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다란 길을 걸어 올라 넓다란 평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멀찌감치서 보다가 거대한 암산 바로 옆에 앉아 있자니 그 위용에 가위가 눌릴 지경이다.
앞으로 펼쳐지는 풍광은 눈이 부시도록 또 아름답고 초록이 평화롭다.
일행들이 앉아서 쉬고 있을때 나는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산책했다.
주변에 여전히 피어있는 보라빛 로즈마리는 이 거대한 암산을 배경으로 그 향기만큼이나 매혹적인 자태를 풍긴다.
가까이 다가서서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치명적인 유혹의 냄새에 빠져들어 본다.
보라색 로즈마리 만큼이나 매혹적인 자태로 서 있는 것이 저만치에 또 있다.
바로 에메랄드빛 도요타 짚이다.
어쩌면 저런 색깔을 차에다 칠했을까나~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색깔의 자동차....
그런데 이 카라코람의 위용앞에선 어쩌면 저리도 이쁜 지....
하긴 이곳에 우리나라처럼 하얀색이나 검정색 회색의 짚이 다닌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다.
하긴 그건 도심의 색깔이고, 에메랄드빛 색은 이 대자연에 어울리는 색이니까.....
근데 이 돌담은 왜 쳐놓은 걸까...
한 철...목축을 하는건가??
아이구~
저 엄청난 암산 한 켠에도 바윗덩이가 쏟아져 내린 흔적이 있네~
혹시 저곳도 언제였든가 산사태를 일으켰던 곳인거 같아~
그 옆으로도 언제라도 순간에 흘러내 버릴듯한 흙사면.....
암산 사이로 골을 타고 자란 초록 숲이 환상이다.
그 위로 일직선을 긋듯 평평함을 만들어 내고는 또 그 위로 신비스런 봉우리들을 만들어 내고 있어.
어찌 저렇듯 치명적일 만큼 환타스틱한 자태를 하고 있을까~~
보고 있어도 보고싶다는... 사랑하는 애인을 보듯 눈을 뗄 수가 없다.
그 사이에 짚이 올라와서 우리에게 손짓한다.
차에 몸을 싣고 또 출발이다~
헐~
또야??
무너져 내린 산사태 지역으론 엄청난 물길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아까 탈출한 곳에 비하면 비단길이나 이 또한 물길이 깊어 만만해 보이진 않는다.
스텝과 포터들이 내려서 또 짚이 안전하게 건널 길을 탐색하느라 분주하다.
우린 차에서 내려 스텝들의 도움을 받아 계곡을 건너 걸었다.
에고~
산넘어 산이라고...이곳도 만만치가 않다.
계곡길은 또 아무것도 아니다.
세찬 계곡을 넘어 이어지는 절벽위 돌길이 문제다.
이곳도 거대한 바윗돌들이 굴러떨어져 길을 막아 바위를 피해 그 밑으로 절벽끝에 돌길을 간신히 내어놓은 것이다.
정말 귀신이 혹할 정도의 운전 실력을 요하는 곳이 아닐 수 없다.
모두가 매달려 짚을 건낸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짚.....한대 보내고 또 맞고, 또 보내고....를 반복한다.
아무래도 저들도 아스꼴리에 도착하면 터져나갈 듯한 두통을 호소할 지도 모르겠다.
아!!
이제는 한탄소리가 절로 터진다.
또 계곡을 따라 흘러내린 돌무더기 물길이다.
다른곳에 비해선 비교적 무난해 보이나 이게 완전히 ㄱ자로 꺽어지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니 이 또한 곡예길인거다.
그것도 수직으로 내리꽂는 듯한 내리막에서 완전히 ㄱ 자로 꺽은 다음 물에 빠져들었다가 또 급 오르막으로 올라서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쯤되니, 머릿속에서 '비아포 히스파 빙하 트래킹'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지고
마치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있는것만 같다.
이곳도 여전히 사방에 굴러떨어진 바윗돌들 투성이다.
갑자기 보이는 말 한필과 마부가 왜 이렇게 여유롭고 정겨워 보이는 거지??
이 험란한 길에서 자동차가 아닌 걸어서 쉬이 갈 수 있는 말을 보니 더없이 편안해 보인다.
그런데 말이 왠지 겁을 먹고 가지 않으려 하는것 같다.
내 생각과는 달리 말도 저런 길을 건너기가 쉽지 않나 보다.
마부가 까지끝 당긴 줄에 어쩔 수 없이 끌려내려가는 것 처럼 보인다.
ㅉㅉ
아~~
드디어 아스꼴리로의 입성이다.
무수히 부딪힌 서바이벌 게임을 무사히 통과해 임무를 완수한것 같은 분위기....ㅎㅎ
군부대 퍼밋 받기도 힘들었지만 아스꼴리로 들어오는 신의 퍼밋 받기는 더욱 힘들었다.
작년에는 쾌재를 부르며 입성했다가 나갈때 아주 피를 받는데....ㅎㅎ
우리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어서인 지....
아스꼴리 캠프장엔 많은 사람들이 포터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오호~
우리 앞에 나타난 반가운 얼굴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작년 k2여정에 함께 했던 포터 대장 사다르- 칸이다.
우린 너무나 반가워서 그와 함께 있던 사람들과 기념촬영을 했는데, 지금보니 칸 말고는 다 이번여정에 함께 했던 포터들이다. ㅎㅎ
정말 일을 가장 잘했고 빼어난 추진력을 보여주었던 포터들은 지금보니 다 아스꼴리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칸이 추천했던 포터들이었고, 당연히 우리와 함께 할 사람들이었기에 함께 기념촬영을 했던 것 같다.ㅎㅎ
여전히 가장 좋은 자리에 우리의 보금자리는 마련되어 졌다.
짐을 대충 들여놓은 뒤 우리는 뷰랴 뷰랴 칸을 따라 칸의 집으로 갔다.
이번에도 칸은 우리들을 자기집에 초대를 한것이다.
만나서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작년에 찍은 '사진'을 달라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칸데 사람들과 임티아스와 헤마옛 사진은 인화해서 가져가려했었지만, 이곳 아스꼴리 사람들 사진은 인화해서 가져다줄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어찌 칸 생각을 못했을까 싶다.
비아포 히스파 트래킹 시점이 아스꼴리였다는걸 알면서도....
민망할 정도로 미안했지만, 올해 샤키가 한국에 올것이므로 샤키편에 인화해서 보내준다고 굳게 약속을 했다.
아!!
버튼 하나 클릭에 모든 정보와 사진이 오고가는 이 시대에 인화한 사진을 이리 간절하도록 몇년이 걸릴 지도 모를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게....
차라리 감동으로 느껴졌다.
이 사소한 일들이...이들에겐 간절한 것이라니....ㅠㅠ
아!
이번에 찍은 이 가족 사진은 꼭 전해줘야 하는데....
샤키의 한국방문이 자꾸 캔슬되니 걱정이다.
파키스탄에 다시 가야하나~~
아니, 한국에서 누군가 써밋 카라코람사를 통해서 여행을 떠나면 전해줄 수 있는데...
아니, 내가 다시 가는게...ㅋㅋ
칸의 집에 들어서니, 온 가족이 나와 우리를 반가히 맞는다.
온가족의 환대...
가장 귀한 그릇에 담아낸 귀한 음식...
아스꼴리에서 이보다 더 융숭함은 없는것 같다.
아스꼴리나 칸데에서는 비스킷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삶은 계란과 함께 손님이나 와야 구경할 수 있는 음식이다.
그리 생각하고 먹으면 우리에게도 귀한 음식이 되어
아껴서 먹고 이들에게 남겨준다.
음료수도 그렇고...
그러나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칸은 이번 여정에 우리와 함께하지 않았다.
비아포 히스파 빙하트래킹은 또 그곳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리더가 필요한 때문이다.
오면서 브랄두 강물을 보니, 내일부터 시작할 비아포에 눈이 얼마나 많이 왔을 지 걱정스럽다.
사다르-칸의 말로는 올 6월의 K2여정은 컨디션이 좋다고 한다.
걱정스런 우리들의 표정을 읽었는 지,후세인은 걱정말라고 한다.
언제 어디서나 'No Problem'이 얘네들의 특징이기도 하고...정말로 또 위기대처 능력에 빼어나기도 하다.
그래~
걱정 말아야지. 걱정 안해~
저녁으로 담근 김치에 닭찜과 야채볶음, 그리고 유과 비슷한 튀김을 후식으로 내어 놓았다.
임티아스와 헤마옛과는 또 다른 쿡의 요리솜씨다.
텐트로 돌아와 짐정리를 다시 했다.
비가 올것을 대비해서 일일이 방수포장을 하고, 내일 마실 3리터의 물도 정수를 해서 담았다.
내일 여정은 빙하위를 걷는다고 해도 K2여정때와 마찬가지로 초반에 그늘 하나 없는 뜨거운 열사를 걸을 예정이라 충분한 물을 준비했다.
가다가 남을것 같고 무거우면 버리면 될일이다. 그래서 2리터는 비닐 물주머니를 이용했고, 1리터의 물만 병에 담았다.
왠지 군부대 퍼밋을 쉬이 못받아 출발이 늦어져서 인 지, 시작하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 듯한 기분이다.
밖에 나가보니 그래도 하늘엔 별이 가득하다.
내일 날씨가 좋으려나 보다.
Jan Vogler - My Tunes Vol. 2
1,2,3,4......순으로 이어듣기
1. Gluck / Melody From Orphee Et Eurydice 2:42
2. Saint-Saens / Le Cygne From 'Le Carneval Des Animaux' 2:32
3. Faure / Elegie Op. 24 5:17
4. Joachim Raff / Cavatina, Op.85 no. 3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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