녀석~ 멋진걸!

선글라스까지 쓰고 홀로 저 높은 곳엘 올라가서 바위에 기대고 서 있는 폼이....







녀석들~

이왕 꽃까지 따서 들고 찍으려면 좀 활짝 웃지~ ㅎㅎ

그래도 멋져~

니들이 이 아름다운 계곡의 주인같아~










캠프에 배낭을 던져놓고 나는 포터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항상 표정이 밝은 이 포터는 오늘도 나와 얼굴이 마주치자 활짝 웃음을 짓는다.


어머~ 음악을 듣고 있어~

아!! 정말 오늘은 너희의 날이구나~


후세인이 우리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그리 기뻐하는것과 같이

나는 오늘 너희의 편안한 모습을 보니 더없이 맘이 좋다~~











오늘로서 벌써 포터 6명이 하산을 한단다.

이제 겨우 사흘 일하고 내려가니...글쎄 몇 스테이지나 될까....

보통은 하루에 2스테이지 걷는데, 어제 많이 걸어서 3스테이지, 오늘은 1스테이지로 치나??

다 합해서 5-6 스테이지밖에 안될텐데...  


그런데 비아포, 히스파 트래킹이 훨씬 험해서 포터들 임금이 더 비싸다고 들었는데, 작년 K2여정때 보다 더 저렴하다.

포터들 뿐만아니라 가이드, 쿡도 모두 마찬가지....

글쎄~ 스테이지로 나뉘어지는 구간이 더 짧은것인 지는 모르겠으나 왠지 싸한~ 느낌이 드는것은 ....

작년에 그렇게도 신뢰감을 주었던 임티아스에 대한 신뢰가 깨져서일게다. ㅠㅠ


이 상황에 잠시 넋이 나간듯 있다가 우리도 저들의 임금에 10%의 팁을 계산해서 추가로 주었다. 정말 몇푼 안되는 팁이다.

1스테이지에 650루피(7000원정도)의 임금을 받고 이 지옥 같은 여정을 걷다니....

그제 어제의 힘들고 위험했던 여정을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온다.








나는 사진을 찍어주는 척하며 오늘 하산할 포터들에게 가서 약간의 추가 팁을 더 주었다.

그것은 어제 저들이 걸었던 초반 2시간의 위험수당이라고 말할까....

그래봤자 저들 개인에게 돌아가는 건 얼마나 작은 금액인가~

늘상 마시는 커피 한 잔 값도 안된다..







아직 얼굴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는데, 벌써 하산이라니...

이들과 헤어짐이 섭섭하기도 하고, 우리의 이 트래킹을 가능하게 해준 은인들을 잊을까....기억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6명이라는데...포터는 3명밖에 없네~ ㅠㅠ








 





어제 3870m, 오늘 4000m고지에 닿으니 어젯밤 작년에 버럭이가 준 네팔산 비아그라를 먹었는데, 두통이 왔다.

이렇게 온 천지에 흩날리는 꽃향기를 맡으며 천상의 길을 걸었는데 두통이라니....

왠지 어울리지 않지만 모두에게 닥친 두통인거 보면 고산증세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새벽에 넘 일찍 나가 1시간이 넘도록 야생화 찍는다고 엎어지고 자파트려대어 그런 지도 모르고.... 


내가 병원에서 처방받아 간 두통약을 모두 먹었는데, 순식간에 낳아졌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예전에 두통이 잦아 병원에서 처방받아 먹던 두통약인데 특효약처럼 잘 들어서 물어보았더니...

두통약에 혈관확장제도 들어있고, 위장약도 들어있고.....암튼 그 어떤 고산약 보다도 잘 듣는다는.... 

그래서  트래킹을 떠날때는 일부러 일찍부터 병원을 여러번 가서 아주 많은 약을 처방받아 가지고 간다.

포터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도 두통이고, 체력고갈이 오거나 고산증세로도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두통이기 때문이다.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두통이 오면 점점 심해져서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된다.


그나 저나 우리들은 그저 가벼운 두통일 뿐이지만 워크딕님이 초반부터 컨디션을 잃어서 걱정이다.

스카르두 들어오는 여정에 차안에서 일어서다가 그만 급회전 하는 바람에 넘어지셨는데, 갈비뼈가 금이 갔는 지

계속 통증을 호소하셨었고, 이후 계속 드신 소염 진통제 때문인 지, 약을 타서 정수하는 정수기 물을 드셔서 인 지...

속까지 아파하시고, 정말 아무것도 제대로 드시지를 못한다.

원정대원이셨고, K2는 물론 차라쿠사까지....이번 파키스탄여정이  3번째이긴 하지만, 고산 트래킹을 오랫만에 나오셔서 그럴 수도 있고....








오늘도 포터들을 한바퀴 돌며 아픈데나 다친데가 없는 지, 물어보고 약을 주었다.


한 포터가 지난 팀 포터일을 하다가 다리를 다쳤다고 약을 받으러 왔다.

허벅지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사타구니쪽까지 올라가서 아프단다. 

워크딕님이 가서 보시고 오시더니, 다쳐서 부어오른것 같다고 하셔서 소염 진통제를 처방해 주었는데 

아무래도 내일 다른 포터들과 함께 하산해야할것 같다고 하니 약을 좀 넉넉히 챙겨주고, 병원에 가보라고 해야할것 같다. ㅠㅠ

 








이렇듯 의약품을 챙겨서 트래킹을 떠나게 된 동기는 40일의 쿰부 히말과 롤왈링 롱트랙을 떠날때 부터였다.

히말의 오지중 오지 롤왈링트래킹을 떠나게 된다는 두려움으로 온갖 의약품을 챙겨들고 나섰는데, 그것이 열악하기 짝이 없는 포터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는 지....

몇 고지를 오르고 한번에 4-Pass를 했다는 경이로움보다 이들의 아픔을 치료해주었던 기쁨과 감동이 더 가슴에 남았었다.

모든 부귀와 영예를 다 버리고 아프리카에 가서 여생을 바치는 이들의 행복과 기쁨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특히 나의 여행파트너 였던 이풀이 전직 약사였던 지라 우리 둘은 그 이후 늘상처럼 간이 이동 약국을 챙겨들고 떠났었다.

함께 많은 약품을 가져갔고 이풀이 처방을 해주고, 나는 치료를 해주고....그런 식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았기에 트래킹이 결정되면 젤 먼저 병원과 약국을 순례하며 약을 사서 모은다.

상세한 설명서와 복용법을 따로 적어두고, 응급처치 치료 용품도 빠뜨리지 않고 챙긴다.

나뿐만 아니라 때로는 팀원들에게도 도움을 주기도 하고, 이처럼 열악하기 그지없는 스텝과 포터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치료해주기 위해서다.

그 행복이 얼마나 큰 지, 힘들었던 여정 따위는 한 순간에 날아간다.







점심으로는 우리가 가져간 스팸을 구워달라고 해서 밥과 함께 먹었다.

우리는 맛있다고 먹었는데, 평소 기운이 빠졌다가도 스팸으로 기운을 차리신다는 워크딕님은 입에 대지도 못하셨다.ㅠㅠ

사실, 이들은 무슬림들이기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아서 우리가 가지고 간 스팸조차도 꺼려할 수 있다.

심한곳은 돼지고기 요리를 했으면 그 그릇조차도 버린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이들은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직업이라서 그 정도는 아니다.







날씨가 얼마나 좋은 지, 침낭과 압축색에 들어있던 패딩등 옷가지들을 모두 꺼내 거풍을 시키고,

앞 개울의 맑은 물가에서 빨래도 잔뜩해서 널고, 심지어 4000m 고산에서 머리까지 감았다.

기분도 좋은데다 몸과 마음까지 상쾌하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풍광으로만 천국이 아니라 모든게 진정 천국이 아닐 수 없다.








바인타 브락 캠프사이트에는 돔형 텐트를 쳐놓고 파키스탄 정부기관의 연구원들이 여름철에 상주하는 빙하 탐사 기관이 있었다.

이들의 말에 의하면 2015년 우리가 두번째 팀이라고 ...앞선 팀이 일주일 앞서서 이곳을 지났다고 한다.


개울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데, 이들 연구원 한명이 와서 잠깐 얘기를 나누었다.

작년에 K2BC를 비롯해서 다녀온 곳과 앞으로 우리가 갈 여정을 얘기했더니,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대단하다고....ㅎㅎ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갈 심샬은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다.

더우기 그곳에 있는 6000m급 밍글샤르 피크를 오를 예정이라고 했더니  완전 나를 영웅처럼 치켜 세워준다.

ㅋㅋ

(하지만 로드블럭으로 우린 심샬 근처도 못갔다는...ㅠㅠ)





그러고 나서 텐트에 들어가 1시간여쯤 낮잠을 잤다.

그 사이에 올라갔다들 왔는 지, 후세인과 올라갔던 버럭이가 앞산 꼭대기가 환상이라하니 나 또한 안 가볼 수가 없다.

워크딕님이 고산증 온다고 만류했지만, 안갈 내가 아니다.






거친 바윗돌 길을 걸어 올라가다가 이내 거의 수직에 가까운 야생화 천국의 가파른 오르막으로 쳤다.

후세인의 손을 꼭 잡은 채 올라가니, 두려움도 없어지고 한결 수월하다.


그렇게 절벽 길을 오르고 나니, 중턱에만 서서 바라봐도  시야에 들어오는 풍광에 탄성이 인다.

발자욱에 뭉개지는 야생화에 미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어느 한 곳 야생화가 안 피어있는 곳이 없으므로....






세상에~

이제껏 소리쳤던 천상의 화원들은 이곳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내가 오늘 새벽 시팡의 언덕배기에 올라 앞산의 초록을 보며 상상했던것 그 이상의 풍광이었다.

거대한 암산 전체를 뒤덮고 있던 초록...그 초록이 온통 야생화라는것이...

가히 짐작할 수도 없는 그 규모를 ....

 






이곳이 해발 4000m라는것도 잊고, 좀전에 머리도 감았다는 사실도 다 잊은 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여기 엎어지고...저기 엎어지며 영화 한 편을 찍듯 카메라 샷을 날려댔다.

후세인도 나와 함께 똑같이 모델 포스 작렬하게 짓기도 하고, 포토그래퍼 포스로 내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산 중턱의 끝까지 우린 걸어 올랐다.

한 발자욱을 내딛을 적 마다 다른 꽃들이 나를 반겼고, 시야에 들어오는 풍광도 달랐다.



 













세상 어디에 가서 이처럼 흐드러진 야생의 꽃을 빙하와 만년 설산을 코앞에 두고 동시에 볼 수 있을까....

아!!

파키스탄 디란BC의 젤리 레이크로 오르는 길에도 이처럼 흐드러진 야생화가 거대한 설산과 빙하앞에서 함께 공존했었지.

그래도 규모면에선 게임이 안된다.

그래~ 알프스 몽블랑 트래킹 길도 거대하게 흐르는 빙하앞에서 핫팬츠에 민소매 차림으로 꽃 길을 걸었었지.

그래도 이처럼 지구 태초의 모습이란 느낌은 절대 아니야~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이곳이 완승이야~ ㅎㅎ
































제대로 된 일정대로 였다면 오늘 하루는 온전히 이곳 바인타브락에서 하루 고소 적응일로 쉬는 날이었었다.

그랬다면 저 더 높은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도 있었을텐데....

아니 더 높게는 아니더라도 이 산군을 아주 멀리까지 돌아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

또 욕심부린다.

하느님한테....알라신한테...카라코람의 정령한테.... 혼나려고.....


그저 좀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이곳에서 하염없는 시간을 보냈을 텐데....







언제 땄는 지, 후세인이 한 아름의 꽃을 내게 안긴다.

외갓 남정네에게 꽃을 받아본 지 1년만에 또 받는다니 이 나이에 가문에 영광이 아닐 수 없다. ㅋㅋ


작년 칸데 낭마벨리에서 소산의 아빠인 이브라임에게 피부염 치료제를 계속 주었더니, 얼마나 고마웠던 지, 한바탕 모신이랑 올람B랑 화보촬영을 하고 오니

보라빛 꽃을 잔뜩 따다 내게 주는게 아닌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이 천상의 화원에서 보낸걸까.....

너머가는 햇살에 눈이 부시다..














이내 해가 너머갈 기세다.

급한 맘으로 아까 오를때 보다도 더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으로 내달렸다.

죽 죽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아무것도 없는 산사태 지역의 흙사면 길이 아니라서

후세인의 손을 잡고 도움을 받으며 내려오자니 나름 스릴도 있고 재밌었다.







바닥으로 내려오니, 이내 또 돌 더미 길이다.

그래도 군데 군데 돌더미 속에서도 꽃을 피워내고 있다.

돌더미 속에서 피어난 꽃이라 더 매혹적으로 보이는 지도 모른다.

발길도 멈추게 되고 눈도 잠시 머문다.










내려오자 마자 뷰랴 뷰랴 미역 불린것 데쳐서 오이와 양파,식초와 설탕,소금,깨소금까지 넣고 초무침을 만들고

건조김치에 참치캔을 넣어 찌개를 끓였다.

오늘도 빠짐없이 치킨 요리는 나왔다.

닭은 더 이상 올라가면 살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여지껏 단 하루도 빠짐없이 치킨 요리를 해댄 것이다.


사실 이렇게 기인 여정엔 염소 한 마리 끌고와서 중간에 잡는데,

이번 계약에선 제시한 금액을 좀 깍았더니, 염소가 없다.ㅠㅠ

작년에 염소 요리 정말 맛있었는데....


그나 저나 낼부터는 육류가 없으니 이제부턴 우리가 가져간 스팸으로 견뎌내야 할 듯하다.


오늘도 두 사람이 붙어 원두를 갈아 드립커피를 내려 마셨다.

행복감이 충만해진다.


오늘 아침처럼 허둥대지 않기위해 짐을 정리하고

내일 점심거리로 사골우거지국과 비빔밥 재료(건조 양념,깨소금, 참기름, 김자반)를 따로 준비해서 배낭에 넣었다.

밀린 일기도 쓰고....


오호~

시간이 벌써....이렇게나 지나다니...

낼 늦어도 5시반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낮잠을 1시간 자기는 했지만 너무 늦은 시각이다.

내일은 고도가 4410m 나 오르기때문에 다이아목스를 한 알 먹었다.



Ernesto Cortazar [Timeless] - 05. Timeless (05 :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