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7.19.일
8시에 출발을 했다.
오늘도 하루 종일 험준한 산길을 달려야 한다.
차량도 좋겠다~산사태만 아니라면 쌍손을 들고 환영할 일이다.
얼마나 내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올 지...
부푼 기대를 안고 출발이다.
작년에도 이곳에 들렸었는데...
칠라스 호텔에서 얼마 달리지 않아 내린 이곳은
BC1세기부터 AD10세기에 이르는 동안 만들어진 암각화가 있다.
제법 넓은 공간에 섬세한 암각화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 엄청난 유물위에 하얀 페인트로 우르두어로 뒤덮어 놓은걸 보니....
아무래도 지금은 이슬람으로 바뀐 종교때문에 간다라 미술의 유물을 저리 훼손을 시켜놓은게 아닌가 싶어 안타까운 맘이 든다.
BC1세기의 엄청난 유물 덕에 잠시 차에서 내렸지만, 이리 험란한 바위산에 올라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나는 일이다.
멀리 바라보이는 풍광도 멋지고...
바위산에 피어있는 야생화들도 이쁘고....
산에서 내려와 본격적인 험준한 KKH를 달렸다.
비까지 내리니 금상첨화다.
원래 드라이브의 제맛은 비올때다.
나는 그래서 여름 휴가보다 좀 빠른 6월 장마철에 여행을 자주 떠나곤 한다.
CD 한가방 챙겨들고...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음악에 추억을 싣고, 눈으론 지저분한 모든건 잠재우고 오직 초록과 하얀 구름들만이 넘실대는 곳을 달린다는게....
물론 이곳은 초록 대신에 엄청난 위용의 바위 산들과 모래 사막, 그리고 끝없이 흘러가고 있는 인더스 강물이 있다.
사람은 구경하기 조차 힘든....
그래서 처절하게 외롭기도 하고...사람이 그리워 사람만 나타나면 본능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되는 곳....
그래서 또 모든걸 비워낼 수도 있는....
내가 살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곳....
형형색색의 건축물과 사람들, 그리고 조명이 현란하게 도시를 메우고 있는 대신에
흐르는 강물까지...오직 잿빛과 황톳빛이 다인 이 세상에 들어와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점 점 더 깊은 심연속으로 달려 들어간다는 것은
짜릿한 흥분...쾌감..아니, 그 이상이다.
가끔씩 그 잿빛 속에 머금고 있는 초록은 가히 환상이다.
그 어떤 아름다운 꽃보다도 더 탄성을 내게 한다.
투명한 다이아몬드가 다른 화려한 그 어떤 보석보다도 가치가 있는것은 희귀성때문이라고 했나??
역시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건 귀함인지도 모르겠다.
다시는 못볼듯 간절하고, 눈에 아른거리도록 보고싶은.....
이곳에 들어서면 세상것들이 순간 이렇게 귀하디 귀하게 된다.
사람이 살지않는 황량한 우주의 행성에 느닷없이 순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지구의 모습....
라이콧 브릿지를 지나 작년에 산사태가 나서 12시간을 체류했었던 곳을 지나자니 그 기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선연하게 떠오른다.
여전히 이곳은 산사태 상습지역인 지, 아님 아직도 완전하게 복구가 덜 된건 지,
복구해서 길을 냈던 가장자리로 쌓인 산사태 잔재들이 그대로 쌓여있다.
한동안 작년 일을 떠올리며 수다가 이어진다.
작년엔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달려 훈자까지 갔었는데, 이번엔 스카르두로 가니 KKH을 벗어나 스카루두 길로 들어섰다.
카라코람 하이웨이 보다 훨씬 길이 험준한게 달리는 기분은 그야말로 짜릿 그 자체다.
풍광도 훨씬 더 어마무시 하고...
스카르두 길로 접어들어 잠시 차에서 내렸다.
다름아니라 이곳에 접어들기 전에 힌두쿠시와 히말라야, 그리고 카라코람 세 산맥이 서로 부딪히는 정션 포인트가 있는데,
비가 와서 그냥 지나쳤기때문이다.
이곳에서라도 잠시 내려 아쉬움도 달래고 기념사진도 찍자고....
오른쪽이 힌두쿠시, 왼쪽은 히말라야, 뒤쪽이 카라코람 산맥이다.
비가 소강상태로 접어드는것 같더니 계속 내린다.
분위기는 마냥 좋은데, 사진찍기는 힘이 든다.
그래도 12인승 차량에 각 각 홀로 앉아 창문을 살짝 열고 그나마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오호~
그런데 이곳에 접어드니 바위산들의 모양새가 특이하다.
아니, 모양새라기 보단 바위에 그림을 그린 듯 선연하게 줄 무늬로 다른 질감의 바위들이 엉겨있는것 같다.
한두곳도 아니고 거대한 산 전체가 다 그러하니 차안에서 달리면서 봐도 가히 기가 막히다.
깍아지른 수직 절벽을 옆에 두고 곡예처럼 나 있는 길을 신나게 질주한다.
시선이 인더스 강과 그 건너편으로 갔기 망정이지 계속 수직 절벽을 바라보고 갔으면 낙석의 두려움에 어쩌면 가위가 눌렸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이처럼 잠시 마을 길을 지나며 히잡을 입은 이슬람 처녀들이라도 만나면
그 어떤 환상풍광을 만난것 보다도 더 아찔한 기분이 든다.
더우기 이슬람 처자를 카메라에 담는게 금기시 되어있으니 더욱 그렇다.
길섶에 수북이 쌓여있는 곡식단을 보니, 이 험준한 땅에서도 농사를 짓고 살고 있다는 건데, 참으로 인간의 삶의 의지가 놀랍기만 하다.
이들은 과연 평생도록 몇번이나 이곳 밖을 나갈까....
아니,내 편견과는 달리 이 험준한 곳에도 대중교통이 자주 있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까??
되려 그래서 더 늦은 시간으로 세상을 살아 더 여유롭고 더 행복한 삶을 살까??
점 점 더 인더스 강물은 세차게 흘렀다.
아니, 세찬 정도가 아니라 '분노' 하여 흘러 가고 있는것만 같다.
문득 올해 히말라야 네팔의 지진이 떠올려졌다.
그와 무슨 상관이 있는걸까??
지구가 분노하고...
인더스 강 마저 분노하여 흐르고 있는것만 같았다.
우린 이구동성 인더스의 성난 물결에 대해 얘기를 끝없이 반복했다.
영화 제목처럼...우리의 이번 여정의 첫 시작을 '분노의 인더스 강" 으로 지었다.
지금 생각하니, 우리가 무심코 지어낸 영화 제목 '분노의 인더스 강' 이 우리의 이번 여정의 복선처럼 깔린것 같다.
정말 신기하게도 난 이 길을 처음 달리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난 여정땐 이리 엄청난 여정이 아니었다.
그럼 뭐지??
이 길을 안간건가?? 한 밤중에 갔나?
이 비경을 달리며 쿨 쿨 자면서 갔단 말인가??
아님 반대편 쪽 창에 앉아 가서 절벽만 보면서 달렸나??
온갖 머리를 굴려본다.
처음 시작은 KKH를 달려 훈자로 들어갔고, 그것도 라이콧브리지에서 산사태 복구후 가느라 한 밤중에 가서 아무것도 못 보았지만,
분명 3부 칸데 여정을 마치고 스카르두에서 나오면서 이 스카르두길을 달렸었다.
사람이 이렇게 우둔하다니....ㅠㅠ
인더스 강물은 분노하여 흐르고...
비가 내리니 분위기가 훨씬 더 어마무시하게 장엄하여 전혀 다른 곳을 달리고 있는것만 같은 것이다.
아!!
여긴 또 뭐야~
천상의 화원인게야??
어찌 이 험악한 바위산 인더스 강 수직 절벽위에 거짓말 처럼 이리도 아름다운 초록 숲을 가진 마을이 있을까....
맘 같아선 차에서 잠시 내려 저곳에 들어가보고 싶다.
저 바위 절벽 끝에 있는 집에서 하루쯤 머물고도 가고 싶다.
오호~다리도 있어~
그러나 우린 그냥 내 달렸다.
머물기는 커녕 차에서 내릴 생각 조차 안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스카르두이니까....
단순한 여행이 아닌 비아포 히스파 빙하 트래킹이니까....
그저 그 이외의 것은 탄성을 내는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었으니까....
그러나 이처럼 꿈을 꿀 수는 있지~
수없이 저런 곳에서 머물고...잠을 자고...소박한 음식을 해먹고...
그리곤 세상 욕심을 다 내어 놓는거지.
꿈속에서라도....
그것 또한 여행에서 얻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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