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7.24.금...
새벽에 눈을 뜨자 마자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오늘 일정이 짧다고...
어젯밤 모든거 다 던져 놓은 채 맘 편히 깊은 수면에 빠져들었었는 지, 그리 일찍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일어나니 밖이 환하다.
거대한 돌을 주축으로 주변에 돌담을 쌓아 만든 포터들의 잠자리에서 아직 포터들은 수면중이다.
이들 역시 오늘 일정이 거의 휴식날이나 마찬가지라서 출발도 늦고, 거리도 짧으니 모처럼 맘편히 깊은 수면을 취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바닥에 깔개도 있고, 각자 침낭이 다 있어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어제 캠프를 쳤던 남라보다는 주변 산군에 둘러쌓여 아늑하고, 빙하와도 많이 떨어져 있어 비닐막을 덮지 않고도 잘만했나보다.
이내 나의 발걸음은
야생화에 꽂혀서
걸어나갈 수가 없다.
여기 머물고,
저기 머물고....
사방에 볼것이 많아
학교에 가지 못하고 헤철하는
1학년 초등생 같다.
어제 걸어내려왔던 길을 다시 오르며 야생화에 심취하다가 또 어느 순간 고개를 들으면
끝도 안보이는 설산과 빙하가 시야에 들어온다.
하지만 오늘은 저 빙하지대로 들어서지 않는다.
지금 이곳 ....천상의 화원을 계속 걸어 바인타 브락까지 가는 것이다.
야생화에 사로잡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보냈는 지....
가까스로 꼭대기에 올라 저 멀리로 눈을 던져본다.
이제까지 보았던 거대한 암산이 아니라 온 산이 초록으로 뒤덮여 있다.
앞산만 그런게 아니라 그 뒤로 보이는 산도 그렇다.
아!!
저들..저 초록으로 보이는 산들이 나무가 아니라 온통 야생화란 거잖아~
얼마나 많은 야생화들이 온갖 색을 띠고 피어 있을까나~
페어리메도우의 7월엔 400여가지의 야생화가 피어있다고 했는데...
이곳은 그곳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것 같다.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천국의 본 모습 그대로 일테니까....
어제 도착해서도 캠프사이트로 내려가지 못하고 한참을 머물었었는데, 지금 이 새벽 풍광은 또 너무도 다르다.
찬란한 햇살의 눈부신 아름다움과는 다른 고요와 적막감이 느껴진다.
코끝에 닿는 싸늘함도 좋고, 태초의 신선함속에 있다는 느낌도 좋고...
왠지 새로이 피어나는 꽃과 같이 새 마음이 차곡 차곡 채워지는 듯함도 좋다.
어느사이 버럭이도 일어나 이 새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역시 여자인 나와는 달라 야생화보다는 설산에만 시선을 준다.
한바탕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벌써 아침을 먹으라고 한다.
헐!! 아침에 짐도 싸지 않은 채 튀어나왔는데....
아침으로는 토스트에 꿀과 땅콩버터와 초코버터가 나왔고, 인스탄트로 끓인 치킨숲이 나왔는데, 맛은 있었으나 너무 짜서 물을 타니 맛이 ....ㅠㅠ
어제 그리 험로를 걸으면서 계란이 왕창 깨졌다더니, 아침에 거대한 빅사이즈의 오믈렛을 만들어 냈다.
식빵에 오믈렛과 오이, 양파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먹었다.
그리고도 늘상 밥과 누룽지는 나오니까.....ㅎㅎ
아침으로는 식빵과 숲만 내어놓아도 훌륭한데, 밥도 하고, 누룽지도 끓이고(매번 끓임),숲도 끓여낸다.
체력 고갈이 오면 한국인은 꼭 밥을 먹어야 한다는 걸 아는 지....ㅎㅎ
일정이 짧으니, 도착해서 아점을 먹으려는 지, 포터들이 아침을 먹지않고 아직도 침낭속에 있다. ㅎㅎ
아무래도 춥게 자서 아직 몸에 한기가 있을텐데, 아침 준비해서 먹는 대신 쉰다는 거...
그것도 좋은 생각인거 같다.
암튼 난 트래킹 이래 처음으로 아침 식사 전에 짐을 다 못꾸려서 허둥대기는 처음인 거 같다.
완전 초스피드로 짐을 꾸렸어도 포터들을 기다리게 만들었다는....ㅠㅠ
미안함에 내 짐을 기다리는 포터에게 한 주먹씩의 말린 과일을 주었다.
오늘은 빙하를 걷지않고 우리 캠프사이트를 잇고 있는 강둑과 모래톱을 걷는다.
이제까지는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분위기의 길....
모래톱을 건너 여전히 아름다운 야생화가 만발한 뚝길을 걷는다.
시야를 왼편으로 돌리면 여전히 만년설을 끼고 있는 암산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어
극한의 아름다움속에 더 빠져들게 만든다.
세상에~
우리 말포터네~
오늘 저 말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제까지 그 험악한 모레인 빙하와 설 빙하를 걷다가 이리 초원을 걸어가니....
사다르 사비르와 마부들이 지나간다.
그러고 보니, 마부들은 자신들의 짐외엔 짐을 매지 않는다.
그건 사다르와 쿡, 키친보이도 마찬가지다.
임금도 더 높고...특히 사다르는 포터들의 임금의 2배를 받는다.
말 한 필도 2명의 포터의 임금을 받는다.
이곳에선 말이 그리 비싸지 않을텐데...
부지런히 돈을 모아 말을 사서 포터를 하면 좋을것 같다.
하지만 또 말포터는 일에 한계가 있다. 말이 못가는 곳이 많으니까....
강둑 너머로는 만년설산이 보이고....
앞으론 잔자한 강물이 흐르고...
노오란 민들레가 지척에 피어있어 모두들 배낭을 벗어던지고 쉬어 가기로 했다.
이름하야 모델놀이....ㅎㅎ
누가 이리 모두에게 꽃을 꽂아준건 지....ㅎㅎ
노오란 민들레 꽃을 머리에 단 채 모델 포스로 접어 들었다. ㅋㅋ
조금은 어색한 모델포스에 모두는 배꼽을 잡고 웃어재꼈다.
그리곤 이내 꽃 속에 묻혀 잠시 뒹굴었다.
이렇듯 즐거워 하는 우리를 보는 후세인은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의 트래킹 여정을 안전하게 이끄는 것과 동시에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는 느낌이다.
2시간만 가면 된다는 말에 한동안 꽃속에 묻혀 시간을 보내다가 일어섰다.
저 앞으로 보이는 설산...그 끝자락까지 가면 우리의 캠프사이트인 바인타브락일까??
하긴, 짐이 없는 우리에겐 여기나 저기나 뭐가 다를까...
캠프사이트에 가서도 가만히 있을것 같지 않은데....ㅎㅎ
한참 가다보니 누군가가 멋드러지게 세워놓은 아이벡스 뿔이 있었다.
저 높고 깊은 숲속으로 올라가면 이 멋진 뿔을 가진 아이벡스를 볼 수 있을까??
알프스 몽블랑 트래킹을 갔을때도 우리에게 아이벡스를 보게 해준다고 가이드가 높고 험준한 길로 인도했었는데...
결국 그곳에서도 살아있는 멋진 아이벡스는 보지 못했고, 산사태로 죽어있는 아이벡스만 보았었다.
아무래도 살아있는 멋진 뿔의 아이벡스와는 인연이 없나보다.ㅠㅠ
Franz Peter Schubert (1797 - 1828) / Im Abendrot, D799
Gerold Huber, Piano
F.P. Schubert / Im Abendrot (저녁노을 안에서) / Bernarda F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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