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1월 28일 목요일...
2013년에 건강상 이유로 취소했던 무티대신 로린마젤과 내한해 가슴을 울렸던 시카고 심포니가
이번엔 무티가 함께하며 역대 최고의 2016년의 화려한 스케줄의 포문을 연다.
가슴 떨리는 손으로 티켓팅을 하고 얼마나 고대하고 고대하던 연주이던가~
그리도 가슴에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었던 시카고 심포니가 이번엔 진정 그리도 보고파 했던 '리카르도 무티'와 함께 하니....
리카르도 무티를 코앞에서 선연하게 보기위해 자리도 기막히게 합창석을 잡았다.
무티가 한국을 방문한것은 이번이 3번째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있던 1985년과 밀라노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로 있던 2004년에 왔었다.
그것도 2004년엔 우리 동네인 '고양 어울림누리 극장'에서....
그런데 어찌 2004년 공연을 안간건 지...아니, 무터가 내한 공연을 펼쳤었다는 사실도 몰랐었으니 아마 여행중이지 않았을까...싶기도 하지만...
뒤늦은 후회라니...ㅠㅠ
오늘 프로그램은 짧은 서곡 대신 굵직한 곡 2곡으로 편성되었다.
너무도 유명하고 인기도 높은 베토벤 운명 교향곡과 말러 1번 교향곡인 '거인'이다.
2500석이 넘는... 꽉 메워진 그 큰 예술의 전당의 숨죽임속에 첫곡으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감싸고 도는 그 울림....
첫 소절에 그만 아! 하는 탄성이 가슴을 울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각 파트의 울림...현...관악..목관...
모두 어우러지는 총주....
아니, 소리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마치 다른 곡 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베토벤 운명 처럼 이리 유명한 곡들을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을때면 가끔 이렇듯 다른 곡인 양 착각이 들기도 해
그 감동이 그냥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기도 한다.
오늘 역시 운명 교향곡에 약간은 시큰둥 했다가 맞은 놀라움이었다.
무티에게 망원경을 고정시켰다가 내려놓고는 온전히 이들이 만들어 내는 선율에 몸을 내 맡겼다.
얼마나 오랫만에 듣는 베토벤의 황홀함인 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2악장에서 그 극점을 맞는다.
한없이 빨려들어가는....
고등학교 시절...
가장 절친하게 지냈던 동갑내기 사촌이 이 운명의 2악장을 가장 좋아했었다는 추억까지 오버랩되며 감동을 부추긴다.
독주보다 오케스트라 연주 독주에서 가장 돋보이며 감동을 자극시키는 목관악기들의 향연은 또 얼마나 매혹적인 지...
기가 막힌 이들의 독주파트 연주에 압도당하고...
여리고 강한 기막힌 연주의 흐름과 총주의 울림에 가슴 멍때기를 .....
아~ 3악장에 이리 매료되었던 적이 또 있었을까....
강력한 울림뒤에 울려퍼지는 현의 피치카토의 향연....그 가운데 두드러지는 파곳...다시 아찔하게 자즈러드는 현...
그리고 일순간에 빵~ 터지는 그 환희...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이 베토벤의 운명에 완전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교향곡 사상 최초로 피콜로, 콘트라 바순, 세 개의 트롬본 등이 보강되어 당당한 울림을 선보이며 마치 암흑에서 광명으로 진군하는 대군 처럼
교향곡의 최후를 장식하는 피날레....
이렇게 대단한 곡을 그동안 익숙함에 그냥 식상한 마음으로 들었다는게 되려 놀라울 정도다.
당시엔 엄청난 규모로 확장된 기념비적인 곡이었지만 그래도 현대에 와서 4관 편성으로 늘어난 큰 오케스트라의 규모에 비해선
턱없이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소리의 울림이 정말 엄청났다.
이제까지 들어왔던 그 어떤 오케스트라 연주보다도 감싸고 도는 웅장한 울림이 얼마나 좋은 지....
감동을 뛰어 너머 놀라울 정도의 연주였다.
인터미션 동안에도 감동을 추스리며 자리에 꼼짝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 공연에 완전 기대를 가지고 온 말러 1번 연주가 2부 프로그램이기도 해서다.
1부의 감동을 고스란히 안은 채 거인을 들을 생각을 하니, 늘 그렇듯 이젠 고인이 된 '아바도'의 베이징 연주가 또 생각나서다.
그래~
그렇겠지. 오늘도 반은 아바도의 연주의 환영에 휩쌓여서 그리 보고 앉아있을 수도 있겠지.
그래서 가끔은 한없이 안타깝기도 하고, 또 아이러니하게도 한없이 행복하기도 해.
며칠 전 KBS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도 말러의 1번을 들었었는데...
오늘 연이어 또 말러 1번이야. ㅎㅎ
오늘도 변함없이 시작을 숨을 꼴딱이며 듣는다.
적막속에 태초의 소리가 탄생하는 듯한 그 아찔한 여리디 여린 소리의 시작....
그리고 50분 내내 총주로서가 아닌 악기 하나 하나의 소리에 온전히 집중하며 즐길 수 있는 시간....
한없이 여리고 아름답고...
그런가 하면 어느 순간 표효하고....
2악장은 또 얼마나 즐겁고 발랄한 지 절로 어깨 춤이 추어질 듯 앙증맞기까지 하다.
3악장의 시작은 또 어떤가~
숨을 죽이게 만드는 아찔한 팀파니의 울림...
그 위에 콘트라베이스로 시작되어 파곳,튜바,오보에,클라리넷, 현...등이 푸가형식으로 얹혀지는 오케스트레이션의 향연은
가히 기가 막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선술집과 어울릴 듯한 진한 향수의 멜로디는 입가의 꼬리를 또 울린다.
그 뒤를 잊는 멜랑꼬리한 선율들은 하프의 선율과 바이올린 독주에 목관연주까지 얹혀져 애잔한 가슴으로 먹먹해 지기도 하고....
20대 청년 시절에 이 엄청난 곡을 작곡했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 없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 기억속 음악가들 중 천재가 아닌 사람이 없다 생각드니...
ㅎㅎ
암튼 20대 청년시절의 곡으로 그의 작품중에선 가장 서정성이 깊게 배어 있다는 곡으로
말러의 제자이며 친구였던 '브루노 발터'는 이곡을 '말러의 베르테르'라고 표현했다 한다.
말러의 베르테르....
이젠 이 곡을 들을때면 아바도와 함께 베르테르까지 오버랩 되어 나의 감성을 자극시킬것만 같다.
3악장 시작의 팀파니의 아찔함과 똑같이 팀파니의 사라지는 듯한 울림으로 3악장을 마치고 쉼없이 4악장은 시작된다.
시작부터 태풍이 몰려오듯 거대한 총주가 터져나온다.
그야말로 멜랑꼬리한 기분에 젖어있다가 거인이라는 표제를 생각나게 하는 악장이다.
시간도 장장 20분이나 되는 기인 악장이다.
소리에 휘말리고...
지휘자의 손끝에 휘말리고....
폭풍처럼 연주하는 연주자들에 휘말리는 악장...
그러다가도 말러 특유의 기막힌 서정성이 또 감미된다.
이것이 말러의 음악에 매료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곡이 50분...
말러의 다른 곡에 비하면 또 짧은 곡에 해당되기도 하지만 50분 이라는 기인 시간이 한 순간에 끝나버린것 같은 말러 1번 교향곡...
혼을 비롯한 금판 파트가 일어나서까지 연주를 하는 아찔함으로
2부 공연이 끝났다.
그 거대한 울림 그대로 공연장의 함성은 이어졌다.
이 엄청난 곡을 이리 연주를 해내니 너무나 당연한거다.
늘상 말러의 곡을 들을때 마다 그 곡 자체로도 감동을 하는데, 이 처럼 기막힌 연주를 듣는다는건 그야말로 감동을 너머
치유다.
감동...날아갈 듯한 행복감...
클래식 동지들의 흥분된 감동까지 더해져 주체하기 힘들다.
엄청난 박수 갈채속에 앵콜을 살짝 기대했지만 앵콜은 없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10시가 훌쩍 넘어 10시 20분이다.
헐~~
그제서야 오늘 프로그램 자체가 대단했다는 걸 느낀다.
남편과 딸이 예술의 전당까지 마중을 왔다.
클래식 마니아를 둔 우리 가족만의 독특한 데이트다. ㅎㅎ
커피를 마시며 도란 도란 얘기도 나누고...한강의 야경을 보며 달리는 행복감은 항상 공연의 감동을 더 극점으로 찍게한다.
식구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딸과 함께 할 내일 공연과 데이트가 더욱 기대된다.
리카르도 무티....
포스터에 나온 사진보다는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히 정정한 멋진 모습이다.
1941년 생이니 75세 인데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 뿐만아니라 체력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유난히 동양 여자가 많은 바이올린 파트...
클라리넷 연주자가 박수를 받고 있다.
그 옆으로 베이스 클라리넷이 보인다.
오보에 연주자가 박수를 받고 있는 모습...
목관악기 연주자들이 차례로 박수를 받고 앉은 모습이다.
트럼펫,트럼본,튜바..등 금관 파트 연주자들이 박수를 받고 있는 모습이다.
말러 교향곡의 경우 대부분 목관악기 연주자들 보다 먼저 금관파트가 박수를 받는다.
그만큼 금관파트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힘들기때문이다.
혼 파트 연주자들이 박수를 받고 있다.
지휘자가 들어가고...
연주자들이 퇴장하는 모습...
연주자들끼리 포옹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일도 실황을 보는 즐거움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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