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1.파키스탄 카라코람/비아포 히스파닉 빙하 트래킹 프롤로그...

나베가 2016. 3. 10. 05:28













2014년 다녀온 카라코람 K2 트래킹과는 전혀 다르게 2015년 비아포 히스파닉 트래킹은 글쓰기가 힘들다.

내가 2013년 40여일 동안 다녀온 히말라야 롱 트래킹-히말라야 오지중 오지 롤왈링 타시랍차 라를 포함한 4-PASS를 하고 왔을때 보다도 더...

그때야말로 힘든 여정도 여정이었거니와 친정 엄마까지 떠나보냈음에 다녀와서 두달여 동안을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

그리고 겨우 힘들게 컴터에 앉아 시작하면서도 하루종일 펑펑 울었다.













그런데 이번엔 왜일까....

무슨 이유로 그렇게도 엄청난 여정을 마치고 와서 아직까지도 사진도 제대로 보지않고 있는 것일까....

두달이 아닌 벌써 트래킹을 다녀온 지 7개월이 지났다.












글쎄....

이번 비아포 히스파닉 트래킹은 준비과정부터 여행후까지 흥분에 휩쌓였던 K2 여정과는 다르게

모든게 너무 힘들었어서 차라리 떠나있고 싶었었다고 할까....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더 생생한 기억을 남기고 싶어서 애를 태웠던 다른 여정과는 달리

차라리 잊고 싶은게 더 많았을 지도......










힘든 여정중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사로운 감정들은 떨궈내 버리고

오로지 깊은 감동만이 남았을때까지의 기다림......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여행에서 마지막 짐까지 인천 공항에 도착하지 않아 빈 몸으로 집에 돌아오고...

이제까지 아무 이상없이 다녔던 대용량 배터리나 솔라 충전지가 문제가 된다고...며칠 동안 짐이 오지 않고....

결국은 다 빼앗기고 짐을 받기까지의 힘듦...








수많은 여행중 단 한번도 물려본 적이 없는 배드버그에도 물려

피부과를 한달 동안이나 전전긍긍 다녔던 괴로움까지....






















카메라 조차도 던져놓은 채

직전에 다녀온 라오스,태국북부,윈낭 여행기에 다시 들어가 몰입했다.

핑크빛 하늘 하늘한 원피스에 꽃과 리본이 달린 챙넓은 밀집모자.....

그리고 무려 체중이 4kg이나 늘도록 호강을 했던 즐겁고도 풍요로운 여정속으로 들어가니 마치 그 여행을 다시 하는 듯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라오스 ...여행기 보다도 이번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 여행기를 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니, 나 역시도 빨리 이 여정기에 몸을 실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음에도  

스스로도 믿기 힘들 만큼 자리에 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난 엉뚱하게도 또 여행을 떠났다.

지인들과 함께 한 '베트남 판시팡 트래킹과 여행'














그리곤 판시팡 여행기를 쓰느라 한 동안 또 열을 올렸다.

카라코람 히말라야 여행과는 차원이 다른 단순했던 여행이었지만 즐거웠던 여정과 행복한 글쓰기 였다.





















그러면서 내게 이 엄청난 카라코람 비아포 히스파닉 여정은 점 점 더 까마득해졌다.













그리고 2015년 해를 넘겼다.








이제는 '빨리 써야하는데...'하는 안타까움 마저도 사라져갔다.













그리고 또 딸과 제주 여행을 떠났다.

작년에도 다녀왔는데, 그때는 제주 여행은 던져놓고 K2 여정을 비롯한 깐데 여정에 피치를 올린것과는 다르게

나는 또 제주여행기를 쓰는데 집중했다.













그러다가  문득 비아포 히스파닉 사진 폴더를 열게 되었다.









아!!

갑자기 탄성과 함께 가슴이 쿵 내려앉으며 이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래~

정말 엄청난 여정이었지.

이제까지의 힘듦과는 다르게 매일이 서바이벌 게임이 되었던 여정.....















롤왈링 여정에서 몸과 마음이 백지장이 되어 두려움 조차 들어설 자리가 없다가

마지막 하얀 설원을 걸을때....그제서야 가슴에 차오르던 눈물을 쏟아냈던것과는 다르게.....

이번엔 나도 모르는  힘듦과 두려움때문이었는 지 눈두덩이와 부르튼 입술과 주변에 나타난 발진이 나를 괴롭혔다.




 










나뿐만 아니라 포터들을 위해서도 그렇게 완벽한 의약품을 구비해 갔건만, 전혀 예상치 못한 입술포진의 번짐에 얼굴은 보기 힘들 만큼

흉칙해져 갔다.












얼굴을 가리고....

다가오는 사람을 피해야할 정도....


매 순간 화보촬영을 하며 온 세상을 껴않는 감동의 세레모니를 펼치던 내게 이 사건은 이번 여행을 더 힘들게 했는 지도 모르겠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 트래킹을 마치고 훈자에 들어와서 약을 구입해 바르기 시작했어도

제때 처치를 못해 심해진 얼굴은 입 주변 전체에 심한 검은 딱지를 붙인 채 여정을 계속했고 그 휴유증은 2015년이 다 가서야

얼굴의 흉터를 없앨 수 있었다.













이제 몸과 마음의 모든 상처와 흉터를 없앤 지금에서야 컴터 앞에 앉아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 트래킹' 카테고리를 열었다.














글쎄....

얼마나 진한 그 순간에 일어났던 일들과 감정을 옮겨 놓을 수 있을까....













7개월이라는 기인 시간이 지나면서 그만 백지장이 되어버린 지금.....

겨우 컴터앞에 앉았지만 그 순간 순간들을 과연 기억해 낼 수 있을까....













사진 폴더를 여는 순간....

왈칵 눈시울을 뜨겁게 했던....


그 감정 하나만으로 머릿속은 백지장이지만 나도 모르는  깊은 가슴에서 올라오는 퍼즐들을 올려보려 한다.



 










파키스탄 북부지역의 카라코람 산군에 위치한 49km의 길이의 히스파 빙하(Hispar Glacier)와 5,128m의 히스파라 (Hispar La)...

비아포 빙하와 히스파 빙하가 만나는 해발고도 5000m 가까이에 형성된  거대한 눈 호수(스노우 레이크)...

그리고 63km의 비아포 빙하(Biafo Glacier)까지...

극지방을 제외한 가장 긴 빙하....  












다른 트래킹 코스와는 달리 일반인들은 거의 걸을 수 없는 탈출구 하나 없는 여정.....

작년에 박정헌팀을 이끌고 SBS 스페셜-인생횡단 3부 촬영팀이 '써밋 카라코람'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이곳을 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도 스노우 레이크에서 촬영을 끝내고 되돌아 내려갔다는 사실도 여기와서야 알 정도로 너무 쉽게 선택을 했다는 후회를 했었지만.....


생각대로 사사로운 감정들이 다 흩어져 버리고 난 뒤 지금 이 자리에 앉으니

온전한 감동만이 남아 가슴을 벅차게 한다.



 









내 생애 다시는 없을 행운...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험준한 지구의 한 곳에 내가 있었고...

그곳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그리고

그 순간 나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자신의 삶을 묵묵히 견디어내준 스텝과 포터들과 함께 했던 이 여정은

앞으로 남은 내 생이 다할때까지 용기를 주며 감사와 깊은 감동으로 자리할 것이다.

 











Arvo Part - Spiegel Im Spiegel(거울속의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