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13.비아포 히스파/아스꼴리(Askole 3,000m)출발... 남라(Namla,3,400m)까지의 험준한 길...(1)

나베가 2016. 3. 25. 00:30

2015.7.22.수



5시 기상, 6시반 식사,7시 출발....


아침에 주방에 나가 미소된장국 끓이는것을 도와주고 들어와 점심으로 간단하게 밥 말아서 먹을 육개장 준비를 해놓고는 식당으로 나갔다.

튀김에 꿀과 토스트, 밥,미소된장국, 김가루와 김치, 닭요리가 나왔다.

맛은 있었지만 연신 밀가루인 난과 치킨을 먹었더니, 계속 속이 좋지를 않아 굶기도 하고 힘들었는데,

 트래킹 시작으로 어젯밤부터 밥을 먹으니 차라리 속이 편해진다.

어쩔수 없는 나이듦이다.






아침부터 캠프장은 포터들의 짐재기에 분주하다.

파키스탄 포터들은 정확하게 1인당 지는 짐이 25kg을 넘기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들의 짐도 카고백을 2개를 가져와서 나누어 담아야 한다.

그러면 저들이 알아서 다른걸 첨부해서 25kg을 지는 것이다.


어제 우리와 함께 할 나머지 포터들을 아스꼴리에서 선별해

포터 31명, 사다 1명, 쿡1명,키친보이 1명, 가이드 1명, 그리고 말 5필의 캬라반을 꾸려 대이동을 시작했다.

언뜻 보기엔 일행 겨우 4명에 이렇듯 어마무시한 캬라반이 꾸려진다는 거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잘 텐트 4동과 주방으로 쓰며 스텝들의 잠자리가 되는 커다란 키친텐트 1동, 우리들의 식당이 될 커다란 텐트 1동,

그리고  스텝과 우리가 먹을 2주일간 먹거리 재료들과 포터들 자신들의 짐까지 포함하면 이렇게 어마어마한 캬랴반이 꾸려지는 것이다.

이들은 일정이 지남에 따라 먹거리가 줄어들면 하산을 한다.

 








밤에 그리도 별이 쏟아져 내렸는데, 날씨가 좋을거라는 예상을 깨고 비가 흩뿌린다.

차라리 잘된 일인 지도 모른다.

흙먼지도 덜나고, 아스꼴리에서 출발해서 걷는 초반 여정이 일사병을 일으킬 정도로 매우 뜨겁기 때문이다.


첫 출발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단체 인증샷 한 방 날리고 시작한다.

모두들 얼굴엔 함박웃음이 가득한 것이 행복해 보여 좋다.







캠프지를 떠나 걷기 시작했다.

원래도 카라코람의 황량함 속에 초록을 품은 그림같이 아름다운 아스꼴리 이지만, 흩뿌리는 비때문인 지 유난히 녹음이 푸르러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우리가 오기 전 비가 많이 왔을거란 추측을 하게한다.


지난 여정땐 보지 못했던 암산 봉우리에 수북이 쌓인 눈을 봐도 그렇다.

아스꼴리를 벗어나는 초입의 엄청난 돌무더기도 생소한듯 어마어마 하고...

같은 시기에 왔음에도 전혀 다른 느낌이다.







카라코람 산군 어디하나 어마무시한 곳이 아니랴만, 시작부터 거대한 암산에 하얗게 눈을 뒤짚어 쓰고 있는 암산 봉우리...

그리고 판타스틱한 보라색 로즈마리가 아니, 그 향기가 사로잡는다.

지난 여정땐 아스꼴리를 벗어나자 마자 이렇듯 로즈마리 향기를 맡은 기억이 없는데, 놀랍기만 하다.

더우기 저 꽃속을 거닐고 있는 한 마리의 흑마는 무엇이란 말인가~

로즈마리를 먹고 사는 말이라니....












겨우 캠프장을 벗어났는데, 흩뿌리던 비가 거의 그쳤다.

계속 올줄알고 단단히 준비를 하고 출발했는데, 우비를 입으니 덥기도 해서 얼른 벗어던졌다.

밤새 비가 왔는 지, 자욱을 뗄때 마다 하얀 흙먼지를 일으켰던 길은 비에 젖어 단단해져

흙먼지도 일으키지 않고, 바닥도 단단해져 걷기도 쉽고, 무엇보다 햇볕이 없어서 환상이다.








어느새 이 만큼 걸었다고 저만치로 보이는 아스꼴리의 풍광이 기막히다.

거대한 암산 아래로 어떻게 경작을 했는 지, 포옥 파묻힌 푸르른 농경지가  판타스틱하다.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아도 판타스틱하고, 앞으로 걸어가며 보는 풍광도 판타스틱하다.

그 속에 일행들이나 포터들이라도 있으면 주변 산군들의 위용이 드러나 한결 더 멋지다.












후세인이 초록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한다.

파키스탄 남자들 진짜 사진찍기 좋아한다.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 지...

사진만 찍자면 벙실 벙실이고, 또 자기도 찍어달라며 카메라를 건네기도 한다. 카메라를 들은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환타스틱한 제안이 있을 수 없다.












사실 사진을 찍으니까 늘 앞으로 전진이기보다는 여기 저기 눈을 굴리며 헤철을 잘 한다.

뒤를 돌아보니, 아침에 짐을 재느라 정신없었던 포터들이 벌써 우리 뒤를 성큼 따라 붙었다.

저 무거운 짐을 지고 정말 새처럼 날아다니는것 같다.


저 들이 한 점이 되어 저 길을 걸어오니, 카라코람의 위용이 한층 더해 진다.


















작년에도 이곳을 지나며 포터들이 벌써 땀에 젖은 몸을 씻고 물을 마시던 기억이 난다.

산봉우리 끝부터 쏟아져내리는 물줄기가 보기에도 엄청나지만,이들에게는 멋진 풍광을 떠나 생명수가 나오는것  같은 곳이다.









거대한 암산 중턱으로 실같이 나 있는 좁다란 길을 지나는 것도 아찔하지만, 먼발치서 바라보는 풍광은 가히 압권이다.

저들이 멈춘 그 자리 아래로도 까마득히 끝이 안보이는 절벽이니까....


     

















먼발치서 저 쏟아져 내리는 폭포와 그 앞을 지나는 포터들...말의 행렬...우리 팀원들까지....

이 아름다운 장면을 담느라  멈추어진 발걸음이 떼어지질 않는다.







다들 건너간 뒤에 한참만에 허겁지겁 폭포를 지난다.

여전히 내 앞을 훨씬 앞질러서 가고 있는 이들이 담긴 풍광은 병풍처럼 펼쳐진 대자연속에 한폭의 그림이다.




 








너무도 광활하여 무심코 보면 무채색 풍광같기도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수많은 야생화가 흐드러진다.

여전히 로즈마리는 암산아래로 끝모르고 피어있고, 그 꽃을 눈치 채기도 전에 코끝에 닿는  향기에 천상임을 느끼게 해준다.







걷다가 수도없이 멈춘 발걸음....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광활함이 주는 매혹적인 풍광에

지금 내가 ...어마 무시한 트래킹을 가고 있다는 것 조차 의식할 수가 없다.











날씨가 흐려서 사진이 아쉽지만....

정말이지 산 정상에 하얀 눈까지 쌓여있는....그리고 그 아래로 초록이 펼쳐지는 풍광은 수없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며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작년의 모습이 아니야~

아~ 그나 저나 비아포 히스파 빙하에 엄청난 눈이 쌓여있을것 같아~


 








Central Karakoram National Park 입구에 도착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대로 공원관리소에 들려 허가서를 검색을 받아야 한다.











관리소로 들어가는 풍광도 사뭇 다르다.

작년엔 사막에 풀들이 군데 군데 자라고 있었는데, 오늘은 완전히 초원이다.

가까이 가서 보면 사막에서 자라는 야생화들이 많이 피어있다.




















어마 어마한 암산아래로 보이는 관리사무소가 장난감처럼 보인다.








관리사무소에서 잠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윤즉은 캠프 사이트 피 명목으로 공원입장료를 1인당 50달러씩 내라는데서 비롯되었다.

우린 가이드에게 모든 경비를 다 지불했다는 거고, 가이드는 이 사실을 모르고 현금도 없다는 거였다.

함께 있던 일본 관광객 가이드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를 하고 일단 우리가 현지 지불을 하고 입장권을 끊었다.


내막을 알고보니, K2는 허가  대상 지역이어서 허가를 받을 때 이미 입장료를 냈지만,

우리가 가는 비아포 히스파 지역은 자유 지역이어서 허가를 받지 않기 때문에 입장료를 안냈다는 것이다.

물론 이곳이 흔히들 가는 트래킹로는 아니지만, 작년에도 SBS방송국팀이 써밋 카라코람사와 간곳인데,

더우기 가이드로 갔었던 후세인이 모르고 있다니, 갑자기 올해 생긴 제도가 아니라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잠시 언짢았던 기분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트래킹로에 들어섰다.

그야말로 이제서야 진정한 비아포 히스파 여정에 들어선것이다.







헐~

저게 뭐야?


지금 저 수직 절벽위를 올라서 넘어가고 있는거야??

보기만 해도 숨이 차는데, 저 무거운 짐을 지고 저리 올라가다니...사람이 아닌게야~







수직 절벽을 오르고,  내려오고를 반복....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 힘듦을 한순간에 싹~ 씻겨 내줄 만큼 판타스틱하다.


저기 저 아래로 펼쳐진 광경을 또 무엇일까....

두 강줄기가 합쳐지는 두물머리 인것 같아~

글쎄...이제까지 브랄두강을 끼고 걸었었는데, 이제 비아포 강과 합류된건가??







에잇~모르겠다.

그냥 인증사진이나 찍자. ㅎㅎ




     









에고~

여기도 한바탕 산사태가 내리 꽂았던 곳인가부다.

온 천지가 굴러 떨어진 바윗돌 천지다.








아~ 이제 K2발토로 지역과 우리가 갈 비아포 지역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에 섰다.

고로폰까지 가서 갈라지는 비아포지역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 갈라져 들어간다.

생각과는 달리 아마 고로폰에서 비아포로 들어가는것이 훨씬 더 힘든가 보다.








이제까지 오며 가며 부딪혔던 일본인 부부와는 여기서 헤어졌다.

저들은 저 다리를 건너 발토로 지역으로 들어간다, K2bc까지는 무리이고,신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콩코르디아를 가기 위해서.


정말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 일본인들의 여행문화가 아닐 수 없다.

나이든 부부가 이렇게 험준한 발토로 빙하를 여행지로 선택했다는 것이...

그리고 홀로, 아니면 부부가 이렇듯 거금이 드는 캬라반을 꾸리는 여행을 다닌다는 것이....

세상에 부자들이야 널렸겠지만, 헬기로 휘익 돌아보는 편한 여행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힘듦, 인내와 노력, 희생까지 필요한

이 거친 여행을 조용히 홀로 선택했다는 것이....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그 여유로움이 너무 부럽기만 하다.






하긴 내가 롤왈링 트래킹을 떠나기 직전 타메에 머물 때였다.

갑자기 포터들에게 화재거리가 나타타 타메가 떠들석 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그게 다름아닌 80세의 일본인 트래커의 등장 때문이었다.

홀로 20명이 넘는 포터를 이끌고 거대한 캬라반을 꾸려 네팔 히말라야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겨우 가이드 한 명에 두사람의 짐을 지는 포터 한 명을 쓰는 네팔의 트래킹문화에 경종을 울린때문이었다.


 





80세의 나이에 그것도 홀로 히말라야에 도전했다는 것이 놀라움이었고,

20명이 넘는 캬라반을 꾸려 기인 여행에 도전했다는 발상도 놀라웠다.


그야말로 구간 구간 정해져 있는 롯지까지 갈 필요도 없이 힘닿는 곳까지 걷고, 그곳에서 머물겠다는 발상이다.

히말라야야 말로 발길 닿는 곳 그 어디가 천국이 아니랴~

7성급 호텔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저 정도의 캬라반 꾸림이라면 없는게 없이 다 있을 터 였으니까...


참으로 존경할 만한 도전이고...

힘 닿는데 까지 간다는 여유와 발상이 해탈의 경지에 닿았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두물머리를 지나서 부터는 엄청나게 가파르고 험한 돌 사면길을 걸었다.

환상풍광도 함께 했지만 아찔한 순간의 연속....비아포 빙하길이 예사롭지 않음의 시작이다.


카라코람을 걸으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믿기지 않는 광활한 푸른 초원이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 늘 있다는 거다.

아찔할 정도의 깍아지른 절벽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더니 이렇듯 우리가 온 마음과 긴장감을 풀어헤치고 점심을 먹게 또 초원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종의 캠프사이트 이기도 하다.

이처럼 포터들이 바람과 추위를 피해 음식을 먹고, 잠을 잘 수 있도록 돌담을 쌓아 거치소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그러면 포퍼들은 저 안에 들어가 비닐로 위를 덮고 옹기 종기 붙어서 잠을 잔다.






포터들이 여기 저기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아스꼴리 팀과 스카르두팀이다.

점심이래 봤자, 아니 여정 내내 전 식사가 짜파티와 짜이 한잔이다.

그렇게 먹고 저 무거운 짐을 메고 이 험로를 걷는다는 것이...진정 믿을 수 있단 말인가!

8000m 14좌를 정복한 그 어떤 등반가보다도 더 기적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든다.





우리의 쿡도 열심히 점심을 준비한다.

아니, 물만 냄비에 끓이면 내가 준비해간 즉석 국(건조 인스탄트 식품에 건조 버섯이나 야채를 첨부)을 라면 끓이듯 끓여서

찬밥을 말아먹자는 의도였다.

그런데 소통이 잘 안되어서 밥을 준비를 안했다는 거다.

아침에 먹다 남은 찬밥이 조금 있을뿐.....ㅠㅠ


할수 없이 육개장을 준비했는데, 거기에 파키스탄 라면을 넣어 조금 있는 찬밥을 말아 먹었다.

우리 라면같았으면 맛있었겠지만, 파키스탄 라면은 푸욱 풀어져서 세상에서 젤 맛없는 라면이라....ㅠㅠ

말린과일과 견과류로 디저트를 대신하고 점심을 마쳤다.







깍아지른 듯한 오르막에 여전히 공사판 돌을 쏟아 부은것 같은 돌 사면길을 오른다.















아~~

항상 그렇듯이 지칠만 하면 위로자 처럼 나타나는 것이 있으니....

신비의 꽃처럼 3000m가 넘는 척박한 고산 돌무더기에서 피어나는 핑크색 꽃이다.

덕분에 자동적으로 발걸음도 멈추게 되고 자연스레 몸도 쉬어 가게 되니 이보다 더한 위로자가 어디 있겠는가~








Malotte : The Lord's Prayer (주기도문) - Gary Kar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