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11.비아포 히스파 빙하트래킹/출발.. 다이나마이트 터트리며 넘은 지상 최악의 아스꼴리 가는 길

나베가 2016. 3. 23. 00:30


2015.7.21.화


짐을 미리 다 패킹해  차에 실어 놓았어도 새벽 3시반에 일어났다.

4시반에 아침식사, 5시 출발이기 때문이다.


일본 광광객 덕분으로 아침도 간단하지만 부페식이다.

아스꼴리 가는 길에 산사태가 여러곳 났다고 하니, 혹시 오늘 아스꼴리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점심, 저녁 먹기가 힘들어 질 수도 있으니,

이래 저래 불편한 속에 아침을 먹는 대신 차라리 샌드위치를 만들어 손가방에 넣었다.


비가 제법 세차게 내린다.

5시 출발예정이었는데, 에이전시의 샤키도 오지않고...

산사태도 현재로서도 두군데가 나 있고, 작년에 끊긴 다리도 아직 보수가 안된 상태라 하니 심란한 새벽이다.






5시20분에서야 샤키가 나타났다.

함께 할 줄 알았더니,샤키는 여기서 배웅만 하고 헤어졌다.

예정시간보다 30분 늦은 출발이다.


스카르두의 도심을 벗어나면 이내 펼쳐지는 환상의 풍광이지만...비가 많이 와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위험해서 인 지, 비가 들이칠까봐서인 지 창문 덮개까지 씌워놔 더더욱 암것도 안보인다..

간혹 문을 열고 덮개를 들추고 밖을 내다보면  그래도 운무속에서 작년 풍광이 아스라이 보이는 듯 하다.


상황이 이러니 아예 카메라는 백에 집어넣고 반쯤은 졸면서 아스꼴리 길로 접어들었다.







작년엔 마을로 들어서서 한 참을 달렸고, 그 끝에서 살구도 한 자루 공짜로 얻어 차에서 내내 먹으면서 갔는데...

왠지 길이 낯설게 느껴진다.

왜 이렇게 모든 길이 낯선걸까....

비가 오고 운무가 모든걸 덮어버린 날씨 때문일까...

우둔한 기억력 때문일까....

나 뿐만이 아니라 서로들 이 길로 갔네 아니네...를 번복하며 갔으니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할까....ㅎㅎ



아스꼴리 가는 길은 마을길을 벗어나면 험란한 여정의 시작을 알린다.

그래도 작년에 곡예를 하면서 간신히 건넜던 곳을 올해는 잠잠했는 지 ...가슴을 졸이며 건너 온 길은 아직은 없었든거 같다.

험로에 익숙해져 담담해진 걸까...아님 기사가 환타스틱하게 운전을 잘하는 것인가??

하긴 이곳에 들어서는 기사치고 신의 경지에 다다르지 않은 기사가 어디있으랴~





중등학교가 있는 하이데라바드(Haiderabad)마을에 차가 섰다.

후세인이 구멍가게에 들어가 사탕 몇개를 사가지고 우리에게 준다. ㅎㅎ

살구도 사서 먹으며 잠시 휴식 시간을 갖었다.


그런데 차가 심상치가 않다.

출발에 문제가 생겼는 지 본넷을 열어재치고 한동안 씨름을 한다.

에고~배터리 단자가 망가졌댄다 .

이 험란한 여정에 차가 문제가 생겼다니...여간 심란하지 않다. 


 가까스로 출발을 했다.

파키스탄이나 네팔이나 기술이 빼어난 것인 지...정말 폐차직전의 차들을 정비해 기가 막히게 험로를 끌고 다닌다.




물론 이곳을 다니는 짚은 그리 폐차 직전의 차들은 아니다.

컬러도 기가 막히게 이쁜 짚들이다.








제법 깊은 계곡으로 들어서서 차가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섰다.

기사와 후세인과 기타 스텝들이 내려가서는 나타나질 않는다.

의문도 모르는 채 ... 기다리다가 차에서 내렸다.

온 산허리를 가득 메운 운무가 길섶에 핀 로즈마리까지 합세해 기막힌 풍광을 자아내 준다.

무슨 일일까...걱정보다는  몽환적인 기분에 빠져들어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길섶 축대위 밭에는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인 보리들이 운무에 덮인 암산 자락앞으로 매혹적인 자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 반면 고개를 돌려 강건너를 보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듯한 수직 흙산이 가위를 눌리게 한다.

그 아래로 나 있는 실같은 길이라니....

하긴 저쪽 길에선 우리가 서있는 이 길이 저리 보일 지도 모르겠다.ㅎㅎ













비는 거의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그래도 몇 방울씩은 떨어졌다.

저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도 모르는 채 고어 쟈켓을 입고 철없이 사진 촬영하며 놀고 있다.ㅋ~









산사태가 여러곳에 났다고 하더니만, 분명 산사태가 나서 심각한 모양이다.

벌써 익숙해진 것인 지, 워낙에 대처에 능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안도감인 지

산사태가 분명 났고, 스텝들이 함흥차사여도 걱정보다는 맘편히 기다린다.


저들의 삶의 모습대로...

'신의 뜻대로...'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길에서 나온다.

글쎄~ 일이 잘 마무리 되었나??







차에 들어가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하며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다시 차에서 내려 산사태 지역으로 슬슬 가볼까...하고 길을 나섰는데, 먼저 들어가셨던 워크딕님이 급히 뛰어오며

빨리 피하라고 한다.

영문도 모르는 채 황급히 뛰었다.


알고보니, 산사태에 워낙 거대한 바윗돌이 떨어져 내려 길을 막고 있어서

바위에 구멍을 뚫어 다이나마이트를 일일이 박아 지금 막 터트리려고 하고 있단 거다.


다이나마이트라고??






연거푸 다이나마이트가 터지는 소리가 산을 울렸다.

우리가 지날 길 위에 위험천만으로 튀어 나와있는 저 바윗돌만 보더라도 저 울림에 또다른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두려울 정도다.











드디어 3시간만에 기사가 나타나 차에 몸을 싣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산사태 지역이 복구가 된것일까...?







세상에나~

산사태 지역에 도달해 보니,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산사태가 터진 것이다.

사방에 널부러져 있는 집채만한 어마무시한 바윗돌들이 가위를 눌리게 한다.

이 돌들이 대체 어디서 부터 굴러 떨어져 내렸단 말인가~

그야말로 터지는 순간 이 앞에 있었다면 살아난다는 것은 고사하고 뼈도 못추스릴 상황이다.









어느정도 복구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집채만한 바윗돌을 치워냈을 뿐...

온 천지가 돌무더기인 이 길을 어찌 지나갈 수 있으려나~~


몸을 사리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포터들과 스텝...그리고  짚 기사와 도요타의 놀라운 능력을 믿는 수밖에 없다.








모두들 초인적인 힘으로 돌덩이들을 들어 내 이리 저리 골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다.

아무리 그러해도 보다시피 이건 자동차가 넘어갈 길이 아니다.

두발로 걸어 가기도 조심스러운 길일진데.....ㅠㅠ



돌무더기 길은 끝이 없이 이어졌다.

한 고개를 겨우 넘으면 또 고개가 나타나고...거대한 계곡이 흘러내려가고 더 큰 고개가 나타났다.








도대체 이 돌무더기를 자동차가 넘어갈 수 있다는게 기적같았다.

차가 이곳을 탈출했다는 안도감보다는 저런 길을 넘어 오는것에 감탄사가 연신 터졌다.

우리 모두는 두려움보다 신기에 가까운 곡예를 보며 사진을 찍고는 이곳을 빠져 나와 멀찌감치 걸었다.








사실 걱정은 안했다.

워낙 크나큰 일들을 많이 겪었고, 늘상 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처럼 'No Problem'이라 하니

우리 역시 왠만한 일에는 'No Problem"이려니 하고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다.

어짜피 우리가 극복해 낼 수 없는 일이라면 포기하면 그만이고, 극복해 낼 수 있는 일이라면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다.

단지 잊지말아야 할 일은 저들의 수고로움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기적이 일어난 듯 악마와 같은 길을 탈출해 나왔지만,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것만 같은 수직 절벽들이 사방에 널부러져 있다.







우리는 그곳을 벗어나 멀찌감치 걷고 있었다.

그런데 저편에서 짚 기사가 오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 짚을 타라고 하는줄 알고 손사레를 쳤다.


그런데 알고 보니, 되려 자기를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저리 험한 길들을 달리다 보니 차들이 순식간에 엉망이 되는 것이다.

이 차도 멈춰서서 시동이 잘 걸리지 않나보았다.

우리보고 좀 밀어달라고 해서 젖먹던 힘까지 쏟아부우며 밀어주고 있다는....








무사 안전하게 건너온 짚을 타고 다시 아스꼴리 길을 달린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브랄두(Braldu) 강은 힘차게 흘러간다.







한바탕 전쟁을 치뤄내고 점심을 먹기위해 식당에 들어섰다.

작년에도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었다.

아스꼴리 들어가는 길에 아마 딱히 식사할 곳이 이곳 말고는 없는것 같다.







역시 이곳에서도 최고의 음식은  넓다란 화덕에서 바로 바로 구워내는 고소한 난이다.

난에다가 치킨 카레를 싸서 먹으면 그 맛이 그만이다.

그만큼 난 자체가 고소하고 맛있어서다.


이 맛있기로 유명한 난을 굽는 쿡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되겠지?

오호~ 우리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난을 구워내는 저 센스... 

여행자를 위한 배려에 그저 감사하나이다~ 다. ㅎㅎ




   


















험준한 아스꼴리의 길은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이미 알고 있고 거기에 대한 몸이 반응을 하고 있는 건 지, 작년과는 너무 다른 차분한 맘으로 이길을 달렸다는 거다.


작년에 이 길을 달릴땐 의자에 앉아서 달릴 수가 없어 아예 바닥에 내려앉아  조그만 창살에 머리를 대고 부딪힐까 조심하며

꺅 꺅 비명을 지르며 이 길을 달렸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니....

지상 최고의 오프로드라니.... 온 미사여구를 다 쏟아 부으며 탄성과 괴성을 동시에 질러댔었다.

이를 보고 함께 탔던 익발이 얼마나 좋아하는 지....







물론 작년이나 올이나 길이 너무 험준하여 거의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지상 최고의 오프로드 길 사진은 사실 전혀 없는거다.

미친듯이 날뛰는 짚안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절대 불가하기 때문에.....






아!!

드디어 작년에 끊긴 다리에 도착했다.

아직까지 복구가 안되었다고 해서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작년에 우리가 통나무를 엮어 건넜던 그대로는 아니고

무너진 축대공사가 한참 진행중이었고, 그 옆으로 비교적 탄탄한 나무를 대어 지나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물론 차량이 지나칠 수는 없어 오늘 우리의 짚은 여기까지로 끝이고, 여기서 부터는 이 마을 사람들이 운영하는 짚으로 갈아 타야만 한다.








정말 아스꼴리 길은 사방 어디를 보아도 금방 산사태가 일어날 것만 같은 돌이 박힌 수직 흙산이다.

바라보고 걸으면 아찔해서 절대 못 지날것만 같은 길...

그냥 앞 사람 보고 걸어야 맘편히 걸어갈 수 있는 길이다.ㅠㅠ








우리의 짐과 스텝, 포터들의 짐을 비롯 우리가 여정중 먹을 먹거리들과 잠자리, 키친텐트, 의자...등 가제도구들을 차에서 내려

일일이 또 포터들이 짊어지고 다리를 건너 반대편 차량에 실어야 한다.

이미 아까 돌무더기와 사투를 벌이느라 진을 다 뺏을텐데...저들에겐 오늘 이 아스꼴리 길이 참으로 힘겹고 힘겨운 여정이 아닐 수 없다.



















아래 사진처럼 축대옆으로 겨우 사람 하나 지나칠 정도의 폭으로 나무를 덧대어 길을 내어 놓았다.

그래도 완전히 무너져 내렸던 나무 다리는 제대로 이어 붙여놓았다.








2014년 K2 여정을 마치고 나와서 만난 아스꼴리의 끊어진 다리.....


탈출이 불가능해 보였던 이 다리를 4시간만에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들과 스텝진들이 총동원...

축대쌓고 나무를 가까스로 이어붙여서 만든 윗 사진의 아찔한 다리... 

저 허술한 나무 위를 기어서 건넜다.

그 많은 짐들은 밧줄에 캬라비너 이어서 일일이 다 건네고....

척박한 땅에서 사는 사람들의 일치단결과 임기대응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던 사건이었다.

이날 우리 스텝진들은 얼마나 애간장을 태우며 용을 썼는 지, 약을 먹어도 쉬이 듣지않는 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이렇게도 힘든 여정에 표정이 이리도 밝다니....

이들의 삶이 모든걸 '신의 뜻대로...' 맡기고 살아서 일까....






모두 작년에 끊어졌던 다리를 상기하고 또다시 이 다리를 건넘에 축하하는 이벤트성 촬영을 해대었다.

이만하면 기념촬영해도 괜찮아~~

충분해~ 'No Problem'이야~ ㅎㅎ








   














   




브랄두 강 건너편 흙사면에 나 있는 실같은 길은 여전히 아스꼴리 길의 험준함과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







40도가 넘는 고온에 쉬어 꼬부라져 이내 못먹게 된 양배추 김치와 순무김치을 후세인과 올람B가

보물단지 처럼 가슴에 껴앉고  의기양양 다리를 건너고 있다.ㅋㅋ








그 많은 짐을 일일이 다 지어서 다리를 건너 또 다른 짚으로 옮기느라고 꽤 오랜 시간이 정체되었다.






이런 와중에도 신심이 깊은 이슬람교도가 브랄두 강 가 한적한 곳을 찾아 기도를 바치고 있다.

바위에 천을 깔고 신발을 벗고는 기도를 올린 다음 큰 절을 바친다.

이들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나의 신앙에 부끄러운 경종을 울린다.



 






















우리는 다리를 건너 짚에 짐을 옮겨 실을때까지 그냥 걷기로 했다.

어마 무시한 아스꼴리의 깍아지른 듯한 곡예길을 카메라에 담으며 걷는 일은

잠시라도 그저 즐겁기만 하다.


글쎄 아직도 아스꼴리까지 가려면 멀었으니

우리 앞에 또 어떤 일이 벌어졌을 지는 모를일이다.


그렇더라도 작년이나 지금처럼 'No Problem'이니 그냥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모든걸 신의 뜻에 맡기고....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놀라운 대처 능력으로 못해낼게 없을 것만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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