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15.비아포 히스파 빙하트래킹/더욱 험악해진 비아포 빙하...시팡(Shifang, 3,870m) 으로...

나베가 2016. 3. 27. 00:30

 2015.7.23.목...


4시반 기상, 5시반 아침식사, 6시반 출발...


오늘 아침도 날씨가 흐리다.

오늘은 코스도 험하고 일정도 길다하여 출발이 어제보다 당겨졌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포터들은 우리보다 항상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는다.

그래야 우리가 아침식사를 하러 나오자 마자 텐트를 철거하고, 우리가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면 곧바로 식당 텐트를 철거하여

어느새 우리 뒤를 바짝 붙어오는 것이다.

그리고는 이내 우리앞을 휘익 지나 먼저 가고...한참 먼저 도착하여 또 우리가 바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캠프 사이트를 구축해 놓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게 일사불란하게 진행이 되려면 우리가 가장 먼저 시간 약속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다.






밤에 제법 날씨가 쌀쌀했는데, 돌무더기 위에 저 비닐 하나 치고 다닥 다닥 붙어 체온을 유지하고 잤을텐데

몸들이 성한 지 모르겠다.

하긴 그래도 여긴 아직 고도도 3,600m대고 빙하옆 땅에서 자니 견딜만 하겠지만....


아침 기운이 쌀쌀하니 아직 비닐을 걷어내지 않고 비닐속에서 아침을 먹고있다.







아침식사를 하고 나오니, 어느새 우리 캠프사이트는 말끔하게 치워져 저들이 지고갈 짐으로 바뀌어져 있다.

놀라운 속도의 움직임이다.



 




남라캠프사이트 주변에 푸른 초원이 형성되어 있어선 지

아이벡스가 자라고 있는것 같다.

늙어서 죽은 것인 지... 말라버린 뼈를 누군가가 주어서 저리 멋드러지게 세워놓았다.

마치 이곳에 아이벡스가 산다고...

광고를 하듯.


어제도 험준하기 이를데 없는 여정을 걸었건만...

대체 오늘은 얼마나 더 험악하길래 절대로 흩어지면 안된다고...

꼭 붙어서 다녀야 된다고 하는걸까....

초반 여정 2시간여가 매우 위험하다니 바짝 긴장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






야생화가 만발한 꽃길을 벗어나 이내 빙하로 접어들었다.

어제 우리가 걸어온 길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른 온 천지가 거대한 바윗덩어리로 뒤덮여진  모레인 빙하 지대다.

사방이 쫙 쫙 갈라지고...사방 널부러진 바윗돌들 사이로는 시퍼런 얼음 빙하가 도사리고 있다.


도대체 여기 어디에 길이 있다는 말인가! 

이건 절대 트래킹 코스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목에 걸었던 카메라를 벗어 배낭에 집어넣고는 온 집중력을 다해 가이드 뒤를 쫒았다.








사방으로 갈라져 도저히 건너갈 수 없을것 같은데도  귀신같이 탈출구를 찾아 나간다.

더우기 포터들은 저 무거운 짐들을 메고 얼음 빙하가 바윗돌들 밑으로 도사리고 있어 미끄럽기까지 한 이곳을 

어찌 저리도 폴짝 폴짝 잘도 건너가는 지....


한동안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자니, 저들은 분명 우리와 다른 동물적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5kg이라는 저 커다란 봇짐을 매고도 걸음에 체중이 실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니...

분명 저들은 우리와 같은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리곤 순간 고양이을 떠올렸다.

아주 높은 지붕에서도 포올짝 뛰어내리는  고양이의 모습....


 





이런 위험지구를 2시간여 가야한다고 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꺼내 인증 컷을 몇 장 찍는다.

그리곤 이내 카메라를 다시 배낭에 집어 넣었다.








이제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지구밖 행성....

그 삭막함이...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던것과는 차원이 다른...

죽음의 계곡을 건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발을 잘못 디디면 쫙 쫙 벌어진 저 구덩이로 빨려들어갈것 같은 공포심에 아무 것도 볼 수 없었고 아무 생각 조차 할 수 없었다.

오로지 가이드의 뒤를 바짝 쫓으며 발걸음을 뗏을 뿐이다.

이건 걷는게 아니라 그야말로 탈출이었다.







드디어 2시간여만에 공포의 크레바스 구렁을 벗어나 돌더미 너덜지대로 들어섰다.

여전히 미친듯한 돌무더기 모레인 빙하길...그것도 3,700m를 웃도는 오르막길이었지만,

이제 막 벗어난 크레바스 구렁을 생각하면 비단 길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비단길이란 개념이 수시로 변할줄이야~






험로를 벗어나 한바탕 오르막을 쳤으니 자리를 잡고 잠시 쉬었다.

각자 행동식으로 가지고 온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으며 고갈된 에너지도 충전시키고...

배낭에 집어 넣었던 카메라도 꺼내 다시 목에 걸었다.


 









이젠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듯한 돌더미 빙하지대도 지나고....

비교적 안전한 빙하지대로 들어섰다.


이제서야 주변 산군이 눈에 들어온다.

늘 의아스러움과 신비함으로 봐라보지만, 암산 계곡으로 흐르는 또 다른 빙하와 눈....그리고 그와 함께 자라고 있는 푸른 풀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풍광을 본다는게 절대 불가능하기때문에 두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죽음의 계곡을 안전하게 인도하며 빠져나오느라 진이 빠졌는 지, 저만치 바윗돌 위에 초연하게 앉아있는 가이드 후세인이

애처로워 보인다.







수십개의 피라밋을 세워놓은 듯한 카라코람의 날카로운 암산들은 이곳에도 여전히 그 위용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평이로운 빙하길을 만났다고 헤이해져서는 안된다.

이곳 역시 서슬 퍼렇게 뚫린 빙하가 사방에 널부러져 있다.

끝도 보이지 않는 ....

아니, 다가설 수도 없는 수킬로 미터나 된다는 빙하 구멍으로 어디선가 흘러든 빙하물이 폭포가 되어 구멍속으로 내리 꽂고 있다.


먼 발치서 보아도 에메랄드 빛을 발하고 있는 빙하 구멍에

그리로 흘러드는 우렁찬 폭포 소리로만으로도 가위가 눌린다.







잠시 고개를 돌려 또 저 만치 암산을 바라본다.

봉우리 사이마다 꽉 채워져 무섭게 흘러내리고 있듯 보이는 빙하옆으로 저렇듯 초록으로 뒤덮은 초원이 보인다는게....

하긴 지척인것 같아도 저곳 가까이로 가면 우리가 어제 묵었던 남라의 캠프사이트와 뭐가 다를까....

온갖 야생화가 피어있고, 흑마와 아이벡스가 뛰어 다닐 지도 모르지. 







가까이 다가설 용기는 없고,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에메랄드빛 빙하 구멍을 앞두고 인증 샷 한 컷 날린다.

무서워서 한없이 다소곶이 앉아있는 저 포즈라니...ㅋㅋ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걸으면 더워져서 비교적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섰더니,

모레인 빙하와는 달라서 설빙하 위를 걷자니 여간 추운게 아니다.

몸이야 계속 걸으니 열을 낸다 하지만 찬바람에 그대로 노출이 된 얼굴이 얼마나 추운 지,

얼굴과 머릿골에 깨질듯한 통증이 온다. 






         

    

알쏭은 훨씬 더 심하여 두통까지 호소한다.

어제도 아침에 비가 온다고 하루 예상치의 물을 준비했다가 버려서 고생을 했는데, 오늘 설빙하 길을 걸을 줄 몰랐고

이렇게 설빙하 길이 추울 지를 몰라서 배낭에 우모복 조차 챙겨넣지 않았다는....ㅠㅠ


밤에 준비를 잘 했다가도 아침이면 맘이 변해 꼭 이렇듯 위험한 꼴을 당하는게 한심한 일이기도 하지만,

사실 아둔함 보다는 3-4000m 의 고산 트래킹에서 배낭의 짐은 트래킹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기도 하기 때문이다.

단 100g의 무게라도 줄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ㅠㅠ






이 모습을 본 후세인이 자기도 추울텐데 자기 배낭에 있는 우모복을 꺼내서 알쏭에게 입혀준다.

후세인이 워낙 작고, 상대적으로 알쏭은 또 커서 마치 알쏭옷 처럼 잘 맞는다.

따듯한건 말할것도 없고 색깔도 빨간색이라 알쏭에게 잘 어울리기까지 한다.


어제 버럭이와 내게 해준것...그리고 지금 자신의 추위를 아랑곳 않고 알쏭에게 우모복을 입혀준것....

모든게 후세인의 따듯함을 넘어 진한 애정과 사랑까지 느끼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전 11시 즈음...

아침을 워낙 일찍 먹어서 점심을 지금 먹는다.


한켠에선 포터들이 여전히 뜨근한 짜이와 아침에 만들어 가지고 온 짜파티로 점심을 때우고,

우리 쿡은 어제처럼 냄비에 물을 끓였다.

내가 준비해 가지고 간 건조 김치와 스팸을 넣고 김치국을 끓여 찬밥을 말아먹기 위함이다.








아~

근데 얘네들 또 밥을 안해가지고 왔다.

아침에 밥을 많이 해서 먹고 남은 찬밥을 가지고 오면 코리안 스프에 말아먹을 것이라고 말했건만, 오늘도 또 아침에 먹다남은 소량의

찬밥만 덜렁 가지고 온것이다.


빵 몇조각과 찬밥 조금하고 누룽지로 점심을 때우고 늘 차려져 있는 견과류로 지저트를 대신했다.


빙하위에서 자리 하나 깔고 밥을 먹자니 추위가 온 몸으로 스멀거리고 들어온다.

카고백을 열고 우모복을 꺼내입었어도 춥다.







이제 알쏭이 입었언 빨간 우모복은 후세인에게로 돌아갔다.

그래도 날씨가 흐리고 추운게 얼마나 다행인 지...

해가 나서 쨍쨍 내리쬐면 순식간에 빙하를 녹여 사방으로 물길이 생겨 몇배가 더 걷기가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사태 위험지구나 빙하를 걷는 날은  얼어붙어 있을때 지나기 위해 이른 새벽에 출발을 해야한다.







빙하트래킹에서 수시로 볼 수 있는 눈위에 올려져 있는 바위(일명 버섯바위)도 그와 같은 현상이다.

거대한 바위가 햇볕을 차단해서 그 밑의 눈이 녹지를 않고 그대로 얼어붙어 있는 것이다.
















이곳 역시 하얀 설빙하와 자잘한 모레인 빙하가 섞여 있지만, 자갈이 섞여 있는 곳도 모두 얼음바닥이다.

미끄러워도 이런 길은 아이젠을 신지 않고 걷는다.

그냥 걸을 수 있는 곳은 될수 있는 한 아이젠을 신지 않고 걷는다

모레인 빙하가 뒤섞여 있어서도 그렇지만  여정 내내 빙하길인데, 아이젠을 계속 신으면 발에 무리가 와서도 그렇다.


 

















점점 빙하의 굴곡이 심해진다.

조금 힘이 들긴하지만 점 점 더 어메이징한 풍광에 대려 힘든 줄 모르고 걷는다.

사진 찍느라 발걸음을 수시로 멈추니 그 3초의 휴식이 트래킹엔 또 더없는 보약이다.





























어제는 꽃이 피어있어 우릴 쉬게 만들었었다.

그런데 오늘은 넓직한 바위가 있어 쉬게 만들어 준다.


누구에게는 쉼이 되고, 누구에겐 멋진 포커스가 되기도 하니

반드시 쉬어 갈것이다.ㅎㅎ















   


























우왕~~

이게 또 빙하의 굴곡이 범상치 않은게.... 예사롭지 않다.

다시 또 험준함이 시작되는 건가??
















































점점 고도가 높아지니 기온도 내려가고, 쌓인 눈이 녹지를 않은 것이다.

오르고 내리고야 뭐 힘은 들어도 무슨 상관있으랴~

하지만 저 쫙쫙 벌어진 크레바스가 문제다.


크레바스를 피해 안전한 지대를 찾아서 걸어갈려니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그 재그로 걸어야 해서

갑자기 트래킹 거리가 3-4배가 된것이다.

더우기 얼음 빙하의 크레바스가 아니라 눈이 붙어서 만들어진 크레바스라 자치 무너져 내릴 수가 있어

정말 완전히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곳으로만 디뎌야 하는 것이다.












 Yo-Yo Ma, Cello / Ennio Morricone, 'Nella fant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