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 비아포 히스파닉 빙하(2015.7~

4.비아포 히스파 빙하트래킹/출발-이슬라마바드에서 칠라스까지...

나베가 2016. 3. 16. 15:16


2015.7.17.금 <인천공항-홍콩,방콕경유,이슬라마바드 도착>


대망의 파키스탄 비아포 히스파 빙하 트래킹을 앞에 두고 느닷없이 '라오스,태국북부, 중국 윈난'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곤 파키스탄 여행은 저만치 제쳐두고 라오스...여행기 쓰기에 여념이 없던 터 불현듯 꿈을 꾸었다.

마치 카라코람 히말의 정령이 내게 암시를 주듯....


너가 지금 이럴때가 아니야~

얼마나 어마 무시한 곳엘 가겠다고 너가 지금 나서고 있는 줄이나 알아? 


마치 그렇게 내게 호통을 치고 있는것 같았다.

다름아닌 여행 떠나기 전날인데도 여행짐을 꾸리지 못해 허둥대는 꿈....

꿈이 얼마나 선연한 지 잠을 깨고나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날부터 본격적으로 이번 여행에 대해 탐색하기 시작했다.

등반가 박정헌과 함께한 SBS 스페셜-인생횡단 3부도 찾아서 보고, 기타 비아포 히스파 빙하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 보며

얼마나 위험리스크를 안고 있는 지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해야할 집안 일들과 작년 K2여정의 준비물 리스트에 추가물품들을 첨부한 메모지를 벽에 붙여놓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암튼 뒤숭숭한 꿈자리 덕분에 일찌감치 카고백에 패킹까지 다 해놨어도 떠나기 직전까지 벌이는 짐과의 사투는 피할 길이 없다.

최종적으로 첨부되야하는 것들-먹거리, 보름동안 사용할 카메라 배터리 충전, 그리고 무게와의 사투다.

그래도 작년보다 일정이 보름이나 줄고, 반찬보다는 건조 식자재로 준비를 해서 10발 아이젠과 피켈이 들어갔어도 짐무게가 여유롭다.


아!

그런데 출발 전날 문제가 생겼다.

냉장고에 이상이 생긴것이다.

당장 사서 냉장고 안의 것을 다 옮길 수도 없고....ㅠㅠ

비상책으로 일단 냉장고 안을 대청소해서 음식물을 없애고,만약을 대비해서  두대의 김치냉장고를 청소해서 그곳으로 옮기기로 하고 빈 공간을 만드느라

밤을 꼴딱 새버렸다. 

결국 몸이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지 몸살기가 오면서 두통에 소화장애까지 왔다.



<파키스탄 공항의 스튜어디스들...>





일찌감치 출발해 7시반에 일행-알쏭님과 워크딕님과 합류, 곧바로 수속을 밟았다.

타이항공은 수화물에 너그러워 규정무게 30KG를 조금씩 웃돌았지만 무사히 수속을 완료했다.

이렇듯 험준한 여행의 매력중 하나는 우리에게 필요한것 외에는 그 어떤것에도 눈길 조차 안간다는 것이다.

그러니 누구하나 면세점에 눈길 주는 사람은 없다.

곧바로 게이트로 이동. 노곤한 몸에 눈을 붙였다가 10시20분발 비행기에 탑승했다.


헐~

유라시아와 또 다른 분과 파키스탄 다른 곳의 여행을 계획했다가 캔슬되는 바람에 뒤늦게 17일 비행기표 사느라 애태웠는데,

어찌 이렇게 비행기가 텅텅 빈것이지?


정말 비행기는 사람이 반도 안탄듯 텅텅비어 거의 3자리 좌석에 혼자씩 앉아서 갔다.

알고보니, 홍콩을 잠시 경유하는 비행기라서 그곳에서 만석이 되는 것이었다. 

행복도 여기까지...ㅠㅠ

홍콩에서 탄 내 옆자리 승객은 방콕 도착할때까지 다리를 심히 떨고, 내 앞자리 승객의 아기는 방콕 도착할때까지 울고....

위장장애가 있는데다 기내식을 계속 꾸역 꾸역 먹었더니 체기까지 있어 여간 괴로운게 아니다.

과로에 잠도 못자서 몸 컨디션도 안좋은데...스트레스에 체기까지 더해지니.....

사람이 이렇게 미련할 수가 없다. 그거 굶으면 되는 걸.







홍콩에 비가 많이 와서 한국에서 늦게 출발해 2시경 홍콩 도착, 비행기에서 내려서 한 바퀴 돌아 보안 검색대를 거쳐 다시 탑승.5시쯤 방콕에 도착했다.

이슬라마바드행 7시 출발 환승 비행기시간까지는 거의 시간 차가 없다고 봐도 될 정도의 2시간 여유시간....

이슬라마드행 비행기에 탑승하자 마자 그제서야 난 거의 실신해서 잠이 들어버렸다.

일행과 멀리 떨어져 있던 난 기내식도 못먹고 입국신고서도 받지 못한 채 10시...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내렸다.

쏜살같이 내려 줄을 선 일행들과는 달리 뒷자리라서 늦게 나간데다가 뒤늦게 입국신고서을 쓰느라 허둥대기를....



우리를 기다리던 샤키와 만나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Envoy Continental 호텔에 들어섰다.

서로 아는 처지라 예약금없이 진행된 터라 4200달러 경비 전액을 도착하자 마자 샤키에게 지불하고

방에 들어와 수화물 무게때문에 무거운 것은 죄다 배낭에 넣었던 것을 다시 카고백으로 옮기느라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작년엔 새벽 4시반 출발이라 1시간여 그냥 눈을 뜬 채 누워있다가 나간것과는 달리 이번엔 출발이 10시반 비행기라서 아주 여유롭다.



 





 2015.7.18.토 <이슬라마바드-칠라스>


느지막히 준비를 하고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9시에 출발을 했다.

흩뿌리던 비도 그치고, 왠지 척척 수속이 진행되는것이 이번엔 우리도 비행기를 타고 스카루두까지 가나 ...약간의 흥분감 마저 들었다.

그러나 전광판 앞엔 털푸덕이 주저앉아 마냥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제서야 전광판을 들여다 보니, 스카루두행 10시30분 비행기가 캔슬되었다고 적혀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인 지 사람들은 마냥 기다리고 있고,우리도 한동안을 기다렸다.

그러나 결국 사람들은 떠나기 시작했고,우리도 급조를 해서 밴을 타고 칠라스로 이동했다.














우리앞에 나타난 도요다 밴은 반짝이는 완전 새차....

하얀 수염이 얼굴의 반을 차지한 기사가 왠지 낯설고 꺼림직스러웠지만, 어쩌면 나보다 나이가 어릴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웃었다.

역시 55세.

작년 k2여정때 보이는 이들에게 내가 자꾸 할아버지라고 했더니, '언니보다 나이가 어리다니깐~' 해서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나 웃었다.











차도 완전 새차인데다가 그것도 12인승....

거기에 기사와 샤키, 그리고 우리 셋이서 타고 가니 이건 뭐 완전 럭셔리 밴이 아닐 수 없다.

에어컨도 너무나 빵빵 나와서 켰다 껏다할 정도,,,시야에 들어오는 풍광도 좋고,,,,

그야말로 쾌적지수 150% 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난건 알쏭이었다.

지난 k2여정때 년중 몇번 안뜨는 스카르두행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고 날아가 우리가  운빨 좋은 여자라고 그리도 호들갑을 떤것과는 달리

알쏭은 밴을 타고 이 길을 너무나 달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건 맞는 말이기도 하다.

나 역시 그러니까...

이 환상의 카람코람 하이웨이를 달리며 인더스의 성난 물줄기를 보지 않는다면 그건 파키스탄 여행을 한것이 아니라고....



 





워낙에 스카르두행 비행기를 타기가 힘들어서 호기심에 이번엔 타볼까...내심 기대감을 부풀렸으나

그 섭섭한 마음은 밴에 몸을 싣는 순간 다 날아가 버렸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갈것을 이제 우린 30시간을 달려 가야한다.

목적지만을 생각한다면 복장이 터질일이지만 여행이라 생각하면 완전 복터진 거다.

30시간의 환상적인 여행이 시작되는거니까....

오래 전 내가 다녀온 '라다크 짚사파리'가 뭐가 이와 다를까.....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보고 그곳 깊은 심중을 열흘이 넘도록 달리며 탄성을 자아냈던 길.....

이제  그 곳-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1박2일 달릴 것이다.







얼마 동안을 이리 신바람에 수다를 떨며 달렸을까....

제법 큰 마을이 나타났고, 한 켠엔 과일 시장이 커다랗게 열리고 있었다.

파키스탄 하면....

엄청난 7000m 급 설산이 백여개가 넘게 있고, 그 계곡으로 가득한 치명적인 빙하와 매혹적인 야생화들 말고도

살구를 비롯한 매혹적인 과일이 우리를 유혹한다.

그중 당연히 최고는 체리와 망고,매론....



 





샤키가 과일을 사러 내려간 사이 우리들도 우르르 내려 시장을 구경했다.

내게 과일보다 먼저 시야에 들어온것은 고급 승용차안의 꼬마들....

가난한 나라일수록 부유층 자제들은 더 우아하고 이쁜 지도 모르겠다.

이 꼬마들이 입은 하얀 셔츠의 자수를 보면 부유층들의 삶이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과일가게 한 켠에 있는 포도상자엔

벌들이 가득하다.

얼마나 포도의 당도가 높길래

저리도 꿀벌들이 모여든 건 지...

저거 벌들이 다 빨아먹으면

포도 맛은 뭐가 되지??ㅋ~~


발그스름하게 익은 복숭아도

입에 침이 고이도록 탐스럽고 맛있어 보인다.


그래도

역시 망고지.

다른 과일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먹을 수 있잖아.

하지만 망고는 절대 먹을 수 없어.

이렇게 크고 달고 맛있는....

더우기 가격이 얼마나 환상적이야~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이 되어

맛이 배가 되거든.


히히낙낙 한아름 망고를 사들고 다시 차에 올라 달린다.

먹거리가 가득하니 차안이 더 즐겁다.

































이젠 또 야채가게에 들렸다.

이곳이 싼 지 우리의 이번 여정에 필요한 야채들을 이곳에서 살 모양이다.

샤키가 내려 이것 저것 한 자루씩 담는다.


과일 구경 못지않게 야채 시장 구경도 보는 재미를 한몫 톡톡히 한다.

기후와 토양때문인 지 같은 종자라도 모양새가 다르니 신기하다.


















아까 차에서 본 부유층의 자녀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아이들이다.

파키스탄에서 여행중 만난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런 옷차림의 이런 모습이다.

아이들 뿐만이아니라 파키의 모든 남자들의 모습....ㅎㅎ


얼마나 편할까....

그런 생각이 볼때 마다 들었다.

내게 맞는 옷이 있다면 하나쯤 사서 여행중 입고 한국에서도 한 여름날 입고 지내고 싶을 정도다.

내가 입으면 도포자락 같을까?? ㅋㅋ








또 하나의 강력한 유혹은

파키스탄 여인네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려오도록 입은 히잡이다.

다음 여행땐 트래킹이 아닌 여행으로 가서 이쁜 히잡을 여러개 사서 저리 입고 패셔너블한 사진도 찍고 싶다. ㅋㅋ








파키스탄 여행의 또 하나의 볼거리....

이건 인도에서도 아프리카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긴 하다만....ㅋ~

차에 얼마 만큼 많이 탈 수 있나....대회라도 열어도 될만한 놀라운 광경의 이색 풍광....

저리 타고 그렇게도 험준한 도로를 잘도 달린다는것....

폐차 직전의 낡은 차임에도 불구하고 타이어에 빵구도 안나나 보다.

아님 임기대처에 빼어난 기술들을 가지고 있던 지....

암튼, 다른 세상에 와 있다는 실감은 여행에서 얻는 최고의 짜릿함이자 즐거움이다.




 









아직 라마단 기간이 풀리지 않았는 지....

이곳은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다.

작년에도 이곳을 지나갔었는데, 사람들로 가득해 활기찼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주유를 하느라 잠시 차에서 내렸는데, 주유소 사무실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더없이 재밌다.







이제 본격적인 KKH(카라코람 하이웨이)에 접어들었다.

어마 무시한 깊은 산중 길...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와 중국 신장위구르의 카스 사이를 잇는 예전의 실크로드 길을 따라서 만든 도로다.

이 도로를 내느라 엄청나게 많은 인부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 길을 달리는 사람들에겐 천상의 길이 아닐 수 없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이렇듯 깊은 산중에도 사람이 마을을 이루고 산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하긴 길이 있고 물이 있으면 못살 곳이 어디있겠냐만...





























 실지로는 사진보다 훨씬 더 가파르다는걸 감안해보면

저 길을 달려내려오다간 금방이라도 쑤셔박힐것 같은 아찔한 길이다.

 

누가 저 길을 달려 내려올까....

그리고 저 급류위의 다리라니....







차안에서 과자도 먹고, 시장에서 산 바베큐로 맛있는 점심도 먹고, 디저트로 망고....

시장에서 보이는 낯선 파키스탄 사람들의 삶의 모습....

소스라칠 정도의 아찔한 풍광들....

칠라스까지 가는 길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Felix Mendelssohn
Sacred choral music
hymn for soprano, chorus & organ or orchestra in G major
O, for the Wings of a Dove
비둘기의 날개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